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키퍼(Dungeon Keeper) 0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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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프롤로그

 

 

“그 동안 뭐했어요?”

“예! 그 동안 공부도 좀 하고 아르바이트로 사회 경험도 했습니다.”

당황하지 않으려고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입 안이 바짝 바짝 말라갔다.

“공부야 남들도 다 하는 거고 아르바이트는 먹고 살라고 한 거니 사회 경험이라고 하기도 어렵지. 뭐 특별한 경험이나 직장 생활 뭐 그런 건 없어요?”

“…….”

분명 이력서에 충분히 적어 뒀음에도 이력서 따위는 쳐 다도 보지도 않고 면접을 진행하는 것인지 모를 일이었다.

더욱이 신입사원 면접에 다른 직장 생활 경험을 물어보는 것도 웃기지도 않았지만 웃을 수는 없었다.

“죄송합니다.”

“죄송? 하! 이래서 문제라니까. 우리 회사가 그리 만만해 보였어요? 이렇게 준비도 안 되어서는 무슨 취업을 하겠다는 건지. 나 참! 아주 개나 소나 다 되는 줄 안다니까.”

이미 인적성 시험과 이력서도 통과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면접에서 이런 소리를 듣자니 기가 막힐 일이었지만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버려서는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몇 번 더 질문을 받았지만 어떻게 대답을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딴에는 압박 면접이니 뭐니 하며 신입사원 지원자들의 반응과 임기응변을 보겠다는 것이었지만 자기 스트레스 풀고 자신보다 낮은 지위와 힘을 가진 이에게 그 조막만한 권력을 휘둘러 보겠다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접을 받는 지원자들은 행여라도 자신이 떨어질까 안절부절 못하며 비위를 맞추기 위해 안간힘이었다.

그렇게 고작 10분도 안 되어서 면접은 끝이 났다.

“면접 끝나고 국밥집 갈까? 아니면 이번에 새로 생긴 식당에 서빙하는 여자애 완전 죽이던데 그리로 가?”

“팀장님. 원하시는 곳으로 가지요.”

아직 지원자들이 나가지고 않았는데도 밥 먹을 생각에 주절주절하는 목소리가 등 뒤로 들려왔다.

자신들 점심 한 끼가 지원자들의 인생보다 더 중요하기라도 한 듯한 것에 지원자들의 표정이 굳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팀장 밑에서 아부하는 그 자리를 가지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할 만큼 세상은 살기가 너무 힘겨웠다.

“후우!”

면접을 끝내고 600원 짜리 차가운 캔 커리를 모조리 입 안으로 털어 넣고서야 조금이나마 가슴이 진정되었다.

깊은 자괴감과 함께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금 이 순간만을 위해 달려왔냐는 생각에 헛웃음이 나왔지만 한 이틀 정도 시간이 지나면 또 상처는 덮어질 것임을 알기에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렇게 면접이 잘 되었는지 잘못 되었는지 스스로도 판단을 하지 못한 채로 집으로 되돌아 가려고 할 때 한 노인을 보았다.

초라한 모습에 더러운 옷과 얼굴을 하고 있었고 더욱이 냄새까지 나는 것에 사람들은 모두 피하기만 하는 그런 노인이었다.

‘노숙자인가?’

처음부터 집도 절도 없는 이들이 있을 리는 만무했지만 결국 노숙자의 모습이 자신의 모습과 겹쳐지는 것에 쓴 웃음이 났다.

물론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며 고개를 내젓고서는 다시 심기일전 하고서는 노인을 지나쳤다.

아무리 지금의 처지가 별 볼일 없다지만 나는 저런 꼴을 겪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무슨 고민 있는가?”

“고민은요. 그냥 먹고 사는 일 때문에 그러지요.”

김밥에 컵라면 그리고 음료수 한 캔을 노인 앞에 내려놓은 재훈은 노인의 잠깐의 말동무가 되어주고 있었다.

생각보다 노인은 노숙자 치고는 거칠지도 않았고 말투도 교양 있는 사람처럼 차분했다.

아마도 한 때는 꽤나 교육도 받고 나름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던 일반적인 사람들 중에 하나인 듯 싶었다.

세상일이라는 것이 잘나가다가도 한순간에 허망하게 무너져 버리기도 하는 법이었다.

“그래. 먹고 사는 일이라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지.”

“예. 세상을 원망하는 것은 아닌데 적어도 기회라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기회?”

노인은 재훈의 말에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시리도록 파란 하늘은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그 모습을 내보이고 있었다.

“예. 남녀노소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단 한 번 만이라도 그 기회라는 것을 공평하게 받아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혹시 아나요. 저나 어르신도 그게 능력일 수도 아니면 운일 수도 있는 기회에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될지.”

“하지만 그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서 다들 그 기회를 붙잡을 수는 없는 법일세.”

노인의 말에 재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가 안 된 기회는 결국 허망하게 날아갈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세상은 왠지 그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 같아요. 다들 보세요.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이 다들 굳어 있잖아요. 이럴 때는 세상이 깜짝 놀랄 만큼 큰 일이 일어나고 누구나 뭔가를 할 수 있다는 변화가 필요한 때인데.”

“혁명을 원하는 건가?”

“혁명이요? 아니요. 사람들의 생명은 다들 소중하잖아요. 피를 흘리는 건 원하지 않아요. 결국 내가 죽고 내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이 다치는 건 끔찍한 비극인 걸요.”

재훈은 세상이 뒤집어 질만한 일이 벌어지면서도 큰 희생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없는 생각을 했다.

“아! 다 드셨어요?”

“그래. 고맙네. 내 보답을 하고 싶은데.”

“보답은요. 흐음! 그럼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기도나 한 번 해 주세요.”

재훈은 자신이 생각해도 웃기다는 듯이 몸을 일으키고서는 노인에게 인사를 하고 떠났다.

그냥 사소한 일에 불과했다.

재훈도 시간이 지나면 가끔 이런 일 있었지 하고 넘겨버릴 일에 불과했기에 그냥 잠깐의 변덕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 일이 세상에 엄청난 일로 다가 오게 될 것이라는 것은 노인을 제외한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그래. 인간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한 번 줘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저 청년이 나에게 선의 베풀었으니 나 또한 인간들에게 선의 한 번을 베푸는 것이야.”

노인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서는 어디 론가로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 뒤 세상은 엄청난 변화를 맞이해야만 했다.

대미궁이라는 것이 열린 것이었다.

평범한 일상.

매주 반복 되듯이 월요일이 왔다.

직장인들이든 학생들이든 월요일은 약간의 설렘과 많은 분노와 아주 많은 절망이 공존하는 한 주의 시작이었다.

그래도 시계를 뒤집어도 시간은 가기 마련이었고 꾸물꾸물 이불에서 빠져나와 아침밥도 먹는 둥 마는 둥 고양이 세수만을 하고서는 집 밖으로 나온다.

사람들은 모험을 원한다.

아니 모험까지는 아니어도 여행을 원했다.

아무런 걱정도 할 것 없이 신나고 자유로운 여행을 꿈꾸는 것이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은 한 여름 밤의 소나기처럼 갑자기 쏟아졌으면 했다.

그렇게 익숙함이 아닌 낯설고 생소한 세계로의 꿈을 꾸지만 역시나 그런 꿈은 꿈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었다.

정말이지 슬프게도 말이다.

“아! 재미없는 세상! 확 뒤집어져 버려라! 매일 똑 같아! 눈 뜨고 일하고 밥 처먹고 또 일하고 인터넷이나 몇 시간 하다 처 잠이나 자고! 끔찍하다고!”

그런 세상의 수 많은 사람들의 원망이 하늘에 닿은 것인지 아니면 땅 깊숙한 곳에 닿은 것인지 무료한 신인지 악마인지 모를 존재가 응답을 하 듯이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처음에는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대답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으니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인지 아닌지도 아는 사람이 없는 것이었다.

“아! 떠나고 싶다.”

무심결에 한 말 한마디가 문을 여는 비밀의 열쇠가 되었다.

문이 열리고 모험을 떠나고 싶은 여행자는 새로운 세상으로 떠난다.

처음에는 그냥 행방불명으로 처리 되었다.

그리고는 행방불명이 된 사람들은 다시 본래의 세상으로 돌아왔기에 다들 크게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도…돌아왔다! 돌아왔어! 대미궁에서 돌아왔어!”

“뭐야? 저 사람? 미친 거 아니야?”

길거리에서 갑자기 사라졌다가 나타난 사람들은 미치광이처럼 길거리에서 돌아왔다며 고함을 질러대었고 일반인들은 세상이 참 말세라면서 혀를 찼다.

“대…대미궁이 열렸어! 대미궁이 열렸다고! 아! 하필이면 그 곳에서 죽는 바람에!”

대미궁이라는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지만 그런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늘어나면서 세상은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보물이다! 보물이야! 이제 난 부자라고!”

그리고 대미궁에서 가져온 진귀한 보물로 사람들은 대미궁이라는 것이 실존하며 대미궁에서 모험과 함께 단단히 한몫을 잡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처음 대미궁이 열린 날은 아직 아무도 대미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자도 없었고 뉴스에서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그냥 평범하기만 한 하루였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하루살이들이 그러할지 세상은 그다지 여유롭지는 않았다.

특히나 처자식이라도 있다면 감옥살이같은 인생처럼 빙글빙글 쳇바퀴를 돌아야만 했다.

그래도 모두가 같은 지하철을 타고 가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사람은 걸어가고 또 어떤 사람은 2000만원짜리 자전거를 타고 어떤 사람은 아파트 한 채 가격의 차를 끌고 다닌다.

그래도 인간이란 묘하게도 다들 자신들의 삶을 만족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모두가 현실의 불만족에서 벗어나 꿈과 희망이 가득한 가능성의 세상을 원한다.

그렇게 대미궁이 탄생을 사람들이 알게 되었고 그 것은 세상의 변혁이었다.

“재훈! 재훈! 나 이거 이상해! 이상해! 바꿔줘! 바꿔죠!”

“죄송합니다. 손님. 포장를 뜯으시면 교환이 안 됩니다.”

“바꿔 달라고오! 뻬에에에엑!”

재훈은 멍하니 오늘도 찾아온 진상 손님을 맡고 있었다.

취업준비를 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먹고 살기 위해서는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벌써 대학을 다닐 때부터 해 왔으니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참기 힘들 정도로 한숨이 나왔다.

“후우! 이제 끝났구나.”

대미궁이 열렸지만 다른 사람들과 마차가지로 대미궁에 어떻게 가는지 몰랐다.

대미궁을 만든 것이 신인지 악마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대단히 무책임한 일이었다.

재훈도 여타의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년들처럼 대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도 다녀오고 이력서를 넣다가 백수가 된 그런 평범하면서 무료한 삶을 살아가는 청년이었다.

“그럼 수고하셨습니다.”

“그래. 고생했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자신의 원룸으로 향하며 스마트 폰으로 커뮤니티 사이트의 개그목록을 뒤지던 재훈은 이내 이상한 것을 볼 수 있었다.

-대박! 나 대미궁 갔다 왔음!-

-토끼한테 죽었음! 이런 신발! 다시 들어가고 싶은데 안 들어가짐!-

-대미궁에서 토끼 잡으면 토끼 가죽 줌!-

재훈은 처음에는 장난으로만 생각했다.

아니면 꽤나 유명한 게임이라도 오픈 하는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계속 읽다 보니 게임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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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키퍼

 

지은이 : 현진현우

제작일 : 2016.02.25

발행인 : (주)고렘팩토리

편집인 : 정재희

표지 : 김영한

주소 : 서울특별시 은평구 수색로 191, 502호(증산동, 두빌)

전자우편 : golem818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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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56005-2-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