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 맞은 프로그래머 001화

번개 맞은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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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 맞은 프로그래머

번개 맞은 프로그래머

 

지은이 : np씨

발행인 : 서경석

 

전자책 발행일 : 2022-08-15

 

출판사 : 도서출판 청어람

 

등록번호 : 제387-1999-000006호

 

본사 : 경기도 부천시 부일로 483번길 40 서경B/D 3F (우) 14640 

편집부 :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심곡2동 163-2 서경빌딩 3층

전화번호 : 02-6956-0531 

  

이 책은 도서출판 청어람이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전자책으로 발행된 것이므로 불법복제 및 유포, 공유를 금합니다.

번개 맞은 프로그래머

1화

 

 

번개 맞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나라마다 다르고, 계절마다 다르다.

우리나라 기사에서는 보통 1/600만이라고 하고, 미국 국립번개안전연구원(NLSI)에 따르면 1/28만이라고도 한다.

그럼, 한 번에 연속으로 십여 발의 번개를 맞을 확률은 얼마일까?

또한 천둥 번개가 치는 날씨가 아니라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면?

거기에 더해 그렇게 번개를 맞고도 별다른 상처 없이 무사할 확률은?

 

확률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수로 나타내는 것인데, 위에서 나열했던 일들이 한 번에 벌어질 수가 있을까?

아마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에 대해서 없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고.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그리고, 재수없게도······.

아니, 그렇게 번개를 맞고도 무사했으니 재수가 좋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마른하늘에 십여 발의 날벼락을 맞았으니 재수가 없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이 말도 안되는 일의 주인공은 바로 나였다.

 

“서준휘 씨, 힘드시면 보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다행히도 내가 번개를 맞고 쓰러진 곳은 마트의 옥상 주차장이었고, 사람들의 신고에 의해 곧바로 병원에 이송되었다.

당연히 죽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지만, 군데군데 가벼운 1도 화상을 입는 것으로 끝이 났다.

병원에서는 그런 나를 신기해하며 온갖 검사를 제안했다.

딱히 아픈 곳이 없기는 했지만, 내가 봐도 너무 멀쩡한 모습에 불안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검사 비용 일체를 무료로 해준다는 말에 곧바로 수락했다.

 

그렇게 온갖 검사를 받은 후 담당의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뜬금 없이 내가 번개에 맞는 영상을 보여주었다.

이미 수차례 봤던 영상이었다.

마트 옥상 주차장에 설치된 CCTV에는 내가 번개를 맞는 모습이 처음부터 끝까지 상세하게 찍혀 있었고, 이 영상은 이미 국내는 물론 해외 토픽을 빌어 전 세계로 뻗어나간 뒤였다.

하지만 수차례 봤다고 해서 자신이 번개를 맞는 모습에 적응이 될 리는 없었다.

적응은 고사하고,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직 몸에 전류가 남아 있는 것처럼 온몸에 찌릿찌릿함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네. 그럼 이어 설명드리겠습니다. 영상을 보시면 서준휘씨는 총 12발의 번개를 맞으셨습니다. 처음에는 강력한 경련이 일어납니다.”

“···네.”

 

번개에 맞을 때마다 어항에서 튀어나온 가물치 한 마리가 파닥거리듯 심하게 경련을 일으키는 내가 보였다.

 

“그러고는 점차 경련이 줄기 시작해 마지막 12번째 번개를 맞으셨을 때는 거의 반응이 없습니다. 이 영상만 놓고 보면, 이미 고압 전류로 인해 모든 신경과 근육이 녹아내려 더이상 반응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내 눈에도 똑똑히 보였다.

아마 영상의 모습이 내가 아니라면 나도 의사에 의견에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전 멀쩡한데요?”

“그러니까요. 왜 멀쩡하신거죠?”

 

아니, 내가 의사야?

왜 내가 멀쩡하냐고 묻는단 말인가.

갑작스러운 의사의 질문에 당황해 말을 더듬었다.

 

“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너무도 멀쩡합니다. 일부 화상을 입은 곳을 제외하면 어디 하나 잘못된 곳이 없어요. 신경은 물론이고, 근육이 손상된 곳도 없고, 호르몬 분비도 멀쩡해요. 대체 당신 정체가 뭡니까? 어떻게 이렇게 멀쩡할 수가 있죠? 혹시 영상이 조작된 건가요?”

“······.”

 

이 사람 의사가 맞긴 한 걸까?

 

* * *

 

결국, 난 퇴원을 했다.

멀쩡하다는 것을 안 이상 병원에 계속 있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병원에 계속 있다가는 해부라도 당할 것만 같았다.

또한, 사고로 인해 3주나 회사를 빠진 상황이어서 더는 회사를 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미 3주를 쉬는 동안 연차가 모두 소진되어서 이제부터 쉬는 건 고스란히 무급 처리가 된다.

 

사실 며칠 쉰다고 해서 문제 될 건 전혀 없었다.

집돌이인 내게 취미라고는 영화나 책을 보는 것 이외에는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돈이 모였고, 그동안 일하며 모은 돈이 제법 되었다.

거기다 쓸 일은 없지만, 부모님이 남겨주신 재산도 있었다.

재산이라고 말하니 좀 거창해 보이긴 하지만, 지금 살고 있는 작은 아파트 한 채와 부모님의 사망 보험금이 바로 그것이었다.

 

사망 보험금은 15년 전 금액이었기에 액수 자체로 보면 크지 않았지만, 그래도 억 단위였다.

난 이 돈을 10원 한 푼 꺼내써 본적이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생기지 않는 이상 이 돈을 쓸 일은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것 같다.

어쨌든 이렇게 모아둔 돈이 제법 되었기에 며칠 쉰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생기는 건 없었다.

하지만 딱히 아픈 곳도 없는데 굳이 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에 퇴원을 했고, 내일부터는 다시 출근하기로 했다.

 

* * *

 

“안녕하세요.”

 

3주 만에 다시 출근한 회사는 특별히 달라진 게 없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직원들의 인사였다.

 

“서 대리님, 몸은 괜찮으세요?”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이예요.”

“벌써 출근하셔도 돼요? 좀 더 쉬셔야 하는거 아니에요?”

 

직원들의 안부 인사에 답을 해준 후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켜는 사이 오세혁 팀장이 출근했다.

 

“오! 1간분의 사나이. 좀 더 쉬지 왜 이렇게 일찍 나왔어.”

“연차도 다 썼고, 이제부터 쉬면 무급이라는데, 어떻게 쉬어요. 당장 이달 말에 나갈 카드값은 어떻게 하라고요. 그런데, 1간분? 그게 대체 무슨 소리예요?”

 

1간분?

이건 또 무슨 소리지?

 

“스위스의 한 통계학자가 너처럼 번개를 맞을 확률을 구했는데, 그게 1간분의 1이 나왔다고 하더라. 1간은 10의 36승이고.”

“진짜 할 일 없는 사람이네요. 그게 뭐라고 그딴 걸 구하는지.”

 

역시 세상은 넓고, 할 일 없는 인간들은 많았다.

 

“그게 그 양반 직업인데 당연한거지. 휴우, 그것보다 닭집과 커피숍 중 뭐가 더 잘될지나 좀 구해줬으면 좋겠는데.”

“또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러세요? 그거 인건비랑 월세랑 이것저것 나가는거 다 따지면 지금 팀장님이 받는 월급보다 적다니까요. 내년에 민지 초등학교도 들어가는데, 무슨 닭집이에요. 벌 수 있을 때 한 푼이라도 더 버셔야죠. 그냥 악착같이 붙어계세요.”

 

평소에도 이런 이야기를 가끔 하는 오세혁이었기에 아무 생각없이 말했다.

그런데, 오세혁의 반응이 평소와 달랐다.

 

“나도 그러고 싶었지.”

“팀장님, 무슨 일 있으세요?”

 

순간 오세혁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보고 무슨 일이 있나 물었는데, 그 순간 다른 팀원들이 출근하기 시작했다.

 

“있다가 이야기하자.”

“네.”

“아, 혹시 이거 돼?”

 

오세혁은 술을 마시는 동작을 취하며 물었다.

 

“네. 뭐 딱히 마시지 말라는 말은 없어서 괜찮을걸요?”

“그래. 그럼, 복귀 기념으로 오늘 끝나고 한잔 어때?”

“좋죠.”

 

그렇게 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 * *

 

“김 교수님, 서준휘 그 친구 왜 퇴원하게 냅두셨습니까?”

 

다짜고짜 찾아와 서준휘에 대해 묻는 신경외과 박 교수를 보며 김 교수가 짜증나듯이 대답했다.

 

“환자가 퇴원한다는데 어떻게 말립니까? 여기가 병원이 아니라 무슨 감옥이라도 돼요? 나간다고 해도 못 나가게 묶어두게.”

 

안 그래도 조금 전 부원장에게 한 소리 듣고 온 김 교수였기에 목소리에 날이 서 있었고, 그런 김 교수의 모습에 박 교수의 목소리가 조금 줄어들었다.

 

“아니, 내가 언제 감옥이라고 했습니까? 환자의 안전을 위해 좀 더 지켜봐야 되지 않나 그런 소리죠.”

“안전요? 이미 수십 가지의 검사에서 정상 판정을 받았는데, 더 이상 안전 핑계를 어떻게 됩니까? 가뜩이나 자기 가지고 무슨 실험하는 거 아니냐고 계속 이상한 눈초리로 물어보는 바람에 둘러대는 것도 힘들었는데. 대체 왜 다들 나한테만 난리 칩니까?”

 

부원장 앞에서는 차마 화를 내지 못했지만, 자신과 동년배인, 좀 더 정확히는 다른 학교 출신의 교수였기에 화를 내도 상관이 없는 박 교수에겐 실컷 퍼붓고는 그대로 교수실을 나가 버렸다.

그리고, 교수실에 혼자 남은 박 교수는 황당한 눈빛으로 문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니, 내가 뭘 어쨌다고······.”

 

박 교수는 주인 없는 교수실을 빠져 나오며 손에 든 뇌파 검사지를 다시 한번 바라봤다.

 

“아무리 봐도 이상해. 분명히 뇌에 그 어떤 작은 손상도 없는데, 어떻게 각성 상태(覺醒狀態 : 외부 현상따위를 알아채고 깨어 있는 상태)에서 델타파가 활성화될 수 있지? 설마 진짜로 눈 뜨고 자고 있었나?”

 

뇌파의 한 종류인 델타파는 보통 깊은 수면 상태에서 발생하는 뇌파로 무의식 상태에서 발현된다.

각성 상태에서 발현되는 경우는 두부 손상 환자에게 나타나는데, 서준휘 환자의 경우에는 뇌에 할 수 있는 모든 검사를 했음에도 그 어떤 상처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한번 검사를 하려 했었다.

 

하지만, 서준휘 환자의 담당의였던 김 교수가 이렇게 역정을 내고 있으니 다시 이야기를 꺼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상대는 한국대 출신의 진골 교수로 이대로라면 차차기 내지는 차차차기 원장이 될 확률이 높은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에게 괜히 밉보일 필요는 없었다.

서준휘 환자가 위험한 상태라면 다시 찾아가 말을 꺼내겠지만, 또 그런 상태는 아니었기에 굳이 모험할 필요를 느끼진 못했다.

 

“나도 먹고 살아야지······.”

 

대학 병원의 교수라고 하더라도 결론은 월급쟁이였다.

 

* * *

 

“서 대리, 뭐 해? 퇴근 안 해?”

“네? 벌써요?”

“뭐가 벌써요야? 이미 8시가 넘었는데.”

“8, 8시요?”

 

깜짝 놀라 시간을 보니 오세혁의 말대로 진짜 8시가 넘어 있었다.

 

“그동안 병원에서 일하고 싶어서 어떻게 참았데? 아주 일중독이야, 일중독. 어떻게 점심 먹고 들어와서 엉덩이 한 번을 안 떼고 일할 수가 있냐? 설마 집중력 주사라도 맞은 거 아니지?”

 

오전에는 3주 동안 자리를 비운 사이 일어난 일들과 업무 현황 파악에 나섰고, 이후 점심을 먹고 와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다.

확실히 평소보다 일이 잘되긴 했다.

코드 작성에도 막힘이 없었고, 지난 3주 동안 쌓여 있던 버그 리포트도, 버그를 확인하는 순간 어디에서 문제가 생겼는지 어디를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곧바로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렇게 일이 너무도 술술 잘 풀리자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집중해서 일을 하긴 했지만, 그게 7시간이나 계속 이어질 줄은 몰랐다.

내 집중력이 나쁜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7시간 동안 단 한 번도 흐트러지지 않고 일에 빠져 있을 정도로 뛰어난 건 결코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고작 두세 시간 정도로밖에 느끼지 못했다.

 

“그러게요? 워낙 오랜만에 일을 해서 그런가요? 하하.”

 

진짜 푹 쉬다 나와서 컨디션이 회복돼서 그런 건가?

그거 말고는 딱히 이유를 모르니 따로 할 말은 없었고, 그저 멋쩍은 웃음으로 대신했다.

 

* * *

 

“네? 티, 팀이 해체된다고요?”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고 살아 돌아왔더니, 이번에는 또 다른 의미의 날벼락을 맞았다.

이 무슨 X같은 경우란 말인가.

 

“그럼, 우리 팀도 2팀처럼 다 잘리는 겁니까?”

 

요새 회사 분위기가 심상치 않긴 했다.

솔직히 요새라고 말하기도 뭐한 것이 이미 4, 5년 동안 내놓은 게임마다 족족 망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성공한 게임이 없음에도 아직도 버틸 수 있는 게 신기할 따름인데, 그건 회사에 확실한 캐시 카우(Cash Cow: 수익 창출원, 즉 확실히 돈벌이가 되는 상품이나 사업을 의미한다.)가 되는 게임들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게임들조차 이미 출시된 지 10년이 훌쩍 넘으며 천천히 하향세를 그리고 있었다.

 

그렇게 회사가 힘들어지자 지금까지 벌여놨던 수 많은 프로젝트들과 게임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신규 개발 진행 중이던 게임들이 모두 드롭되었고, 출시된 게임 중에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게임들도 하나둘씩 손을 떼게 되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내가 속했던 모바일 게임 개발 2팀이었다.

개발 2팀은 모바일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담당하던 팀이었는데, 매출이 안 나온다는 이유로 어느 날 갑자기 팀이 해체되면서 팀 전원이 퇴직 권고를 받았다.

사유는 경영 악화에 따른 권고사직이었다.

 

거절? 의미 없는 일이었다.

다음 해 연봉이 최저임금으로 계산된다는 말에 모두 퇴직 권고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게임은 모든 업데이트를 중단한 채 그대로 현상 유지만을 하며 고객지원팀에서 고객 응대만을 담당하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 팀이 2팀과 똑같은 일을 겪는다고?

 

2팀의 인원들이 회사를 잘릴 만큼 잘못한 건 없다.

게임의 방향성을 비롯해 모든 것들은 결국 위에서 컨펌을 내렸기에 2팀은 그대로 개발을 한 것뿐이니까.

그래서 2팀에게는 조금 미안한 말이지만, 어쨌든 2팀과 우리 팀은 사정이 달랐다.

월 평균 3, 4천만 원의 매출을 내는 게임을 개발한 팀과 월 평균 5억의 매출을 내는 게임을 개발한 팀의 사정이 같을 순 없었다.

 

“우리 게임은 그래도 나쁘지 않은 수익을 내잖아요. 대체 왜 우리가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건가요?”

“정확하게 말하면 모두 그만두는 건 아니야.”

 

오세혁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술 한잔을 입에 털어넣으며 이어 말했다.

 

“아마 디자인과 기획은 모두 그만둬야 할 거 같고, 개발은 다른 팀으로 들어가게 될거다.”

“대체 진짜 이유가 뭡니까? 말이 안 되잖아요. 2달 전에 대규모 업데이트까지 해서 매출도 꾸준히 상승세를 그리고 있는데, 이제와서 갑자기 팀을 해체 한다는 게.”

 

내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해체되는 팀들을 보면 보통 전조가 있는데, 우리 팀은 그런게 전혀 없었다.

오히려 지금 내가 말한 것처럼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하며 매출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이제와서 갑자기 이렇게 해체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조만간 외부에 알려지게 될텐데, 그때까지는 너만 알고 있어라.”

“저 아시잖아요, 입 무거운 거.”

“알지. 아니까 말해주는 거야. 조만간 회사 주인이 바뀔 거야.”

“네? 그, 그게 무슨 소린가요?”

 

충격적인 소리에 절로 말이 더듬어졌다.

 

“나도 세부 사정까진 몰라. 어쨌든 회장이 지분을 넘기기로 했는데. 사는 곳에서는 내부 정리를 원하고, 회장도 비싸게 팔기 위해선 회계 상태를 그럴싸하게 꾸며야 해서 내부 정리를 해야 하니 양측의 의도가 딱 맞아떨어진거지. 우리 팀뿐만이 아니라 대대적인 칼바람도 불거고, 그외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거다. 이게 내가 아는 다다.”

 

오세혁의 말에 머리가 멍해졌다.

비록 내가 잘리는 게 아니라고 해서 충격이 적은 건 절대 아니다.

회사의 주인이 바뀌면 회사가 어떻게 바뀔지 몰랐고, 당장 다른 팀으로 가게 되면 그 팀의 분위기가 또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

오세혁은 팀장으로서도 사람으로서도 어디 하나 나무랄 곳이 없는 사람이었다.

덕분에 우리 회사 내에서 팀 분위기가 가장 좋은 곳이 우리 팀이었고.

 

“그런데, 아까 닭집 이야기는 왜 꺼내신 거예요?”

 

문득 오세혁이 아까 출근했을 때 한 말이 떠올랐다.

 

“뻔하지. 너 같으면 팀을 줄이는 과정에 그 팀의 팀장을 남겨 두겠냐? 그리고, 내가 그 팀으로 가면 그쪽도 날 거북해할 거야. 물론, 나도 그렇게 해서까지 남고 싶은 마음은 없고.”

“에이, 아무리 그래도요. 팀장님이 그동안 회사에 공헌하신 게 얼마인데요. 그리고, 솔직히 팀장님이 만든 게임으로 회사가 이렇게 큰 건데.”

“과연 그럴까? 뭐 이 이야기는 그만하고. 그런데, 너 그렇게 번개를 맞았는데 진짜 아무런 변화도 없어? 손에서 번개를 쏜다거나 막 그래야 되는 거 아냐? 그게 아니면 인간 배터리가 됐다거나?”

 

잠시 씁쓸한 표정을 짓던 오세혁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분위기를 전환시켰고, 난 앞날이 걱정되면서도 지금 당장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기에 오세혁의 장단에 맞춰 술자리를 즐겼다.

그리고 얼마 후, 오세혁의 말이 현실로 일어나며 팀이 해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