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 연금술사 0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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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화



[충분한 경험으로 각성자로서의 첫발을 내딛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당신의 갈망에 닿아 있는 직업 연금술사가 되셨습니다. 그대의 앞길에 투쟁과 행운이 있기를.]

김인한은 눈앞의 불투명한 창을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눈에는 명백하게 당황이라는 감정이 서려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넋을 놓고 있었을까.

타악!

누군가가 가볍게 인한의 뒤통수를 때렸다.

그에 반응하여 인한이 고개를 돌리자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왜 그렇게 멍을 때리고 있냐?”

그에게 묻는 것은 낯이 익은 중년의 남성. 인한이 짐꾼으로 일하던 시절 소속되어 있던 사냥공대의 공대장이었다.

‘…뭐야 이건. 꿈?’

인한은 잠시 볼을 꼬집어보았다. 확실하게 통증이 느껴졌다.

일부러 의도한 행동이긴 했지만 꽤 힘을 준 탓에 생각보다도 아플 정도였다.

“너 뭐하냐? 정신 안 차릴래?”

“죄, 죄송합니다.”

공대장의 핀잔에 인한은 뒤늦게 사과를 했다.

시선을 돌리자 보이는 것은 기괴하게 생긴 생물의 사체. 몬스터의 해체 작업이 진행 중인 모양이었다.

일단 인한은 손을 움직여 해체 작업을 이어나갔다. 조금씩 어색한 동작이 섞여 있었지만 베테랑이라고 해도 좋을 움직임. 몸은 여전히 과거를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기계적인 손놀림을 보여주는 한편 인한은 다른 생각에 빠져 있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분명히 나는 죽었었는데….’

갑작스레 일어난 대규모의 몬스터 침공. 어떻게 손을 써볼 틈도 없이 그 혼란 속에서 결국 목숨을 잃고 말았다.

온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그 기분 나쁜 감각이 아직도 몸에 남아 있었다. 그 감각은 결코 착각이나 꿈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살아날 확률은 눈곱만큼도 없었을 터.

하지만 볼을 꼬집었을 때의 통증도, 지금 느껴지는 생생한 손의 감각도. 마찬가지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방금 전의 메시지는… 분명 각성의 메시지였어.’

차원 지진 사건 이후로 세상은 이전과 달라졌다.

인류는 다른 차원을 넘나들며 낯선 종족들과 교류를 하게 되었고 끝내는 협약까지 맺게 되었다.

다차원 우주 연맹. 규칙에 따라 종족간의 전쟁에 제재를 가하거나 중재를 해주는 등, 연맹은 우주에 있는 다양한 종족들의 원활한 상거래를 위해 존재했다.

그 연맹의 설립자이자 여전히 중심에 있는 것은 균등의 신이라는 존재였는데, 정말로 신인지 단순히 그에 필적하는 존재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존재가 균등과 공평에 있어 절대적인 존재이며 이 존재 덕분에 연맹의 규칙에도 확실한 균형이 잡혀 있다는 것이었다.

차원 지진으로 인한 변화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지진의 여파로 생겨난 몬스터들을 잡아낸 자들. 바로 지구에서 갑작스레 생겨난 능력자 역시 그 여파로 인한 것이었다.

능력자라는 것 자체가 차원지진이 일어날 당시 신적인 존재가 부여한 축복이자 보호 시스템으로, 그 형태는 각 차원마다 다를지언정 대부분 이런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었다.

그리고 인한이 본 메시지 역시 이 시스템으로 인한 것이었다. 각성을 하게 될 경우 자동으로 직업이 정해지며 방금처럼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인한은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래전 짐꾼으로 일하던 시절 그와 함께했던 공격대. 기억 속에 남아 있던 그들이 기억 속의 모습 그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설마… 내가 각성했던 때로 되돌아온 건가?’

회귀라니 정말 웃기지도 않는다. 소설, 만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였다. 애초에 사람들은 그런 것들에 열광하는 이유는 결코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한은 정말 과거로 돌아오고 말았다.

‘…대체 이유가 뭐지?’

물론 연금술사인 그에게 이런 능력이 있을 리 만무했다.

시간을 역행하다니. 많고 많은 능력자 중에서도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간이 각성을 하고 강해진다고 해도 전지전능한 신이라도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끙끙대며 고민을 하는 와중에도 인한은 몬스터의 해체를 끝내고 사체를 손수레로 옮겨 담았다. 그리고는 거대한 트럭으로 수레를 가져가더니 짐칸에 조각이 난 시체를 실었다.

‘일단 이곳이 현실인 건 확실해.’

꿈이나 환각 따위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인한이 고민 끝에 내릴 수 있었던 결론은 그것뿐이었다.

‘잠깐. 그럼 내가 몇 년 전으로 되돌아온 거지?’

큰돈이 필요했기에 짐꾼 일을 시작하게 됐을 때가 스물여섯이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스물여덟이 되었을 때 비로소 능력자로 각성했다. 몬스터 침공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던 당시가 마흔둘이니 그 차이를 생각해보면.

‘14년 인가…. 잠깐, 그렇다면?’

곰곰이 생각을 정리하던 인한은 무엇을 생각해냈는지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몸이 쉴 새 없이 떨려왔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이 파도처럼 몰아쳤다.

“야. 가만히 서서 뭐 하고 있어?”

공대원 한 명이 인한의 옆을 지나가며 물었다.

그런데 그렇게 지나가는가 싶던 공대원은 어째서인지 인한의 옆에 멈춰 섰다. 조금 이상해 보인다고 생각은 했다. 그런데 가까이서 본 인한은 아예 울고 있었던 것이다.

“공대장님. 얘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데요?”

“뭐?”공대원의 얘기에 그가 인한에게로 다가왔다.

“괜찮냐? 어디 아픈 거면 트럭에 가서 좀 쉬어.”

“아뇨. 그냥 그… 눈에 먼지가 들어가서요. 괜찮습니다.”

인한은 뒤늦게 손으로 눈물을 닦아내며 그렇게 둘러댔다. 형편없는 변명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저도 모르게 그 말이 튀어나온 것이다.

“싱겁기는…. 뭔 일 있으면 숨기지 말고 바로 얘기해. 괜찮으니까.”

“네.”

인한이 대답하자 공대장도 따로 더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진짜 괜찮은 거 맞냐?”

“아프면 쉬어도 돼.”

그러고 나서도 공대원 몇 명은 인한을 걱정해주었다. 지금 생각해 봐도 다른 공대에 비하면 사람 좋은 이들이 많은 공대였다. 인한은 감정을 추스른 후 몇 번이고 괜찮다는 대답을 하고 나서야 다시 일에 합류할 수 있었다.

일이 모두 끝나고 일당을 받은 후 인한은 공대의 사무소를 나섰다.

멍하니 손을 내려다보고 있다가 택시를 잡았다. 한참을 달리던 택시가 도착한 곳은 인근의 병원이었다.

인한은 떨리는 발걸음으로 한 병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침대 위에는 남자아이 한 명이 죽은 듯이 잠들어 있었다.

침대 옆에 놓인 의자에 앉은 인한은 조심스레 남자아이의 손을 잡았다.

남자아이의 이름은 김인혁. 바로 인한의 하나 뿐인 남동생이었다.

인혁은 현재 차원력 증후군이라는 병에 걸려 있었다.

차원이 겹쳐지면서 생성되는 차원력이라는 이름의 미지의 에너지. 그것에 과도한 간섭을 받게 될 경우 발병하는 것이 바로 차원력 증후군이었다.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하루 중 20시간은 잠이 들게 되었다. 즉,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4시간뿐. 그것뿐만이 아니라 점차 근육량도 줄어들고, 면역력이 약화하며 몸 자체가 약해지게 된다. 그리고 끝내 죽음에 이르게 되는 병. 그것이 차원력 증후군이었다.

“흐윽….”

인한이 눈물을 흘렸다. 그는 전생에서도 결국 인혁을 구하지 못했었다.

인혁을 구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엘릭서였는데 그것은 연금술사로 200이라는 레벨을 달성해야만 만들 수 있는 물건이었다. 엘릭서는 모든 질병을 치료할 뿐만 아니라 일반인을 헌터로 각성시켜주는 어마어마한 물약이었던 것이다.

레벨 200의 연금술사라고 해도 조건을 달성했을 뿐 쉽게 만들지는 못할 정도였다. 그 재료 역시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실제로 엘릭서 한 병의 가격이 5조원에 가까웠다. 만드는 자도 거의 없는 탓에 일 년에 2병 정도가 만들어질까 말까 했던 것이다.

사실 연금술사였던 인한 역시 엘릭서를 만든 적은 있었다. 그 당시의 레벨이 212였다.

하지만 엘릭서를 만드는데 무려 14년이라는 시간이 걸리는 바람에 인혁을 구할 수는 없었다.

인한은 잠시 벽에 걸려 있는 달력을 바라봤다.

‘4년… 4년 안에 레벨 200을 넘겨야 한다.’

인혁이 죽기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4년이었던 것이다.

물론 한번 걸었던 길이라고 해도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한은 불가능에 대해서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가능할지 최대한 효율적인 계획을 짜고 있었다.

“으음… 형? 언제 왔어?”

“온 지 얼마 안 됐어. 몸은 좀 괜찮아?”

그렇게 인한이 한참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인혁이 눈을 떴다.

“응. 형은 다친 데 없어?”

“다치기는 무슨.”

눈을 뜨자마자 대뜸 인혁이 하는 말이 그것이었다. 인혁도 그가 짐꾼으로 일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짐꾼이란 헌터들이 사냥할 때 마력이 부여된 총기를 사용하여 원거리 지원을 하고, 사냥을 마치고 난 뒤에는 헌터들의 뒷정리를 하는 이들을 말하는 것이었다. 트럭의 운전부터 몬스터 해체, 운반. 그 밖에도 헌터들의 잡일 등등 많은 일들을 맡고 있는 것이다.

헌터 못지않게 힘들고 위험한 일이 짐꾼이라는 것을 인혁도 잘 알고 있었다.

“미안해 형. 나 때문에 고생하게 만들어서….”

“네 잘못도 아닌데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정 그러면 빨리 나아서 나한테 효도라도 좀 하든지.”

“…응. 알았어. 꼭 그렇게 할게.”

그 후로도 인한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며 한참 동안 인혁과 대화를 나눴다. 그러면서도 지루하기는커녕 지나가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였다.

자신은 걱정 말라는 듯 미소를 짓는 인혁을 보며 인한은 다시 한 번 결심을 굳혔다.

이번에는 반드시 인혁을 낫게 해주리라.



* * *



지구에서 몬스터를 사냥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이 사는 지역에는 몬스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차원이 겹치는 현상이 생긴 후로 지구 곳곳에는 차원관문이 생겼었는데, 현재는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몬스터들을 정리해 놓은 탓이었다. 때문에 몬스터를 사냥하려면 아프리카의 밀림 같은 오지에 가거나, 차원관문을 통해 다른 차원으로 가야했다.

차원관문은 굳이 헌터가 아니라 일반인도 이용이 가능하여 관광 목적으로 쓰이기도 하였다. 어느 차원으로 간다고 해도 1회에 100만 원이라는 비용이 드니 비싸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다.

‘4,000만 원인가….’

날이 밝자마자 은행에 와서 통장을 확인해 본 결과. 인한의 남은 잔액이 그러했다.

일단 그중에서 3,000만 원을 인출한 후 그는 헌터 전용의 매장을 가기 위해 택시를 잡았다.

‘인벤토리.’

그리고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사이 인한은 인벤토리를 열어보았다.

각성하게 되면 레벨 1이 되는 것과 동시에 1칸의 인벤토리를 얻게 된다. 그리고 그 인벤토리 칸에는 각 직업에 맞는 랜덤 스킬북 하나가 들어있었다. 각성 이후 이 랜덤 스킬북을 얻게 되는 과정은 모두가 같았다.

어차피 이 랜덤 스킬북은 아껴서 팔거나 양도할 수도 없다. 인한은 곧바로 스킬북을 사용했다.

[고렘 제작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예전과는 다른 게 나와 버렸군….’

눈앞의 창을 본 인한이 잠시 당황했다. 전생에 랜덤 스킬북을 사용해 얻은 스킬은 ‘인식’이었다.

전생 연금술사 

 

지은이 : 윤월

제작일 : 2017.07.06

발행인 : (주)고렘팩토리

편집인 : 이성애

표지 : 김경한

주소 : 서울특별시 은평구 수색로 191, 502호(증산동, 두빌)

전자우편 : golem8182@gmail.com

 

※ 본 작품은 (주)고렘팩토리가 저작권자의 계약에 따라 발행한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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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013-5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