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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챕터1. 돌아오다>
“허억, 허억!”
남자는 전신을 쥐어짜는 듯한 극한의 고통을 느끼며 숨을 헐떡였다. 마치 복부가 통째로 뚫린 듯한 격통이었다.
고통도 고통이거니와, 머리는 또 오질라게 아팠다.
그 덕에 동민은 사고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는 대체 왜 여기서 극심한 통증을 느끼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누군가가 일부러 기억의 필름을 싹둑 자른 듯했다. 이전의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았다.
“여긴...”
그는 통증에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이곳이 어딘지 파악하기 위해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남자와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이 기다란 창을 손에 쥔 채 겁먹은 표정으로 와들와들 떨고 있었다.
“크르르...”
그들을 두려움에 빠트린 존재는 바로 거대 늑대였다. 이곳의 필드는 레벨 1짜리 몬스터인 흰 슬라임이 출현하는 장소였다. 그런데 갑자기 레벨 10짜리 거대 늑대가 쿵 하고 나타나니 헌터들은 어쩔 줄을 몰라했다.
거대 늑대는 호전적인 울음을 내면서 헌터들을 공격할 기회를 엿봤다.
“으으윽!”
다시 한 번 복부를 칼로 쑤시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동민은 그들로부터 시선을 거두고 몸에서 통증이 느껴지는 곳을 바라봤다.
꿀럭꿀럭.
남자의 배는 찢어져 있었고 거기선 피가 흘러 나왔다. 격통의 원인은 바로 복부의 상처였던 것이었다.
몸에서 솟구쳐 나오는 피를 보자 오한이 들었다. 곧 죽을 지도 모르겠다는 공포도 깃들었다. 하지만 왜 그의 몸이 이지경이 되어버렸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
순간 남자의 머리가 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기억에 생겼던 무수한 구멍이 하나하나씩 메워지는 그런 기분이었다.
정동민.
우선 그의 이름 석 자가 또렷하게 기억이 났다. 그리고 자신이 헌터로 각성했다는 것, 지금은 소위 말하는 닥사팟에 참여해서 사냥 중이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닥사팟은 ‘닥치고 사냥하는 파티’를 헌터들이 부르는 약칭이었다.
각성해서 갓 헌터가 된 사람들은 일반인에게는 없는 힘을 받을 그릇이 생겼다 뿐이지, 능력은 보통 사람과 비슷했다. 헌터들은 레벨을 올리면서 강해지고 스킬을 배움으로써 점점 몬스터들을 능숙하게 사냥해 나가기 시작한다.
헌터들은 5레벨이 되면 ‘시스템’에 의해 최초의 스킬을 지급받는다. 이 스킬이 있으면 몬스터 사냥이 훨씬 쉬워진다.
그 말은 즉, 5레벨이 되지 못한 초보 헌터들은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몸으로 몬스터와 싸우면서 레벨을 올려야 한다는 의미였다.
이제 갓 헌터가 된 사람이 몬스터들이 득시글대는 포탈이나 필드에 간다면 100%에 가까운 확률로 사망할 것이다.
기껏 힘을 얻었는데 곧바로 죽기는 아까웠다. 그렇다고 각성을 했는데도 그 능력을 이용하지 않고 일반인으로 살 수도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안전하게 5레벨을 달성하기 위해서 방법을 하나 고안했다.
초보 헌터들 10명이 무리지어서 창과 같은 긴 무기를 장비하고 레벨 1~2짜리의 하급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
이렇게 한다면 안전하게 5레벨을 찍고 스킬을 받을 수 있었다.
이제야 동민은 거대한 늑대의 정체를 알 것 같았다.
그도 분명히 닥사팟에 참여해서 열심히 흰 슬라임을 잡고 있었다. 레벨 2짜리의 몸체가 하얀색 젤리인 녀석이고 속도가 느려서 그와 같은 초보 헌터들이 잡기에 딱 알맞은 녀석이었다.
그러나 필드에서 사냥을 하던 중, 예기치 못하게 거대 늑대의 습격을 받은 것이었다. 그 첫 공격을 맞은 사람이 바로 동민이었다
녀석은 10레벨이었고, 몸집이 승합차에 맞먹는 커다란 괴수였다.
‘무슨 상황인지 알겠어.’
동민은 현재의 상황이 익숙했다.
왜냐면 자신이 한 번 겪었었던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무사히 10년 전으로 돌아왔군.’
그는 세계의 멸망 직전, 회귀를 했다.
세상에 포탈이라 불리는 괴물이 서식하는 미지의 공간이 나타난 지 30년. 인류는 미처 수복하지 못한 포탈 바깥으로 괴물들이 나오는 공세를 막지 못하고 멸망에 이르고 말았다.
그 당시, 멸망의 상황을 허무하게 바라보던 동민에게 기적이 펼쳐졌다. 멸망하기 10년 전의 과거로 돌아올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지금이 20년 차. 슬슬 네임드 괴물이 세상에 등장할 시기다.’
포탈 안에는 일반 괴물과 보스 괴물이 존재하였다. 헌터들이 포탈 안으로 들어가 보스 괴물을 잡아야 포탈이 닫히고 더 이상 그 포탈에서 괴물이 생성되지 않았다.
보스 괴물은 일반 괴물에 비해 세긴 했지만, 격차가 그다지 큰 건 아니었다.
하지만 포탈이 생긴 지 20년차부터 규격 외의 몬스터가 포탈 안에서 발견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 괴물들을 일컬어 네임드 몬스터라 칭했다.
“으윽!”
동민의 배에 찢어진 부위에서 피가 울컥하고 솟았다.
‘슬슬 치료하지 않으면 죽겠어.’
동민은 회귀 전의 일을 기억 속에서 더듬었다.
이번 사냥이 아마 동민이 헌터가 되고 나서 두 번째 사냥이었을 것이다.
회귀 전 동민은 이 전투에서 치명상을 입고 6개월간 꼼짝없이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같이 사냥했던 헌터들 중에서는 동민을 제외하고 살아난 사람이 없었던 끔찍한 전투였다.
‘상황이 과거랑 똑같이 흘러가는군.’
이대로 동민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결국 같이 사냥하던 헌터들은 모두 죽고 자신은 또 병원에 입원하게 될 것이다.
‘그럴 순 없지. 어떻게 돌아온 과거인데.’
후웅!
“으악!”
거대 늑대의 육중한 앞발 공격에 헌터들의 살갗이 터져나갔다. 이미 3명이나 죽어버렸고 남은 헌터들도 몸이 성한 곳이 없었다. 동민은 글렀다고 생각했다. 1에서 4레벨의 헌터가 뭉쳐봤자 레벨 10짜리의 몬스터 하나를 잡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커헉!”
거대 늑대가 쓰러진 헌터 한 명을 향해 달려들어 하반신을 물어뜯었다. 그나마 두 발로 땅을 딛고 서 있을 수 있는 헌터는 고작 두 명이었다.
“으아아아!”
그 두 명은 절대로 이 늑대를 잡을 수 없다 생각하고는 무기도 버린 채 서로 반대 방향으로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크르르!”
거대 늑대는 멀리 달아나는 두 헌터를 보며 입맛을 다시다가 그 중 한 헌터를 노리고는 땅을 박차며 질주하기 시작했다.
동민은 거대 늑대가 시야에서 흐릿해질 때까지 죽은 체를 하며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안전하다.’
동민은 간신히 손을 움직여 자신의 스탯을 확인하였다.
-레벨 3
체력 14
마력 5
근력 12
민첩 8
여유 스탯 0
‘과거로 돌아오니 스탯도 초기화됐군.’
회귀 전, 세계 멸망의 직전까지 동민이 헌터로 활동한 햇수는 고작 10년이지만 그의 능력치는 최상위권이었다.
동민은 그 능력이 아쉬웠지만 마음을 접기로 했다. 만약 스탯이 유지된 채 회귀할 수 있었다면 그것은 사기나 다름없었다.
꿀럭꿀럭.
동민의 배에서는 계속해서 피가 나오고 있었다. 서둘러 치료하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
동민은 힘겹게 자신의 손을 배에 올린 뒤 몸 안의 마력을 손에 집중했다.
솨아아.
손에 집중된 마력을 천천히 상처 부위에 부었다. 느린 속도지만 서서히 출혈이 멎고 있었다.
-스킬 ‘재생 가속’을 습득하였습니다.
-스킬 ‘재생력’을 습득하였습니다.
동민이 상처를 치유하는 동안 스킬 두 개를 획득했다는 알림이 떠올랐다.
재생 가속 스킬은 마력을 육체에 돌게 해서 상처 부위의 재생력을 높이는 기술이다. 인위적으로 재생력을 끌어 올리는 거라서 마력 소모가 빠르지만 힐러가 없어도 치료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하나 얻은 재생력 스킬은 몸에 상처를 입어도 죽지만 않는다면 느린 속도로 회복해 주는 기술이었다. 이 기술은 숙련도를 올리기 어렵지만 랭크가 높아지면 불사에 가까울 정도로 엄청난 재생 능력을 보여준다.
동민이 지금 한 것처럼 특정 행동을 하는 경우에 그것이 스킬로 등록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특정 임무를 완수해 시스템이 스킬을 주는 것, 스킬북을 통해서 스킬을 얻는 것이 아닌 행동을 통해 스킬을 얻는 것은 가장 어려운 방법이었다.
단순히 얻고자 하는 스킬과 비슷한 행동을 따라 한다고 손쉽게 스킬을 얻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확한 행동과 거기에 맞추어 스킬의 발동에 필요한 마나의 흐름을 계산해야만 했다.
동민이야 이미 그 스킬의 사용법을 알고 있었기에 쉽게 습득할 수 있었지, 일반적인 헌터라면 스킬을 배우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동민은 두 스킬을 이용해서 완전히 출혈을 멎게 한 뒤 상처를 메우고는 몸을 일으켰다.
“으윽.”
‘뼈도 몇 개 나간 모양이네.’
동민이 일어서자 신체의 모든 부위에서 비명을 질렀다. 몸이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여기서 쓰러질 순 없다.’
어떻게 돌아온 과거인가. 여기서 또 쓰러진다면 돌아올 이유가 없었다.
동민은 남은 마력을 확인했다.
‘대략 삼 분의 일정도 남았군.’
동민은 얼마 남지 않은 마력을 활용해 팔과 허리 부위에 집중적으로 모았다. 마력이 모일 때마다 근육이 찢겨져 나가는 기분이 들었지만 동민은 그 고통을 참아냈다.
-스킬 ‘강체술’을 습득하였습니다.
강체술은 마력을 이용해 육체를 강화시키는 기술로 체력과 근력, 민첩을 일시적으로 높일 수 있다.
동민은 지금 마력으로 자신의 능력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나 가늠했다.
‘순간적으로 무리해서 집중하면 최대 3배까지 가능하겠어. 시간은 10초 정도.’
동민이 계산을 끝내자 저 멀리서 비명이 들려왔다. 도망간 헌터 중 한 명이 늑대의 추격을 따돌리지 못하고 녀석에게 물려버린 것이었다.
이제 남은 헌터는 동민과 죽어버린 헌터의 반대 방향으로 달린 헌터 뿐이었다.
살아남은 헌터의 뛰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멀리 도망가지 못한 것이 확실했다.
몬스터는 가까이에 있는 헌터부터 처리하는 습성이 있으니 거대 늑대는 아마 동민이 아닌 도망간 헌터를 노릴 것이다.
하지만 동민은 그 기회를 노려서 도망갈 생각이 없었다.
비록 거대 늑대의 첫 공격에 동민은 나가떨어졌지만, 그사이에 다른 헌터들이 늑대의 오른쪽 뒷다리에 상처를 냈던 것이다. 그 상처가 늑대의 체력을 깎음은 물론 행동에도 제약을 줄 것이다.
게다가 동민은 회귀하기 전에 거대 늑대와 겨뤄본 경험이 있었다. 그 기억을 살림과 동시에 얻은 스킬을 이용해 전투를 한다면 늑대를 죽일 수 있을 것이라 동민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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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륜
지은이 : 박동수
제작일 : 2016.05.24
발행인 : (주)고렘팩토리
편집인 : 정재희
표지 : 김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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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7210-05-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