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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머리 휘날리며, 예순 이.. 스파크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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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의 눈으로 본 노년의 시간"
흰머리 휘날리며, 예순 이후 페미니즘
김영옥 지음 / 교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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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척스럽되 헌신적이고 배움은 짧을지언정 생활의 지혜는 넘치는 애정 많은 할머니. 말고, 노년 여성에 관한 다른 상상을 이 사회는 허하는가? 여성에 관한 사회, 문화적 맥락은 30-40대부터 급격히 좁아지기 시작하다 노년에 이르러서는 더할 나위 없이 평평해진다. 그 평평함 위에서 자기 삶을 연결 지어 해석할 길 없는 이들은 위축되고 바깥에서 향하는 시선은 무례하다. 김영옥 작가의 이번 책을 읽으며 새롭다는 느낌을 받은 이유는 그간 여성의 노년 경험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묻어나는 콘텐츠가 거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김영옥은 이 책에서 갱년기의 구체적 경험과 의미, 노년의 성애, 돌봄 노동의 치열함에 대한 성찰 및 아픈 몸에 대한 고찰 등 노년의 다양한 실존적 현실에 대해 날카로운 글쓰기를 보여준다. 그의 사유는 두루뭉술한 노년 여성의 상에 압정을 꽂아 우리가 살펴야 할 곳을 직시하도록 한다. 날 선 시선과 지적인 문장들은 아직 해석되지 못한 경험들의 가능성을 들여다본다. 앞으로 더 넓혀갈 노년 여성의 삶에 대한 이해, 그 서두에 이 책이 서있다. - 사회과학 MD 김경영
이 책의 첫 문장
<메노포즈(menopause)>라는 뮤지컬이 있다.

이 책의 한 문장
어느 퀴어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늙은 이'를 가리키는 적절한 대명사는 아직 발명되지 않았다. 노인도, 노년도, 어르신도, 시니어 선배도, 할머니나 할아버지도, 할매나 할배도 다 온전한 자긍심을 담기에는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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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방식으로 그려낸 가장 전복적인 이야기"
여자력
AJS 외 지음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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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장 주목받는 작가 5명이 '초능력'이라는 공통의 주제를 가지고 저마다의 색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아주 오랜만에 선보이는 만화 단편집이자, 책으로 엮이기 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소개된 바가 없어 처음부터 '지면'의 연출만을 염두에 둔 종이 만화이다.

증조할머니의 땅문서를 찾으러 과거로 간 손녀, 자신의 기억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믿지 못하는 무사, 어느 날 모든 사람에게 생겨난 초능력으로 인해 디스토피아가 된 지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등 과거나 미래의, 혹은 동시대의 다양한 사건들이 하나의 주제를 관통하며 힘 있게 그려진다. 짧은 이야기 속에서도 선명하게 살아있는 갈등과 해결 과정 속의 카타르시스가 흑백만으로 이뤄진 만화 컷을 뚫고 나와 일상 속 권태를 이겨나갈 힘을 주는 듯하다. - 만화 MD 도란
북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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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혼자 크는 사람은 없다"
스파크
엘 맥니콜 지음, 심연희 옮김 / 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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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BBC 블루피터 북 어워드 수상작. 영국의 작은 마을에 사는 주인공 애디는 수 세기 전 마녀로 몰려 처형당한 사람들을 위한 추모비 건립 캠페인을 벌이지만 이에 공감하는 이는 많지 않다. 다르다는 이유로 억압받은 마녀들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다름'과 '틀림'이 동의어가 아니라는 사실을 타인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애디. 그 모습은 피상적으로 이해하던 타인과 나의 차이를 다시 한번 곱씹게 한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장애 당사자인 작가 엘 맥니콜은 그간 자신이 읽은 책에서 묘사된 자폐의 문제점을 이야기한다. 자폐는 주인공이 극복해야 하는 장해물 또는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소재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 단지 '정상'인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매도하는 일은 얼마나 많은가. 작가의 말처럼, 인간은 혼자 크지 않는다. 자신을 지지해주는 가족과 멸시하지 않는 친구들, 그리고 마땅한 교육을 제공해야 할 학교와 국가의 의무까지 이야기하는 애디의 시점은 날카롭고, '다양성이 공존하는 세상'이야말로 사회의 지향점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한다. - 어린이 MD 임이지
이 책의 한 문장
“음, 수백 년 전에 일어난 일을 누가 신경이나 쓰겠어?”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언제 일어난 일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정확하게 말하자면, 계속 사과를 미룰수록 더 나빠져. 너무 오래 미루면 안 되는 일이니까.” “그때 사람들은 모두 죽었는데, 지금에 와서 왜 중요해?” 그 말에 나는 대뜸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서야! 난 너무 무서워, 키디. 만약 사람들이 이게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게 잘못되었다고 말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같은 일이 또 일어날 수 있으니까, 언니한테도, 나한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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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현 신작, 평범한 삶으로부터 빚어낸 이야기들"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하현 지음 / 비에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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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책 <달의 조각>으로 큰 사랑을 받은 하현 작가는 이후 <이것이 나의 다정입니다> <어쩌다 보니 스페인어였습니다>를 추가로 펴내며 고유한 문장 세계를 차분히 확장시켜 왔다.

달걀 프라이 옆에서도 기죽지 않는, 명랑하고 씩씩한 달래양념장이 되고 싶은 사람, 약속이 취소되면 기쁘게 혼자가 되는 사람, 늘 간절하게 고요를 꿈꾸는 사람. 스스로를 '명랑하고 씩씩한 달래양념장'이 되고 싶다고 소개하는 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층간 및 벽간 소음으로 고통받는 하루하루에서 탈주하고자 이사에 깊이 골몰하고, 어렵게 입사한 회사로부터 부당한 일을 당하고, 스몰토크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용한 미용실을 찾아다니고, 열 중 아홉과 맞지 않아도 마음 터놓고 지낼 수 있는 한 사람으로부터 버틸 힘을 얻곤 하는, 누구나 겪는 평범한 일상이 작가에게도 흐른다. 작가는 그런 평범한 일상의 조각들을 모아 마음속 품고 있는 특별한 이야기로 빚어낸다. 그 특별한 이야기를 하나 둘 읽어내려가다 보면 '이런 나여도 되는구나, 내가 나여서 좋은 순간들도 있구나' 마음을 일으켜 세울 힘을 얻는다. - 에세이 MD 송진경
이 책의 첫 문장
날아갈 듯 기쁘지만 그 마음을 함부로 드러내면 안 되는 순간이 있다.

이 책의 한 문장
약속이 취소되면 나는 함께라는 가능성을 가진 채로 기쁘게 혼자가 된다. 그 안전한 고립감이 너무 달콤해서 들키지 않게 조용히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창밖은 푸르고 시간은 천천히 흐르는 어느 맑은 날에.

추천사
이 책을 읽으며 평범한 나로도 특별히 행복해지는 방법을 다시금 배운다. 우리가 부족하고 또 넘치는 존재라서 생기는 뜻밖의 기쁨을 알아챈다. 오랫동안 평범함이라 여기고 밀쳐둔 것들이 실은 나의 고유함이라는 사실도. - 김신지(작가)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것들이 하현을 통과할 때마다 고유한 질감을 가진 특별한 이야기로 전환되는 순간들을 정말 사랑한다. 그 이야기들이 어느새 나의, 우리의 이야기로 확장되는 순간들도. 그는 일상의 조각들을 모으는 데만 그치지 않고, 가장 작은 조각 하나로 커다란 세계를 비춰낼 수 있는 사람이다. 무심코 지나쳤던 행복을 다시 불러 세우고, 누군가의 대단함보다는 나약한 애씀의 흔적을 더 깊이 들여다봐주고, 모퉁이마다 숨은 무수한 가능성을 찾아낼 수 있게 일상의 조도를 확 높여주는 사람. - 김혼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