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공을 가지고 환생했다 0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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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화



1화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어머니의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물론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 어머니에 대해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기는 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 어떤 것도 제대로 알려 주지 않았다.

그랬던 내가 어머니에 대해서 처음 들은 것은 내가 13살이었을 무렵이었다.

그때까지도 어머니에 대해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던 아버지가 어머니에 대한 말을 하게 된 정황은 지극히 단순했다.

당시 아버지와 나는 사냥을 하러 나갔다가 갑작스러운 폭설에 눈을 피하고자 작은 동굴에 들어갔었다.

거기서 내가 추워하자 아버지는 술을 꺼내 주셨고 아버지 또한 술을 마셨다.

13살의 어린 나이였지만 나는 아버지보다 술에 강했다.

솔직히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술에 강했다기보단 반대로 아버지가 술에 약했던 것 같지만 말이다.

여하튼 아버지는 만취하였음에도 나는 취기가 오른 정도에 그쳤고 잔뜩 취한 아버지는 그때 처음으로 어머니에 대해서 얘기해 주었다.

“아름다웠지…… 나란 놈은 몸도 약한 그녀를 이런 곳으로 데리고 와서. 고생만 시키고.”

그리고 그때 난 어려서부터 가지고 있던 의문을 해소할 수 있었다.

“로안아.”

“네?”

“너의 진짜 이름은 하진이다. 너의 어미가 지어 준 이름이란다. 고향의 말로 ‘거대한 강을 억제한다’는 뜻이지. 아주 거대한 강을. 즉, 세상을 억제할 만한 존재가 되라는 뜻으로 지었단다.”

“……네?”

“나와 너의 어미는 이곳에서 굉장히 떨어진 곳에서 왔단다. 처음에는 색목인들이 산다고 전해지는 바다 너머에 있는 대륙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지.”

“…….”

그제야 나는 왜 검은 머리와 검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어려서부터 마을에만 가면 동네의 아이들이 나를 손가락질하며 마족이라고 놀리곤 했다.

그 때문에 많이 힘들긴 했지만 어쨌든 나는 평생을 산속에서 평범하게 사냥꾼으로 살아갈 생각이었기에 어느 정도 철이 들고 나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세상일이 늘 그렇듯 언제나 예상했던 대로만 흘러가진 않았다.

어머니에 대해서 아버지에게 듣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는 트롤 무리에게 공격당하여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트롤들에게 죽임을 당하고 나서 나는 복수를 위해 아버지가 어려서부터 알려 주었던 마나심법을 미친 듯이 익혔다.

그리고 결국 5년 만에 복수할 수 있었다.

트롤들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쉽게 정리할 수 있었다.

트롤들을 모두 죽인 나는 복수를 이룬 묘한 감정에 트롤의 시체들이 잔뜩 있는 곳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는데 문득 미약한 기척이 느껴졌다.

혹시라도 살아남은 트롤이 있는 것인가 싶었던 나는 기척을 따라갔고, 마침내 도착한 그곳에는 트롤의 것이 아닌 사람들의 시체가 잔뜩 있었다.

“아, 트롤들이 잡아 온 사람들을 가둬 두는 곳인가…….”

원래 트롤들은 사람들을 자주 습격하곤 했다.

일반적으로 트롤 같은 강한 편에 속하는 몬스터들은 대부분 다른 종의 몬스터를 사냥해 잡아먹었다.

하지만 몬스터보다는 사람을 잡는 게 더 쉬우니 기회가 된다면 사람들을 잡아먹곤 했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던 난 이내 마치 숨이 끊어질 듯이 헐떡이고 있는 한 여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후 나는 그 사람을 집으로 데리고 와 치료해 주었다. 며칠 동안 정성껏 치료해 주자 그녀는 기운을 회복했고 자신을 공작가의 여식이라고 소개했다.

“여행을 왔다가 트롤들에게 붙잡혔어요.”

그리 말한 그녀는 이내 표정이 어두워졌고 나는 그녀의 동료들이 모두 죽었다는 것을 깨닫곤 그녀를 위로해 주었다.

울먹이는 그녀를 바라보던 나는 아버지가 죽어 가면서 했던 말이 떠올랐고, 이내 그녀를 도와주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렇게 결심을 했을 때쯤 마침 그녀가 나에게 제안을 해 왔다.

“당신은 강한 것 같던데. 저를 집까지 데려다주세요. 그러면 충분히 보상해 드릴게요.”

“그러죠.”


그렇게 해서 나는 그녀를 데리고 집과 많이 떨어져 있는 라코우 제국으로 향했고, 라코우 제국으로 향하는 20일 동안 그녀에게 반했다.

그리곤 남은 생을 그녀를 위해 살아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난 그녀의 기사가 되었고 그녀가 원하는 일들을 이뤄 주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끝끝내 나는 그녀를 황제의 자리에 올려 주었다.

그 후 그녀와 그녀의 제국을 위해 차원의 문을 열고 넘어온 12마왕들까지, 힘들었지만 모두 죽였다.

그렇게 난 대영웅이라 칭송받으며 그녀와 결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대영웅이라 불리며 모든 사람들의 존경을 받던 나는 바로 어제, 목숨보다 더 소중한 그녀에게 배신을 당했다.



* * *



“하악. 하악.”

작게 한숨을 몰아쉬던 로안은 자신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마나심법을 운용했다.

그러나 몸 상태가 말이 아니어서 그런지 마나를 제대로 다룰 수가 없었다.

“젠……장!”

몸은 절대로 정상이 아니었다. 아니, 살아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아마 치료사나 마법사가 보면 웬 시체를 가지고 왔냐고 역정을 낼 정도였다.

그마저도 그의 아버지가 남겨 준 마나심법이 아니었으면 예전에 죽었을 것이다.

로안은 아버지가 남겨 준 마나심법 덕분에 다른 사람들에 비해 굉장히 많은 마나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그 마나심법 덕분에 트롤과도 견줄 정도의 재생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로안이 이렇게 큰 상처를 입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몇 방울이면 소드 마스터도 죽인다는 다르킨의 극독 때문이었다.

정확히 얼마나 먹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몸 상태를 보면 못해도 치사량의 수배 이상은 먹었을 것이다.

거기에 수백의 기사들과 싸웠다. 독으로 몸을 가누지도 못할 상황이었으니 상처는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아무리 마나가 많은 그로서도 이렇게 강력한 독에 중독된 상태에서 상처를 회복시킬 수는 없었다.

“관통상이 최소 다섯 개. 뼈가 보일 정도의 자상이 수십 개. 지랄이군.”

범인들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마나, 그리고 마치 트롤과도 같은 재생 능력까지 있는 자신이었기에 그나마 제정신을 유지한 채로 살아 있는 것이었다.

“절대로…… 절대로 죽을 수 없어. 고작 이렇게 비참하게 죽으려고. 내가…….”

그렇게 말한 로안은 거칠게 숨을 내쉬면서 몸을 일으켰고 집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자신이 이곳으로 오면서 생긴 흔적을 지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흔적을 지운 로안은 천천히 집으로 들어왔다.

가만히 누워 있던 로안은 자신의 아내와 절친한 친구가 한 침대 위에 있던 장면이 떠올랐고 더더욱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허무하게 죽을 것 같아?”

그렇게 중얼거리는 로안이었지만 그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몸은 이미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졌다는 것을 말이다.

그저 아니라고, 자신은 죽지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정신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가만히 누워 있던 로안은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마나심법을 사용하기 위해서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고통에 잠시 비척이던 로안은 자신이 누워 있던 바닥을 손으로 강하게 누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쑤욱-.

그 순간, 그가 누르고 있는 바닥이 밑으로 쑤욱 들어갔고 곧 ‘쿠쿵’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의아해할 틈도 없이 손으로 짚고 있던 곳이 쑤욱, 하고 들어가자 균형을 잃은 로안은 바닥으로 쓰러졌고, 곧 함정처럼 바닥이 열렸다. 그리곤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커헉.”

안 그래도 몸이 정상이 아닌 상태에서 꽤 높은 곳에서 떨어지자 엄청난 데미지와 고통이 몸에 가해졌다.

말도 못할 고통에 몸을 떨던 로안은 이내 고통이 어느 정도 잠잠해지자 몸을 일으켰다.

“우리 집에…… 이런 곳이. 있었……나?”

그렇게 중얼거리며 주변을 둘러보았고 한쪽에서 빛나는 돌을 발견했다.

“돌이. 빛이…… 하아. 나는군.”

뭔가에 홀린 듯 로안은 앞으로 걸어갔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인지 정신이 몽롱했고 얼마나 오랫동안 발걸음을 옮겼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그렇게 이동하던 로안의 앞에 아주 커다란 벽이 나왔다.

“크큭.”

혹시라도 아버지가 자신에게 뭔가를 남긴 것이 아닐까, 하고 마음속으로 희망을 품던 로안은 자조적으로 웃었다.

그리고 자신이 처한 현실을 자각하자 힘이 빠져 벽에 기댄 채 그저 멍하니 앉아 있었다.

‘……아니야. 이대로 죽을 순 없어.’

가까스로 마음을 다잡은 로안은 절박한 심정으로 아버지에게서 배운 이름도, 효과도 명확히 모르는 마나심법을 다시 운용하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커다란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쿠구구궁!

그리고 뒤쪽에 있는 벽이 양옆으로 열렸다.

그곳이 열리기 시작하자 로안은 뒤를 바라보았다.


[네가 이것을 보고 있을 때쯤이면. 난 이미 죽었겠구나.]


“아버……지.”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보게 된 아버지의 모습에 로안은 눈물이 터져 나왔다.


[아마 꽤나 슬퍼할 것이 뻔하지. 넌 나를 많이 닮았으니까 말이다. 나도 너의 어미가 죽었을 때는 수십 일이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단다. 그나마 이 아비는 네 덕분에 희망을 품고 살 수 있었단다. 이 아비는 네가 너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하는구나. 그러나 로안아. 아니, 하진아.]


“…….”


[나는 너를 믿는다. 내가 너에게 알려 주었던 마나심법. 그것은 마법사와 여러 기사들이 익히고 있는 마나심법이라는 것이 아닌 무공이라는 것이다.]


“……무공.”

그 후 아버지 라한은 로안에게 이런저런 사실들을 알려 주었다.

자신은 무림이라는 세상에서 왔다는 것. 그리고 무림에서 최고라 불리는 단체인 천마신교의 교주인 천마였었다는 것 등을 말이다.


[내가 너에게 알려 주었던 무공은 바로 10만 마도인들의 지배자라 불리는 천마만이 익힐 수 있는 천마신공이라는 것이다. 우리 천교는 강함을 떠받든다. 강함만이 유일한 미덕이라 믿지. 그리고 그런 천마만이 익힐 수 있는 무공인 천마신공은 이 세상에서 최강이 되는 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무공이다. 그것을 너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무공을 가지고 환생했다


지은이 : Heve

제작일 : 2018.04.25

발행인 : (주)고렘팩토리

편집인 : 김민혜

표지 : 김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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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305-07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