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 카페> 신유진 신작, 기억과 빛에 관한 이야기”
창문 너머 어렴풋이
신유진 지음 / 시간의흐름
소설가이자 번역가, 그리고 <몽 카페> <열다섯 번의 낮> <열다섯 번의 밤>을 집필한 에세이스트 신유진의 신작 에세이. 작가는 ‘기억을 볼 수 있는 창’과 ‘내게 흔적을 남기는 빛이 들어오는 창’이 있는 창가에 편안한 의자를 가져다 놓고 독자들을 초대하여 창문 너머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중앙시장 골목 빨간 벽돌 이층집에서 보낸 유년 시절, 열세 살부터 함께 살다가 열아홉 살 어느 추운 겨울밤에 떠난 미자, 리스본의 어느 언덕 위에서 세상을 바라보던 여자들, 반려인 마르땅과 반려견 이안이와 함께 맞이한 눈 덮인 세상,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세르지의 마지막 공연. ‘기억’의 창과 ‘빛’의 창으로 바라본 애틋한 세계는 작가 자신에서 시작하여 타인으로 확장된다. 조금 어둡고, 조금 슬프고, 그러면서도 조금 밝고, 조금 웃기는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읽어 내려가는 동안 울음을 참게 되는 순간을 몇 번이나 맞닥뜨리기도 하며, 읽는 눈과 마음과 감각이 모두 열리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 에세이 MD 송진경
이 책의 한 문장
엄마가 왔다가고 일주일 후, 다시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할머니를 보러 요양원에 갔다가 코로나가 심해져서 못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라고 했다.
“엄마 괜찮아?” 물었더니,
“괜찮아. 할머니 계신 창가 쪽 한 바퀴 돌고 왔어.”라고 엄마가 대답했다.
“그게 뭐야?”
“엄마가 거기 한 바퀴 돌고 간 거 할머니가 아니까 괜찮아. 할머니가 내 딸이 지나갔구나, 하셨을 거야.”
“더 아쉽기만 하겠다.”
“엄마는 엄마니까 알아. 우리 엄마도 그거면 됐다고 하셨을 거야."
“엄마….”
“유진아, 너도 나중에 엄마 지내는 곳 가끔 지나가 줘. 그럼 엄마는 우리 딸이 저기 지나가는구나, 하면서 지낼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