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가 게임을 너무 잘함 0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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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1화



“흐아아아암.”


진우는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눈을 비볐다.

여느 때와 같은 아침.

아니, 아침이라기에 좀 늦었나?


‘3시네.’


뭐 늘 있는 일이니 그러려니 했다.

게임 방송을 하는 이들에겐 사실 일상이지 않나.

오히려 이때쯤 일어나는 게 편했다.

그보다,


‘푹 자서 그런가?’


오늘따라 더 상쾌한 기분이다.

뭐랄까, 평소보다 몸이 더 가볍다고 해야 하나?

마치 체력이 넘쳐나는 그런 기분.


‘3년 전 교통사고가 난 뒤로 몸 컨디션이 이렇게 좋은 적은 오랜만이네.’


단순히 컨디션이 좋다고 하기엔 몸이 너무 가벼웠다.

마치 10년은 젊어진 듯한 그런 느낌!

뭐, 이게 나쁜 건 아니니까.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나.


진우는 그렇게 가볍게 생각하다가 문득 어제 일이 떠올랐다.

그게 아니라면 어제 먹은 아이템 덕분인가?

그럴 수도 있었다.


‘그것도 유니크 아이템이니.’


레어도 아니고 무려 유니크!

얼핏 듣는다면 게임 폐인 아니냐며 뭐라 할 수도 있었지만, 이 시대엔 그러지 않았다.


판테온.

10년 전 출시되어 게임의 인식을 바꿔 놓은 가장 완벽한 가상현실 게임.

이제는 게임만 잘해도 먹고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진우가 딱 그랬다.


‘벌써 9년째네.’


게임으로 먹고산 지 벌써 9년.

다사다난한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평탄했던 것도 아니었다.

게임 방송과 게임으로 살아남으려면 아무래도 쉽진 않았으니.


처음에는 부모님도 반대하지 않았나.

그때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반열에 들자 부모님도 응원해 주기 시작했다.

역시 치료 중 최고는 금융 치료라니까.

아무튼 재능이 있다고 해서 쉽진 않았다.


판테온이라는 게임은 더욱 그랬다.

재능이 있거나, 돈이 있거나, 운이 좋지 않으면 랭커엔 도달하지도 못한다.

진우야 남들보다 늦게 시작해 비록 중상위에 속하긴 했지만.

그나마 진우가 재능이 있었기에 중상위라도 속한 거다.

그래도 남부럽지 않게 벌었다.


월 600!

대기업 직장인도 쉽지 않은 벌이.

중상위권의 진우가 벌어들이는 돈이 그 정도였다.

거기다 가끔씩 이런 로또가 터질 때도 있지 않나.


‘이것만 팔면 지난달보다 배는 벌겠네.’


유니크 아이템의 시세는 대략 1,000만 원에서 2,000만 원 사이다.

그리 좋은 템은 아니었지만, 못해도 1,000만 원은 벌 수 있다.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평균적으로 버는 돈이 한 달에 600 정도였다.


‘오랜만에 뽕 좀 뽑겠어.’


이런 재미가 있는데, 어떻게 이 짓을 관두겠나.

돈도 돈이지만, 무엇보다 재미가 있으니까 하는 거다.


좋아하는 일에다 돈도 잘 번다?

이런 기회를 어떻게 놓치겠나.

엄청난 성공을 거둔 건 아니지만, 작은 성공도 성공이니까.

딱히 아쉬울 게 없었다.

모자람이 없었으니까.


아, 있긴 하다.

아쉬움이.


‘어째 36살이나 처먹고도 연애를 못 하냐.’


소개팅을 안 받아 본 건 아닌데.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다만,


‘시기가 나빴지.’


게임 방송이라는 게 그렇다.

레이드 일정이 갑자기 잡힐 때도 있고, 콘텐츠를 생각하다 보면 하루가 지나 있는 경우도 수두룩했으니까.

지금이야 어느 정도 안정되긴 했지만.

너무 늦었다.

그래도 딱히 후회는 없었다.

그만큼 바쁘게 살았으니 이만큼 올라온 거다.


연애를 해 봤어야 외롭다는 걸 알지.

36살 먹는 동안 연애도 못 하면 외롭다는 것 자체도 모르게 된다.

아쉽지 않다면 구라지만.

하지만 어쩌겠나.


‘이미 지나간 일인걸.’


이제는 36살이라는 젊지도 않은 나이이니.

포기했다고 할까?

덤덤해졌다고 할까?


아무튼 그랬다.

연애를 하고 싶긴 했지만, 나이도 그렇고 맞는 상대도 없으니까.

거기다 게임을 관둘 수도 없는 노릇이니.

뭐 이걸 다 이해해 주고 만나 줄 여자?

그런 여자가 있다면 왜 진우를 만나겠나.

더 잘난 사람을 만나겠지.


‘뭐 내가 어디 빠지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또 엄청 잘생긴 건 아니니까.’


말 그대로다.

친구들이랑 술 마시다가 종종 여자가 말을 걸어온 적도 있지 않나.

그때 친구들의 표정을 떠올리면, 절대 못난 얼굴은 아니다.


뭐 그러면 뭐 하나.

36살 처먹도록 연애 한 번 못 했는데.


못나진 않았지만, 빼어나게 잘생긴 건 아니니.

거기다 모쏠.

어느 여자가 36살이나 먹고 모쏠인 사람을 만나고 싶겠나.

남자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지만.


어쨌든.

지금에 와서야 연애는 덤덤하기만 하다.

아무튼 그렇다.

오늘 일이나 더 생각하고 말지.


“읏차.”


간만의 득템이라서 그런가?

몸도 가벼운데, 기분까지 날아갈 거 같았다.

진우는 그렇게 가벼운 몸으로 화장실을 향했다.


일어나자마자 세수하는 건 당연하지.

그렇게 세수를 하려고 세면대 앞에 선 순간.

기묘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어라? 이거 뭐야?”


세면대 앞에 선 진우는 자신의 바로 앞에 놓인 거울을 바라봤다.

늘 보는 거울.

하지만 그 속에 있는 것은 늘 보던 얼굴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이라도 된 거냐고?

아니, 그보다 더 이상하다.


“왜, 어려졌지?”


뭐야, 이거.

무서워.


자신도 모르게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어제까지만 해도 탄력이 좀 떨어진 피부였건만.

지금은 탱탱하다 못해 쫀쫀한 느낌까지 든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코X이라도 된 건가?

몸은 작아졌지만, 두뇌는 그대로! 뭐 그런 건가?

잠이 덜 깨서 그렇다기에 느껴지는 촉각이 생생하다.

무엇보다 놀라 잠이 달아났는데도 여전히 젊어 보이는 거울 속 모습.


‘이, 이게 무슨?’


무언가 이상한 기시감을 느끼며 진우는 화장실을 나왔다.

그리고 방 안을 둘러봤다.


“어?”


분명 자신의 자취방이 맞긴 하다.

10년간 여기 살았으니 모를 리가 없다.

그런데 낡았던 벽지가 마치 새것처럼 되어 있지 않나.

무엇보다.


‘저, 저기 장판 그을린 자국도 없어졌네?’


라면 먹으려다 냄비를 떨어트려 장판을 태워 먹었던 게 말짱해 있었다.

마치 1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어라?


가장 확실한 캡슐.

무려 10년 전에 나온 구식 모델.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최신형 모델을 쓰고 있었는데, 갑자기 10년 전 구형 모델이라고?

다만 구형 모델이라기에 광택이 다르다.

마치 산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무려 8년 전에 단종된 모델일 텐데?


‘······.’


이쯤 되면 아무리 당혹스러워도 알 수밖에 없지.

하지만 만약이라는 게 있을지도 모르는 거 아닌가.

조심스럽게 침대 머리맡에 놓인 스마트폰을 들었다.

이것 역시 10년 전에 썼던 구형 모델이지만, 아주 깨끗했다.


그리고 확신을 얻기 위해 화면을 켠 순간.

10년 전 날짜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람.’


혹시 몰라서 입고 있던 티셔츠를 들어 올렸다.

복부에 있어야 할 기다란 자상이 없다.


3년 전 교통사고를 당하고 생긴 기다란 수술 자국.

이게 없다는 건 딱 한 가지 이유 회귀밖에 없다.


‘진짜 10년 전이라고?’


회귀했다고?

왜?

딱히 바라지도 않았는데?


아니, 딱히 바라지 않은 수준도 아니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든가 후회를 하면서 아, 그때 돌아가면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마음가짐 따위도 없었다.

그냥 인생을 만족하면서 살고 있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미치겠네.


“허, 허허허. 허허.”



* * *



3년 전 교통사고의 수술 자국이 사라진 걸 확인했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서 이곳저곳에 전화를 했다.

부모님이며 친구들에게.

거기다 인터넷까지 확인한 후에야 진우는 비로소 실감이 났다.


‘진짜 돌아왔구나.’


마냥 기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제일 먼저 든 감정은 얼떨떨하다는 것?


굳이 바라지도 않은 회귀이니.

그럴 수 있다.

무엇보다 그간 해 온 게 다 사라진 거 아닌가.

누구라도 얼떨떨할 수밖에.


게임 저장한 게 날아가서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면 아무리 실수가 있었다고 해도 짜증이 나지 않나.

지금 딱 그런 심정이다.

세이브를 날린 게임을 다시 해야 하는 그런 기분.


‘하아, 9년의 노력이 이렇게 한순간에 사라진다고?’


열불이 터지기 바로 직전.

문득 머릿속에 떠올랐다.


‘잠깐? 아직 판테온이 출시 전이라고?’


어라?

이거?

오히려 좋다.


아니, 오히려 좋은 수준이 아니다.

뭐 9년간의 노력이 사라졌다는 건 좀 뼈아프긴 하지만.

개꿀이잖아, 이거.

첫 스타트를 다시 할 수 있는 기회.

이런 기회가 어디 있나.


뭐, 물론 없어도 되긴 하지만, 이왕 돌아온 거 더 큰 성공을 하면 그만 아닌가!

9년간 해 온 노력이 한순간에 사라졌다는 사실에 그만 점심을 나가서 먹을 거 같았지만,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따위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하나도 아쉽지 않고 아깝지 않다고 하면 구라겠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더 빨리 시작할 수 있다!’


남들보다 1년이나 늦게 시작한 진우였다.

그 탓에 고작 중상위권에 머물러 있었지만, 10년 전이라면?


아까 인터넷을 확인하면서 안 사실인데.

지금은 판테온이 아직 출시되지 않은 시점이다.

출시까지 아직 한 달이나 남아 있는 시점.


이거라면 된다.

예전보다 더 크게 성공할 수 있다!

무엇보다 게임도 게임이지만, 회귀했으면 응당 해야 할 게 있지 않나!


“으하하! 회귀를 했으니 당연히 주식이지!”


봐라! 이렇게 떠오르는 종목만!

······없네?


‘X벌.’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하나도 없었다.

뭐 예전에는 코인이라는 엄청난 요소가 있었다지만, 요즘 주식엔 그런 거 없었다.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미친 대가리.

하기야 항상 방송 콘텐츠 생각만 했는데, 주식을 알아보고 있을 겨를이 있었겠나.

노력이 이렇게 발목을 잡네.

썩을 것.


‘역시 게임밖에 없나?’


회귀했어도 뭐 주식을 했어야 알지.

모르면 그대로 물려 버리는 거다.


물론 완전 안 떠오르는 건 아니었다.

부동의 주식 대박은 항상 하나였으니까.


‘판테온.’


다름 아닌 가장 완벽한 가상현실 게임 ‘판테온’을 만든 회사 판테온이었다.

아직 엄청나게 오르기도 전의 시기.

이거 잘만 하면 떼부자 되는 거 아니야?

무엇보다 그게 끝이 아니다.

다름 아닌 판테온 자체도 남아 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진우는 프로 방송인이자 프로 게이머다.

그것도 늦게 시작해서 중상위권까지 오른 재능 있는 게이머!

그런 진우의 머릿속에는 10년간 중요한 정보들이 다 들어 있다.


‘이게 주식보다 더 대박일 수도?’


근데 판테온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판테온 주식에 투자한다?

이건 실패할 수가 없는 구조다.

약속된 승리의 돈벌이!


잠깐만 생각해도 10년 사이에 지나간 히든피스들이 산더미다.

이걸 제대로 정리만 하면?


‘랭커는 떼 놓은 당상이지.’


이거 큰일 났다.

행복해서 죽는 거 아니야?


‘왜 회귀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왕 회귀한 거 성공한다!’


이런 미래 지식을 가지고 있는데, 성공을 못 한다?

그건 진짜 머저리다.


아직 판테온이 출시되기까지 한 달이나 남았다.

생각나는 꼼수와 히든피스들을 정리해 놓을 필요가 있다.


정리해 두면 이보다 편한 게 없지.

무엇보다 까먹으면 큰일이니까.

꼼꼼하게 기억나는 것들을 나열하다 보니 뭔가 떠오르는 게 있었다.


‘퍼스트 타이틀!’


늦게 시작한 진우에게는 영 인연이 없었던 퍼스트 타이틀.

후발 주자가 선발 주자인 랭커들을 쉬이 쫓아갈 수 없었던 이유 중 하나!


어라?

지금 시작하면 퍼스트 타이틀도 다 먹을 수 있는 거 아닌가?

이렇게 되면?


‘랭커가 문제가 아니고 랭킹 1위도 문제없는 거 아니야?’


좋아, 이렇게 된 거 다 처먹어 주마!

다 처먹고 성공해 주겠어!


뭐 기왕이면 연애도······.

36살 모쏠은 좀 그렇잖아.

회귀자가 게임을 너무 잘함


지은이 : 리백

제작일 : 2022.07.05

발행인 : (주)고렘팩토리

편집인 : 김레아

표지 : 나쵸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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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405-026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