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도 말하지 않을 것이다."
노 본스
애나 번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창비
한림원의 성추문으로 노벨문학상 시상이 취소됐던 2018년. 애나 번스의 <밀크맨>이 "소문과 정치적 충성이 개인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운동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보여준다"는 심사평과 함께 부커상을 수상해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고, 한국에서도 김영란 전 대법관과 정세랑, 최은영 작가를 비롯한 많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번스의 빛나는 데뷔작 <노 본스>는 <밀크맨>과 같은 70년대 북아일랜드를 무대로 한 소녀와 이웃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북아일랜드 무장 독립 투쟁기'라 불리는 30년의 시간은 이들의 일상을 산산조각낸다. "모든 일이, 언제나 그렇듯, 그다음의, 새로운, 과격한 죽음에 묻혔다."는 소녀의 독백. 신념의 얼굴을 한 폭력은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을 서서히 파괴해 나갔고, 아이나 여성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은 가장 잔혹한 혐오를 맞닥뜨려야 했다. 작가는 자전적 체험을 담아 전쟁에서 철저히 가려진 약한 존재들의 목소리를 기록한다. 그 모든 고통이 잊혀지고 없었던 것이 되어 반복되지 않도록. "살과 피와 뼈를 지닌 언어가 멱살을 잡고 흔든다."고 말하며 구병모 작가가 함께 읽고 추천했다.
- 소설 MD 권벼리
이 책의 첫 문장
트러블은 목요일에 시작됐다.
이 책의 한 문장
모든 일이, 언제나 그렇듯, 그다음의, 새로운, 과격한 죽음에 묻혔다.
추천의 글
내가 들여다보는 건 분명 글자인데 행간에는 십자포화가 쏟아진다. 충격과 비극의 여진을 수습할 틈 없이, 살과 피와 뼈를 지닌 언어가 멱살을 잡고 흔든다. 내 말을 믿기 어렵다면, 부디 이 책을 집어들고 중간 아무 챕터든 펼쳐보기 바란다. 페이지마다 쌀알만 한 평화도 찾아볼 수 없는 세계에서, 읽는 동안 머리가 울리고 영혼은 옥수수처럼 털릴 테니까.
- 구병모 (소설가)
『밀크맨』으로 부커상을 수상하기 전까지 애나 번스가 무명에 가까운 작가였다고? 나는 그 말을 믿을 수 없다. 번스의 첫번째 장편소설 『노 본스』를 읽어버렸기 때문에. 그때 그는 이미 송곳이었다. (...) 놀랍도록 우습고, 혼란스럽고, 슬프고, 두렵고, 절망적이고, 종내 아름답다.
- 금정연 (서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