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스트 in 무림 001화

퀘스트 in 무림(650)

 





퀘스트 in 무림

— 문지기 —

퀘스트 in 무림 1화




서장


쾅쾅쾅!!

“안에 있는 거 다 알아!! 당장 문 열지 못해?!”

누군가 문을 강하게 두들겼다.

그녀는 화가 났는지 무척이나 성난 목소리로 고함을 쳤다.

그러나 집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

“이현준! 오빠를 잡아먹은 뱀 같은 놈아! 넌 오빠의 재산을 물려받을 자격이 없어! 좋은 말로 할 때 내놔!”

그녀는 집 안에 있는 누군가의 고모인 듯싶었다.

도저히 고모가 조카에게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만큼 거친 욕설을 내뱉어냈다.

그렇게 한바탕 난리를 피우고 돌아갔는지 그제야 잠잠해졌다.

부스륵.

그녀의 생각대로 집 안에는 누군가 있었다.

정돈되지 않은 머리에 광대까지 내려온 다크서클, 영양섭취를 잘 못했는지 상당히 마른 체구의 청년이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청년의 앞에는 캡슐이 있었다.

캡슐의 뚜껑을 연 청년의 입가에 처음으로 미소가 어렸다.

그 캡슐은 가상현실게임의 접속기였다.

돌아가신 선친께서 청년에게 마지막으로 선물해줬던 것이다.

자수성가한 아버지에게 언제나 아부를 떨던 친척들은 그의 죽음 이후, 청년에게 상속된 재산을 빼앗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와 난리를 피웠다.

만약 그의 선친이 선견지명으로 변호사를 선임해두지 않았다면 진즉에 모든 유산을 빼앗겼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그들은 여전히 청년을 괴롭혔다.

돈에 대한 욕심 때문에…….

덕분에 청년은 사람들에 대한 거부감이 날로 커졌다.

그런 그에게 유일한 탈출구는 가상현실게임뿐이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오늘은 기필코 퀘스트를 성공해야지.’


*  *  *


“큭! 953명! 아직이다!!”

하얀 무복을 입고, 이마에는 검은 영웅건을 묶은 청년이 검을 휘두르며 수많은 사람들을 베고 있었다.

그가 베고 있는 사람들은 진짜가 아닌 기관장치와 환영진의 조화로 창조된 철인(鐵人)들이다.

“천무자 선배! 기필코 당신의 유진은 내가 물려받겠소! 나 무결신군(無缺神君)이!!”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탄생한 가장 위대한 산물은 바로 가상현실게임이다.

현실에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수많은 일들이 가상현실 속에서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상현실 시스템이 상용화된 이후 수많은 가상현실게임이 생겨나고 사라졌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 5년간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상현실게임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중원’이다.

가입한 유저만 4억, 동시 접속자 1억인 최고 인기 가상현실게임이다.

또 하나의 세상을 완벽하게 구현한 ‘중원’

무협을 배경으로 한 가상현실게임이었다.

4억의 유저 중에서도 화경이라는 지고한 경지에 오른 절세고수들이 있었다.

정사마의 지존이라는 삼존(三尊).

삼존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십왕구마칠사(十王九魔七邪).

그들보다는 못 미치지만 화경에 막 오른 오군(五君).

이렇게 34인이 바로 ‘중원’ 최강의 고수들이다.

“998!!”

무결신군이 아무리 34대 고수 중 말석이라는 오군에 속한다고 해도 무려 화경고수다.

그런 그가 힘겨워한다면 이곳은 분명 평범한 장소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천무동(天武洞).

‘중원’의 전설인 천무자의 유진(遺塵)이 잠들어 있는 비동이다.

천무자의 독문무공인 천무신공(天武神功)의 또 다른 이름은 바로 천무신공(千武神功)이다.

기관장치와 환영진의 조화로 탄생한 일천철인(一千鐵人)을 쓰러트려야만 천무자의 유진인 천무신공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천무자의 천무신공은 천마조사의 천마신공, 혈황의 천사혈경, 달마대사의 달마신공, 도가의 전설 무상신공과 함께 고금오대신공으로 꼽힌다.

현경이라는 지고무상한 경지에 오를 수 있는 절대신공이다.

무결신군은 그런 절대신공의 하나인 천무신공에 도전하고 있었다.

“마지막!! 1,000!!”

서걱!

마지막 일천 번째 철인(鐵人)까지 베었다.

그 순간 그를 가로막던 일천철인들이 사라졌다.

결국 무결신군은 천무자의 시험에 통과한 것이다.

‘드디어!’

두근두근.

무결신군은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는 심호흡을 하며 벅차오르는 감정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제단 위로 향했다.

그곳에는 한 권의 책자가 놓여 있었다.

책자의 겉면에는 4글자가 적혀 있었다.


[天武神功(천무신공)]


무결신군은 두 손을 부들부들 떨며 천무신공의 비급을 쥐었다.

그 순간 음성 메시지가 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띠링!

―천무신공을 습득하셨습니다. 천무신공을 익히시겠습니까?

“당연히 예스지!”

무결신군의 입가에 미소가 어려 있었다.

그의 외침과 동시에 천무신공의 비급이 저절로 펼쳐지며 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 빛은 무결신군의 몸을 휘감았다.

잠시 후, 빛이 사그라지더니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띠링!

―무결신군께서 천무신공을 익히셨습니다.

―무결지체가 천무지체로 진화하셨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상승했습니다.

띠링! 띠링! 띠링!

연이어 알림음이 울렸다.

무결신군은 환희에 찼다.

“드디어 내가 해…….”

그가 환호하려는 순간!

‘푹!’ 소리와 함께 고통이 밀려왔다. 그리고 그의 가슴에 무언가 튀어나왔다.

그것은 바로 검이었다.

그때 그의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생유~ 덕분에 절대신공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어.”

“너… 너…….”

“그래. 나야. 무극검군(無極劍君).”

무결신군과 함께 오군의 수위를 차지하는 무극검군이었다. 그리고 현실에서 친구가 없는 그의 게임 속 친구이기도 했다.

그는 믿을 수 없었다. 생사고락을 함께해 온 무극검군이 자신을 공격했다는 사실을…….

“도대…체… 왜…….”

“방금 말했잖아. 절대신공인 천무신공을 손에 넣기 위함이지.”

“네가… 원했다면 그냥… 줄 수도… 있었는…….”

퍽!

무결신군의 말이 짜증났는지 무극검군은 그의 가슴을 발로 찼다.

무결신군은 검에 꽂힌 채로 멀리 날아갔다.

“아, 짜증나… 고아 새끼가… 좀 친한 척해줬더니 누굴 동정하는 거야! 뭐야!”

“너…….”

평소의 부드러운 미소와 달리 경멸이 가득한 무극검군의 시선에 그는 칼에 찔린 가슴의 상처보다 마음이 더 아팠다.

그때 또 다른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하! 결국 이렇게 됐나?”

“마, 마후! 도망쳐! 검군이!”

그녀는 소수마후(素手魔后).

두 사람과 같은 오군의 일원이며, 마교 십대고수 중 한 명이다.

마교의 소수마후와 무림맹의 무극검군. 그리고 독보행을 즐기는 무결신군.

소속은 서로 달랐지만 자주 파티를 맺고 게임을 즐기는 친구들이었다.

무결신군은 무극검군의 배신을 그녀에게 알려서 도망치게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진실은 너무도 잔인했다.

“너무하는군. 내가 가지려고 했는데… 검군, 네가 감히 선수를 쳐?!”

“쿡쿡쿡… 네년이 이럴 줄 알았으니 내가 선수를 친 거지.”

“……!!”

그는 그제야 깨달았다.

무극검군만이 아니라 소수마후 역시 자신을, 정확히는 천무신공을 노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를 깨달은 무결신군은 허탈했다. 그리고 허탈감이 분노로 변하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도대체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 도대체 왜!!!”

그는 절망했다. 그리고 절규했다.

현실은 그에게 고통이었기에 ‘중원’으로 도망을 쳤다.

그런데 그 ‘중원’에서까지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한다니. 무결신군으로서는 모든 것이 싫어졌다.

“천마신공은 천마 새끼가 독점하니까 손에 넣을 수 없잖아.”

“나도 다르지 않지. 중놈들의 달마신공을 손에 넣기 힘들고, 무상신공은 발견되지 않았으니까. 때마침 네가 천무동의 장보도(藏寶圖)를 손에 넣었다고 하니까 접근한 거지. 크크크… 그걸 아직도 몰랐어?”

정파고수라고 마공을 익히지 못하는 것이 아니고, 마도 고수라고 신공을 익히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허나 정파고수가 마공을 익히면 큰 패널티를 받고, 마도 고수 역시 신공을 익히면 패널티를 받게 된다.

그런데 천무신공은 그런 패널티가 없다.

천무신공은 정사마(正邪魔) 등 그 어떤 성향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반대로 말하면 신공, 마공, 사술의 특성까지 모두 집대성한 대단한 무공이다.

그러니 두 사람이 욕심을 내는 것도 당연하다.

그들도 익힐 수 있는 절대신공이니 말이다.

그때 소수마후의 손에 하얀빛이 일렁거렸다.

소수마공의 극음지기(極陰之氣)였다.

“그만 죽어라. 이제부터 검군 놈과 천무신공의 소유권을 놓고 싸워야 하니까.”

“흥. 네년이 감히 내게서 천무신공을 훔쳐갈 수 있을 거 같아?”

천무신공은 무결신군이 익혔지만, 그가 죽는다면 매우 높은 확률로 천무신공을 흘리게 된다.

그걸 알기에 무극검군은 무결신군을 찌른 것이다.

천무신공의 비급을 흘리게 말이다.

퍽!! 쩌억~!

가뜩이나 가슴에 꽂힌 검에 의해 생명력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데, 소수마후의 소수마공까지 적중되자 생명력이 0에 가까워졌다.

“복수해주마! 너희 연놈들 모두에게!!”

“병신… 이번에 죽으면 레벨 다운될 텐데… 내 상대가 될 거 같아?”

“모르지? 오늘 내게 죽으면 너도 저 병신과 비슷한 레벨이 될지?”

“이런 썅!”

두 사람이 기 싸움을 하고 있을 때 무결신군은 그들을 저주하고 또 저주했다.

‘절대 용서하지 않겠어! 절대로!!’

결국 무결신군은 그들을 저주하며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의 시체가 사라졌다.

무결신군에게 꽂혔던 무극검군의 검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그 옆에 하나의 서책이 놓여 있었다.

두 사람은 그 서책을 손에 넣기 위해서 싸웠다.

치열한 공방이 오고 갔다.

결국 승패가 정해졌다. 승자는 바로 무극검군이었다.

검이 없다면 그는 소수마후의 상대가 아니다.

허나 검을 쥐고 있다면 말이 다르다.

무극검군은 무결신군의 등에 검을 꽂은 대신 그의 검을 잽싸게 챙겼다.

무결신군의 검은 그의 검보다 뛰어난 신검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실력이 호각지세임에도 무극검군이 소수마후를 이길 수 있었던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무결신군의 신검 덕분이었던 것이다.

무극검군은 승자로서 원래 자신의 검과 천무신공을 취하기 위해서 걸어갔다.

그런데 서책을 쥔 순간 그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변했다.

“빌어먹을!! 이게 뭐야!!”


[無缺神功(무결신공)]


무결신군을 오군의 수장으로 만들어준 그의 독문무공이었다.

예상과 달리 천무신공이 아닌 무결신공이 놓여 있었다.

무극검군은 짜증이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무결신공도 대단한 무공이지만 그가 익히고 있는 무극검결도 손색이 없다. 그렇기에 무결신공은 그에게 그리 흥미가 있는 무공이 아니다.

결국 무극검군은 지금까지 들인 시간과 돈이 물거품 되어버렸다.

“젠장! 그놈이 천무신공을 익힌 후 복수하러 올 텐데! 그래! 빨리 찾아서 다시 죽이자! 그때는 다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