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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N TO READ BORN TO READ 프로젝트 113탄
사람이 된다는 것은
자리를 갖는다는 것이다.

사람,장소,환대

사람 장소 환대
알라딘 '21세기 최고의 책' 3위 선정 강소영, 김소영, 김원영, 김유태, 김희경, 안희연, 이수현, 허진 추천

우리는 어떻게 이 세상에 들어오고
사람이 되는가?
우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세상에 받아들여진 것인가,
아니면 이 세상에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사람이 된 것인가?
적대적인 타자를 환대한다는 것은 가능한가?
이 책은 사회가 사람들이 모여 저절로 만들어지거나 시스템을 통해 알아서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간의 관계,
즉 공공의 노력으로 실현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회를 이루는 것은 사람들이며,
그들 각자는 타자를 사회적 죽음으로부터
끌어내는 힘을 미약하게나마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자기를 위해 나서주는 제삼자가
한 사람이라도 있는 한,
벌거벗은 생명은 아직 완전히 벌거벗은 게 아니다.
구성원들을 절대적으로 환대하는 것,
그들 모두에게 자리를 주고,
그 자리의 불가침성을 선언하는 것이야말로
사회가 성립하기 위한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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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버판 소개

사람, 장소, 환대에 대한 인류학적 고찰

사람, 장소, 환대라는 세 개념을 중심으로 사회를 새롭게 정의한 인류학자 김현경의 저작. 학술적 깊이와 유려한 글쓰기를 성공적으로 결합한 사회 분석으로 2015년 출간 후 다양한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초판이 학술서로서의 성격을 강조했다면, 이번 리커버 에디션은 언제 어디서나 손에 들고 읽을 수 있는 작은 판형으로 새롭게 단장하여 선보입니다. 절대적인 환대를 통해 정초되는 사회의 모습을 표지에 은유적으로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편집자의 말

처음 원고를 읽으며 경탄을 넘어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글을 쓸 수도 있구나. 하지만 이 책이 얼마나 많은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출간 후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꾸준히 독자의 폭을 넓혀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수많은 독자들의 후기에서, 여러 작가들의 작품에서, 그리고 각종 사회 운동의 현장에서 이 책의 논의를 마주할 때마다 편집자로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이처럼 놀라운 원고를 만나 책으로 만드는 행운을 누리고, 11년이 지난 후 특별판으로 다시 독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게 되어 더없이 기쁩니다.

- 편집자 김현주

디자이너의 말

‘환대’의 의미를 은유하는 날개를 편 백조의 이미지를 포근한 텍스처의 용지 위에 은빛으로 반짝이도록 담고, 하단의 반복되는 패턴을 더해 ‘사람은 장소와 관계 속에서 존재하고 완성된다’는 책의 주제를 시각적으로 완성했습니다. 새로운 표지가 이 책을 다시 마주하는 순간에 담백하게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북디자인 스튜디오 상록

책속에서

이 책의 키워드는 사람, 장소 , 그리고 환대이다. 이 세 개념은 맞물려서 서로를 지탱한다. 우리는 환대에 의해 사회 안에 들어가며 사람이 된다. 사람이 된다는 것은 자리 / 장소를 갖는다는 것이다. 환대는 자리를 주는 행위이다. 사람과 장소를 근원적으로 연관된 개념으로 본다는 점에서 이러한 접근은 아렌트와 유사하다. 인권의 종말에 대해 논의하면서 아렌트는 장소의 박탈과 법적 인격의 박탈(그리고 그에 따른 일체의 법적 권리의 상실)을 연결시킨다. 하지만 아렌트의 관심이 주로 정치적, 법적 문제에 맞추어져 있다면, 이 책은 공동체와 주체를 구성하는 상징적이고 의례적인 층위로 시야를 확장한다. 사람은 법적 주체일 뿐 아니라, 일상의 의례를 통해 재생산되는 성스러운 대상이기도 하다.

P. 29

사람이라는 것은 어떤 보이지 않는 공동체—도덕적 공동체—안에서 성원권을 갖는다는 뜻이다. 즉 사람임은 일종의 자격이며, 타인의 인정을 필요로 한다. 이것이 사람과 인간의 다른 점이다. 이 두 단어는 종종 혼용되지만, 그 외연과 내포가 결코 같지 않다. 인간이라는 것은 자연적 사실의 문제이지, 사회적 인정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개체가 인간이라면, 그 개체는 우리와의 관계 바깥에서도 인간일 것이다. 즉 우리가 그것을 보기 전에도 , 이름을 부르기 전에도 그 고유한 특성에 의해 이미 인간일 것이다. 반면에 어떤 개체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사회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어야 하며, 그에게 자리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P. 33

외국인에 대한 환대의 철회는 그들에게 ‘돌아갈 곳이 있다’는 생각에 의해 정당화된다. ‘우리나라에서 받는 대접이 못마땅하다면 자기네 나라로 가면 된다.’ 하지만 삶의 터전을 한번 바꾸었다가 다시 바꾸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외국인’이라는 말 속에 함축되어 있는 다른 장소는 종종 허구적인 것으로 밝혀진다. 나는 두 가지 예를 들고 싶다. 하나는 재일조선인들의 ‘조선’이고, 다른 하나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원주민들의 ‘홈랜드’인 반투스탄Bantustan이다.

P. 75

시설에 수용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율성을 박탈당하고 사소한 것까지 잔소리를 들으면서, “나이의 위계에서 돌이킬 수 없이 강등되었다는 공포감”을 경험한다. 아이의 이미지는 여기서 그들의 신체와 정신이 더 쉽게 침범될 수 있음을 표시한다. 그들은 더 작은 명예를 지니며, 더 쉽게 모욕당하고, 그러면서 그 모욕의 무게를 평가절하당한다. 그들은 불완전한 사람, ‘모자라는’ 사람이다. 그들의 그림자는 남들보다 작고 희미하다.

P. 155

우리는 노동자나 자본가로서, 혹은 소비자나 생산자로서 시장에서 만난다. 우리의 관계는 계약적이다. 계약의 이름으로 우리의 불평등은 정당화된다. 다른 한편 우리는 사람으로서 연결되어 있다. 사람으로서 우리는 서로 평등하다. 계약관계의 기초에는 사람으로서의 평등이 있다. 현대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형식적으로 평등하지만 실질적으로 불평등하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물어야 한다. 경제질서 속에서의 우리의 위치가 과연 사회관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P. 179

사회는 주권자—국가나 총통—처럼 단일한 주체가 아니다. 사회를 이루는 것은 사람들이며, 그들 각자는 타자를 사회적 죽음으로부터 끌어내는 힘을 미약하게나마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자기를 위해 나서주는 제삼자가 한 사람이라도 있는 한, 벌거벗은 생명은 아직 완전히 벌거벗은 게 아니다.

P. 277
김현경
김현경

서울대학교에서 인류학을 공부하고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 『사람, 장소, 환대』가, 옮긴 책으로 『언어와 상징권력』 『도둑맞은 손』
『역사를 어떻게 쓰는가』(공역) 『세상의 종말』(공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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