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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라는 이름의 폭력 아노말리 깨어있는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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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장애와 질병의 문화적 재현 방식"
치유라는 이름의 폭력
김은정 지음, 강진경.강진영 옮김 / 후마니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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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의 변화가 조금씩 일어나고 있긴 하지만 지배적인 관점에서 장애와 질병은 여전히 치유의 대상이다. 휠체어에서 일어나 걷는 하지 마비 장애인, 처음 듣는 세상의 소리에 경이로움을 느끼는 청각 장애인의 이미지는 인간 승리의 모델이자 이상적인 복지 사회의 종착점처럼 그려진다. 이 치유의 판타지는 장애, 질병 당사자들에게 여러 방면으로 폭력을 가하는데 저자 김은정은 타자에게 치유라는 명목으로 가하는 힘의 행사를 '치유 폭력'으로 명명한다.

이 책은 근현대 한국 사회의 영화, 소설, 기사, 글 등의 문화적 텍스트들을 치유 폭력의 관점으로 들여다보고 장애학과 페미니즘의 눈으로 재해석한다. <심청전>, <노처녀가>, <백치 아다다>, '오아시스', '핑크 팰리스' 등의 작품들을 통해 저자는 한국 사회의 국가주의가 장애의 문화적 재현, 관련 정책, 사회운동과 어떻게 만나는지, 그 과정에서 치유 폭력이 어떻게 가해지는지를 면밀하게 살핀다. 저자의 관점은 장애학에서부터 뻗어나가 페미니즘, 퀴어, 탈식민지적 관점과 교차하는데, 퀴어활동가 나영정은 "수많은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메아리치는 텍스트"라는 말로 이 책을 추천했다. 한국 사회의 정치, 사회적 맥락을 두루 살피며 텍스트들을 집요하게 오가는 탁월한 저작이다. - 사회과학 MD 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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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사람의 이웃으로 이 글을 썼다.”"
저만치 혼자서
김훈 지음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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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첫 소설집 <강산무진>을 낸 이후, 16년 만에 엮는 김훈의 두번째 소설집. 2020년 <달 너머로 달리는 말> 출간 당시 김훈은 심장질환을 겪으며 산소호흡기 투병을 경험했다. 산다는 것이 얼마나 지독한 것인지를 말하던 소설가의 눈은 이제 피안 너머를 본다. “여생의 시간을 아껴서 사랑과 희망, 인간과 영성, 내 이웃들의 슬픔과 기쁨, 살아 있는 것들의 표정에 관해서 말하고 싶다”고 소회를 밝힌 김훈이 보는 삶의 풍경들.

이 소설집의 첫 작품은 <명태와 고래>다. 명태라는 생물은 참 묘한 것이어서, 오호츠크해를 자유로이 오가던 이 생물이 어느 바다에서 잡히느냐에 따라 국적이 결정된다. 이춘개씨에게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물고기가 헤엄치는 바다에는 선이 없는데, "전쟁이 끝나자 향일포와 어래진 사이에 군사분계선이 그어졌다." (28쪽) 북쪽의 고향 어래진을 떠나 남쪽의 향일포에 자리잡고 고기잡이를 하던 이춘개씨의 배가 조류를 타고 어래진 포구로 흘러들어간 이후, '경계인'이 된 그의 삶은 운명에 휩쓸려 피안을 오간다. 한편 이 소설집의 마지막 작품은 <저만치 혼자서>. 죽음을 앞두고 호스피스 수녀원에 모여 살게 된 수녀들은 허물어지는 자신의 몸을 그저 바라볼 뿐이다.

수감되고, 병을 얻고, 치욕과 불의를 견디는 삶. 이 도저한 비극을 '저만치 혼자서' 유한한 인간의 몸으로 어찌할 것인가. 김훈은 이제 그 삶에 손을 내민다. "노동하는 손, 사랑하는 손, 쓰다듬는 손, 주무르는 손, 주는 손, 받는 손, 부르는 손, 보내는 손, 기도하는 손...."을. (262쪽)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그때까지 살아 있던 향일포 노인들은, 죽지 않으면 사는 거여, 죽으면 그만이고..... 라고 중얼거렸다. 전쟁을 살아 낸 노인들은 전쟁이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차례로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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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공쿠르상 수상작! 역대 수상작 중 최다 판매"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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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출발한 여객기가 갑작스런 난기류를 맞닥뜨린 후 무사히 뉴욕에 도착한다. 그리고 세 달 뒤, 동일한 여객기가 동일한 지점에서 난기류를 만나고, 동일한 곳을 향한다. 동일한 승무원과 승객들을 실은 채로. 이 기묘한 사건을 인지한 미국 정부는 여객기를 공군 기지로 비상 착륙시키고, 극비리에 과학자들을 소집해 9.11 사태 이후 처음으로 ‘프로토콜 42’를 발효한다.

성실한 직업인의 탈을 쓴 청부살인업자부터 성공한 삶이라는 덫에 빠진 변호사까지, 다양한 나이대와 다양한 사연을 지닌 승객들은 세 달이라는 시간차를 두고 자기자신을 대면한다. 그리고 도저히 못 본 척 할 수 없는 생의 진실을 마주하고 만다. 레몽 크노, 조르주 페렉 등의 작가들과 마르셀 뒤샹을 비롯한 예술가들이 함께한 실험적인 문학 창작 집단 ‘울리포(잠재문학작업실)’의 회원 작가, 에르베 르 텔리에가 울리포에 바치는 오마주. 번뜩이는 울리포적 장치와 생생한 서사가 만나 역대 공쿠르상 수상작 중 최다 판매를 기록하며 주목받았다. 인상적인 독서 경험을 선사하는 소설. - 소설 MD 권벼리
이 책의 첫 문장
누군가를 죽이는 것,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관찰하고, 감시하고, 숙고해야 한다, 아주 많이.

추천의 글
무심한 태도로, 환상적인 곡조에 맞춰 운명을 춤추게 함으로써 에르베 드 텔리에는 독자를 거울 앞으로 데려간다. 현실의 경계를 흔들면서 그가 탐구하고자 하는 것은 자아와의 대면이다. 거장의 솜씨.
- 르 피가로 리테레르

엄청나게 웃기고, 악마적으로 지적인 소설. 『아노말리』는 궁극적으로 언어와 문학의 한계에 질문을 던지기 위해 우리의 확신을 가지고 장난한다. 문학적 사고에 관한 흥미로운 실험.
- 뤼마니테

SF와 형이상학적 미스터리가 우아하게 혼합되었다.
착륙 후에도 한참이나 머릿속을 맴돌 상상의 비행 같은 소설.
- 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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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아이들과 함께하는 부모라는 여정"
깨어있는 부모
셰팔리 차바리 지음, 구미화 옮김 / 나무의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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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환대할 수 있을 때, 나는 나의 불완전함에 대한 공포를 조금 덜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돌려받을 대접이나 시혜를 베풀었다는 만족감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이 우리가 고립된 존재가 아님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나로 머물러 나로 종료되지 않음.

하지만 잘 모르는 사람과 이런 교류를 나눌 기회는 흔치 않아서, 많은 이들이 부모와 아이의 관계로 처음 이런 경험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책은 초보 양육자, 혼자 아이를 키우는 사람, 부모 대신 아이를 돌보는 사람까지 누구나 참고하면 좋을 이야기를 담았는데, 등장하는 일화들에서 실수하는 것은 아이들이 아니다. 오히려 세상에 완전히 감격하는 존재이자 아직 부서지려면 한참 먼 영혼을 알아보지 못하는 어른들의 실수를 주로 담았다.

아무도 검증해주지 않은 자기만의 기준, 사회적 통념이라고 부모가 생각하는 것, 좌절된 꿈까지 그 양상은 다양하다. 부모가 아이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들을 포기하고, 자신의 욕망을 투사하려는 시도를 포기하고, 동등한 관계를 유지할 것. 서로 다른 사람으로 서로에게 배우며 성장하는 아름다운 기회에 대한 책. 남는 것은 유전자가 아니라 그들 사이에 이어졌던 따스함인지도 모른다. - 좋은부모 MD 김재욱
책 속에서
우리는 나름의 비전을 갖고 부모의 여정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 비전은 대부분 환상에 불과하다. 우리가 고수하는 신념과 가치, 전제는 모두 검증받은 적 없는 것들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대부분 자기가 '옳다'고 믿고, 다시 생각해볼 것도 없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에 의문을 가져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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