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빨로 레벨업 0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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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화



1화 시작과 죽음



누가 그랬던가?

인간의 번영은 호기심에 의해 이루어 낸 것이라고.

다 개소리다.

호기심이야말로 신이 인간에게 준 죄악 중 하나일 게 뻔했다.

적어도 그때 그놈의 호기심만 아니었다면 이런 엿 같은 상황에 빠지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 호기심이 뭐냐고?


-축하합니다. 플레이어로 지정되셨습니다.

-아스테라 대륙으로 초대합니다.

-초대에 응하시겠습니까?


“초대라…… 간다!”

당시에는 두말할 것도 없었다.

다른 세상으로 간다고 하여 여기서 더 나빠질 게 있겠는가?

어차피 가족이란 없는 천애 고아였고 힘든 삶에 지쳐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버티기만 할 뿐이었으니까.


-수락되었습니다.

-튜토리얼을 시작합니다.

-튜토리얼의 난이도를 정합니다. 난이도에 따라 주어지는 특성이 변경됩니다.

-이지, 노멀, 하드.

-선택 대기 중…….


“그럼 하드로 가야지! 인생 뭐 있냐?! 한 방이지!”

하지만 이 엿 같은 선택이 가장 큰 문제였다.

병신같이 살아온 인생 자체가 하드를 넘어 헬 난이도였으면서 또 하드를 택하다니?

다른 사람들을 개돼지라 욕할 필요 없이 당장 내가 개돼지였다.

물론 당시엔 술에 만취해 있었기도 했고 이러한 현상이 술기운에 일어난 현상이라 믿고 실제로 일어날 거로 생각지는 않았기에 한 행동이기는 했다.


-난이도 하드가 선택되었습니다.

-해당 차원으로 영혼을 이동합니다.


그 소리와 함께 내가 눈을 떴을 때는 지구가 아닌 엿 같은 아스테라라는 대륙이었다.



* * *



“끄아아아아악!!”

“흠…… 이게 아닌가?”

“으아아악!! 그만해 개자식들아!!”

지옥과도 같은 고통.

대체 언제 끝이 나는지 모르는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겨우 버티고 있었다.

벌써 몇 번의 실험일까?

마법 실험만 100번이 넘었다.

연금술 실험도 그에 상응하는 횟수였다.

하르크라는 아이의 몸에 빙의한 성철의 하루는 지옥과도 같았다.

이곳에서의 삶에 비하면 지구에서의 생활은 천국과도 같은 달콤한 생활일 정도.

계속되는 실험 끝에 300명이 넘던 아이들은 하나하나 죽어 나갔고 살아남은 아이라고 해 봐야 성철을 제외하고는 열 명이 전부였다.

“우, 우, 우린 사, 살 수 있을까?”

렌딜이었다.

하르크와 마찬가지로 갖은 인체실험을 당하고 있는 아이.

실험으로 인해 말을 계속 더듬어서 너무 지쳐 있을 때는 말하는 것만으로도 짜증을 나게 하는 아이였다.

“괜한 희망 품지 마. 렌딜. 저놈들이 우릴 살려 둘 것 같아?”

쎄르라는 녀석이었다.

매번 비관적이고 재수 없는 말만 골라서 하지만 적어도 답답하게 더듬으며 말하는 렌딜보단 나은 녀석이었다.

“그, 그그그…… 그렇지만 사, 사사 살고 싶은데!”

“흥, 너도 나처럼 포기해. 아 혹시 저 새끼 때문에 그러는 거냐?”

그때 쎄르가 성철을 보며 히죽 웃기 시작했다.

성철은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저 아이들은 자신과는 다르게 이미 삶을 포기했으니까.

성철 자신은 튜토리얼을 끝내기 위해 오기로라도 버티고 있지만, 나머지 아이들은 모두 마음속 한구석에서는 삶을 포기하고 있었다.

온갖 고문과 실험으로 모두 날카롭고 곧잘 시비를 걸어 왔지만, 성철은 항상 무시해 왔었다.

그리고 그건 오늘도 마찬가지.

까득-

“끝까지 버텨 주마. 망할 신 새끼야. 자! 옜다 엿이나 처먹어라!”

성철은 작게 이를 갈고는 하늘에 대고 중지를 치켜세워 욕설해 댔다.

솔직히 술김이지만 새로운 세상으로 초대되었다고 했을 때 너무나도 기뻤다.

만화나 소설처럼 환상적인 삶이 자신에게도 펼쳐지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개뿔.

오히려 그때보다 더 지옥 같은 나날만이 성철에게 있었다.

매번 지옥 같은 실험 끝에 죽고 싶지만, 성철이 버티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튜토리얼.

술기운에 들었지만 분명 이곳에 오기 전에 튜토리얼을 시작한다고 했다.

튜토리얼이 있다면 본 게임도 있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었다.

성철은 그 끝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끄아아아아악!!”

2년이라는 시간이 더 흘렀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도저히 이 고통은 익숙해지지 않았었다.

육체의 고통?

그따위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 실험은 육체와 정신…… 그리고 영혼 그 자체를 실험하고 완벽한 마법과 연금술의 오의를 만들려고 하는 실험이었으니까.

육체는 세포 단위로 조작되며 거부반응으로 또다시 단위로 붕괴와 재생을 반복했다.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과 영혼에 의한 실험은 더욱더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혼을 조작한다는 것은 육체를 넘어 존재 자체가 흔들리는 고통이었으니까.

그러한 상황 속에서 성철이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복수를 하겠다며 악에 받친 소리를 지르는 것뿐이었다.

“청색 마탑 개자식들아!! 반드시! 반드시 쳐 죽여 주마!!”

“호…… 좋은 반응이야. 아직 그런 반응을 보일 정도로 쌩쌩하다는 것이니까.”

“죽인다! 쳐죽인다! 후회하게 해 주마!!”

성철의 두 눈이 푸른빛을 발광하자 묶여 있던 손과 발이 미친 듯이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

“네가 유일한 희망이다. 너의 정신과 영혼은 특별하다. 솔직히 얼토당토않은 실험이라 생각했는데.”

2년 동안 렌딜과 쎄르를 포함한 모든 아이가 죽어 성철 혼자밖에 남지 않았다.

이는 당연했다.

육체는 그렇다 치고 정신과 혼은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는 것이기에 인간이 버텨 낸다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것이었다.

그런 것을 잘 알고 있는 청색 마탑의 마법사들이었기에 살아남은 성철에게 모든 것을 쏟아 조심스럽게 온 정성을 다해 실험은 더욱더 강도 높게 이어졌다.

그렇게 또 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제기랄…… 그냥 죽여라…….”

“죽이다니? 이제 고지에 다 와 가는데.”

이제 더는 버틸 힘도 남아 있지 않았었다.

육체는 더는 인간의 육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가 되었고, 온몸에는 피가 아닌 특수 용액이 흐르고 있었으니까.

세포 단위로 파괴되는 실험과 금지되어 있다는 인간의 육체를 한 연금술의 연성.

정신과 영혼이 버티질 못해 금방이라도 의식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그렇게 죽지 못해 버티고 버티길 며칠이나 흘렀을까, 이변이 생기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앙!」

“베리어! 아이를 확보하게!”

“알겠네!”

성철이 지옥 같은 실험에서 벗어난 건 아스테라 대륙에 온 지 5년이 조금 지난 후였다.

“누구……?”

“대화는 조금 있다 하자꾸나.”

대마법사 세 명이 실험 공간에 들이닥쳐 성철을 빼낸 것이었다.

하지만 성철은 그들을 그렇게 신용하지는 않았다.

청색 마탑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무언가를 이용하려는 게 뻔하니까.

“하아, 하아…… 원하는 게 뭡니까?”

며칠에 달하는 도주 끝에 두 명의 대마법사와 성철은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원하는 것?”

“원하는 게 있으니 이러는 것 아냐!! 뭘 원해?! 내게 원하는 게 뭐냐고!”

세 명의 대마법사 중 한 명은 둘째 날에 성철 자신을 보호하다가 절명했다.

처음에는 믿을 수가 없었다.

마법사가 자신을 위해 목숨을 희생하다니?

하르크가 봐 온 마법사는 청색 마탑의 탐욕스럽고 역겨운 인간들밖에 존재하지 않았었다.

“후후…… 그런 것 없단다. 그저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지랄하지 말고, 내 머릿속에 들어 있는 수많은 마법이 궁금한가! 아니면 청색 마탑의 비전 마법이 궁금한 것이냐? 그것도 아니면 이 몸?”

청색 마탑은 실험이 어느 정도 도달하자 성철에게 강제적으로 수많은 마법 및 청색 마탑만의 비전 마법을 주입해 놓았다.

나쁘지만은 않았다.

고통스럽고 저주했지만, 어찌 됐건 추후 복수의 씨앗이 될 수도 있었기에.

“모두 다 아니다. 그저 환멸을 느꼈을 뿐.”

“개소리!! 개소리다!”

물론 그 말도 믿지 않았다.

마법사 따위는 믿을 만한 족속이 못 되니까.

그렇게 30일 가까이 청색 마탑의 추격을 받으며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쿨럭- 도망가라! 회로다. 마력 회로…… 그것으로 추적하는 것이다.”

“뭐 하는 겁니까! 가도 같이 가야 할 것 아닙니까?!”

“난 이미 틀렸다. 추격해 오는 놈들을 막고 있으마.”

“웃기지 마십시오! 도움만 받고 이렇게…… 이렇게 끝낼 것 같습니까?!”

“쿨럭, 쿨럭- 널 위해 죽은 사람들을 생각해라. 꼭 살아서 행복해지거라.”

“제기랄!!”

성철은 욕이 나오기 시작했다.

끝까지 믿고 싶지 않았다.

마법사 중에 좋은 녀석들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다.

하지만 한 달이나 넘는 시간은 성철의 마음을 열어 놓기에 충분했다.

“꼭…… 복수하겠습니다.”

“쿨럭- 클 클. 할 수 있다면 해 보아라. 하하하.”

가볍게 웃어 보이는 마법사를 뒤로한 채 성철은 곧바로 내달렸다.

그로부터 28년이 지났다.

“28년 만에 봐도 역겨운 얼굴들은 그대로구만?”

28년 전, 도망가자마자 마족과의 계약으로 모든 마력 회로를 파괴해 추적이 불가능하게 만들었었다.

마족과의 계약이라 찝찝했으나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당장 목숨이 달려 있었으니까.

하지만 성철의 그 선택으로 인해 각인된 수많은 마법은 있으나 마나 한 것이 되었다.

그렇게 흑마법사와 용병의 삶을 연명하며 28년 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리고 28년 후 마지막 의뢰를 수행하던 중 청색 마탑의 마법사들에게 꼬리를 잡히고 말았다.

“그런 표정을 하지 말고 잘 들어 보라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튜토리얼을 어떻게 35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할 수가 있어? 말이 안 되지 않아?”

하르크가 되어 버린 성철은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지 ‘큭큭’대며 웃어 대기 시작했다.

“플레이어니 뭐니 특성이니 뭐니 하면서 게임처럼 먼치킨을 시켜 줄 것처럼 말하면서 현실은 개똥이야 아주.”

“……순순히 따라라. 너에게도 손해 볼 건 아니다.”

“그럼 어디 마나의 맹세나 해 봐, 그럼 조금은 믿어 줄 테니.”

마나의 맹세.

마법사들에게 있어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는 하나의 맹세이자 구속과도 같은 것.

이를 어길 시 서클 자체가 부서지기에 모든 마법사는 마나의 맹세를 하길 극도로 꺼렸다.

“…….”

“망할 노인네들이 끝까지 구라만 치고 있네. 뒈지려고.”

역시나 개소리였다.

이들에게 잡혀 또 그 지옥 같은 실험을 받을 바에야 죽는 것이 훨씬 나았다.

그리고 죽음은 단 하나의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었다.

바로 튜토리얼의 끝.

단 한 번 시도할 수 있고, 실패하면 끝이지만 이것이 마지막 남은 수였다.

“그때의 데이터가 모두 소실된 지금 너의 육체는 마도학과 연금학의 결정체다!”

“내 알 바냐? 지랄도 품위 있게 하고 자빠졌네. 엿이나 쳐드쇼. 폭혈!!”

콰아아앙!

“끄어어억…….”

미리 준비해 둔 성철 자신만의 비전 마법을 내부에서 터트려 버렸고 그의 상반신은 그대로 거대한 구멍이 뚫리며 회복 불가의 치명상을 입어 버렸다.

“이런 제기랄! 망할 놈이 끝까지! 그레이트 힐!”

마법사들은 터져 버린 상체에 높은 등급의 힐링을 하며 상처를 재생시키려 노력했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상체와 하체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장기가 소멸한 상태였으니까.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그것을 본 성철은 희미하게 웃으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엿이나…… 먹어.”

그 말을 남기고는 하르크의 몸을 한 성철은 절명해 버렸다.


-튜토리얼을 클리어하셨습니다.

-히든 특성 ‘영혼의 알케미스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육체와 영혼의 이상 징후를 감지했습니다. 모든 사항을 각인합니다.

-각인 중…… 각인을 완료했습니다.

-영혼이 이동합니다.

특성빨로 레벨업


지은이 : 오리튼튼

제작일 : 2021.01.11

발행인 : (주)고렘팩토리

편집인 : 이가영

표지 : 안해리

주소 : 서울특별시 은평구 수색로 191, 502호(증산동, 두빌)

전자우편 : golem8182@gmail.com

※ 본 작품은 (주)고렘팩토리가 저작권자의 계약에 따라 발행한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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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59-055-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