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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은 죽임당하지 않을 것..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 오색 찬란 실패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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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동물원> 켄 리우 SF 단편 선집"
신들은 죽임당하지 않을 것이다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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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의 과학기술이 인류의 마음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추악함을 거울처럼 반사하며 내보일 때. 작가는 그런 순간들을 포착해 질문을 던진다. 사망한 자사 수석 엔지니어의 뇌를 알고리즘으로 만들어 계속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려던 회사, 전쟁에 투입되는 조종사의 트라우마를 없애고 더욱 '문명화'된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코딩된 로봇이 저지른 일, 미래의 범죄를 미리 예측하는 능력이 가져온 것들.

우리는 무엇을 향하는가. 유구한 역사 속에서 인류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같은 꿈을 그려왔다. 임진왜란과 명청 교체기부터 근미래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11편의 소설. 모두가 컴퓨터의 언어를 습득하기 위해 혈안이 된 시대 속에서 작가의 말이 깊은 울림으로 남는다. "시간과 공간, 언어, 문화를 넘어 쓰는 이와 읽는 이가 대화를 나눌 때 우리는 비로소 가장 인간다워진다고, 저는 느낍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짓는 종(種)이니까요." - 소설 MD 권벼리
이 책의 첫 문장
아빠가 괴물로 변했을 때, 카이라는 아홉 살이었다.

이 책의 한 문장
신들은 죽었거나, 아니면 적어도 길들여졌다. 지금 당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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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과연 사람이 썼을까?"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
김대식.챗GPT 지음, 김민정 외 옮김 /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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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말 출시되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챗GPT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구글 CEO가 ‘적색경보’를 언급하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에 1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했다는 뉴스도 들려온다. 기존의 검색엔진을 대화형 AI가 대체할 것이며, 반복적인 작업이 필요한 대부분의 인간 업무를 AI가 대신할 수 있으리라는 등 혁신적인 인공지능 기술이 야기할 미래의 다양한 변화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이러한 가운데 KAIST 교수이자 뇌과학자인 김대식 교수가 기계와의 ‘진지한 대화’를 시도했다.

저자가 챗GPT와 나눈 열두 개의 대화는 챗GPT의 작동 원리로부터 시작하여 사랑이나 정의, 죽음, 신 등 사람도 쉽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형이상학적인 주제들이었다. 엄격한 윤리 기준 아래에서 두루뭉술하고 애매하게 이야기하도록 제한이 걸려 있는 것으로 보이는 챗GPT를 상대로, 저자는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부족한 부분을 찌르면서 이야기를 이끌어낸다. 그 결과 챗GPT는 온갖 자료를 바탕으로 폭넓은 답변을 이어 나간다. 대화를 마친 저자는 챗GPT를 “인류의 생각과 문장을 반사하는 존재적 메아리이자 거울”이라고 말한다. 챗GPT는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3,000억 개가 넘는 문장 토큰과 그들 간의 확률적 상호관계를 학습한 대화형 인공지능으로, 질문에 포함된 단어들과 확률적으로 가장 잘 어울리는 문장을 생성해 낼 뿐이다. 하지만 실망하기엔 이르다. 우리는 이제 약간의 노력만으로 인류가 지금껏 인터넷에 모아온 온갖 문장과 생각의 보물창고에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것도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다 파악하고 있으면서, 원하는 것을 꺼내다 주는 기계 비서를 대동한 채 말이다. 어쩌면 인공지능이 발전한 미래에 인간의 핵심적인 능력은 ‘질문하는 능력’에 달린 것일지도 모른다. - 경제경영 MD 박동명
이 책의 한 문장
어쩌면 우리 인간 역시 결국 미리 학습된 문장들 간의 확률 패턴만을 재조합해 서로에게 들려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북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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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순서에 따라 엔딩이 달라지는 소설"
N
미치오 슈스케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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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오 슈스케가 일명 '독자 체험형 소설'로 돌아왔다. 독자가 6개의 장을 어느 순서로 읽을지 직접 선택하도록 하여 총 720가지 '경우의 수'의 줄거리를 만날 수 있는 소설이다. 이런 구성을 고안해 내기까지는 작가의 결연한 각오가 있었다. "소설을 읽는 사람도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니까 평범한 소설로는 어렵겠다고 생각했어요. 넷플릭스 같은 라이벌과 싸우려면 소설이 더 재미있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작가는 무심코 1장부터 순서대로 읽는 독자도 많을 것이라 생각하여, 장과 장의 물리적 연결을 끊기 위해 장마다 위아래를 거꾸로 인쇄하도록 했다. 제목 <N>에도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N이라는 의미와 함께 N의 수만큼의 인생과 그에 대응하는 이야기가 있음을 담고 싶었다고 한다. 책의 첫 장을 넘기기 전에 작가의 당부를 꼭 한번 들여다보시길 바란다. “한 번 읽고, 잊어버렸을 무렵에 다른 순서로 읽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시 읽을 때마다 틀림없이 다른 감상을 가지게 될 테니까요. 어떤 식으로 읽든지 책값은 변하지 않는데 같은 금액으로 몇 번이나 즐길 수 있다면, 저자로서는 그보다 기쁜 일이 없을 듯합니다.” - 소설 MD 권벼리
추천의 글
소설의 상식을 뛰어넘는 작품이 등장했다. 수록된 6장 중 무엇을 먼저 읽느냐에 따라 새드 엔딩이 되는가 하면 희망을 느끼는 엔딩도 된다. 어느 순서로 읽었는지 토론하고 싶어지는 작품.
- 오야 히로코 (미스터리 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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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음, ‘실패를 색으로 받아들이고 느끼는 일’에 관하여"
오색 찬란 실패담
정지음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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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음 작가의 첫 책 <젊은 ADHD의 슬픔>을 접한 독자라면, 위트 넘치게 글을 잘 쓰는 작가라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찬란한 실패의 목록들에 관한 에세이를 담은 이번 신작에서 다시 착착 붙는 글맛을 발산할 뿐 아니라, 몇 번을 실패해도 뚝딱여도 절망하거나 넘어지는 법 없이 오똑 일어서는 작가다움을 거침없이 보여준다.

작가에게 실패란 것은 어둡고 축축한 기운을 품은 잿빛이 아니라, 모두 다른 빛을 가진 형형색색의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빨개졌다가 까매졌다가 노래졌다가 하얗게도 변하는, 일상과 일터에서의 여러 실수 혹은 실패의 경험을 허심탄회하게 들려준다. ‘결혼할 바엔 도토리를 줍겠습니다’ ‘계단에서 구르며 괜찮음을 배웠다’ ‘동물농장에서의 혼술’ 등 심상치 않은 목차의 글들이 요절복통하게 만드는데, 웃다가도 마음을 뭉근하게 잡아 끄는 묵직한 문장이 곳곳에 들어 차 있어 밑줄을 긋고, 모서리를 접게 만든다. 실패를 떳떳하게 기록하는 작가의 목소리를 통해 실패하지 않는 법이 아닌, 실패해도 흔들리지 않는 자세를 기분 좋게 배운다. - 에세이 MD 송진경
이 책의 한 문장
이를 악물고 버티는 와중에 나보다 더 위태롭던 그분이 결국 옆으로 쓰러지는 것이 보였다. 왜인지 눈물이 찔끔 솟았다. 그분 얼굴에 새빨갛게 떠오른 수치심 또는 열패감이, 내가 줄곧 지니고 사는 것과 별다르지 않아서였다. 남들 다 하는 일을 나만 못할 때의 기분이라면, 나도 무척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즉시 부들대기를 멈추고 그분보다 더 오련하게 자빠져 버렸다. (중략) 그분께 말하고 싶었다. “당신만 못하는 게 아니니, 내일도 꼭 다시 만나요.” 이 말은, 첫 요가 수련 때 내게 선생님이 해주신 격려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