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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선의 시를 만나기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도움받는 기분
백은선 지음 /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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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가능세계>, 산문집 <나는 내가 싫고 좋고 이상하고> 백은선의 신작 시집.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나무의 언어로'라고 선언하며 시작하는 시. 시집을 여는 첫 시는 <클리나멘>이다. 나이테처럼 구불구불 퍼지는 말의 행렬. 이 행에 눈이 멈춘다.

모든 여자가 스물한 살이었거나
스물한 살이 될 거라는 게
고통받을 거라는 게

보는 눈이 그것을 예술이라고 부르는 게

<클리나멘> 중

감히 납작함을 무릅쓰고 <나는 내가 싫고 좋고 이상하고>에 실린 시인의 이야기를 함께 읽어본다. "스물한 살부터 스물여덟 살 때까지, 매일 700칼로리를 계산해서 먹었고 그 이상은 먹지 않았다." (75쪽) '스물한 살'의 우리가 정말 아름다운 게 맞았을까. 우리가 존재한 그 방식이 예술적인 게 맞았을까. 다시 <클리나멘>속, 시인은 변주하며 다짐한다. "아름다움을 갖는 것 / 아름다움을 잊지 않는 것 / 아름다움을 만드는 것."

"고전들의 정수만 두고 다시 쓰는 일을 하고 싶어요." (<픽션다이어리> 부분) '보르헤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편지로 쓴 시' (<졸업> 부분)에서 시인은 어딴 서사에 대해선 '빻았다'는 평을 내놓으며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사랑하던 것들에 대한 평가는 아직 완료되지 않았지만, '이전'과 같은 눈으로 이전의 아름다움을 볼 수 없을 거라는 점은 확실해보인다. 나침반을 잃은 탐험대처럼 헤맬 수 밖에 없는 말들. 그리하여 이 시집에서 백은선이 취하는 방법은 솔직해지는 것, 그리고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는 것. "문장을 숨기기 가장 좋은 방법이 뭔지 알아? 많은 말 속에 숨기는 거라고 생각하겠지 아니야 그냥 두는 거야"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부분) 라고 말하며 '그냥 둔' 많은 말들. "대신 무엇을 쓸 수 있을까요? 떠올렸다고 하면 될까요? 봤다고 하면 느낀다고 기억한다고 하면 뭐가 다른가요? 그런 안일 속에서 쓰며 쓰며 쓰며" (<우리가 거의 죽은 날> 부분) 이어지는 긴 시를 따라 읽으며 노고를 무릅쓰는 사랑을, 부스러지기 위해 나아가는 용기를 읽는다. "한국 시에 벌어지는 사건을 목격하는 증인이 되는"(시인 황인찬의 추천사 중) 순간. 백은선의 시집이 2021년에 도착했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언니, 언니가 그렇게 썼잖아 나는 그걸 읽고 언니, 그것의 제목은 무엇이었을까 이제 기억나지 않아 언니 나는 단지 언니의 아름다운 시를 읽고 얼굴이 빨개졌을 뿐인데 왜냐하면 어떤 것은 꼭 내 꿈속에서 일어난 일 같고 어떤 문장은 내가 잊기 위해 평생 애쓴 계절 같아 나는 가끔 언니가 너무 밉고 너무 좋고 언니의 시가 너무 아름다워서 나는 나를 벗어버릴 것 같고 영원히 내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언니 (<언니의 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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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어느 카페의 기억과 이야기들"
몽 카페
신유진 지음 / 시간의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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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권의 산문집과 소설을 썼고, 아니 에르노의 소설을 번역한 신유진 작가는 이십 대와 삼십 대 대부분을 파리에서 보냈다. 파리에서 지내는 동안 많은 시간을 머물렀던 곳은 카페다. '혼자인 채로 테이블만큼의 거리를 두고 타인과 함께 있고 싶은 마음' 때문에 들렀던 프랑스, 파리의 어느 카페들. 작가는 카페의 호두나무 테이블의 상처, 커피와 담배, 카페에서 나누었던 대화, 카페에서 바라본 풍경과 같은 작은 기억과 이야기들을 불러내어 작고 예쁜 한 권에 담아 독자들에게 건넨다.

때로는 한국인의 시선에서, 때로는 파리지엔느의 시선에서 바라본 파리 카페의 시간들이 감각적으로 펼쳐진다. 바다를 등진 카페에서 '살겠다'라는 말을 내뱉었던 순간을, 사랑하는 연인과 나누었던 달콤한 대화를, 카페를 가득 채운 특유의 공기를 고스란히 담은 각각의 이야기들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지금, 여기, 파리의 시간에 머물고 있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된다. 마음을 붙잡는 문장과 오래 기억하고픈 장면이 자주 등장하여 아껴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랑스러운 책이다. - 에세이 MD 송진경
이 책의 한 문장
우리가 함께했던 파리와 카페에서 그 사람을 빼면, 날짜를 말할 수 없는 봄과 마레의 거리, 호두나무 테이블의 한쪽 자리, 그리고 테이블의 상처가 남는다. 쓰고 싶지 않은 사람을 뺐는데, 그 사람의 것을 삭제했는데, 그런데도 아직 그가 남아 있는 이유를 당신은 눈치챘을까? 그러니까 '우리'라는 주어, 여기 줄줄이 적힌 문장에 여전히 '우리'가 남았다는 사실을 당신은 알았을까? 우리라니 우스운 말이다. 이제 우리는 사라졌는데... 다시, 우리를 뺀다. 봄날, 마레의 작은 카페다. 호두나무 테이블에는 상처가 있다. 사랑하다 생긴 상처다. 상처에서는 호두과자 냄새가 난다. 아직 호두과자 냄새가 희미하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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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의자> 정도언 10여 년 만의 신작!"
당신이 숨기고 있는 것들
정도언 지음 / 지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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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벌어지는 사건들은 운명의 몫, 사건에 대한 해석은 나의 몫이다. 나를 둘러싼 일들을 어떤 이야기로 읽어내느냐에 따라 삶은 달라진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정신분석가 정도언 교수는 정신분석이 인생의 이야기를 고쳐 읽는 기술이라고 말한다.

이번 책은 상실감, 환상, 자기애, 정체성, 초자아, 열등감, 공격성, 고독감의 8가지 주제를 다룬다. 그는 삶의 면면에서 관성적 사고 아래 작동하고 있는 무의식을 들여다보길 권한다. 적극적으로 기술을 제시한다기보단 담담하게 생각을 풀어내는데, 30년 간 마음의 세계를 탐구해 온 그가 부드럽게 꺼내어놓는 무의식에 관한 진실들이 마음을 툭툭 치고간다. 우리 각자 인생의 서사를 건강하게 구성하도록 돕는 책이다. - 인문 MD 김경영
이 책의 첫 문장
기억은 지켜내는 일입니다.

이 책의 한 문장
일어난 사건을 바꿀 수는 없지만 과거를 읽는 관점은 새롭게 바꿀 수 있습니다. 개인사적 진실을 수정할 수는 없어도 서술적 진실로 다르게 풀어낼 수 있습니다. 인생의 판을 바꾸는 힘은 무의식 속에서 삶의 진전을 가로막고 있는 갈등 구조를 변형하는 작업에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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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회원수, 트래픽 너머"
슈퍼팬
팻 플린 지음, 이영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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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이 소개되었다 해서 새로운 유튜브 채널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뭐 이젠 구독자 10만 정도는 놀랍지도 않은 시대가 된 것 같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유명 기업가가 아닌데도 말이다. 그런데 그 구독자들 중 '찐팬', 이를테면 해당 유튜버가 책을 펴냈을 때 바로 서점으로 달려갈 이들은 몇 명이나 될까? 그 수를 소극적으로 1%만 잡아도 1천 명인데, 이 책은 그 소수의 추종자들을 '슈퍼팬'이라 부른다. 시간, 돈, 그리고 감정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그들은 때로는 죽어 가던 회사를 살려 내기도 한다. 그러한 슈퍼팬만 있다면 당장 회사를 그만두어도 먹고살 것 같고, 어떤 물건이든 1천 개 정도는 충분히 팔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렇게 슈퍼팬으로부터 모든 것을 시작하려는 우리에게 저자는 말한다. "사람들은 당신을 발견한 순간 즉시 슈퍼팬이 되지 않는다"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조급함을 버리고 저자가 제시하는 4단계의 팬덤 피라미드를 차근차근 밟아 오르는 일이다. 물론 그 여정은 쉽지 않다. 보다 적극적인 유대가 없다면 그들은 계속 머무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각 단계의 사람들을 상위 단계로 옮기는 전략적 접근은 그래서 필요하다. 채널의 구독자든 물건을 구매해 주는 고객이든, 봉사하는 마인드로 '청중들'을 대해야 함은 물론이다. 기억하자. 모든 성공은 가장 아래 단계인 '비정기적 청중', 즉 우리를 우연히 알게 된 이들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을. - 경영 MD 홍성원
이 책의 첫 문장
진정한 슈퍼팬이 무엇인지를 세계에서 가장 잘 보여주는 나라는 어디일까요? 바로 한국입니다.

이 책의 한 문장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VIP를 위해 일반 참석자의 경험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 당신이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는 항상 멋지고 근사해야 한다. 당신은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하려는 헌신적인 팬들을 위해 더 근사한 경험을 제공하려는 것이다. VIP와 일반 참석자들 사이에 거대한 간극을 만들어 커뮤니티 구성원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은 좋은 VIP 경험이라 할 수 없다. 그저 몇 가지 부분에서 VIP에게 특전과 특별한 접근권을 허용하면 된다. VIP는 다른 사람과 똑같이 맛있는 컵케이크를 즐긴다. 컵케이크 위에 체리가 하나 더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