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히든피스가 없어도 강하다 0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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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히든피스가 없어도 강하다(연재)


지은이 l 소설핑


발행일 l 2023.11.30

펴낸곳 l (주)디엘미디어

출판등록 l 제 2023-000094 호

주소 l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로 240, 오피스동 309호 (킨텍스GIFC)

전화 l 031) 924-7823  팩스 l 031) 924-7824


펴낸이 l 임귀성

기획 l 임태준

편집 l 김소현

운영 l 박찬훈


투고 및 문의 l connect@dlmedia.kr

홈페이지 l https://www.dlmedia.kr


ISBN l 9791171370696(05810)


*이 책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저작물로 무단전재,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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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2022년 12월 31일.


탁. 탁. 탁. 탁. 탁. 탁. 탁.

탁. 탁. 탁. 탁. 탁. 탁. 탁.


방에서 쉬지 않고 컴퓨터를 몇 시간째 두드리고 있는 나.

쉴 새 없이 빠르게 움직이던 손가락이 드디어 멈췄다.


“끄… 끝났다.”


마침내 이 길고 긴 싸움을 끝냈다. 당장 창문을 향해 달려가 아파트 30층 높이에서 소리쳤다.


“으하하하하! 진짜 끝이다. 일단 술이다, 술!!!”


현재 나는 꽤 유명한 소설 작가다. 작품이라고는 딸랑 2개뿐.


첫 소설은 애매하게 공중에 붕 떠버렸다. 하지만 심기일전해서 만든 두 번째가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첫 소설인 <아스트리아 연대기>는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이어서 만든 같은 세계관을 배경으로 창작한 <나 혼자 히든피스 독점하기>라는 회귀물로 대박을 쳐서 웹툰화도 이루어지며, 순식간에 스타 작가로 떠오르게 되었다.


“인생 한 방에 역전했지.”


웹툰화가 되면서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짐에 따라 독자들과 팬 또한 급격히 늘어났다.

그중에서 골수팬들의 후속작 및 외전과 추가 설정집을 발간해달라는 요청으로 매니지먼트와의 협의를 시작했었다.


마음속으로는 외전과 추가 설정집, 후속작. 이 세 가지를 한 번에 끝내놓고 조금 편하게 쉬고 싶었다.


하지만 후속작은 몰라도 일단 외전과 추가 설정집을 내놓자는 매니지먼트의 압박에 두 가지는 먼저 끝내놓았다.

그리고 약 2년 동안 나는 작품 활동을 쉬는 중이었다.


“대외적으로는 말이지. 흐흐흐흐…….”


이 후속작에 대한 것은 매니지먼트에도 철저하게 비밀로 했었다.

압박이 꽤 거셌지만 꽁꽁 숨기며, 나중에 놀라게 해줄 생각으로 여태까지 몰래몰래 세 번째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후속작 집필이 바로 오늘 막 끝났다. 게다가 오늘은 한 해의 마지막. 망년회가 빠질 수 없었다.


“오늘은 마셔야 해.”


평소 술을 좋아하는 애주가인 만큼 오늘만큼은 마시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것도 1년에 몇 번 없는, 정말 친한 친구들과의 낮술 파티다.


평소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도 오늘만큼은 서울 강남에서 다 모이기로 했다.

나 또한 집필이 끝나자마자 일찍 서울로 올라와 호텔에 방을 잡고 약속 장소로 향하고 있었다.


운명 같은 만남~ 너무 아픈 결말~ 난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


벨소리가 울리자 핸드폰에 찍힌 친구의 전화. 오늘 만나기로 한 녀석이었다.


―이정운 스타 작가님, 오고 계십니까?

“가고 있다. 10분이면 도착해. 오늘은 죽을 때까지 마시는 거다!! 내가 쏜다!!”

―얘들아!! 정운이가 쏜단다!!! 시켜, 시켜!!


도착하니 이 녀석들은 서울에 있는 한우집 중에서 제일 비싸기로 소문난 곳에서 메뉴판의 시작부터 끝까지 4개씩 주문했다. 아주 내 지갑을 뽑아먹을 작정인 듯했다.


“이 미친놈들, 와인도 시켰네?”

“야. 다행히 이 메뉴판에는 와인이 몇 개 안 적혀 있더라. 대신 와인 메뉴판은 또 따로 있더라고. 그건 우리도 양심에 찔려서 안 시켰어.”

“양심이 있다는 놈들이 이걸 전부 4개씩 시키냐?”

“푸하하하하하하.”


오랜만에 모인 친구들과의 자리는 웃음바다가 되었고, 내일이 없는 것처럼 고주망태가 될 때까지 마셨다.


“건배!!!!”


1차 고기 파티를 시작으로 2차 노래방, 3차로 칵테일 바까지.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땅이 울리고 더 이상 마실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서둘러 택시를 잡고 예약해두었던 고급 호텔로 향했다.


그리고 2022년 12월 31일. 23시 50분경.


호텔 방으로 귀가. 침대에 몸을 던짐과 동시에 필름이 끊어졌다.


*  *  *


2023년 1월 1일 00시 00분.


뜬금없는 상황에 전 세계 인류들은 당황해한다.


[행성 지구의 수명이 고갈되었습니다. 4일 후 여러분이 살고 있는 행성 지구는 폭파됩니다.]

[행성 지구의 수명이 96시간 남았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행성 지구는 96시간 후 폭파됩니다.]


띠링~

[소멸 위기 행성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이벤트가 도착했습니다.]


삐빅.

[타행성 아스트리아 대륙에서 [큐브 대전 ― 파인드 큐브] 이벤트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 아스트리아 대륙으로 이동하면 당장 행성 지구의 소멸 위기에서 벗어나 생명을 보존할 수 있습니다.]

[아스트리아 대륙 인간 측의 지원 요청이 있습니다. 지원 요청을 수락하실 지구인들은 ‘참가’ 버튼을 눌러주세요. 이 버튼은 행성 지구가 소멸되기 전까지 유지됩니다.]


모든 사람의 눈에 이 내용이 보이면서 세상은 패닉에 빠져버렸다. 어떤 사람은 보자마자 참가 버튼을 누른 후 지구에서 사라져버렸다.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다 보니 엄청난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모든 기존 방송이 중단되고, 행성 지구 소멸과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창을 다룬 이야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물론 한국 또한 아침부터 TV를 비롯한 각종 매스컴, 유튜브 등 수많은 매체에서도 특집 편성으로 하루 종일 이것에 대해 방영하고 있었다.


TV를 틀어보니 진행자와 토론자가 이 내용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었다.


[여기 CCTV를 보시면 길을 걷던 남성이 갑자기 멍한 상태로 허공을 바로 보다가 손을 올려서 무언가를 허공에 누르는 것 같더니,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단 이 상황은 현실이 맞습니다. 모든 사람의 눈에 보인다는 검증은 이미 완료됐구요. 이 내용이 진실인지, 외계인의 공격인지에 대해서는…….]

[그렇군요.]

[만약 이 공격이 외계인의 짓이라면…….]

[잠시만요. 방금 들어온 속보가 있는데요. 현재 이 상황이 국내 유명 소설과 똑같다는 내용이 전달되었습니다. 잠시 후, 사실관계 확인해서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각종 채널에서 쏟아지는 추측을 담은 내용들은 사람들을 더욱더 불안에 떨게 했고, 어떤 사람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흥분하는 사람들은 그 이유가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나타나고 있는 전개는 <나 혼자 히든피스 독점하기>라는 소설 및 웹툰에서 주인공이 이세계로 넘어가기 전 상황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 – 나 혼자 히든피스 독점하기

2위 – 나 혼자 히든피스 독점하기 보기

3위 – 나 혼자 히든피스 독점하기 설정집

4위 – 나 혼자 히든피스 독점하기 작가

5위 – 나 혼자 히든피스 독점하기 히든피스 넘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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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으로 폭발적으로 올라가는 <나 혼자 히든피스 독점하기>의 조회수.

인터넷 여론 쪽에서는 대부분 이 퓨전 판타지 소설 속 이야기가 현실로 다가왔다는 설이 지배적이었다.


[이게 ㄹㅇ로 판타지가 돼버리네.]

[존나 소름인 게 진짜 소설 속에서 언급한 날짜가 딱 되자마자 이 메시지 나타났음.]

[다른 소설은 회귀하자마자 버튼 누르고 히든피스 다 휩쓸고 다니는데 여기는 아님?]

[위에 이 toRL <나혼독> 안 봤네 ㅋㅋ 여기 주인공은 아직 얼타고 있을걸?]

[소설 보면 늦게 갈수록 손해라던데. 아직도 참여 버튼 안 누른 흑우 있냐?]

[너요.]

[ㅅㅂ 진짜 막상 현실로 다가오니깐 무서워서 손이 안 간다. 소설이랑 현실은 다르다.]

[맞음 ㅇㅈ.]

[나도 한 번쯤 생각은 해봤는데 엑스트라 1 될 것 같아서 못 하는 중 ㅋㅋㅋㅋㅋ]

[12시 땡! 하자마자 간 또라이들이 있어서 이미 주인공 낙동강 오리알 신세 돼 있을 듯ㅋㅋㅋ?]

[님들? 지금 이럴 시간에 <나혼독> 조금이라도 더 읽고 버튼이나 누르셈들.]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글들은 온통 <나혼독>에 대한 이야기들뿐이었다.


[작가 이놈도 바로 갔겠지?]

[그러고 보니 작가가 개꿀이네? 작가는 히든피스 위치 다 알고 공략도 다 알잖아? 다 먹으면 그냥 주인공 바뀌는 거네 ㅋㅋㅋ]

[위에 샛기 읽다 말았네 ㅋㅋ 그런 히든피스 구조가 아니야. 븅신아.]

[작가가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함. 신이 작가인 척 글을 쓰고 미리 우리에게 메시지를 준 거지. 그렇지 않고서야 정말로 5년 전에 쓴 글이 지금 똑같은 날짜에 재현되는 게 말이나 됨?]

[위에 이놈 보니깐 이런 생각 하는 놈들 한둘이 아닐 듯.]

[이거 진짜 새로운 종교가 탄생할 수도 있음 ㅋㅋㅋㅋㅋ]

[저 나름 <나혼독> 찐덕후 중 한 명인데, 주인공이 설정상 1일 차 오후 4시경에 이세계로 넘어가는 걸로 되어 있는데 지금 3시니깐 이제 곧 넘어갈 듯?]

[지금 넘어가도 이미 글렀을 거 같은데…….]


이야기의 화제는 바로 이정운이 집필한 퓨전 판타지 소설 <나 혼자 히든피스 독점하기>였다.

이정운 작가가 만든 소설이 현실이 되었고, 이정운은 미래에서 온 신 또는 회귀자 아니면 환생자가 분명하다는 소설 덕후들의 의견이 실시간으로 모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정운 작가는 이미 넘어가서 몬스터를 잡고 히든피스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대부분의 독자가 판단하고 있었다.


*  *  *


오후 4시.

정작, 그 시각 나는…….


“우웩!!!!!!!!!!!!!!”


일어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 변기를 잡고 있었다. 2번의 구토와 동시에 잠깐 정신이 돌아왔다.


그런데 눈을 뜨니 허공에 보이는 이상한 글씨.


[행성 지구의 수명이 82시간 남았습니다. 82시간 후 행성 지구는 폭파합니다.]

삐빅.

[행성 아스트리아에서 진행 중인 이벤트 [파인드 큐브] 중 인류 쪽의 지원 요청이 있습니다. 지원 요청을 수락하실 지구인들은 [참가] 버튼을 눌러주세요. 이 버튼은 행성 지구의 소멸되기 전까지 유지됩니다.]


‘어라? 이건 내가 쓴 소설에서 나오는 초반 전개 부분인데……?’


생각해보자. 얼마나 마셨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구역질에 구토하고 정신을 차리니 눈앞에 알림창이 보인다.


이건 분명……!!!


“술을 너무 많이 처먹어서 헛것이 보이는구나. 다시 잠이나 자야겠다. 숙취엔 잠이 보약이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가 눈에 극도로 피로함을 주었나 보다.

역시 휴식이 필요해. 한동안은 푹 쉬어야겠어.


그렇게 나는 다시 침대로 기어들어가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  *  *


8시간 뒤…….

나는 다시 정신을 차렸다.


“이게 뭔 개떡 같은 상황이지?”


어느 정도 술이 깬 후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는 알림창.

나는 재빠르게 커뮤니티에 접속했고, 사람들이 올려놓은 정리된 글들을 읽으며 상황을 파악했다.


그리고 내 핸드폰으로 온 수만 통의 부재중 전화와 문자들.


[정운아? 너 아직 안 눌렀지?]

[정운아, 나 어떻게 해야 하냐? 우리 같이 좀 넘어가자. 전화 좀 받아봐.]

[야이, 개x끼야. 치사하게 왜 그러냐? 제발 연락 좀 받아.]

[작가님! 혹시 따로 설정집 같은 게 있으면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

[자꾸 연락을 안 받네. 난 일단 들어갈 거야. 혹시라도 문자 보면 평소 나랑 얘기했던 것들 기억해줘.]

[너 왜 자꾸 통화 중이야. 내 전화도 받아줘 제발!!!!!]


지인과 출판사, 가족 등 다 읽지도 못할 만큼의 문자들과 녹음 메시지들.

이 상황이 내 숙취와 과도한 업무로 인한 판타지적으로 헛것이 보이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 충분히 인지되었다.


처음에는 이 모든 것이 나를 놀리기 위한 몰래카메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전화가 오고 있었다.

일단 나는 오는 전화들을 다 무시하고 제일 먼저 하나뿐인 혈육,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 뚜… 연결이 되지 않아…….


연락을 받지 않았다.

젠장. 마음속이 진정되질 않았다.


이번에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 뚜… 연결이 되지 않아…….


“벌써 이세계로 다 진입했다고? 이 녀석들은 조심성이라는 게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내 친구들 또한 내가 쓴 글을 열심히 읽었던 독자였기 때문에 빨리 진입해야 이득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나와 연락이 되질 않자 서둘러 진입한 것 같았다.


내 편집자, 담당자도 연락이 되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무음으로 설정해두어 계속 빛이 나며 끊임없이 전화 신호가 오고 있는 나의 핸드폰.


“왜 이러는 거야, 도대체…….”


TV를 켜고 어느 채널을 돌려보아도 나오고 있는 <나혼독>과 나에 대한 이야기.

허공에 떠 있는 알림 문구가 점점 더 선명하게 보이더니, 그제야 확실하게 이 상황이 현실로 다가왔다.


[행성 지구의 수명이 72시간 남았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행성 지구는 72시간 후 폭파됩니다.]


이 빌어먹을 사태가 진짜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