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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이후, 세계의 방향"
피케티의 사회주의 시급하다
토마 피케티 지음, 이민주 옮김 /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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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를 멈춰 세우지 않고서는 인류 앞에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겠다는 데에 공감하는 지식인들이 늘고 있다. 자본주의를 정지시킨다면, 체제의 빈자리엔 무엇을 채울 것인가? 토마 피케티는 사회주의를 주장한다. 정확히는 "사회주의라는 말을 재활용"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그는 이미 30여 년 전 끝나버린 사회주의의 실패한 지점으로 가부장제와 식민주의를 꼽으며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은 여성차별, 인종 차별이 해소된 평등한 사회주의임을 강조한다.

책은 2016년-2021년 피케티가 르몽드에 연재한 경제 논평 모음집이다. 여러 해에 걸쳐 쓰인 이 글들은 세계의 현 상황과 경제 체제의 대전환을 위해 고려해야 할 지점들을 여러모로 살핀다. 길지 않은 글의 모음인 만큼 완전히 정리된 해답을 내놓은 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담은 화두를 주제별로 던지고, 하나하나 함께 논의하며 세밀한 결을 다듬어보자고 제안한다. 피케티의 앞선 벽돌 책들에 비하면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는 책이니, 책임 있는 많은 이들이 함께 읽고 세계의 내일을 다듬는 과정에 함께하길 바란다.
- 사회과학 MD 김경영
이 책의 첫 문장
누군가가가 1990년대을 사는 나에게 "당신은 2020년이 되면 《사회주의 시급하다》는 제목의 책을 출간할 거요"라고 말했다면 난 웬 말 같지 않은 소리냐고 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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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미라는 세계의 눈부신 분기점"
눈으로 만든 사람
최은미 지음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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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희는 강중식의 아들 강민서를 보고 있다. 소아림프종 진단을 받았던 강민서는 암이 재발해 보살핌이 필요해 잠시 강윤희의 집에 왔다. 강윤희의 삼촌인 강중식의 아들인 강민서와 강윤희의 딸 백아영의 촌수는 오촌. 백아영은 강민서와 살갑게 지내며 정을 쌓는다. 강윤희가 강민서를 위해 차린 음식에 대한 묘사는 두 페이지에 걸쳐 자세히 서술된다. 손질한 무, 겨울 미역, 피꼬막, 알배기 배추, 꽈리고추, 불린 귀리. 강민서는 강윤희가 요리한 것들을 "꽈리고추를 꼭지까지 말끔히 비틀어 먹고, 배추굴전을 한입씩 아삭아삭 씹어 먹고, 피꼬막을 껍데기에 고인 양념 한 방울까지 알뜰히 훑어"(99쪽) 먹는다. 강윤희와 강민서의 입맛은 놀랍도록 같다. 그것은 그들이 친족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같음'은 곧 끔찍한 진실과 함께 충격이 되어 다가온다. 강윤희는 자신의 삼촌, 강중식이 가해자인 친족 성폭력의 생존자였던 것. 표제작 <눈으로 만든 사람>의 이야기이다. 성조숙증을 앓는 딸 백아영의 신체에 왜 강윤희가 '과민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지, 최은미는 신경증 같은 고통을 그저 세밀하게 '보여줄' 뿐이다.

관계 속에 놓인 여성들이 있다. 팬데믹 이후 사회에서 고립된 유자녀 기혼 여성들. 과거의 폭력 이후 생존자로 세상에 놓인 여성들. "강윤희는 아무것도 믿을 수 없는 세상 한가운데서 혼자서만 노를 젓고 혼자서만 책임지며 혼자서만 비난받는 것 같았다." (115쪽) (<눈으로 만든 사람>), "유정은 자신이 무언가를 잘못하지 않았다는 건 납득할 수 있었지만 자신이 잘못된 존재가 아니라는 건 여전히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259쪽) (<내게 내가 나일 그때>) 내가 나와 유리되는 것을 경험해본 적이 있는 여성이라면, 최은미의 이 감각적인 문장들이 묘사하는 고통의 세계를 아는 독자라면, 그의 소설 앞에서 떨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최은미가 묘사하는 소설 <보내는 이>의 태풍의 밤처럼, 어떤 소설은 우리를 뒤흔들고, 그 소설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한다. 소설가 황정은은 최은미가 묘사하는 이 여자들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그를 만나 당신의 소설이 나를 어떻게 흔들었는지를 말하게 될까봐 말할 기회가 영영 없을까봐 초조했다."고 말하는 독자 황정은의 떨림을, 최은미의 애독자인 나는 안다. 당신을 알고 있다고, 그 '찢어지는 여자들의 얼굴'을 안다고, 최은미라는 소설가의 눈부신 분기점을 보며 말한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첫 문장
진아씨를 떠올리면 나는 언젠가 그녀가 소화기를 사야겠다고 하던 게 생각난다.

이 책의 한 문장
그곳에서 유정은 어쩌면 빠져나오고 있다고 생각한 질문으로 계속 되돌아갔다. 내가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 나는 왜 이런 걸까요. 내가 왜 이런 거죠? 그러니까 나는 왜 이러냐구요. 선생님. 나는 왜요. 왜 나한테. 왜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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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미래의 밤"
캐럴
이장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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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픽션은(픽셔널fictional한 것은 리얼한 것의 반대편에 있다. 실제 무한이라는 상징을 만든 이는 존 월리스이다.) 17세기의 수학자이자 성직자인 '존 홀리스'라는 인물의 일화로 문을 연다. 밤하늘의 별이 무한하다면, 밤하늘은 어떻게 저토록 어두울 수 있지. 존 홀리스는 "어이없게도 자신이 던진 농담 같은 질문에 사로잡혀"(11쪽) 밤하늘에게서 도망치려다 무한∞을 발견한다.

질문은 2019년 서울의 밤하늘로 건너온다. 무한에 1을 더하면 무한은 무엇이 되고, 다시 그 무한에서 1을 빼면 1이 빠진 무한은 무엇이 되지. 선우정의 질문 이후 울려 퍼지는 크리스마스 캐럴.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2019년 겨울, 윤호연은 자신의 아내 선우정의 남자친구라는 한 사내의 전화를 받는다. 그는 1999년의 밤하늘 아래에 있는 도현도. 지금 도현도, 자신을 만나지 못하면 당신이 죽는다는 도현도의 말에 윤호연은 호기심을 품은 채 도현도를 만나러 간다.

정교한 모순이 이야기의 구조를 만들어낸다. 윤은 교회를 다니지만 신을 믿지 않고 (24쪽) 해파리는 죽기 직전에 다시 어린 개체가 되어 생멸을 반복하며 아이덴티티를 이어나가며, (100쪽) 진정한 공산주의는 사회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가 만들어갈 (137쪽) 것이다. "모든 것이 연결돼 있고 이어져 있다는 것", "고고한 개인이나 단독자 따위는 애초부터 존재 자체가 불가능"(236쪽) 하다는 것을 말하면서도 소설 속에 주기적으로 흐르는 음악은 바흐의 '평균율'과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다. 규칙적으로 중첩되는 구조적인 음악처럼, 밤하늘 위의 두 개의 원은 교차하며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이장욱의 시집 제목 중) 감각의 연주를 이어나간다. "뭐 그냥 소설일 뿐이지"(249쪽)라고 소설 속 인물은 이야기하지만, 이장욱이 설계한 이 '거의 밤 같은 무엇'을 읽는 지적인 체험은 확실히 희귀하고 즐겁다. '미래 비슷한 무엇'을 짐작하는 시간, 그 시간이 흐르는 동안도 별은 우리의 머리 위에서 무한히 빛을 내고 있으니까.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첫 문장
의미심장하게도 존 홀리스는 성직자이자 수학자였어.

이 책의 한 문장
나는 심플하고 직선적인 시간을 살아가는 이들을 선호한다. 과거에 붙들려 사는 자들, 배배 꼬여서 세상에 불평이나 해대는 자들, 머릿속에 낭만적 이상을 만들어놓고 그걸로 현실을 재단하고 멋대로 편집하는 자들을 신뢰하지 않는다. 현재 속으로 들어가서 심플하고 직선적으로 살아가는 이들, 내가 신뢰하는 것은 그런 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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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스터리 랭킹 1위를 석권한 화제작!"
영매탐정 조즈카
아이자와 사코 지음, 김수지 옮김 / 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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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 추리 작가 구로고시의 산장에서 열린 바비큐 파티. 유령이 나오기로 유명한 그의 별장은 흑마술에 심취한 외국인 마술사가 지었다는 집으로, 앤티크 가구들과 곳곳에 걸린 거울 장식이 왠지 불길한 분위기를 풍긴다. 아니나 다를까 살인 사건이 벌어져 사람들은 혼비백산하고, 파티에 참석한 영매탐정 조즈카는 희생자의 혼에 접속하여 바로 범인을 색출하는데...

죽은 자의 영혼을 불러오는 능력을 가진 영매 조즈카와 논리로 무장한 추리소설가 고게쓰. 조즈카가 죽음의 냄새를 맡거나 원혼에 빙의하여 범인을 특정하면, 고게쓰는 그 답을 바탕으로 추론을 이끌어내어 경찰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사건을 풀어낸다. 2020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본격미스터리 베스트10' 1위를 비롯해 각종 일본 미스터리 랭킹 1위를 휩쓸어 국내 출간 전부터 큰 화제를 모은 <영매탐정 조즈카>. 이 책에 대해서는 아무리 중간에 '에이 뭐야, 이거 뻔하잖아'라는 생각이 들며 책을 놓고 싶더라도 끝까지 읽어야만 한다는 말 외에 어떠한 말도 쉽사리 보태기가 어렵다. 그저 원서 띠지 카피를 인용해본다. "한 문장도 허투루 흘려보내지 마라! 모든 것이 복선이다!" - 소설 MD 권벼리
이 책의 첫 문장
거역할 수 없는 죽음이 다가오려 한다.

추천의 글
이 탐정의 어디가 굉장한가에 대해서는 오직 읽은 사람만이 말할 수 있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 읽은 사람만이…(웃음).
- 아리스가와 아리스

완전 작가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난 기분이랄까. 항복이다! ‘2019년 최고의 경탄을 부르는 작품’이라는 말도, 쏟아지는 찬사의 말들도 단연코 과장이 아니었다.
- 하마나카 아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