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초록빛 섬의 잔상](https://image.aladin.co.kr/product/19370/46/cover500/8993205930_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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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를 고리로 삼아 사물의 본성을 낚아내는’ 수필가 염정임의 수필선집 《초록빛 섬의 잔상》이 나왔다. 일곱 번째 책이다. 경기여고를 나오고 서울대 문리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한 이 작가는 동화적 상상력과 사물에 대한 관찰력이 독창적이고 기발하여 읽는 이를 스며들게 한다.
작가는 “나에게는 시(詩)를 쓸 만한 영감(靈感)이나 사물에 대한 날카로운 관찰력도 없고 소설을 쓸 만한 풍성한 이야깃거리나 심오한 철학적 바탕도 갖지 못했다. 단지 살아가면서 놓치고 싶지 않은 삶의 풍경과 내 마음의 파동을 문자로 남기고 싶었던 것뿐이다. 나는 시보다 더 상징이 풍부한 산문을 쓰기를 원했고 소설보다 간략하면서도 인생의 엑기스를 드러내는 서사를 표현하는 꿈을 꾸었다.”는 작가의 말로 뼛속까지 수필가인 대가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시간의 아이들]에서 시간은 가끔 숨바꼭질하듯 모습을 숨기기도 하고 여울물처럼 어지럽게 휘돌기도 하지만 여일하게 영원을 향해 흘러가고 시간 밖으로 사라지지만 우리에게는 불가항력적인 ‘사랑’이라는 유전자가 있어 생명으로 이어진다며 독자를 긍정적으로 위로하고 있다. 그 사유의 연장으로 [초록빛 섬의 잔상]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유월이 되면 먼 남쪽 나라를 건너오는 바람이 바다를 물장구쳐 초록빛 가루를 뿌리며 다가오고 바다는 짙은 남빛으로부터 청동 빛으로 다시 진초록으로 몸 색깔을 바꾸기 시작한다며 독자 모두가 바다에 풍덩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유도한다. [풀]이 나무에게 구애라도 하듯이 연약하고 부드러운 몸짓으로 그 몸짓을 여성으로 보는 시각이나 은행나무를 남성적이라고 하고 서로 애무하는 것처럼 보는 시각은 대단히 독보적인 은유다.
매 작품 사유가 깊은 문장들은 기품이 있고 매력이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품사 주어나 동사 같지 않고 ‘사붓사붓’ 부사 같은 문장이라 할까? 이번 책은 작가가 등단한 1986년~ 최근까지 쓴 작품들을 고르고 골라 엮었으니 이 책을 독자들은 귀하고 정성이 깃든 글 밥상을 받는 기분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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