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금무적 0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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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화



1. 강함의 이유



천염존 적양은 아찔함을 느끼며 무릎을 꿇었다.

단전이 파괴되고 기경팔맥 중 세 곳이 끊어지며 전신에 남아 있는 기혈이 폭주하게 될 것을 적양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천염공.

하늘을 불태우는 복수자의 신공마저도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에 그는 절망했다.

수련했다.

복수를 위해서.

이 빌어먹을 무림을 말살시켜 버리기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치고 이계의 존재들과도 손을 잡았다.

하지만 결국 이렇게 되어 버리는 것인가.

적양은 이를 갈며 눈앞의 사내를 노려보았다.

가장 경계했던 정파 놈들도 아니다.

가장 강력했던 마교 놈들도 아니다.

하다못해 이계의 졸자들조차 아니었다.

그저 힘없는 이들의 고혈이나 쥐어짜며 쓰레기 같은 짓거리나 하는.

그저 쓰레기라고밖에 표현할 길 없는 사파의 무뢰배에게 이렇게 패배하게 될 줄이야.

적양은 치밀어 오르는 진혈을 간신히 꿀꺽 삼킨 후 그를 노려보았다.

바람 한 점이 불면 삭아 떨어질 것 같은 낡아 빠진 옷을 입은 사내는 무덤덤한 눈을 하고 있었다.

거슬린다.

저 눈이 미치도록 거슬린다.

자신의 일생을, 염원을 무시하는 저 눈을 짓이겨 버리고 싶다.

“하압!”

이대로는 죽을 수 없다.

이놈이라도 데리고 가야 한다.

남아 있는 진원진기를 모두 끌어 올린 그의 손에 천옥의 불꽃이 맺혔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사내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흡!!”

낮은 기합성과 함께 왼손으로 이글거리는 천염을 후려쳐 허공으로 날려 버린 그는 손을 가볍게 털었다.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만들어졌다가 천천히 소멸되었다.

“하……하하……. 네놈…… 인간이 맞냐……?”

그와 동시에 자신의 남은 생기가 사라지는 것을 느끼며 적양은 그를 힘없이 노려보았다.

“강해지고 싶었다.”

“……그렇군.”

“그래서 노력했다. 피를 토하는 고통도, 온몸이 부서지는 절망도, 그 모든 것을 이겨 내고 강해지려 노력했다.”

“그런 것 같아. 당신은 확실히 강하니까.”

심드렁한 목소리에 적양은 피식 웃었다.

죽음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진다.

그런 그를 향해 사내는 주먹을 들었다.

푸른 기운이 느껴진다.

천하의 쓰레기에 불과한 사파의 마두 주제에 그가 지닌 기운만큼은 청명하기 그지없었다.

그것을 지그시 노려보던 적양은 힘없이 말했다.

“답하라, 광견돈 서윤.”

광견돈.

미친 개돼지.

무림인의 별호치고는 특이한 별호이지만 무림에서 광견돈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대격변 이후 혼란스러워진 세상에서 수많은 강자들을 꺾은 자다.

저 무뢰한 이의 손에 허무히 죽어 간 이는 많았고 그는 곧 무림계 사파의 희망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에 불과했다.

정파와 마도, 이계의 강자들을 전부 쓰러트린 그는 사파의 강자들도 가리지 않았으니까.

그저 미친개처럼 싸워 나가는 자.

위아래도 없고 개처럼 싸우며 돼지처럼 돈과 재화만을 탐하는 자.

사람들은 서윤을 두려워하고, 증오하며, 미워하는 의미로 그러한 별호를 붙였다.

두렵기에.

그가 나타나는 것조차 증오스럽기에.

그러한 저급한 별호를 붙여 그에 대한 공포를 가라앉히려 한 것이다.

그리고 서윤은 그것에 대해 좋다 싫다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강자들을 때려잡으러 다닐 뿐.

그야말로 광견돈.

오로지 돈과 재화만을 탐하는 개돼지 서윤은 적양을 응시하며 시큰둥하게 물었다.

“뭘.”

“네가 강한 이유. 너의 무슨 의지가 널 그리 강하게 만든 것이냐.”

서윤은 주먹에 모은 기운을 더더욱 집중시켰다.

이글거리던 푸른 기운이 한 점이 되어 가는 것을 보던 적양은 눈을 감고 그의 말을 기다렸다.

“첫 번째. 뼈를 깎는 수행.”

강해지기 위해서는 노력해야 한다.

서윤 역시도 무수한 노력과 수행을 했을 것이다.

“두 번째. 내일이 아닌 오늘을 사는 것.”

강해지기 위해서는 강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

수련을 할 때 미혹은 언제나 찾아온다.

이 정도면 될 것이다.

이만큼 했으면 나머지는 내일, 모레 해도 될 것이다.

하루 정도는 쉬어도 될 것이다.

허나 강해지기 위해서는 그래서는 안 된다.

오늘을 열심히 사는 것.

내일이 아닌 오늘 하루를 미친 듯이 사는 것.

그것이 강해지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그것을 알고 있는 듯한 서윤의 말에 적양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강해지는 것은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것을 알고 있다면 그가 강한 것을 인정할 수 있었다.

“세 번째. 언젠가는 나올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 것.”

“……응?”

뭔가 이상한데?

적양이 어리둥절해하는 것을 보던 서윤은 그에게 주먹을 내지르며 말했다.

“네 번째. 끝이 없는 과금(課金). 꼬라박은 돈이 얼만지는…… 나도 모르겠다. 나는 천하의 개돼지 중의 개돼지라서 말이지.”

자신의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주먹을 보며 적양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과금……이라고?”

-퍽.

일격에 적양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그가 쓰러지자 서윤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천염존 적양은 잡았고…….”

그의 앞에 반투명한 회색의 사각형이 나타났다.

현실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배경 안에 있는 검은색 환약을 마주하던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꼬라박은 돈만 수십만 냥이고 뽑기권만 수백 장이다……. 제발 좀 나와라.”

그것을 본 서윤은 이를 갈며 사각형에 손을 뻗었다.

그와 동시에 사각형에 글자가 나타났다.

십일(十一) 연속 영약 소환.

회색의 반투명 창 위에 떠오른 구체가 빠르게 회전하며 빛을 내뿜는다.

그것을 보며 서윤은 힘차게 외쳤다.

“나와라! 천년공진환! 가즈아!!”

잠시 후.

“아…… 아아……. 시발…… 이게 영약 뽑기냐…… 하수오 뽑기지…….”

그는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동전 두 냥짜리 하수오 열한 뿌리를 집어 던지며 절망했다.

과금무적 


지은이 : 레드에이어

제작일 : 2018.11.13

발행인 : (주)고렘팩토리

편집인 : 임준현

표지 : 김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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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305-692-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