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화
1장 - 각성자 시스템이라굽쇼?
지구에 차원의 문이 열린 것은 정확히 딱 언제라고 할 수 없었다.
어느 날 갑자기 차원 게이트가 열리면서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정부는 갑자기 발생한 비상사태에 당황했지만, 평소의 매뉴얼대로 군대를 출정시켜 몬스터들을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몬스터들의 피부엔 보호막이란 것이 씌워져 있어서, 간단한 총알 정도는 수백 발을 맞아도 죽지 않았다.
소형 몬스터는 미사일이나 대구경포에 맞으면 죽기는 했지만.
대형 몬스터나 유니크 몬스터, 네임드 몬스터 같은 경우엔 워낙 맷집이 좋아서 버텨 내거나, 상식을 벗어난 스피드로 미사일이나 대구경포는 가볍게 피했고.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들은 화약 무기는 거의 통하지 않는 수준이었다.
인류가 마지막 보루로 사용한 핵마저 특수한 능력을 가진 몬스터들에게 무력화되어 버리자, 더 이상의 방어는 의미가 없어졌다.
그렇게 많은 인간들이 학살당했고, 인류에게 더 이상의 희망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신의 기적인가, 아니면 저주인가.
차원의 문에서 나온 건 몬스터들뿐만이 아니었다.
[다차원우주연맹.]
우주엔 지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차원이 존재했으며, 그곳에는 인간과 유사한 종족들이 존재했다.
그들은 인간들에게 몬스터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크게는 몬스터를 죽여서 각성하는 법, 그리고 몬스터 자체를 이용해서 새로운 문명을 꽃피울 수 있는 법.
작게는 싸우는 법, 새로운 기술력 등.
대신 그들은 지구도 다차원우주연맹에 가입을 시켰다.
조건은 하나.
각 차원별로 합리적인 무역과 소비를 보장한다는 것.
외계인들은 오직 그것만을 원했다.
단, 지구가 신생 연맹원이라는 것을 고려, 무역 장벽의 철회를 30년 유예하고 그 뒤에 새롭게 내용을 협의하자는 말을 남기고, 그들은 유유히 자신들의 차원으로 돌아갔다.
그 후 인류는 새롭게 전력을 재정비해서 몬스터들을 밀어붙였다.
그렇게 몬스터들과 10년이 넘는 전쟁을 하고서야 대부분의 도시들을 탈환했고.
몬스터들을 도시 밖, 일부 지역으로 몰아넣는 것에 성공했다.
새로운 인류 문명의 시작이었다.
* * *
두두두두-!
새빨간 불꽃을 뿜어내며 날카로운 총알들이 몬스터의 피부를 타격했다.
총알이 정확히 몬스터의 몸에 적중하긴 했지만.
몸 전체에 은은한 보호막을 두르고 있는 몬스터에겐 그렇게 큰 충격이 아니었다.
“쿠우우우!!”
오히려 몬스터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작용이었다.
“다들 정신 차려!”
매니저는 정신없이 아무렇게나 사격을 해 대는 짐꾼들에게 호통을 쳤다.
만약에 실수로라도 몬스터의 눈이나 머리 같은 약점에 공격을 가한다면 어그로가 튀어서 자칫.
헌터가 아닌, 짐꾼들을 직접 노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다들 집중해. 헌터들의 전투에 절대로 방해가 돼서는 안 돼!”
‘네이, 네이.’
불만 사항이 많았지만.
대놓고 말할 배짱은 없었다.
돈은 필요하고, 배운 건 없으며, 지방 사립대를 나온 그를 써 주는 회사라고 해 봤자 초봉 130에서 떼어 가는 건 뭐가 그리 많은지.
현재 그에겐 오로지 이 짐꾼으로서 일밖에는 답이 없었다.
“파이어 차징!!”
콰강-!!
딜러 헌터에 속하는 남성 한 명이 양손을 모으고 주문을 외우자, 강력한 화염이 발생해 은색의 몬스터에 적중했다.
스릅-!
하지만 은색의 단단한 비늘을 가진 도마뱀 몬스터는 간단한 타격만 받았을 뿐.
괴로워하거나 넘어지지는 않았다.
차징 마법의 의미가 없었다.
‘쯧, 멍청하긴. 은비늘 도마뱀은 불 저항력이 높은 몬스터라 불 속성 스킬을 쓸 때는 증폭 스킬과 연계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몬스터 사전에 적혀 있건만!’
한열이 짐꾼 일을 한 지도 어언 3년을 넘어 4년째를 바라보고 있었다.
많이 위험하기는 했지만, 보수도 좋은 편이었고.
언젠가는 각성을 해 헌터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목숨 걸고 짐꾼 일을 하고 있지만, 정작 각성은커녕.
그저 답답한 헌터들의 행실에 가슴만 터지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헌터 2년 차란 녀석들이 저렇게 답답할 수가 있지?’
한열은 언젠가 자신도 헌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꾸준히 헌터와 몬스터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정식 헌터도 아니고, 그저 뒤에서 짐이나 들어주고 잡일이나 하는 짐꾼인 자신보다 몬스터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헌터들의 현실에 저절로 혀가 차졌다.
“젠장. 이 녀석들, 장난 아닌데?”
“탱커, 잠시만 시간 좀 끌어 봐!”
“씨×, 안 그래도 지금 열심히 하고 있잖아!”
그 좋던 분위기도.
몬스터 헌팅이 제대로 풀리지 않자, 금방 사나워졌다.
욕설이 오갔고, 탱커의 내구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쾅쾅쾅-!
은비늘 도마뱀의 공격이 연신 탱커의 보호막을 강타하고 있었다.
“크윽, 제기랄!”
‘이거, 위험한 거 아니야?’
그런 분위기를 한열만 느낀 게 아니었는지.
한열을 제외한 2명의 짐꾼들도 슬쩍 뒤를 보면서 어떻게 도망가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매니저가 소리쳤다.
“지금이에요. 사격으로 헌터들을 도웁시다!”
두두두두-!!
매니저의 총구가 먼저 불을 뿜었다.
짐꾼들을 총괄 관리하는 매니저가 먼저 몬스터에게 사격을 가하자.
별로 내키진 않았지만, 이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짐꾼들도 매니저의 사격에 가담했다.
한열도 마찬가지였다.
‘죽어!!’
한열의 사격 솜씨는 제법 훌륭한 편이라 은비늘 도마뱀의 다리를 정확히 맞추면서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어 주었다.
그러면서도 최대한 약점이 될 수 있는 부위는 피했다.
그런데 그때.
틱틱틱-!
“크륵!!”
“어떤 미친 새끼야?”
“이, 이런!!”
짐꾼 중 한 명.
초보 짐꾼이 잔뜩 긴장된 채로 사격을 하는 바람에 반동을 조절하지 못하고, 실수로 은비늘 도마뱀의 약점인 역린을 건드리고 말았다.
스룹!
제작 계열의 헌터가 만든 마력 총이라 보통의 화기와는 다른 위력을 내지만.
그렇다고 치명적인 데미지를 입히는 건 아니었기에, 은비늘 도마뱀은 큰 충격은 없지만.
문제는 어그로가 튀었다는 것이었다.
“도망쳐!!”
매니저는 바로 신입 짐꾼에게 소리쳤다.
부들부들.
“으아아아!!”
탁.
자신이 한 실수가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 사전 교육을 통해서 알고 있는 신입 짐꾼은 마력 총을 버리면서까지 도망치려고 했지만.
턱, 풀썩!
10m도 가지 못하고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지고 말았다.
‘개새끼, 가지가지 한다.’
쿵쿵쿵쿵-!!
“어, 어?”
“미친, 어그로가 튀었어?”
헌터들은 은비늘 도마뱀이 움직이고 나서야 짐꾼들이 사고를 쳤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보통은 욕지거리를 날려야 했지만.
“후우, 한숨은 돌리겠네.”
지금 헌터들의 상황도 썩 좋지 않았기에, 짐꾼을 돕기보다는 자신들의 상태를 재정비하느라 어그로 수습을 포기했다.
“미안하지만, 짐꾼들이 죽는 거야 하루 이틀도 아니고. 어차피 이대로 싸웠으면 우리가 위험할 뻔했으니까. 헌터를 살리고 죽는 거네.”
“안타깝지만, 영광이라고 생각해야지, 짐꾼 주제에.”
그들의 생각은 끔찍했다.
짐꾼을 미끼로 삼아서 시간을 벌어 재정비한 다음에 다시 싸울 생각인 것이다.
“씨×!”
한열은 헌터들이 자신들을 도와줄 마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다시 욕설을 뱉었다.
“사, 살려 줘!”
설상가상으로 신입 짐꾼은 다리가 풀려서 일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제기랄!”
한열은 무슨 용기가 들었는지.
마력 총을 들어서 정확하게 놈의 역린을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두두두두두-!!
그의 사격 솜씨는 그야말로 일품.
총알들은 정확히 역린을 포함해 그 주변을 가격했다.
츠룹-.
그러자 은비늘 도마뱀은 신입 짐꾼에게로 향했던 움직임을 멈추고, 몸을 돌려 한열에게로 달려왔다.
“으아아아아!!”
그러자 한열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잡히면 죽는다!’
자신은 아직 각성도 못한 평범한 인간.
은비늘 도마뱀에 스치기만 해도 온몸의 뼈가 으스러질 터였다.
‘젠장, 젠장, 젠장!!’
그저 이 뭐 같은 상황에 속으로 욕을 할 뿐이었다.
띵-.
[축하합니다. 코드 넘버 17588957, 이한열 님. 각성자가 되셨습니다. 저는 지금부터 이한열 님을 모시게 된 에고 시스템 카비스라고 합니다.]
‘뭐, 뭐야?’
갑자기 한열의 눈에 보이는 문구와 목소리.
죽을힘을 다 해 달리면서도 이 상황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다.
[현재 상황, 은비늘 도마뱀의 추격으로부터 도주 중. 현재 체력 상태 55%, 은비늘 도마뱀의 속도를 계산. 1분 15초 뒤에 잡힐 예정입니다.]
‘떠들지만 말고, 좀 도와줘 봐!!’
뭐가 뭔지 도저히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열은 왠지 이 음성이 시키는 대로 한다면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한열 님 레벨은 1, 은비늘 도마뱀의 레벨은 22. 정석대로 싸운다면 승리는 절대 불가능합니다.]
‘그럼, 이대로 죽으라고?’
[……어쩔 수 없죠. 저도 1만 년 만에 세상에 나왔는데, 이대로 소멸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저의 개인 재량으로 특수 스킬을 부여합니다.]
띵-.
[특수 스킬, 움푹 찌르기를 습득하였습니다.]
- 상대방의 치명적인 약점을 찌르기로 공격했을 때, 낮은 확률로 즉사시킬 수 있다.
‘이, 이거는?’
[남은 시간, 45초.]
‘아, 이럴 때가 아니지.’
촤아아악-!
한열은 더 이상 도망치는 걸 포기하고 미끄러지듯 바닥을 타면서 뒤로 돌았다.
그리고 정확히 놈의 눈을 조준해 방아쇠를 당겼다.
탕탕탕-!!
남은 총알 세발을 정확히 놈의 눈에 적중시키자.
녀석은 잠시 움찔거리더니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다.
‘이때다!’
그 틈을 놓치지 않은 한열이 죽을힘을 다해 놈에게 달려가 마력 총 밑에 달려 있는 총검을 놈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인 역린에 박아 넣었다.
푸욱-!
“키에에에에에엑!!”
[움푹 찌르기 성공.]
- 은비늘 도마뱀 즉사.
쿵.
총검이 정확히 역린을 찌르자 아주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스킬이 성공한 것이었다.
제대로 반항도 못한 은비늘 도마뱀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며 육중한 소리를 냈다.
“허억! 허억! 허억!”
긴장이 풀리자 한열의 입에서 단내와 함께 거친 숨소리가 이어졌다.
‘이, 이겼다.’
풀썩.
더 이상 서 있을 힘도 없는 한열은 그대로 뒤로 넘어가 못 다 쉰 숨을 내뱉었다, 들이쉬었다.
‘아아, 죽을 것 같아!’
“어, 어이!”
그렇게 죽은 듯이 누워 있을 때.
헌터들과 짐꾼들이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하지만 한열은 팔자 좋게 일어나서 마주할 힘이 없었다.
그저.
“늦었다, 이 새끼들아.”
그들은 듣지도 못할 욕을 혼잣말로나마 해 댈 뿐이었다.
[축하드립니다. 첫 사냥을 훌륭하게 해 내셨군요. 튜토리얼을 자동으로 완수하셨습니다.]
“…….”
한열은 어찌어찌해서 이기긴 했지만, 아직도 이 각성 후의 에고 시스템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었다.
헌터와 각성자에 대해서 충분히 많이 공부했다고 생각했는데.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건지. 누가 좀 설명해 줘!’
* * *
그렇게 한열이 은비늘 도마뱀을 잡았지만.
“에게, 뭐야. 겨우 짐꾼한테 죽었다고?”
“우리가 거의 다 잡았었네. 덕분에 이 짐꾼이 찌른 허접한 칼에 맞고 죽은 거고.”
“그러면 그렇지.”
헌터들은 자신들이 덤벼도 잡지 못한 걸.
겨우 짐꾼인 한열이 혼자 잡았다곤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하찮은 짐꾼 하나가 자신들이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을 살짝 얹었다고만 생각했다.
그들은 은비늘 도마뱀에 대한 한열의 지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즉, 아무것도 주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어이, 짐꾼. 불만 없지?”
“아! 네, 네. 불만 없습니다.”
“똑똑한 놈이네.”
‘개새끼들.’
한열은 겉으론 아무런 불만이 없는 순진한 표정을 지으며 헌터들을 대했지만.
뒤로 돌아선 한열의 인상은 형편없이 구겨졌다.
‘머리에 똥만 찬 새끼들이.’
그래도 한열은 단 1%의 지분이라도 인정해 주지 않을까, 기대를 했었지만.
그 기대가 산산이 부서졌다.
목숨을 걸고 개고생을 했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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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신필
제작일 : 2017.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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