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 내가 해적이라니 0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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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화



1.



쏴아아아아!

집채 같은 파도를 가르며 거대한 선단이 바다 위를 질주하고 있었다.

그 장관 어린 선단의 대장선에는 검은 안대를 쓰고 있는 애꾸눈 남자가 호탕하게 웃고 있었다.

애꾸눈 선장의 왼손에는 갈고리 모양의 금속제 장신구가 달려 있었고 오른쪽 다리에는 쇠막대기가 달려 있었다.

“하하하하하하! 약탈하라! 전부 빼앗아라!”

선장의 외침에 선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수십 척의 선단으로부터 애처롭게 도망을 가고 있는 배를 향해 속도를 높였다.

잠시 후면 약탈이 이루어지고 금은보화와 무역품들이 애꾸눈 선장의 소유가 될 것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때 돛대 위에 있던 선원의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해군입니다! 해군이 나타났습니다!”

해군의 등장을 알리는 감시병의 외침에도 애꾸눈 선장의 입가의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팔에 달린 갈고리를 지휘대 앞의 나무 난간에 박아 넣으며 애꾸눈 선장은 호탕하게 외쳤다.

“해군 따위 쓸어버린다! 우리가 누구인가!”

“애꾸눈 짹 선장님의 애꾸 해적단입니다!”

“그렇다! 우리는 무적의 애꾸눈 짹 해적단이다! 하하하하!”

호탕한 해적단의 선장의 외침에 해적들은 기세등등하게 점점 다가오고 있는 해군을 바라보며 자신들의 무기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그런 해적들의 기세등등하던 분위기는 돛대 위의 선원의 외침에 싸늘하게 식어 버렸다.

“장군기입니다! 으아아악! 이순신 장군의 장군기입니다!”

해적들의 손에서 무기들이 배의 갑판 바닥에 떨구어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자신만만하던 애꾸눈 짹의 안색도 창백하게 변하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뭐? 뭐? 누구? 아니 왜? 그 양반이 왜 여길?”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애꾸눈 짹 선장은 자신의 안대를 벗겨내었다.

그러고서는 왼팔의 장신구 갈고리도 한쪽 갑판으로 집어 던져 버리고서는 망원경을 꺼내어서는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검은 점들을 바라보았다.

거센 바람에 펄럭이는 대장선의 깃발이 짹의 안대에 싸여 있던 눈에 들어왔다.

바다에서는 결코 겁이 없다는 해적들이었지만 그 바다에서 건들지 말아야 하는 존재가 몇 있었다.

“성웅. 충무공!”

백전 무패의 무적의 해군 함대를 가진 바다의 제왕 이순신의 함대에 해적들은 전의를 잃은 채로 우왕좌왕했다.

상대는 해적들에게 있어서 결코 이길 수 없는 바다의 재앙과도 같은 존재였다.

수많은 해적 함대들이 연합을 해서 이순신의 충무 함대를 격파하려고 시도했었지만 단 열세 척의 함대로 수백 척의 해적선들을 산산조각 내 버렸다.

그 무적의 함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에 애꾸눈 짹 선장은 비명을 지르며 외쳤다.

“저 한국 유저인데요!”

애처로운 짹 선장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이순신의 무적함대는 점점 짹 선장의 해적 선단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한국 유저라고 통할 상대가 아닌 것이다.

“선장님! 어떻게 합니까? 싸웁니까!”

“미쳤냐! 뭘 싸워! 튀어! 수리비가 얼마인지 알아? 아니 침몰되면 니가 책임질 거야!”

싸우냐는 NPC 일등 항해사의 떨리는 말에 애꾸눈 짹 선장은 고함을 내질렀다.

상대는 싸우라고 있는 해군 함대가 아니었다.

무조건 도망을 쳐야 한다는 사실을 애꾸눈 짹 선장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고 해적들도 그런 애꾸눈 짹 선장의 창백한 외침에 역시 우리 선장님이라는 생각을 하며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우리는 도망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마침 식량이 다 떨어져서 보급을 받으러 가는 것이다!”

출항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아 식량 창고에는 식량들이 가득했지만 그 누구도 애꾸눈 짹 선장의 외침에 이의를 제기하는 선원은 없었다.

선장의 말은 바다 위에서는 절대적인 것이었다.

펑!

펑 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가 해군의 범선에서 피어올랐다.

“적이 쐈습니다!”

돛대 위의 선원의 외침이 아니더라도 다들 그 포탄 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만 대응을 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선장니임!”

“나 부를 시간에 도망치라고! 이놈의 자식들아! 도망 못 치면 너희들 모두 상어 밥이야! 도망쳐!”

쾅!

애꾸눈 짹 선장의 고함과 함께 옆에서 함께 도망을 치던 해적선 한 척이 시뻘건 불길에 휩싸였다.

노련한 포격수도 흔들리는 바다 위에서 단번에 목표물을 맞히기는 힘들었지만 이순신의 무적함대의 포격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정확하고 치명적이었다.

“선장니임!”

“버려! 버리라고! 그냥 가! 빨리 가!”

십 분 전의 호기롭고 호탕하던 애꾸눈 짹 선장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으아아아! 내 오억 프랑!”

이순신 함대의 포격에 얻어맞아 결국 선단에서 낙오되는 해적선을 보며 애꾸눈 짹 선장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한 대의 해적선을 구입하기 위해 수백 번의 약탈을 하며 고생을 해야만 했는데 함대전이 시작되고 몇 분 되지도 않았음에도 날아가 버린 것이다.

하지만 반격을 꿈꿀 수는 없었다.

애꾸눈 짹 선장의 모든 선단이 불타오른 채로 이순신 함대의 포격에 얻어맞고 교수대에 목이 걸릴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교수대에 오르게 되면 가진 걸 모두 잃어버리고 새로 해적단의 말단 선원이 되거나 돛단배를 타고 다녀야만 했다.

“으아아아아! 대한민국 만세! 이순신 장군님! 만세! 왜군을 물리쳐라! 이순신 장군님! 저 왜군 이벤트 때 열심히 했다구요! 이러시면 안 되지요!”

애꾸눈 짹 선장은 이순신 장군에게 간절하게 외쳐 대었지만, 상대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로 애꾸눈 짹 선장의 해적선들을 하나하나 박살 내기에 머뭇거림이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 일찍 이순신의 함대를 발견했던 것 때문인지 두 척의 해적선을 잃었지만 이순신 함대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애꾸눈 짹 선장의 험난한 위기는 아직 끝이 나지 않은 듯했다.

“선장니임! 폭풍입니다! 폭풍이 몰려와요!”

“로그아웃! 로그아웃! 아! 진짜!”

겨우 이순신의 무적함대를 벗어나 한숨 돌리는가 했더니 폭풍이 몰려온다는 선원의 외침에 애꾸눈 짹 선장은 미쳐 버릴 지경이었다.

미친 듯이 로그아웃을 외쳐 보았지만 이미 폭풍의 영향권 안에 들어가 버린 것인지 로그아웃은 되지 않았다.

“안 돼!”

또 얼마나 망가지게 될지 알 수 없는 수리비에 입에서 피가 토해질 지경이었지만 바다를 뒤덮은 시꺼먼 폭풍우의 구름은 애꾸눈 짹 선장의 해적 선단을 휘감아 버렸다.

그렇게 이리저리 파도와 비바람에 휩쓸리는 애꾸눈 짹 선장의 해적 선단이었지만 애꾸눈 짹 선장도 노련한 바다 사나이였다.

“폭풍을 돌파한다! 정신 차려! 우리는 무적의 바다 사나이다!”

“예! 짹 선장님!”

선장의 외침에 일사불란하게 선원들은 폭풍의 바다를 헤쳐 넘었다.

그렇게 수 시간이 흘러 폭풍을 넘을 수 있었지만 이순신 함대에서 도망을 치고 폭풍까지 겪은 해적들은 기진맥진한 채로 갑판 위에 쓰러져야만 했다.

다들 손가락 하나 움직일 기운도 없을 정도였다.

애꾸눈 짹 선장도 온몸이 바닷물에 젖은 채로 멍하니 갑판에 주저앉아 있다가 그대로 쓰러져 잠이 들었다.

“아! 오늘 일진 드럽네.”

그렇게 잠시 잠이 들었다가 깨면 로그아웃을 하려는 애꾸눈 짹 선장은, 예상치 못하게 자신이 꽤나 오랜 시간 동안 잠이 들 거라는 것까지는 알지 못했다.

바다 위를 표류하던 애꾸눈 짹 선장의 해적 선단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 바다 위에서 지워지듯이 사라져 버렸다.


“선장님! 선장님!”

“아! 왜!”

자신을 깨우는 소리에 잠이 깬 애꾸눈 짹 선장.

아니 장민은 신경질을 부리며 눈을 떴다.

그런 장민의 외침에 겁을 집어먹은 일등 항해사 스팰로우는 장민을 보고서는 바다를 향해 손을 가리켰다.

“저기 이상한 배가 한 대 지나갑니다. 선장님!”

“배?”

장민은 배라는 말에 갑판에서 일어나서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엄청나게 큰 배 한 대가 바다 위에 떠 있는 것이었다.

“저건 뭐야? 이벤트인가? 오! 이벤트 좋은데.”

장민은 이벤트 선박에 이순신 함대와 폭풍으로 인해 입은 피해를 복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해적들에게 외쳤다.

“약탈이다!”

“와아아아아아!”

선장의 허락이 떨어졌으니 해적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면 되는 것이었다.

피해가 조금 있었지만 항해를 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될 것 없는 십여 척의 해적선들은 이벤트(?) 선박을 약탈하기 위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요즘 이벤트 잘하네! 그런데 현대식 배는 조금 안 어울리긴 하네. 하긴 뭐 이순신 장군님이 등장을 하는 것도 말도 안 되기는 하지만.”

중세 시대의 대항해시대와 같은 배경의 온라인 게임을 하고 있는 장민이었다.

그것도 일반 온라인 게임이 아닌 가상현실 온라인 게임인 해적 온라인은 수많은 게이머들의 가슴에 불길을 피어 올렸다.

그렇게 간혹 이벤트라고 세계적인 해전을 경험할 수 있기도 했고 유명한 선박의 약탈 이벤트도 있었기에 장민은 눈앞의 현대식 컨테이너선을 보며 이번에도 이벤트라고 생각을 한 것이다.

“도망가는데요! 선장님!”

“쏴!”

“예! 선장님! 캐논 발사 준비!”

상대가 도망을 가면 멈추게 하면 그만이었다.

해적선에 실려 있는 수십 개의 캐논 포가 삐쭉 고개를 들이밀고서는 도망을 가는 현대식 컨테이너 이벤트(?) 무역선의 앞을 향해 포탄을 발사했다.

광! 과광! 광!

수십 개의 포탄이 발사되는 장면은 장관이었다.

이벤트 선을 멈추게 하기 위해 이벤트 선의 앞을 향해 쏘아낸 포탄이 엄청난 물줄기를 만들어 내었다.

“처음은 경고이지만 두 번째는 용서치 않는다!”

수십 개의 포탄들에 컨테이너 무역선은 결국 도망을 치는 것을 포기하고서는 멈추어야만 했다.

그렇게 컨테이너 무역선이 멈추자 해적들은 용기백배하며 선체에 줄사다리를 걸고서는 올라갔고 이내 컨테이너 무역선을 점령해 버렸다.

“반항하지 않으면 죽이지는 말고. 돈 될 만한 것은 다 옮겨 실어. 또 언제 이순신 함대가 나타날지 모르니까 빨리 해. 아무래도 이순신 함대가 나타난 것이 이 이벤트 때문인 것 같으니까 빨리 해!”

“예! 선장님!”

장민의 지시에 따라 수백 명의 해적들이 컨테이너선 위에 올라타서는 약탈을 하기 시작했다.


“이거 열어 놔!”

“어떻게 여는 거지?”

“그냥 부숴!”

해적들은 웬 커다란 철 상자만 잔뜩 있는 것에 당황을 했지만 무식한 해적들이었기에 철 상자를 때려 부숴서는 내부의 물건들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철 상자의 안에는 알 수 없는 물건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

“이건 가죽인가?”

“이거 봐! 여기 이상한 것들이 있는데!”

“일단 옮겨 실을 수 있는 것들은 다 옮겨!”

뭔지는 모르겠지만 해적들은 선장의 지엄한 지시에 따라 일단 옮길 수 있는 것은 전부 옮기며 컨테이너선을 약탈했다.

해적선의 창고에 넣어두면 알아서 선장이 처분을 할 것이었기에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수백 명이 넘는 해적들이 컨테이너들을 열고서는 무역품들을 약탈하고 있을 때 컨테이너선의 마스트에 있던 컨테이너선의 선원들은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 작자들 대체 뭐야? 해적이야?”

웬 골동품 같은 대형 범선들이 수십 대가 지나가는 것에 무슨 이벤트 하나 보다 하고 구경을 하고 있었던 그들은 난데없이 포탄을 자신들에게 쏘아대는 것에 이 정체불명의 범선들이 해적임을 알게 되었다.

문제는 이런 해적을 지금까지 바다에서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중세 시대의 해적들과는 달리 현대의 해적들은 기껏해야 고무보트나 어선을 끌고서는 총기를 가지고 몇 명, 많아야 십여 명이서 해적질을 했다.

그것도 물건을 약탈하는 것이 아니라 배나 선원들을 이용해 몸값을 받는 식이었는데 눈앞의 해적들은 자신들에게는 관심도 보이지 않은 채로 물건들을 털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그 황당하기 짝이 없는 모습에 어떻게 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약탈이 다 끝이 났는지 해적들은 자신들의 범선으로 돌아가더니 멀어지는 것이었다.

“저기 선장님! 신고를.”

“아! 근처에 해군 함대 있는지 확인하게!”

워낙에 황당한 상황에 컨테이너선의 함장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가까운 해군함에 구조 요청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함장은 이내 바다 한가운데서 갑자기 사라진 해적들을 보고서는 송신 마이크를 바닥에 떨어트려야만 했다.

“사라졌어?”

십여 척의 대형 범선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현실에서 내가 해적이라니


지은이 : 현진현우

제작일 : 2019.08.21

발행인 : (주)고렘팩토리

편집인 : 이가영

표지 : 고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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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305-02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