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천재로 환생한 무신 0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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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1화



수십여 줄기의 강기가 폭사했다.

단리우천은 놈들의 검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전히 믿을 수 없었지만 그 일은 분명히 일어나고 있었다.

오직 천마의 명에만 움직이는 신교 최고의 무력 부대 섬마대가 일제히 그에게 등을 돌리고 단리우천을 향해 검을 겨누었던 것이다.

조사 이래 최고의 경지에 올랐다는 천마 단리우천은 검미를 찌푸리고 입을 굳게 다문 채 강기를 베어 냈다.

허공으로 날아간 기의 폭풍은 강기를 베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그것을 날린 이들에게 쇄도해 들어가 사지를 찢어발겼다.

“크아아아악!!”

무신지경의 초극쾌에 무인들이 주춤거렸다.

“이유가 무엇이었더냐, 섬마대주!”

단리우천이 짧게 물었다.

“지존께서는 마도천하에 뜻을 두지 않으셨습니다. 그것은 마신의 뜻에 반합니다.”

“네놈이 아는 마신의 뜻을 나는 모른다고 생각했구나.”

가증스럽다는 표정이 단리우천의 얼굴에 떠올랐다.

마도천하.

천하를 천마신교의 아래에 두자며 중원을 침공하자는 무리가 신교를 준동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그것은 단리우천의 생각과 달랐다.

작금의 무림에서 정파와 사파는 다른 어느 때보다 강했고 초고수도 여럿이었다.

정사 연합군을 어찌어찌 막아 낸다고 해도 그 후에 수십만 황군이 들이닥치기라도 한다면 무엇이 남는다는 말인가.

“혈교 놈들이 현혹하더냐! 이것이 신교의 몰락을 자초하는 길임을 네놈은 정녕 몰랐더냐. 그놈들이 너에게 무엇을 약속하더냐. 너를 대종사로 만들어 주겠다 하더냐!”

단리우천은 저에게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죽어 가던 놈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독진이 호흡을 할 때마다 쌓였다.

처음부터 놈들의 계획은 단리우천의 손에서 죽는 것이 목표였던 듯했다.

자신들의 목숨을 내놓고 그를 데려가기로 한 것이다.

‘마의의 짓이군.’

단리우천은 만독불침에 가까운 몸이었지만 놈들의 몸에서 퍼진 독진은 특이했다.

시간을 들여 해독을 하자고 들면 못할 것도 없겠지만 지금처럼 내공을 빈틈없이 사용해야 할 때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의 눈에는 수천 명이 쓰러진 광장이 들어왔다.

제 손으로 다져 온 천마신교를 혈교에 넘기느니 차라리 함께 사라지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네놈들이 원하는 것처럼 순순히 죽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다시 공력을 끌어 올렸다.

단전에서 거대한 통증이 느껴지고 입에서 핏덩이가 울컥 뿜어졌다.

독이 생각보다 빠르게 퍼지는 듯했다.

단리우천의 옆에 서서 기회를 노리던 조장들이 서로 눈짓을 주고받더니 섬마대주가 날린 검이 단리우천을 향해 쏘아져 들어왔다.

‘이기어검?’

대주가 가진 공력으로 그것을 펼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데 아마도 일시적으로 공력을 강화해 주는 환단을 먹은 듯했다.

남은 생명을 담보로 해야만 쓸 수 있는 대법.

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섬마대의 모든 이들이 단리우천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강해져 있었다.

검의 속도를 예측하고 막으려 하다가 허공에서 갑자기 속도를 늦춘 검에 당황한 사이, 조장들의 검이 일제히 그의 사혈을 노리고 들어왔고 단리우천의 옆구리가 깊게 베였다.

서걱-.

서걱-.

몸을 급히 뺐지만 완전히 피하지 못한 사이 몇 개의 검이 가슴과 어깨를 지나갔다.

평생 죽을 고비를 수도 없이 넘겼지만 이번에는 아무래도 어려울 듯했다.

장장 네 시진에 걸쳐 이루어진 싸움이었다.

원로와 호법들이 그의 손에 쓰러졌고 사대마가의 수뇌부 중 상당수도 생사를 달리했다.

다시 단전에서 내공을 끌어 올렸을 때 한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였다.

지금까지는 모두가 단리우천을 적대했고 천마신교 전체를 상대로 그 혼자서만 싸우고 있었기에 다른 곳에서 그런 소리가 들릴 틈이 없었다.

‘……?’

그의 시선이 향한 곳에 수신 호위 무가 있었다.

대대로 교주의 수신 호위가 되어 제대로 된 이름도 갖지 못한 채 무라는 이름만을 대물림받아 쓰던 가문의 아이.

습격을 받았을 때 보이지 않아 한 사람이라도 헛된 죽음을 피하게 되어 차라리 잘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기어이 다시 돌아온 모양이었다.

‘미련한 놈. 그래도 너는 나를 버리지 않은 모양이구나.’

이번 대의 무는 유달리 약해서 무가 자신을 보필하는지 자기가 무의 뒤치다꺼리를 하는지 헷갈릴 때가 많았는데 마지막 가는 길에 위로가 되어 주고 있었다.

신교의 모두가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 그의 목숨을 원하고 있을 때 적어도 무만은 자신의 편에서 같이 싸워 주고 있었던 것이다.

섬마대원들이 성가신 짐승을 떨쳐 내려는 것처럼 무를 향해 무자비하게 검을 휘둘렀고 잠깐 사이에 그의 몸은 피로 물들었다.

단리우천은 제가 배우고 만든 모든 술법을 무에게 가르쳤고 무의 무위는 절대로 약하지 않았다.

단리우천에 비하자면 형편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를 제외하면 신교 내에서 무를 따를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단리우천을 속수무책으로 만들어 버린 놈들의 공격은 무에게도 잔혹했다.

가슴은 갈라져 버렸고 어깨에서는 뼈가 드러났으며 검을 잡은 손이 검과 함께 허공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무를 향해 스무 개도 넘는 검이 일제히 쇄도했다.

단리우천은 고개를 저으며 바닥을 차고 무를 향해 몸을 날렸다.

‘너까지 죽을 이유는 없겠지.’

독수리가 사냥감을 잡아채 가는 것처럼 단리우천이 무의 허리를 끼고 허공으로 도약했다.

그러나 날아오른 것은 그만이 아니었다.

“절대로 교주를 놓치지 마라! 반드시 이곳에서 죽여라!”

그를 칭하는 말은 더 이상 ‘지존’도 아니고 ‘주군’도 아니었다.

대주는 크게 외치고 자기 자신부터 먼저 단리우천을 향해 떠올랐다.

허공에서 그의 검이 빠르게 움직이며 주변을 수많은 잔상으로 가득 채웠다.

단리우천은 검을 휘둘러 그의 검기를 베어 내고 대주의 가슴팍을 발로 찼다.

허공을 날면서도 마치 바닥에서 도약하는 것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수십 장이나 날아가면서 대주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가 무신지경에 이르기 전에 손을 썼어야 했다는 깊은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들었다.

단리우천은 괴물 같았다.

공력이 소진되어도 한참 전에 소진되었어야 할 마당에 어디서 다시 힘이 솟구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무의 입에서는 피가 울컥울컥 치솟고 있었다.

죽기 전에 놈들을 모두 죽이는 것이 어렵지는 않겠지만 그러다가는 무마저 죽겠다는 생각에 단리우천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나는 어차피 죽는다. 저놈들을 얼마나 많이 데려가느냐 하는 차이만 있을 뿐. 그러느니 무라도 살리는 게 낫겠지.’

그는 적극적인 공격과 방어를 멈추고 그곳을 빠져나가기 위해 애썼다.

“교주를 잡아라! 도망치지 못하게 해라!!”

단리우천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깨달은 듯 그때부터 그를 향한 무자비한 공격이 계속되었다.

“무야. 차라리 도망치지 그랬느냐.”

깊은 자상에서 내장이 흘러나온 채로, 숨을 쉴 때마다 피를 토하는 무에게 그가 말했다.

무는 주군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무는 모르고 있었다.

저를 보고 있는 단리우천의 등에 수도 없이 많은 비수와 창이 날아와 박히고 등에서 폭포처럼 피가 쏟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그의 몸은 끝끝내 천마신교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것이 끝인가……. 여기까지인 것이냐.’

무를 안은 채 바닥에 떨어진 단리우천의 몸 위로 수십 개의 검이 날아와 꽂혔다.

“지긋지긋하군!”

섬마대주의 목소리와 함께 그의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졌다.

“다시는 만나지 말자. 단리. 우. 천!”

마침내 그의 검이 단리우천의 두개골에 꽂혔다.

액션 천재로 환생한 무신


지은이 : 지인

제작일 : 2021.06.23

발행인 : (주)고렘팩토리

편집인 : 심지은

표지 : 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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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59-45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