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의 왕(King Of Previous) 0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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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화



첫 번째 의뢰



“스으으으.”

숨을 아주 가늘게 내쉬고 들이마신다. 너무나 가늘어서 바로 옆에 있는 것이 아니면, 듣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로 작은 소리로 숨을 쉰다.

그의 팔은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를 잡고 있었고, 화살은 저 멀리에 있는 어떤 생명체를 노리고 있다.

초록색의 거칠거칠한 피부를 지녔고, 10살짜리 어린아이만 한 작은 체구를 가졌다.

코는 삐죽하게 튀어 나와 있고, 이빨은 제법 길고 날카롭다.

고블린.

몬스터들 중에서 하나의 개체로만 따지면 그리 강하지 않은 녀석으로 분류되는 놈이다.

그러나 체구가 작고, 근력이 약하다고 해서 방심해서는 안 되는 놈들이기도 했다.

사납고, 또한 교활하다. 거기에 고블린들은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독을 만들어서 쓴다.

고블린들의 마비 독은 유명한 것으로, 그것에 당하면 제대로 된 전투를 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얕보다가는 큰일 난다.’

마음속으로 계속해서 되뇌는 말이다.

모든 몬스터들이 그러하듯이, 고블린도 인간에 비하면 그 지능이 많이 떨어진다. 하지만 지능과 교활함은 별개가 아니던가.

방심의 대가는 곧 죽음으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그는 아주 느리고, 은밀하게 숨을 쉬면서 고블린을 향해 화살을 겨누고 있었다.

척.

그의 앞에 서 있던 동료가 손을 든다. 그가 이번 고블린 사냥을 지휘하는 리더다.

그의 손가락이 몇 번 굽혔다가 펴졌다. 소리에 민감한 몬스터들을 상대할 때 쓰기 위해서 정한 수신호.

공격하라.

수신호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핑!

수신호를 봄과 동시에 그는 활시위를 놓았다. 활줄이 튕겨지는 소리와 함께 화살이 빠르게 쏘아져 나간다.

화살이 고블린에게 틀어박히는 것을 보지도 않은 채로 재빠르게 화살을 꺼낸다.

그 사이에 그가 쏜 화살은 오크의 시체를 둘러싼 고블린 중 하나의 머리를 정확하게 꿰뚫었다.

“키이익!”

하나의 고블린이 죽음과 동시에 다른 고블린들이 놀라며 소리를 지른다. 화살을 쏘아 보낸 그를 찾으려는 것이다.

그것과는 별개로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이 보인다. 최대한 빠르게 조금이라고 개체수를 줄여야한다.

끼기긱.

다시 한 번 활시위가 팽팽하게 당겨진다. 이미 한 번 쏘아 보냈기에 위치를 들키는 것은 금방이다.

핑!

활줄이 한 번 더 튕겨지며, 화살이 쏘아져 나간다. 화살은 혼란스러워 하는 고블린 중 하나의 가슴을 꿰뚫는다.

“키이익! 키익!”

“돌격!”

고블린들이 화살이 쏘아져 나간 위치를 알아차리고는 소리를 질렀다. 그와 동시에 용병들의 리더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와아아아아!”

용병들은 외침과 동시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달려 나간다.

고블린들의 개체 수는 열다섯. 그 중에서 두 마리가 화살에 꿰뚫려 죽었다.

용병들의 숫자는 다섯. 숫자에서는 불리하지만, 고블린 열세 개체를 상대하기에는 충분하다. 죽은 두 개체는 마비 독이 묻어있는 독침과 대롱을 가지고 있는 놈들이었다.

나머지 열셋은 독침과 대롱을 가지고 있지 않은 녀석들. 이렇게 숨어서 기다리며 화살을 쏴야할 필요가 사라졌다.

“하앗!”

용병 한 명이 고블린들을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도끼는 고블린의 머리를 반으로 쪼갰다.

또 다른 곳에서는 용병 리더가 고블린 두 개체를 동시에 상대하고 있었다.

‘나만 이러고 있을 수는 없지.’

다시 한 번 활시위를 팽팽하게 당겼다. 자신을 제외한 용병 네 명이 고블린들 사이에서 폭풍처럼 휩쓸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돈을 받기 위해서는 하나라도 더 많이 잡아야 한다.

핑!

“키익!”

화살은 고블린의 눈을 꿰뚫었다. 하지만 운이 좋았던 것인지,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고블린은 곧바로 작은 몽둥이를 휘두르며 빠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쳇.’

최대한 안전하게 뒤에서 화살만 쏘려 했었는데, 그것은 헛수고가 되었다. 빠르게 활을 등에 매고는, 허리춤에 매어져 있는 검을 뽑아들었다.

용병에서는 보기 드물지는 않지만, 은근히 자주 볼 수 있는 검(Sword)과 활(Bow)을 겸용해서 사용한다.

독침과 대롱을 가지고 있는 고블린과 같은 원거리 적을 잡아야할 때는 활로 상대하고, 지금처럼 근접으로 공격을 해올 때에는 빠르게 검을 뽑아서 상대한다.

용병의 세계에서 최대한 안전하고 오래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것이다. 두 가지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은 하나를 사용하는 것에 비해서 실력이 천천히 오르거나, 제자리를 반복하는 경우가 있지만, 재능이 조금은 있었는지 꾸준하게 오르고 있었다.

“키이이이!”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고블린이 몽둥이를 휘두르며 소리 지른다. 재빠르게 검날을 새워서 몽둥이를 막았다.

칵.

몽둥이가 검날에 부딪혔다. 바로 다리를 들어 고블린의 복부를 찼다.

고블린의 몸이 뒤로 자빠지고,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조금의 주체함도 없이 바로 심장에 검을 쑤셔 박았다.

푹, 검은 심장을 제대로 꿰뚫었다. 고블린은 눈을 부릅뜨며 발버둥을 치더니, 축 늘어졌다.

검을 뽑아내고는 크게 한 번 털어냈다. 검에 묻어 있던 피가 털렸지만, 제대로 털리지는 않았다. 싸움이 끝나고 닦아내야 했다.

‘세 마리.’

지금까지 잡은 고블린의 개체수다. 한 개체를 잡을 때마다 은화 한 냥이 더 늘어난다.

빠르게 눈을 돌려 용병들을 바라봤다. 어느새 열두 개체의 고블린은 시체가 되어 바닥에 눕져 있었다.

더 많이 잡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이것만 해도 얼마냐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다치고, 죽는 것에 비하면 축복받는 것이다.

“총 합쳐서 열다섯 개체. 그 중에서 마비 독을 쓰는 두 마리를 포함한, 세 마리를 로엔이 잡았군. 메르덴은 두 마리. 그리고…….”

용병 리더가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각기 잡은 고블린의 개체수를 말하는 것이다. 수당을 받는 방법은 몬스터를 잡았다는 증거로 귀나 코와 같이, 신체의 일부를 잘라가야 한다.

그 중에서 마비 독을 쓰는 고블린의 경우에는 독침과 대롱을 함께 가져가야 한다. 더 많은 수당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독침과 대롱을 따로 팔아도 돈이 된다.

즉, 꿩 먹고 알 먹고 라는 것이다.

용병들은 빠르게 고블린의 귀를 베어내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독침과 대롱을 주워서 주머니에 넣고, 귀를 베어내어 집어넣었다.

“끝나면 이제 돌아간다!”

모두의 작업이 끝나자 용병 리더는 외쳤다. 용병 리더가 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실력이 있거나 통솔력이 있으면 된다. 지금 용병들을 이끄는 리더는 C+급의 실력자다.

C+급이란 C급에서도 특출한 용병에게 주어지는 등급이다.

용병을 나누는 등급은 아주 간단하다.

바로 실력과 특출함이다.

용병의 등급은 A급부터 D급까지 존재하는데, D급은 아주 기본적인 전투만을 할 수 있는 용병에게 주어진다. 하지만 막상 전투가 시작되면 짐을 지키고 있는 역할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D+급 또한 마찬가지다.

C급부터는 조금씩 다양한 역할이 주어지기 시작한다. 오크 한 마리와 동등한 실력을 가지고 있기에, 검을 든 소드맨(Sword Man)의 경우에는 전진에 배치되어 몬스터와 싸운다.

활을 든 아처(Archer)의 경우에는 후방에 배치되어 원거리 지원을 한다.

B급부터는 아래의 등급과 차원이 다른 전투력을 가지게 된다. 오러 유저(Aura User:오러 사용자)라고 하여, 오러를 다룰 수 있는데, 혼자서 오크 두 개체를 이길 수 있다.

최대로는 세 마리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그리고 희귀하기는 하지만, 마법사와 정령사 클래스(Class)들은 전투력이 부족하더라도 처음부터 B급 용병이 된다.

말 그대로 희귀하기 때문이다. 전투력이 약하더라도 전투시에 상황을 순식간에 바꿀 수 있는 의외성을 가지고 있다.

A급부터는 오러 익스퍼트(Aura Expert:오러 전문가)들이 있는데, 혼자서 오크 다섯 개체를 능히 이길 수 있다고 할 정도로 강력하다.

마법사와 정령사 클래스가 A급을 달고 있다면, 상황이 좋을 경우 혼자서 오크 열 개체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강력함을 자랑한다고도 한다.

하지만 A급부터는 용병들의 숫자가 확연하게 줄어든다. 천 명의 용병이 있다고 한다면, 그 중에서 A급은 한 명이 있을까 말까 하는 정도이니 오죽하겠냐고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용병은 A급에서 D급까지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보통 용병의 기준이다.

보통을 넘어선 특별하고도 더욱 특별한 용병들이 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용병들 통틀어서 열 명 밖에 존재하지 않는 특별한 용병들.

A급이라는 등급으로는 그들을 표현 할 수 없어서, 그 위의 등급을 새롭게 만들었다.

S급.

다른 등급에는 별다른 뜻이 담겨 있지 않지만, S급은 Special이라는 글자에서 S를 따와 만들었다. 그만큼 특별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나이가 얼마인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밝혀진 바가 없다. 하지만 유일하게 정체가 밝혀진 S급 용병이 단 한 명이 있다.

바로 용병들 사이에서 왕이라 불리는 용병왕이다.

용병의 세계에 몸을 담고 있는 자들은 모두 용병왕처럼 되기를 원해한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도 하다.

용병왕, 그는 정말로 특별하기 때문이다.

로엔, 활과 검을 동시에 사용하는 그도 용병왕처럼 되고 싶어 했다.

그렇다.

되고 싶어 하기는 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돌아가서 창부를 사서 땀이나 흘릴까?’

전투가 끝나니, 긴장감이 탁 풀려서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용병 일로 버는 돈은 다양하게 쓰인다.

먹을 것을 사거나, 숙박을 하거나, 무기를 산다. 그리고 전투에 의해 지치며 일어나는 성욕을 풀기 위해 쓰이기도 한다.

로엔이 돌아가서 창부를 산다는 것은 용병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러운 것이라 할 수 있었다. 특히 부양할 가족이 없는 경우에는.

“휴. 돌아가서 애들에게 맛있는 거라도 먹여야겠어.”

“씨벌. 자네는 가족이라도 있지, 나는 혼자서 술이나 한 잔 해야겠어. 로엔 자네도 함께 술 한 잔 할 텐가?”

“하하. 전 사양하겠습니다.”

긴장감이 풀린 것은 다른 용병들 또한 마찬가지인 듯 하다.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리거나, 돌아가서 술 한 잔 한다고 말한다.

로엔은 정중하게 사양했다. 자신에게 이렇게 묻는 이유는 가족이 없기 때문이다. 오래 전, 역병으로 인해 가족이 전부 다 죽었다.

역병이 흔하게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무척이나 운이 없다고 밖에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가족을 잃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전쟁터에 징집이 되었다.

그때의 나이가 딱 20살이었다.

역병이 돔과 동시에 일어난 전쟁. 우연치고는 기가 막혔지만, 로엔은 전쟁터에 징집이 되어 전쟁을 경험했다. 전쟁이 끝난 것은 정확하게 3년이 지난 뒤였다.

전쟁이 끝나 제대를 했지만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사람을 죽이는 것이 전부다. 결국에는 그와 비슷한 용병을 하게 되었다.

전역을 한 지 며칠 되지도 않은 날이었다. 그렇게 5년 동안 용병질을 하게 되었다.

‘휴. 그냥 돈을 꾸준히 모아서 귀농이나 할까.’

전생의 왕 


지은이 : 재유

제작일 : 2018.01.16

발행인 : (주)고렘팩토리

편집인 : 배성림

표지 : 이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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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013-86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