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특종 있다 0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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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특종 있다 1화




젠장! 빌어먹을!!!


봄비가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고서 계속 내렸다.

새벽 4시가 넘어가는 시각에는 서울의 도로도 꽤 한적했다.

그런 도로의 한쪽으로 세워진 차의 창문 틈에서 찐득한 담배 연기가 잔뜩 뿜어져 나왔다.

운전석의 주인은 KBN방송사 보도국의 현직 일진기자인 유진혁이었다.

유진혁은 핸드폰을 들어서 시간을 확인해보았다.


[AM 04:42]


“약속한 시각이 지났는데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지?”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한 유진혁은 타들어 가던 담배꽁초를 창문 밖으로 던져버렸다.

그러던 중에 뒤쪽에서 승용차 한 대가 코너를 돌면서 나타나더니 유진혁의 차 뒤로 섰다.


“온 건가?”


뒤에 세워진 승용차의 운전석이 열리더니 낯익은 사내가 내렸다.

그 사내는 유진혁의 대학동문이자 신우제약의 연구원인 이창수였다.

이창수가 가까워지자 유진혁도 차 문을 열고서 밖으로 나갔다.


“왜 이렇게 늦은 거야?”

“팀장이 다른 분석자료를 시킨 것이 있어서 좀 늦어졌다. 그런데 너는 갑자기 부탁한 거면서 왜 이렇게 재촉을 해대?”


친구인 이창수도 기분이 좋지 못한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이에 유진혁은 미안함을 느끼면서 깊은 한숨을 흘렸다.


“후우… 정말 미안하다. 많이 급한 일이여서 초조해진 것 같네. 그런데 결과는 나왔어?”

“여기 있다.”


유진혁은 그가 내민 봉투를 받아서 열어보려 했다.

그 순간 이창수가 그의 손을 잡으면서 막았다.


“야! 연구소 장비를 무단으로 써서 해준 거야. 나중에 문제 될 소지가 있는 거면 조용한 곳에서 혼자 확인해.”

“아, 알았어. 정말 고맙다. 나중에 내가 소주 한잔 꼭 살게!”

“그놈의 한잔은 맨날이냐? 시간부터 만들고서 말해라. 알았냐?”

“그래. 알았어. 다시 연구소로 들어가는 거야?”

“아까 말했잖아. 팀장이 시킨 분석자료가 산더미다. 오늘 아침까지 마저 끝내놔야 해. 생각해보니 네가 연구소로 와서 받아 갔어야 하는 거 아니야?”


바쁜 이창수를 경기도에서 서울까지 부른 것이었다.


“미안하다. 그럼 들어가라.”

“하여간… 저 이기주의 선구자 같으니라고! 그럼 나는 간다.”


이창수는 다시 차에 올라타고서 도로를 달렸다.

혼자 남게 된 유진혁은 곧장 운전석으로 들어가 앉아 서류부터 확인해보았다.

내용을 한 줄씩 읽어 내려가던 유진혁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이, 이게 정말인 거야?”


서류는 DNA A를 분석한 뒤에 특정 DNA와 비교한 내용이었다.

DNA A의 주인은 십수 년 동안 실종되었지만, 따로 신고조차 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특정 DNA는 십수 년 동안 미제로 끝난 여러 종류의 살인 사건 피해자 것이었다.

당시 피해자의 신분은 파악조차 되지 않았다.

유진혁도 설마 했는데 이러한 결과가 나와버렸다.

끼이이이익! 쿵―!

갑자기 멀리서 시끄러운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엄청난 굉음이 울렸다.


“뭐, 뭐지?”


깜짝 놀란 유진혁은 계속 두리번거리다가 방금 친구인 이창수가 차를 몰고 간 방향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설마…….”


유진혁은 곧장 차에서 내려 그곳으로 달려갔다.

코너를 틀자마자 도로 한쪽 구석으로 트럭에 깔려버린 차량이 눈에 들어왔다.


“차, 창수……!”


친구의 이름을 부르며 뛰쳐나가려던 중에 트럭 운전석에서 사람이 내렸다.

그걸 본 유진혁은 불길한 느낌을 감지하고서 숨을 죽였다.

트럭 기사는 조수석에서 플라스틱 통을 꺼내더니 찌그러진 창수의 차에다가 들이붓기 시작했다.


“허억!”


이창수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기름을 모두 부은 기사는 트럭에 올라타 후진하더니 창문을 통해서 불이 붙은 지포 라이터를 던졌다.

차 전체에 불이 붙는 건 순식간이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유진혁은 1년 전에 죽었던 선배 이철성을 떠올렸다.

지금 조사 중인 사건을 당시 이철성이 조사했었지만, 의문의 사고를 당하면서 죽고 말았다.


“어떻게 이런 짓을…….”


유진혁은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지금의 결과를 밖에다가 알려야 했다.

이에 친구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면서 차에 올라탔다.

시동을 거는 데 집중하던 유진혁의 뒤로 검은 그림자가 일어났다.

턱―!

검은 그림자는 손을 뻗어 미묘한 향기를 품은 천으로 유진혁의 코와 입을 막았다.


“크읍! 읍! 읍!”


그 순간 유진혁은 발악했지만, 손과 발의 힘이 쫙 빠지면서 정신을 잃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유진혁이 천천히 눈을 뜨자 커다란 쇳덩이가 눈에 들어왔다.

고개를 힘겹게 들어보니 송전탑의 밑바닥 부분인 것 같았다.

팔과 다리는 움직이지 못했다.

꿈틀거리기 시작하자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야 깨어났나?”


유진혁이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환한 플래시가 역으로 비춰서 상대의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대신 그 뒤로 험악한 인상의 사내 2명이 삽을 들고 서 있는 것만 제대로 보였다.


“누, 누구……?”

“내가 누군지는 당신이 알 필요가 없죠. KBN 사회부의 유진혁 기자님.”


또박또박한 말투에 유진혁은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실종된 사람들을 살인 사건의 피해자로 만든 것이 당신입니까?”

“훗… 살인 사건이라… 뭐, 틀린 말은 아니죠. 현실적으로는 큰 공헌을 한 사람들이지만 말입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내가 자세히 이야기해줄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어차피 죽을 사람에게 말입니다.”


그 말을 듣게 된 유진혁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쿠르르릉―!

갑자기 천둥이 쳤다.

우중충하던 새벽하늘에서 번개가 번쩍이기 시작하더니 잠시 그쳤던 비가 다시 쏟아져 내렸다.

촤악!

뒤로 서 있던 사내가 뒤쪽에서 우산을 꺼내어 그 사내에게 씌워주었다.


“나를 정말로 죽일 겁니까?”


유진혁은 겁이 났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 제대로 알고 싶었다.

하지만 사내는 절대로 말해주지 않을 분위기였다.


“어차피 죽을 거니 더는 의문을 가지지 마세요. 대신 하나만 묻죠.”

“…….”


사내는 유진혁의 침묵에 말을 이어갔다.


“이 자료에 대해 누군가에게 말한 적이 있습니까? 있다면 말해주시죠. 그래야 나머지 뒤처리를 하기가 쉬워서 말입니다.”


다른 목격자가 더 있으면 죽이겠다는 의미였다.

오기가 생긴 유진혁은 그런 사내를 보면서 표정이 찌그러졌다.


“내가 그걸 말할 거로 생각하나?”

“말하지 않는다면 죄다 뒤져보고, 기미가 보인 사람부터 깔끔하게 해결해야겠군요.”


사내는 유진혁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잠금을 풀었다.

그리고 통화목록으로 들어가 최근 통화한 사람들의 이름을 쭉 훑어보기 시작했다.


“흠… 여기 신예선이란 분은 동기시죠? 꽤 오랫동안 알고 지냈으니 중요한 일도 털어놨을 수 있겠군요.”


그 이름이 나오자 유진혁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아니야! 걔한테는 아무 말도 안 했어! 아무것도 모른단 말이야!”

“발악하시는 걸 보니 더 수상해 보입니다. 일단 신예선이란 분의 행적은 꼭 확인해보죠. 동선에서 처리하기 괜찮은 위치도 확인해보세요.”


뒤에 서 있던 사내들을 향해 말한 것이었다.

유진혁은 더욱 몸을 비틀어대면서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다고 말했잖아! 정말이라고! 정말이야!”

“그 말을 어떻게 믿습니까? 그리고 정말이었다면 처음부터 의미심장한 대사를 던져서는 안 됐죠. 제가 의심하지 않습니까.”


사내는 섬뜩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유진혁으로서는 현재 상황이 답답했다.

그러면서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든 다치지 않길 바랐다.


“제발! 진짜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어. 그러니 제발 다른 사람들은 가만히 놔둬!”


유진혁에게 아무것도 모르고서 자료를 넘겨준 이창수조차 차 사고를 일으켜 죽인 놈들이었다.

입사 동기인 신예선과 더불어 다른 사람들도 아무렇지 않게 죽일 것이 분명했다.


“당신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니 여기까지만 세상을 보시고 조용히 눈을 감으시죠.”

“제발! 제발 다른 사람들은 건드리지 말아주세요!”


쿠르르릉―!

그 와중에도 천둥소리와 함께 번개가 계속 쳐대면서 빗줄기가 점점 두꺼워졌다.


“에이… 땅이 너무 무르면 시체가 빨리 나올지도 모르는데… 좀 더 깊게 파도록 하죠.”


사내는 유진혁의 말을 무시하고서 다른 사내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에 다른 사내들은 들고 있던 삽으로 땅을 더욱 깊게 파기 시작했다.

번쩍―! 쾅!

그 순간 번개가 인근으로 떨어졌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지자 번개 불빛에 얼굴이 살짝 드러난 사내의 시선이 송전탑으로 향했다.

사내는 곱상한 얼굴을 한 중년이었다.

어떻게든 보아도 사람을 쉽게 죽일 만한 인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어쩔 수 없네요. 그냥 묻어버리세요.”


번개가 본격적으로 치기 시작했으면 자신들의 위치가 제일 위험했기 때문이다.

명령이 떨어지자 유진혁은 그들의 부축에 몸을 일으키다가 힘을 주어 뒤로 엎어졌다.

정말로 죽기 싫었기에 땅바닥을 기어 계속 조금씩 물러났다.

턱―!

하지만 커다란 송전탑 기둥에 뒤가 막히면서 물러날 곳이 없어졌다.


“아, 안 돼… 이렇게 죽을 수는 없어!”


그 순간 커다란 번개가 송전탑으로 떨어졌다.

번개는 송전탑의 철제 기둥을 타고서 바닥으로 내리꽂혔다.


“크아아아아아아악!”


동시에 기둥에 등을 기대고 있던 유진혁을 가로지르며 시야가 새하얗게 변했다.



군대 가기 전이 아닌 것은 다행?


새하얗던 유진혁의 시야는 어느새 깜깜해졌다.

한참을 몸이 가위에 눌린 것처럼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뭐, 뭐지? 죽은 것이 아니었나?’

의식이 또렷했기 때문이다.

계속 힘을 주던 중에 손가락이 조금씩 움직였다.

‘조금만 더 움직이면 될 것 같은데.’

손가락에서 팔꿈치로 이어지던 중에 유진혁은 눈을 번쩍 뜨면서 일어날 수 있었다.


“아아아아아악!”


동시에 몸이 발작을 일으킨 듯이 괴성을 지르면서 벌떡 일어나버렸다.

흡사 절벽에서 떨어진 꿈을 꾼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지금 깨어난 상황도 현실인지를 몰랐다.

내 안에 특종 있다(연재)


지은이 l 까마귀


발행일 l 2023.08.18

펴낸곳 l (주)디엘미디어

출판등록 l 제 2023-000094 호

주소 l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로 240, 오피스동 309호 (킨텍스GIFC)

전화 l 031) 924-7823  팩스 l 031) 924-7824


펴낸이 l 임귀성

기획 l 임태준

편집 l 김소현

운영 l 박찬훈


투고 및 문의 l connect@dlmedia.kr

홈페이지 l https://www.dlmedia.kr


ISBN l 9791193174982(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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