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령왕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0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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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화



Prologue



그래.

이 수업의 이름은 분명히 스피릿 소환이었다.

강대한 정령, 스피릿을 소환하여 평생의 계약을 맺는, 그런 숭고한 의식을 치르는 수업이었다.

하지만.

‘실패했을 텐데?’

라파엘은 눈동자를 슬쩍 내렸다. 라파엘의 손 위에는 광석 조각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스피릿을 소환하는 데 도움을 주는 감응석이었다.

본래라면 아름답게 녹아 없어져야 할 이 광석을 라파엘은 폭발시켰다.

그랬는데.

“아아, 이 얼마나 애틋한 만남인가. 아아, 이 얼마나 간절한 떨림인가.”

늠름한 목소리와 함께 한 존재가 이리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 존재는 눈부터 머리카락, 심지어 비늘 같은 피부와 뿔, 꼬리까지 모든 것이 불의 색을 띠고 있었다.

그랬다.

그 존재는 화염의 드래곤이었다.

“드디어 찾았구나. 내 동반자여.”

1화



종종 책을 보면 어린아이가 자신의 어머니를 의심하는 장면이 나온다.

‘내 어머니가 진짜 친어머니가 맞을까?’

‘사실 나는 아기 때 바뀐 거고, 친어머니는 따로 있는 게 아닐까?’

이것은 일종의 자의식 과잉으로, 자신은 남들보다 특별할 거라는 믿음을 가진 어린아이에게 주로 나타난다.

하지만 라파엘은 14살인 지금도 엄마를 보며 생각했다.

‘우리 엄마가 맞을까?’

물론 라파엘이 자신은 특별하다란 믿음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

“라파엘? 코오.”

엄마가 특이했다.

침대에서 라파엘보다도 ‘어려 보이는’ 소녀가 라파엘의 배를 토닥였다.

소녀는 라파엘보다 얼굴 하나 정도 작을까? 앙증맞은 얼굴에 유리구슬 같은 눈을 가진 소녀는 인형을 끌어안으면 한 폭의 그림이 될 것 같았다.

문제는 없었다.

이렇게 귀여운 사람이 가족이라니 자랑거리였다. 누구한테도 자랑할 수 있을 테지.

이 소녀가 엄마만 아니면 말이다.

“엄마 방에서 주무세요.”

“왜?”

엄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긴 왜예요! 엄마 방 있잖아요. 좁아요.”

“가족은 함께 있는 거야! 함께.”

“그건 아는데, 굳이 잘 때까지는…….”

“싫어!”

“예?”

어린 소녀처럼 팽 고개를 돌리는 엄마.

정말 이 엄마는 외모만큼 성격도 전혀 나이를 먹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라파엘은 요즘 얘기도 잘 안 하는걸.”

엄마의 눈동자에 눈물이 글썽였다.

“라파엘, 반항기?”

“하아…….”

라파엘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엄마는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그렇지만 라파엘 숨기고 있는걸. 그 손, 손은 어떻게 된 거야?”

엄마가 눈으로 라파엘의 왼손을 가리켰다. 라파엘의 왼손은 흰색 손수건이 감겨 있었다. 라파엘은 슬쩍 손을 뒤로 뺐다.

“넘어졌다니까요? 말씀드렸잖아요.”

“흐응?”

엄마는 실눈으로 라파엘을 흘겼다.

“정말이에요! 어쨌든 여기서 주무실 거면 제가 엄마 방에서 잘 거니까요.”

라파엘이 침대를 박차고 일어났다. 엄마의 손이 라파엘의 뒤 옷자락을 스쳤지만, 개의치 않았다. 라파엘은 힘차게 방문을 밀었다.

우연일까?

“윽.”

라파엘이 방문을 여는 순간, 문 너머에서 강한 바람이 불어 문을 거칠게 닫아 버렸다.

라파엘이 다시 문을 힘껏 열었지만, 방문은 앞이 꽉 막힌 듯 열리지 않았다.

‘아…….’

라파엘은 뒤를 돌았다.

엄마의 풍성한 금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반항기, 나빠!”

엄마의 머리가 산발이 되어 허공에 떠 있었다.

“이리 와.”

곧, 라파엘의 뺨에 스산한 바람이 스쳤다. 방문 틈새로 스산한 바람이 몰아쳤다.

라파엘은 속으로 절규했다.

‘역시 우리 엄마는 이상하다고!’



* * *



3일 전.

라파엘 위트는 골짜기 아래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그 존재’와 마주쳤다.

‘어?’

라파엘은 그 존재를 보는 순간, 나무 열매와 약초가 가득 든 바구니를 떨어뜨릴 뻔했다.

어떻게 해야 그 존재의 크기를 정확히 가늠할 수 있을까?

라파엘 신장의 몇 십 배만 한 덩치를 가진 존재는 등에 거대한 날개가 솟아 있었고, 꼬리 끝에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으며, 온몸은 붉은 비늘로 덮여 있었다.

그랬다.

그 존재는 ‘드래곤’이라고 불리는 자였다.

‘아름답다.’

눈 한 번 깜빡하지도 않은 사이, 라파엘의 마음에서 진심 어린 감탄이 새어 나왔다.

당연했다.

이 대륙을 창조한 창조신의 파편인 ‘정령.’

그 정령들의 수천수만이 모여 인격과 형체를 갖춘 존재가 드래곤이기에 그 위용과 아름다움은 자연에 있는 그 어떤 존재보다 뛰어났다.

드래곤의 강함은 구태여 논할 것도 없었다. 웬만한 성체라면 인간의 공국 하나는 쉽게 멸할 수 있는 것이 드래곤이었기에…….

심지어 꼬리 끝에 타오르는 불을 보건대 이 존재는 ‘화염의 드래곤’이었다. 화산이 폭발하고 초토화된 대지에서 풍요로운 작물이 나듯 불은 파괴와 재생을 뜻했다.

많은 인간의 국가가 불의 강함과 성스러움을 받들어 나라의 상징으로 여길 정도였다.

‘드래곤님이 어째서 여기에?’

라파엘은 드래곤을 살펴봤다. 역시 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런 존재가 진작 이 산에 살았다면 평생 자랑으로 여기며 풍요를 빌었겠지만, 라파엘은 잘 알고 있었다. 이 산에 드래곤의 레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어?’

이윽고 라파엘은 답을 알아냈다. 드래곤의 아름다운 신체 중 오직 한 곳, 왼쪽 뒷다리가 썩은 듯 검게 물들어 있었다. 라파엘은 그 현상을 알고 있었다.

‘오염.’

오염은 정령들이 모종의 이유로 제 구실을 못 하고 부패하는 현상이었다.

드래곤은 정령들이 수만, 수억이 모여 형체와 자아를 이룬 존재이기에 정령과 같이 오염이라는 재해에 영향을 받았다.

‘엄마를 부를까.’

드래곤의 거친 숨결에서 통제 못 한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상당히 고통스러운 모양이었다.

‘아니야. 시간이 없어.’

라파엘은 고개를 저었다. 검은 기운은 드래곤의 왼쪽 다리를 좀먹은 데에서 그치지 않고 온몸으로 퍼지려 하고 있었다.

오염이 드래곤의 몸통에까지 이르는 순간, 퍼지는 속도는 배로 빨라질 것이다. 그때는 목숨을 보장할 수 없다.

‘해야 해.’

라파엘은 골짜기 아래로 달려갔다.

‘뜨거워.’

라파엘은 이마에서 배어 나오는 땀을 훔쳤다.

드래곤에게 다가갈수록 공기가 뜨거워졌다. 계곡 아래에는 말라죽거나 불에 탄 식물의 잔해가 보였다.

하긴 이 정도는 어떻게든 힘 조절을 한 걸지도 모른다. 화산 속에서 사는 화염의 드래곤은 용암보다도 더 뜨거운 열을 낼 수 있었다.

게다가 열기는 사소한 문제였다. 라파엘은 보았다. 화염의 드래곤이 정확히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눈동자는 사납게 날이 서 있었다.

“해치지 않아요. 수상한 인간 아니에요.”

라파엘은 두 손을 들어 적의의 의사가 없음을 표현했다.

“지금 치료해야 해요. 제가 도울게요.”

크르르…….

그러나 라파엘이 다가가자 드래곤은 거칠게 포효하며 거대한 몸을 바동거렸다. 당연했다.

인간에게 잡힌 드래곤은 대부분 불행했다. 저 거대한 뿔만 팔아도 웬만한 성 한 채는 살 수 있으니 말 다한 것이다.

“드래곤님!”

드래곤이 몸부림쳤다. 드래곤이 바동거리는 것은 사람이 바동거리는 것과 차원이 달랐다. 드래곤의 몸에 부딪힌 나무가 뿌리째 뽑히고 꼬리에 치인 바위가 산산조각이 났다.

라파엘은 얼굴을 팔로 가렸다. 산의 파편들이 거칠게 날아왔다. 주위의 열기도 더욱 강해져 라파엘의 눈 속 수분도 말려 버렸다.

드래곤의 눈도 더 찌푸려졌다. 아픈 몸을 이끌고 난동을 부리니 성할 리가 없었다.

‘이대로 두면 안 돼.’

라파엘은 날아오는 파편들을 피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대로라면 산도, 드래곤도, 라파엘도 멀쩡하지 못했다.

“후우.”

라파엘은 눈을 감고, 숨을 골랐다.

라파엘이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붉은색을 뿜어내는 수많은 구체들이 보였다. 불의 정령이었다.

‘역시 불의 정령이 폭주하고 있어.’

본래 산은 땅의 정령의 영역이었다. 그리고 땅의 정령의 색은 싱그러운 노란색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새빨간 구체들만 눈에 들어왔다. 모두 불의 정령이었다. 그 양은 활동하고 있는 화산 주변에 버금갈 정도. 드래곤 때문이었다.

‘아직까지 산불이 안 난 것만 해도 기적이야.’

라파엘은 입을 앙다물었다. 드래곤은 본래 자연을 수호하는 자. 주위에 밸런스를 무너뜨릴 만큼 불의 정령을 이렇게 흩뿌리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말려야 했다.

가장 좋은 건 드래곤에게 부탁하여, 불의 정령을 진정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무리였다. 가능했다면 아까 손을 들었을 때 얘기를 들어주었을 것이다.

‘불의 정령을 다룰 수만 있었어도…….’

직접 불의 정령에게라도 얘기하여 소동을 잠재우고 싶을 정도였지만, 애석하게도 라파엘은 어렸을 때부터 불의 정령과 상성이 좋지 않았다.

저 도도한 존재들은 물과 기름의 관계처럼 주변에 붕 떠 있어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웅.

그때, 라파엘의 귓전이 웅웅댔다.

푸른색 구체들이 내는 특유의 부드러운 울림이었다.

‘네, 알아요. 절대 서운한 건 아니니까요. 정말이에요.’

그랬다.

물, 불, 땅, 바람. 네 정령 중 라파엘의 주위를 맴돌며 라파엘의 부탁을 들어주는 정령은 바람이었다.

‘이번엔 많이 힘든데 그래도 괜찮을까요?’

라파엘은 자신에게 모인 바람의 정령들에게 걱정스럽게 되물었다.

‘불은 바람의 상성이었다.’

산불은 바람이 거센 날 크게 나듯이 불의 정령은 바람의 정령을 휘감아 더욱 강해졌다.

애매한 수의 바람의 정령이 불의 정령에게 맞서 봤자 오히려 독일 될 테지.

하물며 그 불은 화염의 드래곤이 다스리니 더더욱 위험했다.

웅.

웅웅!

하지만 바람의 정령들은 전혀 개의치 않은 모양이었다. 그들은 라파엘에게 산뜻한 바람과 평온한 울림을 전달했다. 라파엘에게 힘을 빌려주겠다는 뜻이었다.

‘감사해요.’

라파엘은 그들에게 깊이 감사했다.

쏴아.

곧 라파엘의 등 뒤에서 청명한 바람이 불었다.

분명 불의 정령과 바람의 정령은 상극이었다.

‘하지만 촛불을 끄는 날숨도 바람이야.’

바람의 양이 압도적으로 많다면 불을 소멸시키는 것도 가능했다.

이렇게 말이었다.

웅.

웅웅웅.

산 너머부터 바람의 정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라파엘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한 개체가 두 개체를 부르고, 두 개체가 네 개체를, 여덟 개체가 열여섯 개체를 불렀다.

곧 골짜기는 바람의 정령으로 가득 찼다. 바람의 정령의 색에 골짜기가 파랗게 물들었다.

나뭇잎도, 바위도, 열매도, 심지어 라파엘의 눈도.

웅.

그들은 라파엘이 부르자마자 전력을 다해 달려 와주었다.

‘이곳이라서 다행이야.’

라파엘이 이 산에서만 산 지 14년이었다. 이미 이 산에 존재하는 모든 바람의 정령과 인사를 끝내 놓았다.

덕분에 이 산이라면 언제든지 수많은 바람의 정령을 부를 수 있었다. 이 산맥에 있는 모든 바람의 정령을,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말이었다.

쿠워어!

화염의 드래곤은 주위가 바람의 정령으로 가득 찬 걸 느끼자, 더욱 사납게 울부짖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화염의 드래곤과 불의 정령들은 그의 수백 배가 넘는 바람의 정령에 포위당해 세력이 꺾여 버렸다. 드래곤이 라파엘의 소환 속도를 예측하지 못해 생긴 일이었다.

쿠워어어어어!

결국 드래곤도 승부수를 던졌다.

드래곤의 거대한 입이 벌어지고, 그 안에 남아 있던 불의 정령이 응축되었다.

‘저 좁은 공간에 불의 정령을 모두 응축하다니.’

라파엘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곧 뭉친 불의 정령이 화염구가 되어 드래곤에 입 안에서 소용돌이쳤다.

‘온다!’

라파엘은 눈을 부릅떴다.

화염구가 기둥이 되어 정확히 라파엘을 향해 날아왔다. 닿지도 스치지도 않았지만, 화염 기둥이 날아오는 길 주위에 있던 모든 사물에는 주홍빛 선이 그어졌다.

‘모이세요!’

라파엘이 소리쳤다. 불의 정령이 저렇게 밀집해서 돌진해 오는데 이쪽이 흩어져 있으면 뚫리는 게 당연했다.

바람의 정령은 라파엘의 지시에 따라 라파엘 앞에서 겹겹이 벽을 이루었다. 벽은 바람의 정령이 모이면서 푸른빛이 점점 선명해졌다. 이윽고 벽이 완벽한 창공의 색을 띠었을 때, 두 정령이 충돌했다.

“윽!”

강렬한 진동과 함께 뜨거운 열풍이 계곡을 휩쓸었다.

“멈추시면 안 돼요. 계속 돌아 주세요!”

멈추면 타 버린다.

라파엘은 눈을 부릅뜨고 바람의 정령의 길을 인도했다. 아무리 수가 많다고 하지만, 이토록 농밀하게 뭉친 불의 정령이 바람의 정령과 충돌하면 바람의 정령도 무사할 수 없었다.

고로 라파엘은 바람의 정령들을 순환시켰다. 피해를 입은 바깥쪽 정령을 안쪽으로, 그리고 성한 정령들을 바깥쪽으로.

바람의 정령이 가장 작고 날렵하기에 가능한 기술이었다. 다른 정령이었으면 무거워서 일 초에 수십 번이라는 속도로 도는 것은 불가능했다.

‘됐어!’

속도는 곧 힘이었다. 바람이 고속으로 대류하는 벽은 견고했다. 불의 정령은 정면을 돌파할 수 없었다.

불기둥은 바람의 벽에 부딪힌 후 불의 정령 한 개체, 한 개체 단위로 분해되었다.

“지금이에요!”

라파엘이 소리쳤다. 드래곤이 동요하는 순간이 바로 기회였다.

쿠워어어어!

드래곤이 다시 불의 정령들을 부르기 전, 바람의 정령이 드래곤을 포위했다. 바람의 정령은 불의 정령이 감히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을 정도로 빼곡한 층을 쌓았다.

공기도 무게가 있다. 드래곤이 발한 불의 기둥을 해체할 정도로 많은 바람의 정령이라면 말할 것도 없이 무거웠다.

그들이 드래곤을 완전히 감싸자, 드래곤은 미세하게 떠는 것 외에 옴짝달싹 못 했다.

“죄송해요.”

라파엘이 조심히 다가갔다. 드래곤의 날 선 눈동자가 라파엘의 얼굴을 정확히 따라갔다.

“정말 해치려는 게 아니에요. 믿어 주세요. 지금 고치지 않으면 정말 큰일 나요. 제가 도울 수 있어요.”

라파엘은 드래곤의 왼쪽 다리로 걸어갔다. 라파엘이 조심히 드래곤의 다리 위를 만졌다.

“윽!”

그 순간, 라파엘의 미간이 크게 찌푸려졌다.

웅.

바람의 정령이 동요하며 라파엘 옆으로 날아왔다.

눈을 깜빡거리기도 전의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라파엘의 손바닥에 흰 물집이 올랐다.

드래곤이 자신의 힘을 깎아 다리 표면을 뜨겁게 달궈 놓았다.

라파엘이 드래곤을 보자, 드래곤은 여전히 라파엘을 사납게 노려보고 있었다.

라파엘은 묵묵히 돌아서더니 처음 드래곤을 발견했던 골짜기 위로 올라갔다. 그러고는 골짜기 위에서 몸을 숙였다.

“갑자기 건드려서 죄송해요. 놀라셨죠? 절대 해하려는 건 아니에요. 저, 이거라도 드셔 보실래요? 달고 맛있어요.”

라파엘이 몸을 일으켰을 때는 바구니와 함께 나무 열매들이 손에 쥐어져 있었다.

“믿어 주세요. 잘될 거예요. 자, 이것도 어서 드셔 보세요. 방금 딴 거라 신선해요.”

그 순간, 드래곤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지금 해야 해요. 아니면 늦어요. 부탁드릴게요.”

드래곤의 눈이 계속 라파엘을 따라갔다. 흔들리는 눈동자는 아직 망설이고 있었다.

“네. 괜찮아요.”

다만 라파엘이 다시 드래곤의 왼쪽 다리를 만졌을 때, 그 비늘의 온도는 드래곤의 체온보다 훨씬 서늘했다. 마치 화상 입은 손을 식혀 준다는 듯이.

“감사해요.”

정령왕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지은이 : 초심토끼

제작일 : 2020.11.30

발행인 : (주)고렘팩토리

편집인 : 심지은

표지 : G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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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7051-99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