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뮤지션 : 신의 목소리 0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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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내가 임마! 가수로 성공하고 말 거야! 내가 못할 것 같애? 내가 나이 좀 먹었다고 못 할 것 같냐고!”

“형님, 많이 취하셨어요. 이제 들어갑시다. 내일도 일 나오셔야죠.”

“가수가! 노래를 안 부르고 대체 언제까지 공사판에서 이러고 일을 해야 되는 거야! 젠장할! 으아!”

술에 잔뜩 취해 몸도 가누지 못할 정도인 한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내가 기필코! 가수로 내 이름 석 자 신재경! 알리고 만다.”

그 사내의 이름은 신재경.

술에 취하면 신재경은 언제나 그가 가수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소리친다.

그렇게 소리치지 않으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까 봐.

그 정도로 그는 무명의 가수다.

“네, 형님 가수인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많이 취하셨는데 곧장 집으로 가세요.”

신재경은 그를 염려하는 동생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한 채 술집을 나선다.

“나는 가수야, 나는 가수라고.”

술에 취한 그는 신호등이 파란불인지 빨간불인지조차 신경 쓰지 않은 채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다.

비틀비틀.

이 횡단보도가 원래 이렇게 길었나, 라고 생각이 들던 찰나.

어떤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그 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이거 뭔 소리야?”

대체 무슨 소리지? 하고 고개를 돌리는 그 순간.

눈앞에 보이는 화물 트럭.

쾅!

끊어진 연처럼 날아가 버리는 신재경.

트럭이 멈추고 운전자가 내려온다.

“이, 이봐요! 젠장,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대체 왜 지금 건너고 있는 거야?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

‘젠장……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의식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때 뭔가 희미한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진다.

[과거로 돌아가 기회를 잡으세요. 신의 목소리를 얻을 기회를 당신에게 드리겠습니다.]



* * *



“으아아악.”

한 청년이 있는 힘껏 고함을 지르며 책상에서 벌떡 일어난다.

책상에 엎어져서 잠을 자고 있다가 깜짝 놀란 것이 분명하다.

놀란 표정을 한 채 그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한다.

뭐랄까? 주변이 묘하게 낯이 익다.

그가 엎드려 있었던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많은 음악 CD들 또한 굉장히 익숙하다.

익숙하지만 낯선 느낌.

낡은 가죽 소파.

가격이 상당한 중고 스피커.

그 옆에 잔뜩 버려져 있는 맥주 캔들.

그의 기억에 분명히 존재하던 장면들이다.

확실하다. 착각이 아니다.

‘이거 내 옛날 동아리 방인데?’

이곳은 바로 그가 대학 시절 활동하던 음악 동아리, ‘테라’의 방이다.

그러나 그가 대학교를 졸업한 것은 이미 거의 10년이 되어 간다. 여기 있을 이유가 없다.

그가 동아리 방 한구석에 마련된 거울 앞으로 다가선다.

그리고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청년.

“헉!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어제까지 실패에 찌들어 주눅 들던 그 모습이 아닌 대학생의 생기 넘치는 모습이 바로 그 거울 안에 담겨져 있다.

말이 되지 않는다.

‘어제 내가 분명히 공사장에서 일 끝내고 소주 한잔하고 집에 가고 있었는데?’

거울을 보면서 놀란 얼굴을 하고 있는 청년의 이름은 신재경.

그는 가수다.

35살의 무명 가수.

밴드 보컬, 솔로 가수, 남성 듀오, 혼성 듀오까지 안 해 본 것이 없다. 닥치는 대로 앨범을 낼 수 있는 기회만 있다면 뭐든지 달려들었다. 그만큼 성공하고 싶었다.

그런데 정말 억울하게도 단 하나의 앨범도 흥행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수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그는 생계를 위해 일당을 받는 일을 자주 해 왔다. 새벽에 인력소를 찾아가 일이 필요한 곳에 가서 속칭 노가다라고 불리는 일을 하고 돈을 벌곤 했다.

물론 대학까지 나와서 노가다를 선택한 것도 가수가 되기 위해서다.

직장을 잡으면 가수의 꿈을 접게 될까 봐. 매일 출근을 하게 되면 언제 노래를 부르고 연습을 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

그러나 요즘은 점점 힘에 붙이던 것이 사실이었고 인생 푸념을 할 겸 같이 공사장에서 일을 하는 동료와 술을 마시고 집에 가고 있었다.

그런데 왜 지금 그가 이런 모습으로 여기에 있는 것인지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

불현듯 어떤 기억이 뇌리를 스친다.

교통사고가 난 것 같다.

횡단보도를 건너다 옆을 보니 환한 불빛이 시야를 가득 채웠던 기억이 난다.

‘교통사고가 났는데? 지금 나는 과거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때!

[‘이 시대 최고의 뮤지션’ 튜토리얼이 시작됩니다.]

[공연을 한다면 그것이 경험치가 되고 경험치가 쌓여 레벨을 올릴 수 있습니다. 그때 얻게 된 스텟을 활용하여 당신은 모든 장르를 넘나드는 뮤지션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스텟창’을 마음속으로 부르면 당신의 스텟을 볼 수 있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헉헉, 뭐야? 이 글씨들은 뭐야 대체!”

눈앞에 떠오르는 이상한 화면.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상황.

그러나 이상한 화면은 그를 가만히 놔둘 생각을 하지 않는다.

[빨리 스텟창을 불러 보세요.]

‘헉, 뭘 부르라고? 스……스텟창.’

또다시 새로운 글씨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기 시작한다.

[이름: 신재경

Lv.1

개인 능력치:

발라드: 37/100

팝: 38/100

락: 37/100

힙합: 32/100

알앤비: 38/100

보너스 스텟: 0

스킬: Ears Of Mozart Lv.1]

“으악!”

대체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는 이상한 화면.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분명 술에 취해 걸어가다가 트럭에 치인 것 같은데 눈을 떠 보니 대학 시절로 돌아와 있고 눈앞에는 이상한 화면이 보이기 시작한다.

꿈에서 깨기 위해 뺨을 강하게 때려 보지만 전혀 변화가 없다.

꿈이 아니다.

괜히 때렸다.

아프기만 더럽게 아프다.

‘이게 대체 뭐야? 무슨 초능력이라도 생긴 거야? 공연을 하면 레벨업을 한다고 했는데? 이거 설마 진짜야? 스킬? 스킬은 또 뭐지? 스킬에 관련된 말은 없었는데?’

몇 초간의 시간이 지나니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스텟창.

다시 속으로 불러 보니 여지없이 떠오른다.

이거 진짜다.

당황스럽지만 지금 이 순간은 현실이 맞다.

그런데 스텟이 영 맘에 안 든다.

명색이 가수였는데 저렇게 처참해도 되는 건가 싶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볼수록 기억들이 새록새록 살아난다.

신재경이 뮤지션의 꿈을 키우며 친구들과 곡을 만들고 노래 연습을 하던 그 공간이다.

그때,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뚜벅뚜벅.

누군가 동아리 방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쾅!

문을 발로 차듯 열고 들어오는 한 남자.

“야, 신재경! 동아리 방에서 또 자냐? 연습 좀 해라. 임마, 정기 공연 얼마 안 남았는데 니 또 뒤에서 코러스만 할래?”

반가운 얼굴의 등장.

“너 설마…… 수훈이냐?”

이수훈.

신재경의 대학교 단짝.

대학을 졸업한 후 음악을 접게 되는 녀석이지만 신재경이 뮤지션으로 성공하기를 가장 바라 줬던 녀석.

나락에 떨어지고 나서 창피한 마음에 연락도 잘 하지 못했던 신재경의 친구다.

그의 모습을 오랜만에 보니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동 같은 것이 느껴진다.

“그럼 내가 누구냐?”

“수훈이 맞지. 하하. 근데 수훈아, 오늘 날짜가 어떻게 되더라? 연도까지 말 좀 해 봐.”

“이 새끼, 이거 왜 이래. 2010년 9월 20일이잖아.”

2010년 9월 20일?

그럼 지금 겨우 25살이라는 소린데?

‘와, 군대는 갔다 왔네 다행히.’

1학년 1학기를 마치자마자 군대를 바로 다녀온 신재경은 22살에 이미 전역을 했다.

이건 정말이지 천만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던 그때.

“아오, 또 자다 깼구만. 이마 빨간 거 봐라. 야, 세수라도 하고 나와. 동아리 회식이야. 졸업한 선배들도 많이 오니까 가서 눈도장이라도 찍어야 하지 않겠냐? 가자.”

재경이 갈 곳이 생겼다.

“뭐? 회식?!”



* * *



음악 동아리의 회식답게 가라오케에 모인 테라.

노래를 부르면서 술을 마시는 곳.

술을 마시고 서로의 끼를 발산하며 정신없이 놀기에 아주 최적인 바로 그곳.

그러나 그곳에는 회식 자리를 온전히 즐기는 것보다는 이 기회를 틈타 다른 이에게 곤욕을 느끼게끔 하는 것을 즐기는 이들 또한 존재한다.

“재경이는 노래 실력이 안 되서 이번 정기 공연은 역시 힘들겠다.”

바로 코앞에 신재경이 앉아 있지만 그의 기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 가는 녀석이 한 명 보인다.

얌생이같이 생겼다는 표현이 이렇게 잘 어울릴 수가 있을까 싶은 얼굴이 눈에 띈다.

그는 바로 이계진.

신재경보다 한 살이 많은 전 ‘테라’의 에이스.

남을 헐뜯는 성격과는 다르게 노래는 정말 잘 부른다.

R&B 음악을 하는 그는 작년에 데뷔를 했고 지금은 떠오르는 신인이다. 방송에선 아직 얼굴을 비치지 않았지만 젊은 층 사이에서 꽤 높은 유명세를 자랑하고 있으며 대학 축제도 많이 다니기 시작했고 뮤지션으로서 확실한 수입을 얻기 시작했다. 요즘은 인지도 있는 가수들의 피처링 섭외도 들어오고 있다는 소문이 돌 정도.

그런데 대체 그런 그가 여기 왜 있느냐.

‘테라’에는 연예인을 꿈꾸는 여자 가수 지망생들이 많다. 그만큼 미모가 뛰어난 이들 또한 많다.

이계진은 그들 앞에서 잘난 척을 하고 그들을 꼬시기 위해 ‘테라’의 모임에 아직도 얼굴을 비치고는 한다.

회식비를 내면서 인기를 얻었어도 변하지 않는 선배의 모습을 보여 주려는 것이겠지.

그는 동아리 모임에 얼굴을 비칠 때마다 노래를 못 부르거나 음악적 재능이 없는 이들을 지독하게 깔본다.

그중 하나가 신재경이다.

전생과 같았다면 저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아무 말 하지 못했을 것이다.

전생에는 실제로 그랬다.

왜?

노래 실력에 자신이 없었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전생에서 뮤지션이 되기 위해 연습하고 연습했다.

대학 시절 노래 실력이 부족하던 뮤지션 꿈나무 시절과는 차원이 다르다.

“계진이 형, 저 요즘 노래 연습 많이 했어요. 하하, 좀 예쁘게 봐 주세요. 그럼 아예 이번 참에 제가 가라오케 스타트를 한번 끊어 볼까요?”

신재경이 당당하게 말을 꺼내자 분위기가 묘해진다.

다른 동아리원들 또한 신재경의 노래 실력은 이미 잘 알고 있다.

저 정도로 자신감을 보일 실력은 절대 아니다.

이계진의 얼굴에 비웃음이 가득 차오른다.

“그래, 그럼 한번 불러 봐라. 크크.”

바로 자신감 있게 리모컨을 드는 신재경.

‘음, 뭐 부를까? 지금이 2010년이니까 옛날 노래를 불러야 되는데…….’

2020년을 살다가 돌아온 신재경이기에 지금 신곡 리스트들에 포함되어 있는 노래들은 그에게 굉장히 오래된 곡들이다.

고민을 하던 끝에 신재경이 시작 버튼을 누른 곡은 바로!

임제범의 ‘나를 위해’.

오래된 곡이지만 굉장히 유명하기 때문에 이 가라오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노래 실력을 뽐내기에는 아주 좋은 노래.

전주는 당연히 간주 점프.

노래방의 필수 매너다.

그리고 몇 초 지나지 않아 바로 시작되는 신재경의 노래!

“어쩜 우린 단순한 인연에.

서로 엉켜 있는 사람인가 봐.”

자신감 있게 노래를 부르는데.

어라?

이것은 신재경이 상상했던 소리가 아니다.

보다 감미롭고 보다 부드럽게 소리가 나와야 하는데 호흡이 불안정하고 발성도 시원하지 못하다.

‘아, 이 몸은 단련이 안 되어 있구나.’

노래를 위한 근육들이 몸에는 존재한다.

성대 또한 끊임없이 단련을 해야 한다.

신재경이 비록 전생에 가수 생활을 하며 노래의 감은 있지만 지금의 성대는 단련이 되지 않은 상태.


더 뮤지션 신의 목소리

 

지은이 : 웨우

제작일 : 2016.12.19

발행인 : (주)고렘팩토리

편집인 : 배성림

표지 : 이가영

타이포그래피 : 곰지

주소 : 서울특별시 은평구 수색로 191, 502호(증산동, 두빌)

전자우편 : golem8182@gmail.com

 

※ 본 작품은 (주)고렘팩토리가 저작권자의 계약에 따라 발행한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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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013-255-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