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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의 소설 리 스몰린의 시간의 물리학 재수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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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 다이제스트"
아라의 소설
정세랑 지음 / 안온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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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마음으로, 좋아해서 조바심 나는 마음으로 기다렸었다." (205쪽) 소설 속 '현정'처럼 정세랑의 신작을 기다렸을 독자를 위해 이 책이 도착했다. 정세랑을 구성하는 요소들, 이를테면 친절함과 신랄함 같은 것들이 조각조각 모인 퍼즐 같은 책. 200조각의 퍼즐을 하나하나 맞추면 그림처럼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오른다. 캔와인을 마시고, 좋은 우산을 사 작은 사치를 하고, 카페인을 줄이기 위해 하루 한 잔만 마실 수 있는 커피를 소중히 여기는 이 시대의 얼굴. 작가가 스스로 '가장 과감한 주인공에게 자주 붙이는 이름'(15쪽)인 '아라'라는 이름을 달고. 그 아라들은 이를테면 이런 조각들을 지니고 있다.

아라의 고향 : 아라는 올림픽을 앞둔 H시에서 겨울엔 스키장 아르바이트를 한다.
아라의 경험 : 소설가인 아라는 더 이상 연애소설을 믿지 않는다. "세상이 드물게 나쁜 사람들과 평이하게 좋은 사람들로 차 있다고 믿던 시절"이 지나갔기 때문이다.
아라의 친구 : 아라의 친구들은 코드 파인딩 클럽을 함께한다. "완전히 회복할 수 없음을 인정한 후에도 계속하는 것"(130쪽)이 그들의 지금이다.
아라의 세대 : 그들은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에 대한 기준은 높고 자본은 없는"(180쪽) 세대이다.

이 소설집에 실린 마지막 소설 <현정>은 알라딘의 청탁으로 공개되었다. 주인공 현정은 합정의 지하 서점에서 지진을 만나 고립된 상황에서 열일곱 권의 소설을 읽었다. 무너진 세상에서 로알드 달의 소설을 읽으며 현정은 생각한다 "그의 책은 친절한 사람을 얼마나 많이 만들었을까?"(207쪽) 내겐 많은 것이 붕괴된 2022년이었다. 붕괴된 서점에서 소설을 읽는 현정을 생각하며, 정세랑의 친절 한 조각을 손에 쥐고, 나 역시 아라와 동시대를 지나간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어차피 잔에 따를 것도 제대로 된 샴페인은 아니고 창고형 매장에서 사온 캔 와인이었다. 우리는 박탈당한 세대였고, 세계는 우리에게서 박탈한 것을 영원히 돌려주지 않을 것이며, 그 단호한 거부로 결국 무너져내릴 것이다. 그것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한계 속에서 감각만이 반짝이다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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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 로벨리가 공언한 맞수, 리 스몰린"
리 스몰린의 시간의 물리학
리 스몰린 지음, 강형구 옮김 /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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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란 무엇인가? 시간이 흐른다고 누군가 말할 때 우리는 놀라지 않는다. 그러나 물리학자가 시간이 흐른다고 말할 때 이는 급진적인 주장이 된다. 주류 물리학계에서 시간은 '환상'이며 물리 법칙은 시간 바깥에 있는 절대 불변의 진리로 통하기 때문이다. 이를 대변하는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의 저자 카를로 로벨리가 자신의 '맞수'라고 공언한 이가 있다. 양자중력 연구의 석학, 리 스몰린이 "시간의 흐름은 본질적이고 실재하는 것이며, 비시간적인 진리에 대한 희망은 신화"라고 외치며 그간의 단단한 믿음에 균열을 낸다.

<Time Reborn(시간의 재탄생)>이라는 원제를 가진 이 책은 최신 물리학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시간에 대한 연구를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로 여겨져 왔으며, 현대 물리학에서 시간에 관한 논의를 가장 입체적으로 다루고 있는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추하고 불편하고 시간에 얽매인 듯 보이는 인간 세계를 순수하고 비시간적인 진리의 세계로 바꾸고자 열망"하며 물리학자가 된 저자가 20년의 연구 끝에 믿어왔던 모든 것을 부정하고 완전히 반대되는 방향으로 돌아서기까지 어떤 발견들이 있었을까. 저자가 '여는 글'을 통해 "물리학 또는 수학에 배경지식이 없는 일반 독자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썼다는 것을 강조하니, 혹여 물리학 책이 처음이더라도 '시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잠시 멍해졌다면 이 책을 권한다.
- 과학 MD 권벼리
추천의 글
"시간의 본성에 관한 탁월한 분석. 지금까지 봤던 과학 교양서 중 최고다."
- 파퓰러 사이언스

"우주론, 양자역학, 상대성이론뿐 아니라 모든 양자중력 이론에 통달해 있는 스몰린은 완전히 새로운 실재에 관한 관점을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 스튜어트 A. 카우프만(<무질서가 만든 질서> 저자)

“스몰린과 나는 처음 협력하기 시작했던 연구 초기부터 늘 열정적으로 논의를 지속해왔고, 서로 대립적인 의견을 내는 경우도 많았다. 이것이 바로 과학의 매력이다. 완전히 대립하면서도 그러한 대립 때문에 이루어지는 토론을 통해 서로 배울 수 있고, 반대되는 의견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친형제처럼 가까이 지낼 수 있는 것이다.”
- 카를로 노벨리(<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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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파 미스터리 작가, 장강명의 귀환"
재수사 1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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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이 6년 만에 장편소설로 돌아왔다. 시작부터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인용하는 것이 심상치않다. <백치>와 <지하로부터의 수기>가 그것이다. "나는 병든 인간이다....... 나는 악한 인간이다. 나는 호감을 주지 못하는 사람이다." 도스토옙스키를 인용하는, 미결사건의 살인자가 첫 장을 시작한다. "나는 22년 전에 사람을 죽였다."라는 고백과 함께. 장강명은 원고지 3천 매가 넘는, 지난 세기에 사라진 듯한 '소설'의 전범을 연상시키는 이 소설을 이렇게 시작한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이 유독 방대한 것은, 도박빚에 쫓기던 그가 글자수 단위로 원고료를 받아왔기 때문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검거되지 않은 살인자의 뒤편에 강력범죄수사대 소속 형사 연지혜가 있다. 연지혜는 22년 전 발생한 신촌 여대생 살인사건을 재수사하고, 드디어 이야기가 추동한다. 연지혜는 "차도를 건널 때면 횡단보도에서 녹색 신호등을 기다리기보다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지하도나 육교를 택"(12쪽)하는 사람이다. 이런 두 사람이 마주치면 불꽃이 튀지 않을 수가 없다. 100개의 장으로 구성된 소설은 범죄자와 형사의 내면을 취재하며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한 사람을 죽게 하고, 그의 억울함을 풀어주지 못한 것이 과연 한 악인의 잘못에 불과한지, 한 사회의 사법 시스템이 이 사건의 본질적인 원인이 아닌지, 소설은 주장하는 대신 캐묻는다.

문학상을 석권하며 자신의 존재를 소설을 읽는 독자에게 각인시킨 이후, 장강명은 소설을 읽는 우리에게 익숙한 '시스템'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때론 불편한 질문이 되기도 했을 그 질문들의 방식처럼, 장강명은 쓴다. 소설가 정유정이 먼저 장강명을 읽었다. "마침내 나는 상상 속의 소설을 만났다. 이 소설이 바로 그 소설이다." 이것이 정유정의 대답이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그 큰 시스템 전체에서 형사 한 사람의 역할을 보면,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거지. 이게 우스운 게, 괜찮은 형사의 영향력은 작아. 무능한 형사의 영향력도 크지 않아. 그런데 나쁜 형사의 영향력은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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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폭력으로 무너진 일상의 재건 일지"
다시 내가 되는 길에서
최현희 지음 / 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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썼던 일기를 다시 읽다 보면 놀랄 때가 있다. 내 정서의 디폴트 값이 우울이라고 생각하며 지내던 때, 일기장 속 불과 3개월 전 날짜들에 삶에 대한 더없이 평온하고 만족스러운 마음이 빼곡한 기록을 보고 혼란스러웠던 기억. 정서는 언제나 어느 정도 출렁거리는 상태다. 큰 일 없는 일상에서도 기분은 업 다운을 반복한다. 그리고 저기압의 터널을 지날 때는, 낙관적인 날들이 아무리 가까운 과거였다고 해도 그 상태를 정확히 기억해거나 돌아가는 일이 어렵다.

하물며 인생에 커다란 충격이 온 이후엔 거의 불가능한 일 아닐까. 그래서 나는 일상의 회복이라는 말에 약간의 의문을 품고 있다. 회복의 사전적 의미, "원래의 상태로 돌이키거나 원래의 상태를 되찾음." 사건의 발생은 이미 이전과 이후를 갈라 놓는다. 나는 이 책을 회복보다는 재건 일지로 읽었다. 마중물 샘에게 가해진 사회적 폭력 이후 그가 상처와 분노와 바뀌어버린 삶의 풍경을 하나하나 고통스레 삼키며 천천히 다시 일어서는 노력의 목표가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것으로 읽히진 않았다. 다만 전에 상상한 적 없었지만, 도달해야만 하는 새로운 종류의 일상을 재건하는 과정으로 보였다.

그것은 언뜻 비슷하지만 사실은 완전히 다른 일이라 생각한다. 자신의 취약성을 완전히 끌어안은 채로 다시 강해지는 것은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괴로운 시간 동안 쓴 일기를 나누어준 그에게, 독자들이 할 수 있는 보답은 그가 재건하는 일상에 대한 응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커다란 폭력을 겪어낸 그의 고통 앞에 말을 함부로 얹는 것일까 조심스럽지만 한 명의 독자로서 감히 그의 새로운, 강인한 세계가 멋지다고 전하고 싶다. - 사회과학 MD 김경영
이 책의 한 문장
어떤 직업이든 이런 종류의 다정함 뒤에는 자신감과 실력이 있는 것 같다. 교사도 그렇다. 학교와 교실이라는 터전에서 이런저런 일을 겪어내야 하는 학생들 곁에서 나는 다정한 교사이고 싶다. 실력을 갖추고 힘을 빼고 싶다. 학생들이 아파하면 그저 '미안한' 마음으로 곁에 있어주고 싶고, 작은 일도 크게 격려하느라 호들갑스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