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재벌가 막내아들로 환생하다 001화

0000

1화



1.



세기의 사랑이라 불렸다.

평범남.

머리는 다소 좋았지만 중산층도 아닌 서민층의 별 볼 일 없는 남자가 재벌가의 금지옥엽 막내딸과 결혼을 했다.

아중 그룹.

아중 그룹의 재벌가는 당연히 평범남과 금지옥엽 막내딸의 결혼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막내딸을 끔찍이도 아끼던 김무연 회장은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평범남은 그룹 회장이자 장인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 온몸이 부서지라 일을 했다.

노예나 다를 바 없는 생활이었지만 사랑하는 여인과 그녀의 배 속에 있던 아기를 지키기 위해서는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겼다.

“근본도 없는 놈을 데려다 먹여 살려주고 있으니 이 정도도 못하면 어디 쓸데라도 있나.”

가끔 모멸감이 치밀어 오르기는 했지만 꾸욱 눌러 참았다.

집 안에서는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막내딸의 체면을 위해 평범남은 젊은 나이에 아중 그룹의 임원까지 달았다.

재벌가의 사위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었지만 사실 평범남의 머리는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결국 시간이 걸릴지언정 여느 대기업의 임원 정도는 충분히 달 수 있을 재능의 소유자였다.

단지 그런 재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지만 그룹 내에서는 능력 자체로는 인정을 받아가고 있었다.

“오늘도 야근이야? 대체 왜 그래?”

“미안해. 오늘 일이 조금 많았네.”

언제까지나 사랑이 유지되는 것은 아닌 듯했다.

불같이 타오르던 사랑도 식어가고 사랑스럽게 바라보던 아내의 눈빛도 차츰 차가워지고 있었다.

“남들은 그 정도 일은 금방금방 끝내던데 자기 능력이 너무 부족한 거 아니야?”

숨이 턱 막힐 듯한 아내의 말에도 평범남은 꾸욱 눌러 참았다.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서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물론 그에게 너무 많은 일들이 몰리고 아중 그룹의 미래에 중요한 동력 사업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차기 동력 사업을 총괄하고 있었으니 평범남조차 힘이 부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조금만 지나면 마무리가 될 거야. 그때까지만 기다려 줘.”

“됐어!”

화를 내며 뒤돌아서는 아내의 모습에서 자신이 조금만 더 노력을 하면 과거의 좋았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인생은 끝없는 여정이건만 평범남은 조금만 더 걸어가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벤치가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아중 그룹이 차후 30년은 안정적으로 성장을 할 수 있는 신사업을 시작하고 평범남은 이제 다 왔다고 생각했다.

“예? 세영이를 만날 수 없다니요?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제 아내를 제가 왜 만날 수 없다는 말입니까!”

“자네와 더 이상 같이 살 수 없다고 하잖아! 이혼 소송은 변호사를 통해 이야기하게. 그리고 회사에서도 그만 나가게.”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이혼이라니요! 장인어른!”

“누가 네 장인어른이야! 회장님이라고 해! 아니! 이제는 회장님도 아니겠군. 퇴직금은 챙겨 줄 테니까 이달 안으로 짐 정리해!”

이럴 수는 없었다.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아내와의 일방적인 이혼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욱이 일이 너무 바빠 아내의 출산을 지켜봐 주지도 못해 자신의 아기를 보지도 못한 상태였다.

“회장님! 신사업 때문에 바빴던 것 아시지 않습니까! 안사람의 출산을 지켜보지 못한 것은 제 잘못이지만! 회장님도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은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저에게 그러시면 안 되지요!”

처음으로 반항 어린 고함을 내질렀다.

사람이 염치가 있다면 이러면 안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의 장인어른이자 아중 그룹의 회장인 김무연의 표정에서는 미안함은 전혀 없었다.

“천한 놈을 거둬 줬더니 감히 어디서! 이놈 당장 끌어내!”

김무연 회장의 외침에 경호원들이 평범남의 몸을 붙잡았다.

“이 새끼들아! 이거 안 놔! 내가 누군지 알아! 나 박 상무야!”

평범남은 자신의 몸을 붙잡는 그룹의 경호원들에 그룹 내에서의 직위를 이용해 반항을 해 보았지만 아무 소용도 없었다.

인정을 받든 받지 못했든 아중 그룹의 임원이었고 이번 신사업을 성공시키면 본사 본부장의 자리가 내정되어 있었다.

신사업을 그가 추진했기에 그만이 가장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 것이다.

비록 김무연의 아들들이 있었기에 아중 그룹의 회장은 불가능했지만 계열사 사장 정도는 가능하리라 여겼다.

그때가 되면 사랑하는 아내와 그리고 자신의 아이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한순간에 부서져 버렸다.

“이럴 수는 없어. 이럴 수는. 세영아. 세영아. 세영아아!”

하필이면 비가 쏟아졌다.

아중 그룹의 본사 건물 입구에서 주저앉아 자신의 아내의 이름을 목 놓아 불렀다.

그동안 함께 근무를 하던 회사의 직원들도 한순간에 버림을 받아버린 평범남을 안타깝게 바라볼 뿐이었다.

물론 그것도 상사의 호통에 시선을 돌려야만 했다.



* * *



이혼 소장이 날아오고 회사와의 계약 관계가 중단되었다는 통보가 왔다.

직원도 아닌 임원이었기에 언제든 계약 종료만으로도 끝이 나는 것이었다.

펼쳐 보지도 않았고 펼쳐 볼 생각도 없는 통장에는 제법 많은 액수의 퇴직금이 들어와 있을 것이었다.

몇 차례 집으로 달려가 봤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고 그나마도 자신의 허락도 없이 집은 매물로 나와 있었다.

아내와 아기는 집에 없었고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납득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일에 분노하고 애걸을 해 보았지만 모든 것을 잃은 평범남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일개 개인이 대기업인 아중 그룹을 상대로 이길 수는 없었다.

그렇게 며칠 동안 폐인처럼 살아가다가 정말 간신히 아내의 둘째 오빠인 김정수와 만날 수 있었다.

“형님! 형님!”

“응? 하아!”

차에 타려는 것을 간신히 붙잡았다.

자신의 얼굴을 보자마자 한숨을 내쉬는 것이 원치 않은 만남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형님! 제발 부탁입니다. 세영이. 세영이 어떻게 되었습니까. 그리고 우리 아기. 우리 아기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아내와 아기의 안부를 묻는 평범남의 모습은 처절하고 절박했다.

아중 그룹의 재벌가에 걸맞기 위해 몸 관리도 철저했던 평범남은 지금은 노숙자 폐인과 같은 모습이었다.

“이봐. 제부. 내 자네가 걱정되어서 하는 말인데. 이제 그만 포기하게.”

김무연 회장의 장남과는 그다지 사이가 좋지는 않았지만 둘째인 김정수와는 나름 관계가 좋았다.

김정수는 정말이지 평범남을 걱정해서는 그만 모두 잊고 포기하라는 말을 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평범남은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자신의 모든 것이었다.

그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어떻게 포기를 합니까! 형님! 회사의 일은 전혀 신경 쓰지 않겠습니다! 저 그런 욕심도 없습니다! 아시잖습니까! 막노동이라도 하라고 하면 할 거고 배달 일이라도 하라면 할 겁니다. 돈! 돈이라면 우리 세영이하고 아기 키울 돈은 있습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매달리는 평범남에 김정수는 마냥 뿌리칠 수도 없고 해서는 깊은 한숨을 내쉬다가 입을 열었다.

“이봐. 제부.”

“예. 형님!”

“자네. 정말 우리 세영이가 자네 아들을 낳았다고 생각하나?”

“예?”

평범남은 김정수의 말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 씨! 내가 진짜! 미치겠네. 그러니까. 자네 애가 아니라고. 이제 이해가 되지? 그냥 다 잊고. 아직 젊으니까 새 출발 해. 뭐 필요한 것이 있으면 내 번호로 연락하고.”

김정수는 도무지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의 평범남을 길바닥에 놔두고서는 차를 타고 사라져 버렸다.

“…….”

무슨 말은 들은 것 같았는데 도무지 그게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자신의 원룸 방이었다.

몇 시간이 지난 것인지 모를 만큼 오랜 시간 동안 머릿속의 뇌는 정지 상태였다.

“내 애가 아니라고?”

평범남은 그게 가능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 그럴 리가 없지. 그럴 리가. 형님도 나를 포기 시키려고 그런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신 거구나. 그럴 리가 없잖아. 세영이가 그럴 리가 없잖아.”

자신의 아내가 대학 시절부터 인기 많고 잘 나가는 여인인 것은 그도 잘 알고 있었다.

감히 자신과 같이 평범한 남자는 쳐다볼 수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운명인지 우연인지 둘은 사랑에 빠졌고 사랑의 결실까지 맺었다.

아내에 대한 믿음은 확고했기에 평범남은 자신에게서 잘못을 찾으려고 발버둥을 쳤다.

그래야만 한다.

자신의 잘못이어야만 했다.

그래야만 조금이나마 속이 편안했다.

“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가 없다고! 세영이가! 세영이가 그럴 리가 없어! 나를 속였다고? 그럴 리가 없어!”

다소 장난기가 많고 놀기 좋아하는 김정수의 말이었으니 분명 만우절의 거짓말과 같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김정수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평범남이었다.

절대 이런 일로 거짓말을 할 만큼 가벼운 인간은 아니었다.

분명 자신을 걱정해 주던 눈빛만큼은 진실이었음을 평범남은 알 수 있었다.

“왜? 대체 왜? 이럴 것이었다면 처음부터 시작도 하질 말 것이지! 왜!”

분노와 미움 그리고 증오.

온갖 악감정이 머릿속을 휘몰아치고 몸에 그대로 영향을 미쳤다.

발작을 하길 몇 번인지 모를 만큼.

온몸의 눈물과 콧물이 쏟아져 내리길 몇 번인지 모를 만큼.

고통 속에서 몸부림을 치던 평범남은 자신을 속이고 버린 그녀에게 복수를 다짐했다.

하지만 복수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몇 푼 퇴직금을 받았다지만 몸뚱어리밖에는 없는 자신이 아중 그룹의 보호 아래 있는 김세영에게 복수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더욱이 절망감에 너무 큰 충격을 받은 것인지 건강까지 해쳤다.

결국 좁은 원룸 방 안에서 급성신부전으로 숨을 거두었다.

“신이 있다면 인간 같지 않은 금수들에게 복수를 해 주길.”

신이 있을 리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그들이 너무나도 잘 먹고 잘살 것을 알기에.

헛된 일임을 알고 있었다.



* * *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현준이는 아직도 자고 있나?”

“어제 피곤했나 봐요.”

“아무리 피곤해도 그렇지! 다른 건 몰라도 게으른 건 안 돼! 빨리 일어나라고 그래!”

커다란 저택에서 꽤나 가부장적인 장년의 남자와 곱게 자라왔던 듯한 중년 부인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줌마. 우리 현준이 좀 깨워 줘요.”

“예. 사모님.”

부드러운 목소리의 사모님의 부탁에 저택의 가정부는 현준이라는 이름의 남자아이의 방으로 걸어갔다.

그리고서는 문을 두드리며 현준을 불렀다.

“도련님. 현준 도련님! 회장님께서 일어나시래요! 도련님!”

가정부 아주머니의 외침이 몇 차례 이어지고 방 안에서는 몸을 뒤척이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잠귀가 밝은 편은 아니었지만 곧 깨어날 것을 그동안의 경험으로 아는 가정부 아주머니는 이내 곧 배시시 웃으며 문을 열고 나올 현준 학생의 얼굴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언가 반응이 달랐다.

잠에서 깬 현준은 아직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과 함께 잠잠했던 증오와 분노가 다시 일어나고 있었다.

“아아아악! 죽여 버릴 테다!”

커다란 저택이 울릴 정도로 고함을 내지르며 현준은 발작을 일으켰다.

서재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저택의 주인과 안주인도 화들짝 놀라 현준의 방으로 달려왔다.

“뭐해! 문 안 열고!”

“예! 회장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침대 위에서 자신들의 막내아들이 발작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으윽! 윽! 으아아아아악!”

“현준아!”

“김 비서!”

발작하는 막내아들을 데리고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이혼 후 재벌가 막내아들로 환생하다


지은이 : 현진현우

제작일 : 2022.10.25

발행인 : (주)고렘팩토리

편집인 : 심지은

표지 : 소혜

주소 : 서울특별시 은평구 수색로 191, 502호(증산동, 두빌)

전자우편 : golem8182@gmail.com


※ 본 작품은 (주)고렘팩토리가 저작권자의 계약에 따라 발행한 것으로,

본사와 저자의 허락 없이는 어떠한 형태나 수단으로도 내용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 979-11-405-070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