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화신 : 월드클래스 0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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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화



1. 비운의 천재



최기선. 그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주목받는 공격수 중 하나였다.

전형적인 축구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인재로서 중학생 때부터 두각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16세 이하 청소년 대표 팀에 발탁되었다. 그리고 2010년 16세 이하 아시아 청소년 축구 대회에서 대한민국의 우승을 이끄는 주역이 된다.

최기선의 질주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축구로는 국내 최고의 명문 고등학교를 나온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프로 무대에 진출했다. 코리아 1리그(1부 리그)의 최고 명문 팀 중 하나인 포항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그는, 국내에서 동 나이대에 그에게 비견될 선수가 없었고, 19세 이하 청소년 대표 팀에 발탁되는 것 역시 당연한 수순이었다.

2012년에는 19세 이하 아시아 청소년 축구 대회에서 팀의 우승과 함께 득점왕을 차지했고, 2013년에는 20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재현했다. 물론 최기선 혼자 힘으로만 이룩한 업적은 아니었지만 총 네 골로 팀 내 최다 득점자가 되었다는 사실은 그가 4강 신화의 주역 중 하나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그랬던 그가 갑자기 나락으로 떨어진 것은 20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이 끝난 직후였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소속 팀 포항으로 복귀한 최기선은 경기 시작 10분 만에 상대 수비수의 태클에 의해 부상을 당했다.

당시 최기선이 당한 부상은 십자인대 파열. 프로축구 선수의 입장에서 보면 나름 심각하다고 할 수 있는 부상이었다.

실제로 십자인대 파열로 인해 부상 이전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는 늘 존재해 왔다. 그리고 불행히도 최기선이 바로 그 케이스였다.

최기선은 그 부상으로 전치 4개월이 나왔고, 약 반년 간의 공백 끝에 다시 그라운드로 복귀했다. 그러나 부상에서 복귀한 최기선은 더 이상 예전의 기량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최기선은 원래 뛰어난 개인기와 빠른 발, 민첩한 몸놀림 등이 장기인 선수였다. 몸싸움은 거의 하지 않고 지능적인 몸놀림과 뛰어난 개인기로 상대 수비수를 따돌렸다.

그런데 부상에서의 복귀 이후, 최기선의 이런 장점들이 오히려 그의 발목을 잡게 되었다.

주력은 형편없이 떨어졌고, 상대 수비수를 가볍게 따돌렸던 민첩함도 사라졌다. 화려했던 개인기는 번번이 상대 수비수에게 막혔다.

2014 시즌 코리아 1리그에서 최기선 그가 기록한 공격 포인트는 19경기, 두 골. 최고의 공격수 유망주로 촉망받던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초라한 기록이었다. 때문에 그 기간 동안 최기선이 받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182cm의 괜찮은 신체 조건에 꽤나 잘생긴 외모까지 겸비했던 최기선은 축구 실력 외적으로도 인기가 많았다.

그런 조건들이 사람들의 시기심을 샀을까?

그가 몰락하자 많은 사람들이 도가 넘는 비난을 가하기 시작했다. 실력은 없고 외모만 있다는 얘기는 차라리 애교 수준이었다.

최기선은 사람들의 그런 원색적인 비난도 힘들었지만 팀 내부적으로도 꽤나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렇지만 훈련에만 전념하며 오기로 묵묵히 버텼다. 부활할 날을 꿈꾸면서…….

그런 최기선의 생각과는 달리 부활의 시기는 좀처럼 오지 않았고, 결국 2014 시즌이 끝나고 에이전트에 요청을 해서 이적할 팀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섰다.

하지만 이적할 팀을 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코리아 1리그에서 전성기에 비해 떨어진 기량을 이미 뻔히 보여 줬으니 리그 내 그 어떤 팀도 최기선을 원하지 않았다.

결국 2015 시즌을 코리아 2리그의 만년 중위권 팀인 고양 아이콘스에서 시작하게 된 최기선이었다.

그렇지만 고양 아이콘스에서의 생활도 녹록치 않았다.

그의 실력은 이미 떨어질 대로 떨어져서 코리아 2리그 수비수들에게도 통하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그러자 고양 아이콘스에서도 벤치 멤버 수준밖에 안 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마는 최기선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남들보다 몇 배는 더 연습을 거듭하며 부활을 꿈꿨다.

그러나 몸은 예전 같지 않았고, 떨어진 기량은 언제 돌아올지 기약이 없었다.



* * *



“훅……! 훅……!”

“집에 안 가냐?”

“아뇨! 좀 더 운동하다가 갈게요.”

“그래도 좀 적당히 해라. 연습과 훈련도 좋지만 쉬는 것도 그 못지않게 중요해.”

“네. 걱정 마세요.”

팀 동료이자 선배인 구한승이 안타까운 눈으로 최기선에게 말했다. 그는 고양 아이콘스의 공격수로 최기선의 팀 내 포지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었다.

최기선에 대한 구한승의 첫 감정은 당연하게도 경계심이었다. 그러나 그 감정이 안도로 바뀌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고, 이제는 측은함으로 바뀌어 있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게 눈에 뻔히 보이지만 기량은 정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최기선은 하늘이 깜깜해질 때까지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잔뜩 피곤에 지친 몸을 이끌고 침대 위에 쓰러지듯 누워 버렸고, 인지하지도 못하는 사이 그대로 잠이 들었다.

2. 레벨업



잠에서 깬 최기선.

늘 그렇듯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운동을 준비하려 했다.

하지만 평소와는 달리 전날 너무 늦게까지 연습한 것 때문인지 몸이 매우 피곤했다. 비록 후반 교체 투입이긴 했지만 엄연히 경기까지 뛴 후 밤늦게까지 연습한 것은 분명 무리한 행동이었다.

“아……! 어제 너무 무리했나?”

어기적거리면서 대충 세수를 하러 가던 중 웬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커 아바타를 시작합니다.]

“뭐, 뭐지?”

갑작스레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음성에 당황하는 최기선.

다시 한 번 그 음성을 들으려고 집중해 봤지만 더 이상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역시, 잘못 들었지? 너무 피곤해서 그런가……?”

그러면서 막 화장실로 들어가려는 찰나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최기선의 시야에 홀로그램 같은 영상들이 갑자기 나타난 것이다.

“으아아! 대체 이것들은 뭐야?”

최기선은 갑작스런 현상에 눈을 감았다 떴다 해 보기도 하고 고개를 흔들어도 보았지만 영상은 사라지지 않았다.

‘뭐지? 이것들은?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내가 드디어 미친 건가?’

지금 이 현상에 대해 그가 내릴 수 있는 가설은 한 가지였다.

오랫동안 계속된 부진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높은 피로도로 인해 정신병이 생겼다는 것.

‘어서 병원에 가야겠어.’

무슨 짓을 해도 눈앞의 영상이 사라지지 않자 결국 병원으로 갈 채비를 하는 최기선.

그때 처음 들렸던 여성의 목소리가 다시 한 번 들려왔다.

[사커 아바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당신은 여러 가지 훈련을 통해 능력치를 키우거나 아바타를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저 눈앞에 헛것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당황하여 실제 보이는 영상을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았던 최기선에게, 그 목소리는 묘한 안정감을 주었다. 그러자 현재 상황에 대해서 좀 더 냉철하게 생각할 여유가 생겼다.

‘지금 보이는 영상은 마치 월드 사커 온라인 같잖아?’

월드 사커 온라인이란 최기선이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많이 즐겼던 유명 축구 게임이다. 그리고 그의 눈앞에 보이는 영상은 월드 사커 온라인의 초기 화면 인터페이스와 흡사했다.

‘그럼 눈앞에 보이는 이것도 일종의 게임 영상인가?’

최기선은 시야에 보이는 각각의 메뉴를 하나하나 유심히 살펴보았다.

제일 먼저 ‘레벨업’이라는 메뉴가 눈에 띄었다.

‘레벨업? 이건 뭐지?’

레벨업이라고 적힌 메뉴에 관심을 보이고 집중하자 ‘레벨업’ 메뉴 버튼이 클릭되는 이벤트가 발생되었다.

그러자 영상이 바뀌면서 최기선 본인의 모습이 나타났다. 축구 유니폼을 입은 채로.

그리고 자신의 모습 오른쪽에 여러 가지 글자와 숫자가 적혀 있었다. 자신의 성명, 국적, 신장, 체중, 생년월일, 포지션 등의 신상에 관한 정보가 나왔고, 그 옆에 여러 가지 숫자가 표시되어 있었다. 그 숫자들은 흔한 축구 게임에 나오는 능력치처럼 보였다.


[ 성명 : 최기선

국적 : 대한민국

생년월일 : 1994년 9월 21일

신장 : 182cm 체중:74kg

포지션 : 공격수

현재 상태 : ?


- 능력

슛 : 51 패스 : 49

크로스 : 48 주력 : 53

체력 : 52 민첩성 : 48

힘 : 43 밸런스 : 46

위치 선정 : 55 시야 : 47

골 결정력 : 50 헤더 : 47

드리블 : 52 개인기 : 52

대인방어 : 41 태클 : 38

종합 : 49 ]


쭉 나열된 자신의 능력치를 보던 최기선은 문득 궁금해졌다. 지금 나오는 능력치가 높은 건지, 낮은 건지 통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교해 볼 만한 기준이 없으니 당장 확인은 불가능했다.

최기선은 처음으로 들어간 레벨업 메뉴를 확인하면서 시야에 보이는 영상에 대한 조작법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인터페이스는 월드 사커 온라인 게임과 거의 비슷했고, 각 메뉴를 선택하는 것은 영상을 보며 해당 메뉴를 골똘히 생각하면 됐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자신의 신상 정보나 능력치를 확인할 수는 있었지만 정작 메뉴에 적힌 레벨업에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뭐지? 레벨업이라면서 아무것도 안 되네.’

고개를 갸웃 하며 의문을 나타낼 때 갑자기 여성의 안내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레벨업은 튜토리얼을 진행하신 후 가능합니다.]

‘튜토리얼? 아까 메인 화면에 있었던 거 같은데?’

최기선은 튜토리얼을 해 보기로 결심했다.

‘나가기. 나가기.’

최기선이 ‘나가기’라고 생각하자 현재 화면에서 ‘나가기’라고 적혀 있는 버튼이 클릭되는 이벤트가 발생했고, 다시 메인 화면이 나왔다. 그리고 튜토리얼 메뉴로 들어가자 예의 그 안내 음성이 나왔다.

[튜토리얼을 시작합니다.]

이어진 화면에서는 축구 선수 형상을 한 게임 캐릭터가 볼 리프팅을 하고 있었다.

[따라 하십시오.]

최기선은 그 음성을 들으며 메시지에 적힌 대로 따라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했다. 하지만 그 고민은 길지 않았다.

어차피 매일 해 오던 연습이다. 메시지를 듣고 따라 한다는 생각보다는 원래 하던 연습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곧 축구공을 가지고 마당에서 리프팅 연습을 시작했다.

시야에는 실제 자신이 리프팅하는 축구공과, 게임 캐릭터가 리프팅을 하고 있는 영상이 겹쳐 보였다. 갑자기 보이는 영상 때문에 시야가 방해될 법도 했지만 의외로 전혀 이질감이 없었다.

대략 400번가량 리프팅을 하던 도중 다시 알림 음성이 들렸다.

[튜토리얼을 완료하였습니다. 리프팅 연습을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으로 경험치 4XP를 획득하였습니다.]

튜토리얼을 완료했다는 안내 음성을 듣고 다시 레벨업 메뉴를 확인했다. 레벨업 메뉴에 새로운 버튼이 추가되어 있었다.

훈련.

최기선은 그 ‘훈련’이라는 버튼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튜토리얼에 나왔던 축구 선수 캐릭터가 다시 볼 리프팅을 하는 장면이 나왔다.

“뭐야? 이걸 또 하라는 얘기야?”

최기선은 다시 리프팅을 시작했다. 이번에도 대략 400번가량 했을 때 알림 음성이 나왔다.

[리프팅 연습을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으로 경험치 4XP를 획득하였습니다.]

축구의 화신 : 월드클래스 

 

지은이 : 만술

제작일 : 2017.08.07

발행인 : (주)고렘팩토리

편집인 : 이성애

표지 : 강현지

주소 : 서울특별시 은평구 수색로 191, 502호(증산동, 두빌)

전자우편 : golem818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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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013-584-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