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의 제왕 0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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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의 제왕 1화




필독


본 소설의 내용은 모두 허구입니다. 특정 지역이나 단체, 인물의 설정은 실제와 무관하며 극적 구성을 위해 만들어진 설정임을 밝힙니다.



꺾인 날개


경기도 의정부의 한 옥탑방.

오늘 하루도 아르바이트를 마친 진성은 힘든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했다.

진성은 여느 때와 같이 컴퓨터를 부팅시켰다.

그리곤 옷을 아무렇게 벗어 던지고 화장실에 들어가 몸을 씻기 시작했다.

현재 진성의 나이 30세.

남들은 직장을 잡고 취업의 답답함을 해소하고 있을 때, 자신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찌어찌 살아가고 있었다.

남들이 하는 만큼 살고 싶었지만 배운 게 없으니 마땅한 직장을 다니기도 힘들었다.

그렇다고 지금에 와서 공부를 하자니 나이가 이미 달걀 한 판을 넘어 31살을 보고 있었다.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고 싶어 게임이라도 하려고 컴퓨터를 켰다.

“참… 소리 한번 요란하다.”

이미 10년은 가까이 되어 쿨러의 소리도 요란하다.

컴퓨터를 다시 사고 싶지만 무슨 사치냐는 생각으로 꾸역꾸역 쓰고 있었다.

한참이 지나 컴퓨터가 부팅되자 늘 하던 축구 게임을 켰다.

얼마간 게임을 했을까.

자신이 애지중지 키웠던 캐릭터가 다리 부상을 당했다.

무릎 골절.

그 화면을 보고 있는 진성은 과거의 일이 떠올랐다.


*  *  *


진성은 촉망받던 축구선수였다.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FC 바로셀로나에 입단한 선수였기 때문이다.

비록 세군다의 2군 팀이지만, FC 바로셀로나가 어떤 팀인가.

명실상부 전 세계의 축구 클럽 중 톱 클래스의 팀이 아닌가?

그런 곳에 대한민국 최초로 들어가 비록 2군이었지만, 아직 20세이기에 한국에서 더욱 큰 기대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기억하는 어린 시절에는 경기에도 못 나가며 큰 고생을 했다.

상대적으로 피지컬이 큰 유럽 선수들에게 힘 싸움이나 주력 등에서 밀리는 것이 큰 원인이었다.

오로지 다른 선수들보다 나았던 것은 체력이었다.

그나마 다행이었을까. 체력은 받쳐주니 운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진성은 다른 피지컬을 키우는 운동을 열심히 했다.

운동하고 토하고 운동하고 토하는 일상의 반복이었지만, 나라의 기대와 자신을 위해 헌신하시는 부모님, 희생하는 동생을 위해 어설프게 운동할 수도 없었다.

물론 부담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축구가 진성에겐 너무나 즐거웠다.

더 올라갈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것도 즐거웠다.

월드컵에 출전도 해보고 싶었다.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다 꿈꾸는 월드컵 출전.

진성은 절실한 마음가짐으로 남들보다 배로 운동했다.

그리고 그 노력은 결실을 보는 듯했다.

‘드디어! 드디어 나도 바로셀로나 B야! 조금만 더 하면 돼! 조금만!’

하지만 진성의 기대와는 달리 기회는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몰래 밤에 슈팅 연습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제라르 로페소’ 감독이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평소와 다름없이 연습 중이던 자신에게 로페소 감독이 다가왔었다.

“자네, 동양인치고 괜찮군? 흠… 내일 경기 교체로라도 내보내줄 테니 한번 해봐.”

이렇게 이야기했던 로페소 감독은 진성을 경기에 출전시켰다.

그 경기에서 자신은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로페소 감독에게 괜찮은 인상을 심어줬는지 진성은 주전 자리를 꿰찼다.

천만 다행이었다.

부모님도 더 이상 모아둔 돈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였다.

이제 자신이 무언가 결과를 내어 보탬이 되지 않으면 한국에 돌아가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주전 자리에 앉자 부모님은 너무도 좋아하셨다.

자신을 위해 희생하여 스페인까지 따라온 자신의 동생도 좋아했다.

하지만 진성의 인생이 송두리째 날아가는 사건이 생겼다.

아니, 그놈이 자신의 인생을 망쳐 놓았다.

시즌이 개막하기 전, A팀과 B팀으로 나뉘어 연습 경기를 할 때였다.

지금은 그 녀석의 얼굴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만화와 같은 이야기지만 의도적으로 기억을 지운다는 것이 가능했던 모양이었다.

연습 경기가 시작되고 적당한 열기로 가득 찬 축구장에서 진성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자신에게 주전 자리를 뺏긴 그놈이었다.

진성이 미드필더 진영에서 공을 받고 삼피르에게 패스하려 할 때였다.

B팀에 있던 그 녀석이 전진 수비로 진성을 압박하고 있었는데, 진성이 공을 받자 의도가 다분히 섞인 태클을 했다.

분명히 앙심을 품고 그런 태클을 걸었으리라.

촤악―

빡!

“아악!”

진성이 허벅지를 부여잡고 바닥을 굴렀다.

그 모습을 본 코치들과 선수들은 놀란 표정으로 달려왔다.

“이 미친 새끼! 태클을 그렇게 하는 놈이 어디 있어!”

“아아~ 진정들 하라구~ 경기 중에 흔히 일어나는 일 아냐?”

“저 새끼가?!”

상황은 그 녀석을 옆에 두고 있었는데, 스파이크로 자신의 무릎을 차버렸다.

태클만 한 것이 아니었다.

양 다리를 써서 걸었기에 무릎이 기이한 각도로 꺾여버렸다.

진성의 편에 있던 가장 친한 동료인 삼피르가 태클을 넣었던 그 새끼한테 달려들었다.

팀 분열은 좋지 않다.

하지만 이 태클은 선수 생명에 문제가 있으니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삼피르! 참아!”

“참게 생겼냐! 팀인데 프로 경기에서도 볼 수 없는 살인 태클이라고! 자신의 자리가 뺏기니 앙심을 품은 게 분명해!”

삼피르는 정말로 분노했다.

친하고 친하지 않고를 떠나 선수의 인성까지 의심하게 만드는 태클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미루에겐 죄책감이 없었다.

그저 탄탄대로인 자신의 자리를 빼앗은 놈에게 복수했다는 희열만 가득 차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동양인 하나한테 태클을 걸었다고 이렇게 자신에게 욕을 퍼부으니 더욱 열받았다.

“하! 노란 원숭이의 엉덩이나 핥는 새끼.”

“너, 뭐라 그랬어!”

)&^%$@!!

진성은 말싸움을 들으며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

위용위용!

사이렌 소리가 진성의 귀에 들렸다.

그리고 이내 기절했다. 고통을 견딜 수가 없었다.


꼬박 하루가 지난 후 기절에서 깨어난 진성은 병원에 누워 있었다.

부모님과 여동생은 언제 와 있었는지 옆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다리를 확인한 진성은 절망했다.

정확히 무릎 부분에 깁스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깁스의 바깥으로 철심이 박혀 있었다.

진성이 다리를 보며 절망감을 느끼고 있을 때, 의사가 간호사 한 명을 대동하고 병실로 들어왔다.

“박진성 군, 무릎에 통증은 좀 어떻습니까?”

“통증은 별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네, 말씀하세요.”

“부상이 심각한가요?”

“…….”

“혹시 더 이상 운동을 못 하는 건가요?”

“…….”

“대답 좀 해주세요! 네? 심각한 거예요?!”

“일단 이걸 보십시오.”

의사는 진성에게 차트와 함께 엑스레이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리곤 말을 이었다.

“진성 군은 앞으로… 축구 하기가 어려울 겁니다. 죄송합니다.”

의사는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고서 말을 이었다.

“무릎이 골절될 당시에 좋지 않은 방향으로 꺾였습니다. 역방향으로 꺾이면서 연골이 나가버렸습니다. 그로 인해 연골이 얼마 남지 않아 축구를 계속하게 된다면…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정상적으로 걷지도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거듭 죄송합니다.”

의사의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진성은 깊은 절망에 빠졌다.

진성이 축구를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말에 가족들 또한 울음을 터트렸다.

“고칠 수는 없는 건가요? 선생님! 요즘에 인공관절이라는 것도 있잖아요!”

어머니는 거의 울부짖으며 이야기했다.

의사는 고개를 저으며 답변해줬다.

“물론 지금 인공관절이 들어 있는 상태이긴 합니다. 하지만 축구처럼 격한 운동을 할 만큼 대단한 의료기술은 아닙니다. 그저 일반인처럼 생활을 영위할 정도입니다.”

그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진성은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의사에게 물어봤다.

“정말… 정말 방법이 없는 건가요?”

“죄송합니다…….”

“으아아아!!”

콰창!

“꺄아악!”

진성은 발광했다. 수술 부위가 벌어진다는 의사의 외침에도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던져버리기 시작했다.

온 가족과 의사들 그리고 간호사들이 총 출동하여 진성을 겨우 뜯어말렸다.

그들의 노력으로 진성은 이내 진정하기 시작했고, 통증이 다시 밀려오자 수면제를 복용한 후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진성은 다음 날 또다시 광분하기 시작했다.

진성의 회복 불가능을 알아버린 FC 바로셀로나의 일방적인 퇴출 명령.

로페소 감독이 막아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백인이 아닌 인종에게는 약간의 차별이 있는 로페소 감독이었다.

우연히 로페소 감독에게 눈에 띈 것은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는 무릎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기에 이용할 가치가 없어졌다.

그러니 감독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을 게 뻔했다.

절망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연이은 애인의 이별통보.

그리고 여동생의 등 돌림.

부모님의 절망.

이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닥쳐왔다.

더욱 화가 난 것은 나라에서 자신은 끝났다는 등의 기사를 특집으로 내보내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네티즌들과 일부 축구협회의 관계자들이 거품이었다며 공격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둘러싼 루머가 더욱 힘들게 했다.

절망을 느끼는 사람에게 세상은 또 절망을 안겨주었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진성은 퇴원을 했다.

하지만 그때부터 악몽의 시작이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진성의 집에서는 큰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술에 취한 채 다 끝났다며 한숨을 쉬는 진성의 아버지에게 엄마는 기어코 한소리를 했다.

진성이 무슨 잘못을 한 거냐며 나온 이야기가 싸움으로 번졌다.

처음엔 별말이 없던 진성의 동생은 그런 부모님의 모습을 보다가 점점 진성에 대한 원망으로 번져갔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이렇게 됐어! 그따위 힘없는 눈으로 쳐다보지도 마! 너 혼자 이 세상의 패배자야?! 이기적인 개자식아!”

그런 동생의 말에도 진성은 묵묵부답으로 창문 밖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동생은 소리치는 것도 지쳤는지 흐느끼며 말했다.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는 척이라도 하란 말이야… 개자식아… 흑흑.”

온 집안이 난리였다.

그런 큰 소리가 나는 와중에도 기자들은 열렬히 집 앞에서 대기했다.

무엇을 어떻게 글을 써야 이목을 끄는지 아는 기자들은 자신을 가십거리로 만들기 위하여 혈안이었다.

그렇지만 이제 무엇도 할 수 없었던 진성의 가족은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고,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기자들도 하나둘씩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 기자들이 다 빠져나가자 진성의 가족은 밤에 움직였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기자들의 눈을 피해 한국으로 돌아온 진성의 가족은 누구도 모르게 살아갔다.

한국으로 돌아온 진성은 여전히 집 밖으로 나가지를 못했다.

그래도 유망주였고 심심치 않게 자신의 근황 등이 한국에 알려지며, 얼굴 또한 알려졌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매일 밤 고주망태가 되어 돌아왔다.

그래도 현장 일에서 기술자로 취급받아 일당은 좀 건졌지만, 그 돈을 술 먹는 데에만 썼다.

필드의 제왕(연재)


지은이 l 난길


발행일 l 2023.08.18

펴낸곳 l (주)디엘미디어

출판등록 l 제 2023-000094 호

주소 l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로 240, 오피스동 309호 (킨텍스GIFC)

전화 l 031) 924-7823  팩스 l 031) 924-7824


펴낸이 l 임귀성

기획 l 임태준

편집 l 김소현

운영 l 박찬훈


투고 및 문의 l connect@dlmedia.kr

홈페이지 l https://www.dlmedia.kr


ISBN l 9791193174845(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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