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 - 포식하는 자 0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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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우리 귀여운 강철이~ 이제 몇 살이지?”

“5살이요!”

엄마의 말에 한 아이가 손가락 5개를 펴며,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작고 귀여운 아이.

통통한 볼과 초롱초롱한 눈빛이 순수하기 그지없다.

아이의 엄마는 그런 아들이 귀여워서 사족을 못 쓰겠다는 듯이 번쩍 들어 껴안았다.

“그래, 우리 강철이! 대답도 잘하네!”

“에헤헤헤헤.”

“엄마가 강철이에게 바라는 것은 하나밖에 없단다.”

“네에? 그게 뭔데요?”

“밥 많이 먹고, 편식하지 말고! 건강하게만 자라는 것! 엄마는 공부 잘하는 것도 바라지 않아. 너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거라!”

“정말요?”

“물론이지!”

어린아이에게 하는 부모의 전형적인 말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아이는 이런 말에 속아서는 안 된다.

아이가 어릴 때나 저런 말을 하지 나중에 학생이 되면 엄마의 입에서는 ‘공부만 잘해라’라는 말만 나온다.

그러다가 성인이 되면 그 말은 ‘돈만 잘 벌면 된다’로 바뀐다.

거기서 더 나이를 먹으면, 어떤 여자를 만나야 하는지, 결혼은 언제 해야 하는지와 같은 이런 저런 현실적인 이야기로 바뀌면서 예전의 순수함은 찾아볼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지금의 강철의 나이는 5살.

순수한 아이가 엄마의 거짓말을 알아채는 것은 무리였다.

“정말이죠? 정말 밥 많이 먹고 건강하게만 크면 돼요?”

확답을 받겠다는 듯이 되묻는 아이를 보며 엄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우리 강철이는 그러기만 하면 돼! 그게 엄마랑 아빠에게 하는 효도란다!”

“에헤헤헤. 알겠어요!”

순진무구한 대답.

그 귀여운 모습에 엄마는 한 번 더 강철을 껴안았다.

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자신이 지금 하는 말이 얼마나 큰 후회를 낳게 될지 말이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순수했던 5살짜리 강철은 20살 성인이 되었다.

그에게는 더 이상 어릴 때의 남아 있지 않았다.

건장한 청년.

키는 이제 185cm 정도 되었을까? 어릴 때 엄마의 소원대로 그는 정말 크고 건강하게 자랐다.

큰 키에,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청년 강철.

그리 잘생긴 편에는 속하지 않지만 나름 ‘훈남’이라는 소리를 듣는 강철이었다.

“오늘도 아르바이트를 해볼까?”

20살 나이에 그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식비가 부족하다!

그는 어릴 때 엄마의 말대로 정말 잘 먹고, 잘 컸다.

그때 엄마는 말했다.

“많이 먹고 건강하게만 크거라.”

거기에 엄마는 편식도 하지 말라고 했다. 그것이 효도하는 것이라고, 그것 외에는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순수했던 5살 강철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고, 지금까지 충실히 실천해왔다.

많이 먹었다. 심지어 편식도 하지 않아서, 집안에 있는 모든 반찬을 전부 먹어치우는 만행도 심심찮게 저지를 정도였다.

대식가!

그 모습에 엄마의 마음은 바뀌었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더니. 강철이 10살이 되던 해, 엄마는 참았던 말을 꺼냈다.

“강철아 적당히 먹어라.”

어마어마한 식비!

강철의 먹는 양은 또래 아이들에 비해서 5배가 넘었다. 간식도 5배, 밥도 5배 거기에 반찬도 5배로 먹는다.

이게 말이 되나?

식비로 살림이 거덜 나려고 하고 있었기에 특단의 조치로 엄마는 정확하게 먹을 양을 정했다.

반찬도 적당량을 만들어 놓았다. 밥도, 심지어 간식도 정한 양만큼만 만들었다.

집을 위해서 피눈물을 흘리며 내린 결정! 그 이후, 풍족해진 통장을 보며 흐뭇하게 웃는 엄마의 모습이 아직도 떠올랐다.

하지만 강철의 식욕은 상상을 초월했다.

“우리 아이가 학교 급식을 독차지했다고요?”

담임선생님에게서 온 전화.

배고픈 나머지 강철은 반에 배정 된 급식을 독차지했다는 것이다.

반 아이들이 항의하려고 해도, 굶주린 강철이 무서웠기에 차마 반항할 수 없었다나 뭐라나.

선생님들이 어떻게든 말리려고 해도, 말을 듣지 않는다고 했다.

어린아이를 체벌할 수도 없는 상황. 혼내려고 해도 뭐, 제정신이여야 혼내든가 하지 않겠는가?

그 때문에 엄마는 피눈물을 흘리며 내린 결정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집안 살림 좀 나아지게 하겠다고, 아들이 학교에서 그 난리를 피게 할 수 없지 않겠는가?

황당무계한 사건이 있은 후, 강철이 성인이 되던 날, 부모는 지금까지 참아왔던 설움을 터트리듯이 그에게 말했다.

“이제 네가 벌어라.”

성인이 되었으니 스스로 돈 벌어 먹고 지내란다.

강철에게 자취방 하나 얻어주더니 그곳으로 내쫓아 버렸다.

강철은 치밀어 오르는 배신감에 몸을 떨었다.

먹는 것 때문에 내쫓기다니! 이런 일이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그래도 어찌 할 방도가 없었다.

그가 모르는 사이에 이미 자취방도 구해졌다.

집과 거리도 상당히 먼 곳으로!

자취하는 동안 몰래 집에 와서 반찬을 가져가지 못 하도록 미리 막아 둔 것이다.

“큭…….”

눈물이 앞을 가린다.

고작 먹을 것 때문에 부모에게 버림받다니.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되었는지 기구하게 느껴졌다.

“별 수 없지…….”

솔직히 많이 먹는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남들이 한 그릇 먹을 때, 강철은 다섯 그릇을 먹고 있으니, 모르면 그게 더 이상하다.

알고는 있지만 강철은 자신의 식습관을 바꿀 생각은 없었다.

왜?

먹는 것이 좋으니까.

즐겁다.

먹고 있으면 고민도 걱정도 사라진다.

시험공부할 때도 밥을 먹으면서 공부했다.

뱃속이 든든해야 머리가 돌아가지 않겠는가?

그 때문에 엄마가 울기도 했다.

시험 기간이 되면 식비가 평소보다 3배는 뛰기 때문이다.

“흐음…….”

뭐, 이건 어쩔 수 없는 일.

아무튼 그것 때문에 강철은 20살이 되어 자취를 시작했고, 식비를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대학교는 가지 않았기 때문에 아르바이트하는데 시간적 제한은 없었다.

시간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갈 곳이 많다고 할까? 그 중에서 강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은 편의점 아르바이트였다.

‘유통기한 조금 넘기면 다 내꺼지.’

편의점은 식료품을 많이 판다.

그리고 그 식료품에는 유통기한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은 대부분 강철의 차지였다.

이 얼마나 행복한 아르바이트란 말인가?

강철은 잘리지 않는 이상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그만 둘 생각은 추호에도 없었다.

그렇게 결심한 강철이 편의점에 도착 했을 때, 점장은 그를 보고 말했다.

“너 해고야.”

“네?”

“해고라고.”

“제가요? 왜요?”

강철은 억울했다.

이것은 부당해고가 아닌가? 성실하게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을 갑자기 해고하는 것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은 노동청에 신고해야 할 일이다.

“왜긴 왜야! 너! 유통기한 지난 음식 다 먹었지?”

“네? 그야 점장님이 유통기한 지나면 팔 수 없으니까, 어느 정도는 먹어도 상관없다면서요?”

“하아. 그래, 내가 그렇게 말하긴 했지. 그런데 내가 어느 정도라고 했지?”

점장은 한숨을 쉰다.

확실히 그는 그렇게 말했다.

유통기한이 지난 것은 팔 수 없으니 대부분 본사로 반품을 한다.

본사로 가도 어차피 폐기되는 거, 점장은 자신의 재량으로 반품하지 않고. 그것을 아르바이트생에게 먹였다.

유통기한이 지난 것을 손님에게 팔면 문제가 되지만, 아르바이트생이 스스로의 의지로 먹는 것은 딱히 문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넌 그걸 다 먹었잖아. 다른 아이들 것도 있고. 본사에서 전화가 왔더라. 반품하는 것은 하나도 없는데, 왜 매상은 그대로냐고.”

본사에서도 반품되는 물건을 확인을 한다.

많이 반품하는 곳, 적게 하는 곳. 그것으로 매장 평가를 한다.

그런데, 강철이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후부터, 이 편의점은 반품이 단 하나도 없었다.

왜?

반품해야 할 음식을 전부 강철이 먹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탐욕스럽게!

다른 아르바이트생이 먹을 것까지 전부 다 먹었다.

녀석은 유통기한 지난 것을 교묘하게 숨겨 놓고 나중에 몰래 꺼내 먹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이런 녀석은 처음이었다.

“그, 그래도 일은 잘하잖아요?”

“그렇긴 하지.”

식탐이 있긴 하지만 확실히 일은 잘했다.

당연했다.

그 많은 음식을 독차지해 먹어치우고 있는데 일까지 못 했다면, 아마 잘려도 진작 잘렸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가 버틸 수 있었던 것도, 성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에 이르렀다.

“후우. 나도 최대한 너를 데리고 가려고 했는데, 본사에서 내려온 명령이라 난 어쩔 수 없다.”

“하아…….”

점장으로서 본사에서 내려온 명령을 무시할 수 없었다.

강철은 일단 지금까지의 아르바이트비를 받았다.

“그래도 내가 미안해서 좀 더 넣었다. 미안하다.”

그래도 점장은 다른 편의점 점장보다 상당히 양심이 있는 편이다.

다른 점장 같았으면 아마 이것저것 따지면서 아르바이트비를 깎으려 들었을 텐데, 더 넣어주다니.

“하아…….”

한숨이 다시 나온다.

꿀 같은 아르바이트에서 잘렸다.

나름 생계유지에 많은 도움을 주던 곳이었는데, 당장 오늘 먹을 것부터 걱정되었다.

‘돈이 있어도 어찌할 수 없구나!’

돈이 있으면 뭐하나? 이것으로 한 달을 버텨야 한다.

그런데 한 달을 버티기에 너무 부족한 돈이었다.

집세와 생활비, 이것저것을 생각하면 빠듯하다고 할까? 강철이 가장 싫어하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얼른 다른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않으면 며칠 후에 돈이 떨어져 굶어야 할 것이다.

힘없이 걸어 나오던 강철은 배를 만졌다.

꼬르르륵.

어김없이 들려오는 밥 달라는 아우성.

상황이 나쁨에도 불구하고 그의 배는 염치없이 밥을 달라고 뇌에게 요구를 하고 있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식당을 향해 걸어갔다.

돈을 아껴야 하지만, 그의 몸의 주인은 뇌가 아닌 위장이었다.

위장의 명령이 1순위고, 뇌는 그 다음이었다.

먹는 것이 우선!

이미 명령 체계가 변해버린 모양이었다.

“아줌마 순댓국 하나요.”

“네. 잠시 만요.”

순댓국집으로 들어간 강철은 자리에 앉자마자 음식을 주문했다.

저금해 둔 돈도 없고, 집의 지원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

그 와중에 아르바이트에서 잘린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다시 구하는 수밖에 없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위주로 다시 찾아볼 생각이다. 먹을 것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그곳이 가장 좋은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며 강철은 TV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TV에는 몬스터와 싸우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영화의 한 장면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장비를 가지고 실제로 있는 일을 촬영한 것이다.

‘헌터라…….’

몇 십 년 전 갑자기 열린 게이트.

처음 게이트가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그도 그럴 것이, 그 게이트를 통해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괴생물이 뛰쳐나와 사람들을 공격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총이나 대포 같은 무기는 통하지 않았다.

전 세계는 공황 상태에 빠졌다.

괴생물은 그야말로 무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괴생물, 몬스터가 사람들을 학살하고 다닐 때, 그들이 나타났다.

‘헌터가 나타났지.’

플레이어 - 포식하는 자

 

지은이 : 오브더

제작일 : 2017.08.10

발행인 : (주)고렘팩토리

편집인 : 김민혜

표지 : 박봉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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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우편 : golem818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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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013-612-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