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 천재였던 전생을 각성해버렸다 0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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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1화



거대한 쥐가 힘을 잃고 쓰러진다.

철퍼덕!

마지막 몬스터가 죽자마자 동시에 내 귓가에 울리는 청명한 알림음.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드디어 10레벨을 달성했다.

각성자들은 이때가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

여기서 특기나 스킬을 하나라도 얻는다면 바로 밑바닥 탈출.

그리고 어떤 것을 얻느냐에 따라서 수많은 길드의 러브 콜을 받게 될 것이다.

천정부지로 솟은 몸값은 그의 가치를 대변하게 될 것이다.

‘나도 인생 좀 펴 보자!’

김신우는 간절하게 빌고 또 빌었다.

‘어머니, 아버지, 하느님, 하나님, 예수님, 부처님, 알라신님, 제우스님, 토르님, 호루스님. 제발 좋은 특기나 스킬 좀 주십시오. 둘 다 주면 더 좋고!’

절박한 심정에 온갖 신이라는 신의 이름이 다 튀어나왔다.

그때 간절히 바라던 알림음과 함께 메시지가 눈앞에 보였다.


-각성자에게 맞는 특기와 스킬을 찾습니다.


‘제발, 제발, 제발! 하나만 떠라!’

특기와 스킬이 안 뜰 확률도 존재하기에, 그리고 완전 거지 같은 것이 떠서 아무런 쓸모가 없을 수도 있기에, 김신우는 빌고 또 빌었다.


-특기가 개방됩니다.

-전생 자각.


“응?”

방금 내가 뭘 본 거지? 라는 의문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선명하게 눈앞에 떠 있는 네 글자.

다시 봐도 [전생 자각]이란다.

아무리 봐도 [전생 자각]이란다.

방송에서 가끔 보는 전생 체험 뭐 이런 건가.

“X발, 운빨X망이네.”



* * *



어깨가 축 처졌다.

10레벨을 달성했다는 기쁨도 잠시, 특기의 이름을 보자마자 기분이 심해까지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신우야. 이제 10레벨이지? 뭐 좋은 거라도 떴어?”

50대를 바라보는 아저씨가 거대한 방패를 등에 메고 그에게 다가오며 물어 왔다.

그의 얼굴과 말투에는 약간의 기대감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이내 김신우의 얼굴을 보고서는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으로 혀를 찼다.

“거, 보아하니 꽝이구먼?”

대부분의 각성자들이 10레벨에서 특기와 스킬을 얻지 못한다.

얻을 확률이 10% 언저리라고 한다.

목숨이 오가는 헌터 생활에서 10%는 그야말로 최악의 확률이었다.

10%의 확률을 뚫고 얻어도 이렇게 필요 없는 특기나 스킬이 나온다면 그야말로 쓰레기라고 할 만했다.

“네, 꽝이네요. 하아.”

사실 꽝은 아니었다.

아무것도 못 얻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전생 자각해서 어디다 써먹겠는가.

전사 직업인 김신우에겐 전투에서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 특기일 뿐이었다.

그래서 그냥 꽝이라고 한 것이다.

고작 전생 체험에 불과한 특기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으니까.

“너무 기운 빠져 있고 그러지 말어. 다행히 20레벨에서는 그래도 얻을 확률이 높으니까. 또 혹시 몰라. 하급 소드 마스터리라도 습득할지?”

“하하. 그거 엄청 어렵대요.”

“사람 일 모르는 거여.”

턱턱.

황 씨 아저씨가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옆을 지나갔다.

“형님, 신우야. 빨리 와서 도와!”

동료의 외침에 김신우는 잡친 기분을 털어 내고는 주변에 널린 사체들로 향했다.

헌팅이 끝났어도 할 일이 태산이었기에 계속 노닥거릴 시간이 없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프리 헌팅 팀의 특성상 넉넉한 자금이 없어 서포터 팀을 고용해 사체들을 처리할 수 없었다.

그러니 직접 움직일 수밖에 없었는데.

만약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는다면 근처에 있던 몬스터들이 피 냄새를 맡고 또다시 전투가 일어나기 때문이었다.

가뜩이나 지쳐 있는 이들인데 또 전투가 일어나면 누구 한 명은 제삿밥을 먹어야 할지도 몰랐다.

텅!

트럭에 가득 사체를 싣고 문을 닫았다.

“자, 얼른 가서 쉬자고.”

“아우, 찝찝해. 아까 거대 쥐 녀석의 똥을 밟았더니 냄새가 아직도 나는 것 같네.”

“너 신발 트렁크에 넣고 맨발로 타.”

“쳇.”

황 씨 아저씨의 말에 결국 신발을 벗어 트렁크에 던진 권혁범.

“갑니다.”

김신우는 모두가 탑승한 것을 확인하고는 시동을 걸었다.

운전은 팀에서 나이가 제일 어린 김신우의 몫이었다.

사냥터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곧 검문소가 보였다.

도시 안으로 들어가기 위한 최소한의 절차로 팀의 인원과 신분, 그리고 트렁크 확인이 있었다.

짧은 절차만 진행되고 곧바로 검문소를 통과하자 길 양옆으로 여러 대의 대형 트레일러들이 쭉 늘어져 있었다.

트레일러들 앞에는 배너들이 난잡하게 홍보를 하고 있었다.


-몬스터 사체 최고가 매입!

-가장 비싸게 매입하는 곳!

-최고가 매입은 이곳뿐!


매매상들이 자리를 잡은 상권이었다.

이들은 헌터들이 사냥한 시체들을 매입하여 헌터 협회에 파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서포터 팀이 처리할 일을 대신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휘황찬란한 배너들을 지나치고, 가장 구석 자리에 있는 대형 트레일러 앞에 차를 세웠다.

“이봐, 김 씨. 우리 왔어!”

황 씨 아저씨가 소리치자, 트레일러 앞에 천막을 치고 낮잠을 자고 있던 중년 남성이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났다.

졸음을 참지 못하고 곧 다시 누울 것 같은 얼굴로 트럭으로 다가온 김 씨가 물었다.

“하암. 많이 잡았는가?”

“눈곱 좀 떼고 말하면 안 되나? 가서 봐. 얼마 잡지도 않았어.”

김씨는 대충 눈을 비비고는 트럭을 퉁퉁 두드렸다.

트렁크 문을 열라는 신호였다.

안을 스윽 보던 김 씨가 혀를 차며 말했다.

“반도 안 채워 놓고 왜 이렇게 빨리 사냥을 끝냈어? 아직 3시밖에 안 됐는데.”

보통 아침 일찍 날이 밝으면 와서, 해가 질 때쯤 헌팅을 끝내는 게 일반적이었다.

헌터들은 보통 7일에 한 번 헌팅을 한다.

체력과 마력은 한정되어 있고, 충분한 휴식을 하지 않으면 사냥에 큰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체력은 그렇다 쳐도 마력은 평균적으로 7일의 휴식을 취해야 회복이 끝나기에 연일 사냥을 하지는 않는다.

그나마 이제 막 10레벨을 찍은 김신우와 달리 다른 팀원들은 15레벨 정도 되었기에 거대 쥐나 쌍두뱀 같은 최하급 몬스터를 사냥할 때 스킬을 많이 쓰지 않는 편이라 마력에 조금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체력 안배만 잘한다면 오늘처럼 반타작 정도는 할 수 있었다.

다만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마력과 체력이 고갈될 정도로 사냥하지 않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좀 특별했다.

“아아, 오늘 신우 레벨 업 시키려고 온 거야.”

김 씨는 김신우의 얼굴을 살짝 보더니, 혀를 차며 말했다.

“얼굴 보아하니 아무것도 못 얻었구먼.”

찔끔.

김신우의 표정이 살짝 구겨졌다.

차에서도 위로의 말을 듣긴 했지만, 속이 쓰린 것은 어쩔 수 없었다.

“20레벨 때는 받겠지.”

“그려.”

김 씨는 긴말하지 않았다.

얼굴에는 귀찮음이 가득해서 후딱 일을 처리할 생각밖에 없어 보였다.

가판대 밑에 놔둔 방수 앞치마와 팔 토시, 장갑을 끼고는 트렁크 쪽으로 다가갈 때 황 씨가 물었다.

“근데 오늘은 왜 아들이 안 보이고 혼자야?”

“거래처에 납품하러 갔어. 그리고 원래 이 시간에는 손님이 없는 시간이라고. 봐. 다른 쪽도 다 낮잠 처자고 자빠졌잖아.”

“흐흐흐. 우리가 너무 빨리 끝냈나 보구먼.”

“쯧. 차나 저쪽으로 궁둥이 붙여.”

김신우가 트레일러 뒤쪽으로 트럭을 옮겼다.

그리고 시작된 작업.

혼자 일하게 됐다며 투덜거리면서도 50대인 김 씨는 전혀 힘들어하는 티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팔근육이 불끈불끈 솟는 것이 아직 한창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작업은 빠르게 끝났다.

애초에 오늘은 돈을 벌 목적이 아니라, 김신우의 레벨이 목적이었던 헌팅이었기에 몬스터가 100여 마리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몬스터 사체를 옮기는 작업은 빠르게 끝났다.

“여기 견적서, 수수료 5% 제외할 거야.”

“안다고 알아. 매번 말하는 것도 지겹지 않나?”

“단골이어도 확실하게 고지해야 뒤탈 안 생겨. 이거 다 CCTV로 찍고 있어.”

“철두철미하구먼.”

“시끄럽고, 이제 가 봐. 작업 끝나면 입금할 테니까.”

“수고혀.”

황 씨와 김 씨의 대화가 끝나자, 김신우는 다시 트럭을 몰았다.

이제 차를 세차장에 맡기고 집에 가면 헌팅의 끝이었다.

“일주일 뒤에 보자.”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오늘 감사했습니다.”

“이런 거 가지고 뭘. 다음 주에 보자고.”

팀원들의 인사를 끝으로 모두가 뿔뿔이 흩어졌고, 김신우 혼자 남게 되자 어깨가 축 내려앉았다.

김신우는 집 앞 편의점에서 맥주를 산 뒤 집으로 향했다.

“맥주나 마시고 자자.”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고 자고 일어나면 꿀꿀한 기분도 한결 나아지겠거니 했다.



* * *



집에 가니 동생들은 각자 바빠 김신우가 집에 온 것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막내는 고 2, 둘째는 대학생이라 한창 시험 기간인지라 방에서 공부하기 바빴다.

김신우는 귀가한 자신을 반기지 않는 동생들이 미울 만도 하건만, 오히려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부모 없이 자랐지만, 자신을 부모처럼 생각하며 말도 잘 듣고,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으니 어찌 이쁘지 않겠는가.

“오빠 왔어?”

둘째인 김신혜가 목이 말랐는지 방에서 나오다가 그를 보고는 맞아 주었다.

“어휴. 냄새. 어서 가서 씻어.”

하지만 보자마자 꼬질꼬질한 냄새와 몬스터의 피 냄새가 진동하자 코를 막고 핀잔을 주었다.

“알았어. 식탁 위에 간식 놔뒀으니까. 신형이랑 같이 먹어.”

“와, 오빠. 땡큐!”

아직 저녁 먹을 시간이 멀었기 때문에 한창 출출했던 것 같다.

간식을 보고는 눈을 빛낸다.

그때 마침, 거실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자 막내 김신형도 방에서 나왔다.

“어? 형, 오늘 일찍 들어왔네?”

매번 해가 지고 나서야 이것저것 처리하다가 늦게 들어오는 김신우였기 때문에 일찍 들어온 게 신기했나 보다.

“어제 헌팅해서 오늘은 피곤하더라고.”

“하긴…….”

“얘기는 나중에 하고, 어서 씻어.”

둘째 김신혜의 재촉에 김신우는 후딱 갈아입을 옷을 가지고 샤워를 하러 갔다.

샤워하고 나오니 동생들은 각자 간식을 가지고 방으로 들어간 것 같다.

아마 시험 기간이니까 공부 중이라 한참을 방에서 나오지 않을 것이다.

오후 4시.

“아직 저녁 먹을 시간이 한참 남았네.”

보통 7시쯤에 저녁을 먹기 때문에 3시간이나 남은 상황.

쉬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에게는 새로운 특기를 알아보기에 딱 좋은 시간이기도 했다.

소파에 누워 자신의 시스템을 열었다.

“전생 자각이라니…….”

아무리 봐도 믿을 수 없는 [전생 자각]이라는 네 글자.

진짜 전생 체험이라든가, 뭐 그런 건가?

당연히 김신우는 TV에서 나오던 전생 체험이라는 것을 믿지 않았다.

그저 짜고 치는 쇼로 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내가 막상 특기로 얻으니 어이가 없네.”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어쩌겠는가, 이미 얻은 특기이니 써 보기라도 해야지.

“특기 사용, 전생 자각.”


-특기를 발동합니다.


나직하게 읊듯이 특기를 사용하니 시야가 점점 좁혀지기 시작했다.

마치 개기일식처럼 대낮에 어둠이 찾아오는 느낌이랄까.

꽤나 답답한 느낌이 가득해질 때쯤, 밝은 빛이 쏟아졌다.

파앗!

분명 소파에 누워 있었는데, 들판 위에 수많은 시체가 쌓여 있었다.

‘허억!’

처음 보는 지옥도에 까무러칠 정도로 놀란 김신우가 헛바람을 들이켰다.

‘전쟁터인가?’

전생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죽어 있단 말인가.

때마침 그의 눈에 들어오는 한 남자가 보였다.

시체만 가득한 이곳에 홀로 오롯이 서서 검 한 자루를 쥐고 있는 중년 남성.

그가 스윽 뒤를 돌아보았다.

“너는 무엇이냐. 마황련의 환제가 보냈더냐.”

남자가 똑바로 자신을 쳐다보며 물었다.

‘나, 나?’

“그래, 너. 육신도 없고, 그렇다고 영혼도 아닌 정체 모를 너. 넌 무엇이냐.”

남자의 검 끝이 김신우를 향했다.

굉장히 거리가 먼 것임에도 불구하고, 김신우는 그 검끝이 목 밑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등골에 소름이 끼쳤다.

‘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무신(武神).”

‘무신? 당신이 저의 전생입니까?’

“전생?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남자의 눈빛이 강렬하게 타올랐다.

모든 악한 것을 멸할 것 같은 화염처럼 말이다.

그 순간이었다.

남자가 사라지고, 세상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눈앞에는 초목이 우거진 뒷산을 배경으로 한 대궐처럼 큰 집이 보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동양의 건축물인 것을 알 수 있었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의복 역시 먼 옛날의 중국이나 고려의 것으로 보였다.

‘여기가 어디지?’

그때였다.

한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그 아이만이 눈에 들어왔다.

세상이 오로지 그 아이를 중심으로만 보였다.

‘쟤가 전생의 나……?!’

김신우는 확신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 5살의 꼬마가 전생의 자신이라는 것을.

그리고 방금 전에 만났던 중년 남성이 저 아이라는 것을!

남자의 얼굴과 아이의 얼굴이 너무도 똑같았다.

아이는 목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하압!”

기합을 잔뜩 넣으며 휘두르는 모양새가 아이답지 않게 힘과 절도가 있었다.

김신우는 이상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마치 저 검법을 아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삼……재……검법?’

무공명과 함께 초식이 머릿속에서 맴돌기 시작했다.

마치 누군가 뇌리에 기억을 주입하듯…….

무공 천재였던 전생을 각성해버렸다


지은이 : gordon

제작일 : 2022.01.21

발행인 : (주)고렘팩토리

편집인 : 한서진

표지 : 나쵸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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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811-67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