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마족들에게 위험하고 황폐한 서부가 아닌, 비옥한 중앙 대륙을 선물하리라 선언했던 마왕이 푸른 피를 쏟아 내며 죽었다.

이로 인해 그간 세 치 혀로 무수히 많은 생명을 기만하였으며, 목숨을 빼앗고, 불행을 낳은 마족들은 저들조차 무서워하는 존재인 악마가 기거하는 서쪽 끝 마경으로 숨어들거나 대륙 곳곳으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지난 100년간, 전 대륙을 시름에 앓게 했던 대전쟁이 비로소 끝을 맺은 것이다.

그리고 이는 무수히 많은 전쟁 영웅들의 탄생을 알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제국 사기(史記)에 기록되기를 대륙 평화 연합군의 총사령관, 알프레드 반 미켈란 공작이야말로 일등공신이라…….

“하지만 숨은 진실은 따로 있었다.”

늦은 밤.

자신을 찾아온 대전쟁 승리의 주인공, 알프레드 반 미켈란 공작의 말에 묵묵히 펜을 움직이던 사관(史官)의 몸이 흠칫 굳었다.

“……진짜로 이렇게 적습니까?”

알프레드는 대답 대신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폐하와 의원분들 모두가 싫어하실 겁니다.”

사관의 걱정 가득한 말에 중년의 나이치고 너무나 고운 미간을 깊게 찌푸린 알프레드의 입이 열렸다.

“외압에 굴하지 않고, 오로지 진실을 적는 게 사관의 역할 아닌가?”

“그렇지만…….”

꽤 강경한 힐난에도 불구하고 사관은 눈치를 보기만 할 뿐이다.

결국 알페르드는 한숨을 쉬며 뒷말을 이었다.

“후우…… 그냥 적어만 두게. 첨언은 아직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도 좋으니.”

“그 말씀은?”

“언젠가 때가 되었을 때, 그날이 오면 공개해 주게.”

알프레드는 방의 한편에 달린 작은 창문 밖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세상 사람들도 알아야지. 마왕을 죽인, 전쟁을 끝낸 진짜 영웅은 따로 있었음을.”

확고한 각오가 어린 알프레드의 말에 사관은 결국 펜을 잡은 손에 힘을 주고는 아직은 공개할 수 없는 첨언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도일 폰 아그리아트.

마왕을 살해한 진짜 영웅은 따로 있었노라고…….

전쟁영웅인데 전역해버림

지은이 : 맛깔란

제작일 : 2022.04.21

발행인 : (주)고렘팩토리

편집인 : 심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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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405-0033-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