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 드래곤 001화

내 머릿속 드래곤
cover
내 머릿속 드래곤

내 머릿속 드래곤

 

 

지은이 : 시난

발행인 : 서경석

 

전자책 발행일 : 2021-07-20

 

출판사 : 도서출판 청어람

              이젠북

 

등록번호 : 제387-1999-000006호

 

주소 :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심곡2동 163-2 서경빌딩 3층

전화번호 : 032-656-4452

홈페이지 : www.chungeoram.com

                  www.ezenbook.co.kr

 

이 책은 도서출판 청어람이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전자책으로 발행된 것이므로 불법복제 및 유포, 공유를 금합니다.

내 머릿속 드래곤

001화 - 신체 변화

 

 

얼마나 정신을 잃고 있었을까.

눈을 뜬 나는 주변을 둘러보곤 의아해했다.

내 몸은 아직 나의 것이었다.


고개를 돌리니 거대한 드래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뭐지……. 분명히 드래곤이 내 몸을 빼앗느니 뭐니 했던 것 같은데.

꿈이었나… 하고 생각하려던 찰나.

머릿속에서 카이서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말도 안 돼! 드래곤인 내가 한낱 인간의 몸도 차지하지 못하고 처박히는 신세라니!>

“엥?! 어떻게 된 거야?! 왜 머릿속에서 저 드래곤의 목소리가 들리는 건데?!”


내가 당황해서 소리치자 머릿속에서 재차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윽, 뭐가 잘못된 건지는 몰라도 내 의식이 너의 육체를 차지하지 못했다.>


음, 그러니까 내 몸이 여전히 내 몸이라는 말이었다.


“아싸! 살았다!”

<크윽, 이럴 리가 없다. 위대한 이 몸이 실패할 리가……. 으아아! 어째서 안 되는 것이냐!>

“그걸 나한테 물어봐야 대답이 나오겠수?”

<크윽……. 분명히 이론상으로는 확실했는데……. 어째서, 어째서!>


한참을 내 머릿속에서 발광하는 카이서스의 목소리에 머리가 아파올 정도였다.


“시끄러워! 머리가 아프잖아!”

<머리가 아픈 건 나도 마찬가지……. 음? 그러고 보니 너와 시야와 촉각 같은 감각을 공유하는 것인가.>


뭔 소린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카이서스가 조용해졌다.

한참을 조용히 있던 카이서스가 뭔가 결단을 내린 듯 중얼거렸다.


<그래, 이렇게 된 이상…….>


무슨 소린지 도저히 모르겠네!


“생각은 나중에 하고 나갈 길부터 알려주시지? 내 머릿속의 드래곤님.”

<크윽, 내가 순순히 알려줄 것 같으냐?!>


카이서스의 외침에 나는 씨익 웃어 보였다.


“나갈 길을 알려주지 않으면 나 여기서 굶어 죽을지도 모르는데? 뭔지 몰라도 내가 죽으면 댁도 곤란하지 않아?”


머릿속의 카이서스가 내 말에 침묵하는 것이 느껴졌다.

뭔지는 몰라도 내가 죽으면 곤란하겠지.

대충 보아하니 내 정신의 일부에 기생(?)하게 된 것 같은데, 내가 죽으면 그쪽도 곤란하지 않겠어?

비록 재능은 쥐뿔도 없던 나였으나 책 읽는 것은 좋아했던 나다.

온갖 소설에서 등장했던 이런 이야기 같은 것에는 빠삭한 나란 말씀!


<크윽, 어쩔 수 없지. 나가는 길은…….>

“아, 잠깐만.”

<뭐냐!>

“그 드래곤의 둥지에는 보물이 엄청나게 많다던데…….”

<이 도둑놈! 내 보물은 못 건드린다!>

“어차피 내가 아니면 쓸 수도 없잖아. 그냥 조금만 줘. 여비가 없어서 그래.”

<끄응……. 가져가라!>


아싸!

그나저나 예전의 나는 꽤나 소심했던 것 같은데.

지금의 나는 머릿속의 드래곤을 협박(?)까지 하고 있잖아.

혹시 이것도 그 드래곤 하트를 먹고 몸이 변화해서 그런 건가?


“아, 맞다.”

<또 뭐냐!>

“드래곤 하트로 내 신체가 바뀌었다고 했잖아. 그럼 내게도 마법에 대한 재능이 생긴 거야?”


내 말에 카이서스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대답했다.


<내 심장으로 네 육체는 인간이 지닐 수 있는 최상의 상태가 되었다. 검술이건, 마법이건 무엇이든 인간 중에선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거다!>


카이서스의 말에 나는 잠시 침묵했다.

검술이건, 마법이건 무엇이든 최고가 될 수 있다고?

드래곤 하트에 의해 변화한 심장이 뛰는 것이 느껴진다.

마법……. 내가 마법을 배울 수 있다고?


“…쳐줘.”

<응?>

“가르쳐 줘! 내게 마법을 가르쳐 줘!”


나의 외침에 머릿속의 카이서스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말했다.

<거참 겁대가리도 없는 인간이로군. 머릿속에 위대한 존재가 들어왔는데도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지도 않으니……. 오히려 내가 더 당황스럽군.>

“그래서 가르쳐 줄 거야, 말 거야?!”

<굳이 이 몸에게 배울 필요가 있느냐? 뛰어난 인간을 찾아서 배워도 되지 않느냐?>

“으음, 기왕 배우는 거, 뛰어난 사람에게 배워야 할 텐데. 그 정도로 대단한 인맥은 없거든. 거기다 마법의 종주인 드래곤이 내 안에 있는데 뭐 하러 다른 사람한테 배워?”

<흠, 하긴 그건 그렇군. 아무리 뛰어난 인간이라 해봐야 이 몸의 발치에도 못 미칠 테니까. 그렇지만 귀찮은데…….>

“귀찮더라도 어쩔 수 없잖아? 이제부터 우린 같은 배를 탄 거나 마찬가지니까 말이야!”

<흠, 같은 배를 탔다……. 틀린 말은 아니로군. 서클 브레이커에 오르지 못하면 둘 다…….>

“응? 서클 브레이커라니? 그건 또 뭐야? 게다가 서클 브레이커에 못 오르면 둘 다 어떻게 되는데?”

<뭐, 지금은 알 필요 없을 테니 신경 꺼라. 흠, 마법이라……. 좋아, 가르쳐 주지. 대신 조건이 있다.>

“응? 좋아! 뭔데!”

<…조건은 들어보고 승낙하는 게 정상 아니냐?>


카이서스의 어이없어하는 말에 나는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알 게 뭐야!”

<후……. 좋다. 마법을 가르쳐 주지. 내 조건은 육체를 이동할 방법을 찾으면 내가 사용할 적당한 육체를 확보해 달란 것이다.>

“좋아.”

<너무 쉽게 승낙하는 것 아니냐? 육체를 확보하려면 누군가를 죽여야 할지도 모르는데.>


카이서스는 도저히 나라는 인간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내가 중요하지, 남이 중요해?!”

<어쩌다 이런 인간이 걸린 건지…….>


음, 말을 내뱉고 보니 내가 생각해도 정말 쓰레기 같다.

아무튼 그렇게 나는 머릿속의 드래곤에게 마법을 배우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카이서스의 조건보다도 서클 브레이커와 서클 브레이커에 오르지 못하면 일어날 일을 더울 캐물었어야했다.

하지만 워낙 가볍게 지나가듯 말한 데다 마법을 배운다는 사실에 너무 들뜬 나머지 금방 잊어버리고 말았다.


* * *


우선은 마법의 기초부터 배우고 카이서스의 둥지를 나가기로 했다.


<그러니까 마나를 느끼라고!>

“어떻게 느끼는 건지 가르쳐 줘야 느끼든가 하지!”


마법을 배우는 것은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선천적으로 마법을 타고나는 드래곤에게 있어서 인간에게 마법을 가르치기는 어려운 일이었던 모양이다.

간단히 말해서 천재가 ‘이렇게 이렇게 하면 되는데 왜 못 해?’라고 하는 식이었고.

평범한 인간인 나는 ‘이렇게, 이렇게가 뭔데! 빌어먹을!’이라고 대답하는 상황이었다.

카이서스는 내가 답답했던 모양이다.


<끄응, 그러니까 눈을 감고 주변에 흐르는 마나를 느껴보란 말이다. 나의 심장으로 몸이 마나에 예민해진 지금이라면 넌 느낄 수 있다.>


긴가민가했으나 저렇게 자신 있게 말하니 한번 해보기로 했다.

앉아서 주변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안 되잖아!”


내가 벌떡 일어나며 소리치자 카이서스는 답답하다는 듯 재차 말했다.


<얼마나 집중했다고 그러는 거냐?! 좀 더 집중해!>


그의 말에 나는 투덜거리면서도 다시 자리에 앉아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또 잠시 후.

이번에는 뭔가 달랐다.


“설마……. 이게 마나야?”

<드디어 느낀 모양이군.>


이전까지는 느끼지 못했던 무언가가 주변에 가득 맴돌고 있었다.


<이제 그것을 들이마신다고 생각하며 집중해라.>

“알았어.”


생전 처음으로 마나를 느끼고 나니 잔뜩 기분이 들뜬 나는 주변의 마나를 입으로 들이마셨다.

그러자 주변에 떠돌아다니던 마나가 천천히, 자석에 이끌린 듯 내 몸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오!”


내가 놀라서 소리치자 카이서스가 말했다.


<그딴 거에 일일이 놀라지 말고 그 마나를 심장으로 끌어들여라.>

“알고 있다고.”


비록 재능은 쥐뿔만큼도 없었지만 마법을 배우려는 시도는 해봤다고.

기초적인 마법 지식은 충분히 가지고 있는 나다.

흡수한 마나를 움직여 전신을 한 바퀴 돌게끔 회전시킨 다음 심장으로 보냈다.

왼쪽 가슴에 도착한 마나가 심장의 박동에 맞추어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던 마나가 점차 안정화되며 심장을 축으로 하나의 고리를 만들었다.

1서클이다.

나도 이제 마법사가 된 것이다.

고리를 완성하고 심호흡을 내쉬며 눈을 뜬 나는 감격해서 소리쳤다.


“드디어……. 나도 마법을……!”


잔뜩 들뜬 나의 기분을 카이서스가 박살 냈다.


<고작 1서클 따위에 도달한 것을 잘도 기뻐하는군.>

“고작이라니! 너에겐 하찮을지 몰라도 나에겐 위대한 한 걸음이라고!”

<그러시겠지.>

“이제 다른 마법들도 알려줘!”

<그래, 그래.>


카이서스는 1서클의 마법 중에서 내가 익힐 만한 것들을 알려주었다.


<대충 1서클에선 이것들만 배우면 될 테고……. 그보다 이제 어떻게 할 거냐?>

“응? 어쩌긴. 이제 마법도 익혔겠다 집으로 돌아가야지.”

<집이라고? 여행 중이었던 게 아니었나?>

“재능이 없다고 집에서 쫓겨났던 거야. 그런데 이젠 아니니까 돌아가도 되지 않겠어?”

<크크, 맘대로 해라.>

“그보다 보물은 어디 있어?”

<끄응……. 내가 누워 있던 곳의 뒤에 있다.>


그의 말대로 사라진 카이서스의 몸뚱이가 있던 곳의 뒤에는 커다란 문이 하나 있었다.


“그런데 이거 나 혼자서는 열지 못할 것 같은데?”

<무식하기는! ‘레세로’라고 말해봐라.>


나는 그가 시키는 대로 따랐다.


“레세로!”


그 말을 내뱉자 내 심장에서 고리를 이룬 마나가 반응했다.

그 말이 열쇠였는지 거대한 문이 조용히 열리기 시작했다.


“와! 마법으로 여는 거였구나!”

<당연하지! 마법의 종주인 드래곤이니까!>


의기양양해하는 카이서스에게 나는 피식 웃으며 말해주었다.


“그 잘난 드래곤도 이제는 내 머릿속에 기생하는 신세 아냐?”

<끄응……. 이 씹어 먹을 놈이…….>

“씹어 먹을 이빨도 없으면서.”


나는 카이서스를 놀리며 보물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우와!”


드래곤의 보물 창고답게 안에는 엄청난 양의 금은보화가 쌓여 있었다.

놀라는 내 모습이 우스웠는지 카이서스가 웃음을 터뜨렸다.


<크크크, 어차피 다 챙기지도 못할 테니 몇 가지만 챙기도록 해라.>


그렇게 말하며 그는 내가 챙길 목록을 정해주었다.

크기는 조그맣지만 엄청나게 많은 양의 물건이 들어가는 마법 주머니.

엄청나게 크고 아름다운 보석들.

그리고 마법사에게 있어 필수품인 스태프와 로브였다.

그중 스태프는 마법의 위력을 강화시켜 주는 것이었다.

로브는 더위와 추위에서 보호하는 마법이 걸려 있는 것이었다.

추위에서 보호한다는 말에 나는 냉큼 로브를 걸쳐 입었다.


“우왓, 정말로 춥지 않잖아?!”


로브를 걸쳐본 나는 카이서스의 말대로 전혀 춥지 않자 탄성을 질렀다.

지하라서 몸이 으슬으슬하던 것이 상쾌해졌다.

스태프를 들고, 로브를 걸치고 나니 그제야 어엿한 마법사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후후, 나도 이제 마법사다!”

<시끄럽다, 멍청아. 이제 고작 1서클인 주제에.>

“흥! 남의 기쁨을 방해하지 좀 마. 그보다 나가는 길은 어디야?”

<창고를 나가서 오른쪽으로 쭉 가면 밖으로 나가는 길이 있을 거다.>


순순히 말해주는 카이서스의 말에 나는 짐들을 챙기고 신이 나서 달려갔다.

그런데…….

쭉 가면 된다는 말이 얼마나 가야 한다는 것인지 나는 몰랐다.

거의 반나절을 걸어도 통로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점점 좁아지는 통로를 보며 나는 투덜거렸다.


“이거 진짜 길 맞아? 드래곤이 어떻게 이 좁은 길을 통과해?”

<당연히 인간으로 폴리모프해서 지나다니던 길이다. 크게 길을 만들어두면 귀찮은 날파리들이 자주 들어오니까!>


사람 하나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통로는 한참이나 이어졌다.

보물 창고에서 출발한 지 하루 정도가 지났다고 느낄 무렵, 드디어 선선한 바람이 얼굴에 느껴졌다.


“드디어 나가는 건가!”


내가 감격하며 소리치는데 갑자기 카이서스가 뜬금없이 물었다.


<너, 이름이 뭐냐?>

“응? 이름?”

<싫으나 좋으나 한동안 같이 지내야 하는데, 이름 정도는 알아둬야지.>


그러고 보니 내 이름도 밝히지 않았었군.


“내 이름은 라엘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