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님께서 소환하신다! 0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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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화



1.



“하아!”

깊은 한숨소리가 어두운 방 안에서 희미하게 새어 나온다.

희미한 빛이 방문의 틈 사이로 새어 나오고 있었다.

거실에 걸려 있는 벽시계는 새벽 세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희미한 빛은 아마도 두어 시간이 더 지나도록 꺼지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아마도 그때가 되면 거실 베란다 밖에서 희미하게 태양빛이 집 안으로 스며들어 올 것이었다.

하지만 저 빛이 흘러나오는 방 안으로 그 눈부신 태양빛은 들어가지 않을 것이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굳게 닫혀 도무지 열리지 않을 방문을 바라보던 여인은 결국 힘없이 몸을 돌려 자신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탈각!

무척이나 작은 소리였지만 빛이 새어 나오고 있는 방 안에 있는 남자의 몸이 움찔 떨렸다.

언제 머리를 깎은 것인지 모를, 아니 언제 머리를 감은 것인지도 모를 정도로 떡이 진 머리카락과 듬성듬성 난 거친 수염이 남자의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남자의 나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남자는 TV에서 한 번씩 이야기를 했던 은둔형 외톨이였다.

집 밖으로 단 한 시도 나오지 않으며 좁은 방 안에서 삶을 허비하는 인간이었다.

그도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좁은 골방보다 시원하게 뚫린 밖이 더 좋았고 작은 모니터에서 만나는 이름도 얼굴도 모를 사람들보다 직접 얼굴을 볼 수 있는 친구들이 더 좋았다.

그때는 방문 밖의 한숨소리도 들리지 않았었다.

따각! 따각!

조심스럽게 키보드 치는 소리가 남자의 거친 심장 박동 소리에 맞춰 커졌다.

가슴 한편에 가득 들어차 있는 울분이 남자라고 없을 리는 없었다.

당장에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분노가 가득했지만 이내 부질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방 안에서만 생활을 하니 시간 개념은 사라진지 오래였지만 조금 있으면 해가 뜬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 모든 행동을 멈추고 남자 자신의 냄새가 배어 있는 침대 속으로 몸을 웅크리고 눈을 감을 것이었다.

왜 남들과 다르게 해가 뜨면 잠을 청하는지 남자는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어쩌면 그건 현실에서 도망치기 위한 무의식적인 행동인지도 몰랐지만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되돌리기에는 너무 많이 와 버렸어.”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고 중얼거려 보아도 지금은 감옥에 갇힌 수감자였다.

남자도 이 지긋지긋한 현실에서 빠져나오려고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용기를 내서 집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여전히 세상은 자신을 필요치 않았다.

아니 자신을 지나치는 사람들이 언제 자신을 공격하고 배신할 지 알 수 없는 공포가 스멀스멀 남자를 견디기 힘들게 만들었다.

물론 그런 자신을 사람들은 의지박약이라며 비웃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이런 자신이 너무나도 싫고 미웠지만 이미 지독한 패배감에 휩싸인 자신을 어쩔 수는 없었다.

‘살려줘. 제발 살려줘.’

꼬질꼬질한 밤꽃 냄새가 코끝을 간질이는 이불 속에 몸을 파묻고서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비명을 소리 없이 지른다.

그렇게 한참을 소리 없는 아우성을 내지르다 보면 잠이 들어 있었다.

‘망상일지도 모르지만 꿈속에서 나는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

판타지 세계에서 영웅이 되어 미녀를 옆에 끼고 수십만의 대군 앞에서 멋들어진 모습으로 호령하는 모습을 꿈꾼다.

현실 세계에서 하늘을 찌를 듯이 높다란 빌딩의 커다란 회장실의 유리창에 서서는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반짝이는 지상을 득의만만하게 바라보기도 했다.

히어로 영화 속에서처럼 하늘을 날고 손에서는 미지의 힘을 쏘아내며 악당들을 물리치기도 했다.

띵동!

그렇게 도피해 버린 세상에서 자신을 깨우는 소음에 현실로 돌아왔다.

부스스 깨어나 눈곱이 낀 두 눈을 비비고서는 자신을 지긋지긋한 현실로 돌려보낸 정체불명의 소음을 찾았다.

아니 이미 알고 있었다.

“킹덤.”

이미 중독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남자는 자신의 곁에 있는 스마트 폰을 들어서는 손가락으로 힘겹게 화면을 그었다.

그 순간 후회가 들지만 이제는 되돌릴 수 없었다.

멋들어진 화면의 아이콘을 눌러 킹덤이라는 프로그램을 실행하자 이내 아름다운 여인이 모습을 보였다.

“예쁘다.”

연예를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의 자신을 좋아해 줄 여인이 있을 리 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아름다운 여인은 사라지고 남자는 하루 종일 시간을 투입해 키워왔던 성을 바라보았다.

그냥 평범한 모바일 전략 게임이었다.

하루에도 수백 개씩 쏟아지는 수많은 모바일 게임 중에 하나였다.

돈을 모으고 자원을 모아 게임 속의 자신의 성을 키우고 병사를 모으며 영웅들을 찾아 키운다.

요즘 게임들은 전략이라고 해도 전략만으로 끝나지 않아 RPG의 요소도 있어서 성주도 강해질 수 있었다.

그렇게 남자의 캐릭터 또한 그 누구보다 화려하고 강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제는 하나의 성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왕국이나 제국이라 불릴 정도로 커져버린 자신의 영지에 남자는 미소를 지었다.

현실에서는 시궁창과도 같았지만 이 게임 속에서는 그 누구도 무시 못 할 존재가 될 수 있었다.

“병사 고용. 영웅으로 주변 지역 탐사.”

실사는 아니지만 꽤나 리얼한 모습의 병사와 영웅들이 남자의 손가락 움직임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부분이 끝이 나고 난 뒤에 남자는 자신의 캐릭터를 바라보았다.

화려한 갑옷과 검을 가진 너무나도 멋진 캐릭터가 화면에 있었다.

자신의 캐릭터였지만 현실의 자신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었다.

“던전 탐사.”

오늘도 좋은 아이템을 얻기를 꿈꾸며 던전 탐사를 선택했다.

“오늘쯤이면 1000층에 도착을 할 수 있겠네.”

그렇게 할 것을 다 끝내고서는 잠시 더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다가 남자는 몸을 일으켰다.

지끈!

“크윽!”

가끔 심장 부분이 아프곤 했다.

따로 지병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운동 부족과 부실하고 불규칙한 식사는 남자의 건강을 꽤나 무너트리고 있었다.

아직은 젊으니 괜찮다지만 이런 생활이 더 길어진다면 더 이상은 되돌리지 못할 것임을 남자도 알 수 있었다.

“후우! 후우!”

손으로 심장 부근을 움켜쥐고서는 한참을 고통을 참고난 뒤에 고통이 줄어들자 남자는 몸을 일으켰다.

처음에는 놀랐지만 이제는 익숙해졌기에 남자는 비틀거리며 자신의 방 앞의 책상으로 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책상 앞에는 남자를 위해 준비된 식사가 놓여 있었다.

아무리 한숨이 나와도 자식이었으니 배곯지 말라고 어머니가 준비해 놓은 식사였다.

“어?”

그렇게 밥을 먹기 위해서 걸음을 옮기려는 그 순간 남자는 눈앞이 어지러워지며 자신의 몸이 빙그르 회전을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2.



“아!”

시체처럼 미동도 하지 않던 남자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여, 여긴?”

자신이 쓰러졌다는 것은 생생하게 기억에 났다.

“차라리 깨지 않았으면 좋았으련만.”

부모님에게는 너무나도 미안한 말이었지만 아니 어쩌면 차라리 그것이 나은 일이라 여긴 눈을 뜨지 않고 영원히 죽음에 이르기를 바랐던 남자였다.

하지만 삶은 남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질겼다.

인간의 목숨은 생각보다 쉽게 끊어진다지만 또 한 편으로 무척이나 질겨서는 짜증스러울 정도였다.

그래도 살아는 났다고 하니 일말의 마음에 안도가 되며 남자는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병원은 아닌 것이 자신의 방 안일 터였다.

얼마나 오랫동안 기절을 해있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무도 알지 못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서러움이 북받쳐 올랐다.

“나도 잘 하고 싶었어! 나라고 이런 삶 살고 싶었겠냐고! 사람을 그렇게 가지고 놀면 재미있냐? 그렇게 뒤에서 수군거리면서 사람 바보 만드는 것이 좋냐고! 그래! 내가 바보 같아 보였겠지! 아니 나라도 바보 같아 보였다! 그래도! 니들만큼은 그러면 안 되는 거였잖아! 이 자식들아!”

발작이었다.

남자는 자신이 이렇게 된 이유를 한 번씩 이성을 잃고 입 밖으로 토해내었다.

미친 놈 같이 토로하는 남자의 고함에 윗집과 아랫집 그리고 옆집 이웃들은 처음에는 연민과 안타까움을 가졌지만 나중에 가서는 짜증스러움을 토해내었다.

그 때문에 부모님이 고생을 했지만 자식을 정신병원에 보낼 수는 없었기에 연신 사과만을 해야 했다.

그 모습이 보기 싫어 입을 악물고 참아보려고 해도 가끔씩 너무나도 참기 어려울 때가 있었다.

그것이 바로 지금이었기에 남자는 두 눈을 까뒤집고서는 고함을 질러대었다.

그렇게 온몸에 힘이 빠질 동안 고함을 내지르고 나자 남자는 조금은 분이 풀리는지 점점 이성을 찾아갔다.

꼬르르륵!

그래도 배는 고픈지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것에 남자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제는 식어버렸을 것 같지만 어머니가 만들어 두신 음식을 먹으려고 했다.

하지만 문득 남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여긴 어디지?”

분명 자신의 방 안일 것이 분명했는데 어째서인지 눈에 익은 것이 단 하나도 없었다.

아니 아무것도 없었다.

자신의 침대도 책상도 먼지가 가득한 책들이 꽂혀 있던 책장도 보이지 않았다.

순간 ‘뭐지’라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갸웃거려 보았지만 남자는 완전히 어둡지는 않지만 적당히 어두운 공간에 홀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 여보세요? 누, 누구 없어요? 어, 엄마! 아, 아빠!”

항상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막상 혼자라는 것에 두려움이 밀려들어왔다.

결국 남자는 스스로 혼자라고 생각을 했지만 결국 자신을 받쳐준 이들이 있었기에 살아왔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한참을 고함을 내지르며 사람을 불러대었지만 그 누구도 남자를 향해 달려오는 이는 없었다.

남자가 눈을 깬 곳은 방이 아니었다.

그냥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었다.

무언가 튀어나와 자신을 죽일 것 같은 그런 느낌은 없었다.

오히려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 쓸쓸하게 죽어갈 것만 같은 두려움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도 아무것도 없었다.

달려도 보고 걸어도 보고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녀도 결국 제자리걸음을 한 것처럼 같은 자리에 그렇게 서 있는 것만 같았다.

“대체 여긴 어디야? 대체 어디냐고?”

자신이 자주 보던 판타지 세계에서처럼 미지의 세계에 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것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일인지 알고 있었다.

“나 죽은 건가?”

결국 마지막으로 남은 결론은 죽음이었다.

심장의 통증과 함께 쓰러진 것은 의학에 대해서 잘 모르더라도 심근경색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람이 죽으면 천국이나 지옥에 간다고 말을 했지만 정말로 천국이나 지옥에 가는지는 알 수 없는 법이었다.

그러니 남자는 천국인지 지옥인지 알 수 없는 이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정말 사후세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하하하! 헛소리였구나. 헛소리였어! 천국이고 지옥이고 다 헛소리야! 그냥 정신이 완전히 죽어버릴 때까지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갇혀 있는 거였구나.”

남자는 자신이 죽은 시체의 뇌세포 속에 여전히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완전히 자신의 시체가 썩어 문드러지고 나면 남자의 정신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남자는 그렇게 지칠 만큼 지쳐서는 바닥에 누워 자신이 사라지기를 기다렸다.

“하! 그래도 밥은 먹고 죽었어야 하는데.”

남자는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배가 고픈 것이 한스럽다는 생각이 드는 것에 피식 웃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밥을 찾을 수도 없는 법이었기에 남자는 기다렸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일주일, 한 달, 그리고 일 년 쯤 시간이 흐른 것 같은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무런 변화도 없는 것에 남자는 결국 울화가 치민다는 듯이 몸을 일으키며 고함을 내질렀다.

“이런!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해! 죽으려면 빨리 죽던가! 차라리 날 죽여!”

남자가 알고 있는 욕이란 욕은 전부 다 해보아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렇게 정말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흐른 것인지 모를 정도로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난 뒤에 남자는 과거의 기억이 아득해질 때 쯤 이 기이한 공간에 변화가 일어났음을 알 수 있었다.

-응? 뭐야? 아직도 맨 정신이네!

보이지는 않았다.

그냥 목소리만 들리고 있었다.

그 목소리도 언어가 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뜻은 너무나도 또렷하게 남자에게로 전해지고 있었다.

“누, 누구세요? 예? 누구십니까? 혹시 저승사자님이세요?”

죽은 것은 확실한 것 같으니 남자는 이제야 자신을 찾아온 존재가 직무유기의 저승사자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물었다.

-하! 미치겠네! 이 놈. 죽을 때도 아니어서 그냥 가둬 놨더니만 아직도 맨 정신이네. 어떻게 하지?

“예? 이봐요!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이봐요!”

남자는 자신이 죽을 때도 아니라는 의미심장한 목소리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무슨 소리냐며 물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이런! 이거 신께 알려지면 골치 아픈데!

목소리는 그 말과 함께 끊어졌다.

그리고서는 또다시 수십 년 아니 수백 년은 지난 것 같은 시간 동안에 아무런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남자는 미칠 것 같은 심정이었지만 자신이 너무나도 억울한 짓을 당한 것을 느끼며 몸을 부들부들 떨며 버텨내었다.

그리고 얼마가 지난 지 모를 때 쯤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찾았습니다!

“어?”

그 목소리와 함께 남자는 자신이 지긋지긋한 공간에서 빠져나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영주님께서 소환하신다 1화

 

지은이 : 현진현우

제작일 : 2017.08.16

발행인 : (주)고렘팩토리

편집인 : 김민혜

표지 : 김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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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013-61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