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돌’이 되어 버린 아이,
그 단단한 껍질을 깨고 말랑말랑한 감정의 변화를 보여 주는 ‘부사’의 힘!
한 무리의 아이들 그리고 그들을 흘깃 보며 외따로 서 있는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 앞에는 ‘돌’ 하나가 있을 뿐입니다. 한참을 돌을 쳐다보던 아이는 생각합니다. ‘다시 태어나면 말이야, 차라리 난 돌이 되고 싶어. 작지만 단단한 돌. 혼자 있어도 아무렇지 않은 돌.’ 그런데, 이런! 진짜 돌이 되었습니다. 돌이 된 아이 앞에 고양이 한 마리가 다가옵니다. 돌이 되면, 혼자 있어도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던 아이는 우연히 만난 고양이에게 가만히 마음을 기울이게 되면서 ‘하물며 우리도 친구가 될 수 있을지’ 묻습니다.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다는 숨겨진 열망이 단단한 껍질을 깨고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죠.
이러한 아이의 섬세한 심리 변화는 문장 속 짧고 강한 부사를 통해 드라마틱하게 드러납니다. ‘차라리’ 돌이 되고 싶다는 말은, 아이가 겪었을 지독한 외로움과 체념을 상상하게 만듭니다. 고양이에게 이끌린 후 ‘하물며’ 우리가 친구가 될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대목에서는 누군가와 연결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용기가 느껴집니다. 부사는 필수 문장성분으로 여겨지지 않지만, 이 책에서는 인물의 감정을 풍성하고 입체적으로 전달하는 부사의 힘을 보여 줍니다.
《진정한 일곱 살》, 《돼지책》, 《친구를 만드는 커다란 귀》 등 어린이들의 꽁꽁 숨겨 둔 마음을 알아채 반짝이는 말들로 공감을 자아내는 언어의 마법사로 통하는 허은미 작가는 인도 여행을 통해 처음 ‘돌’에 대한 사랑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어디를 가든 돌을 하나씩 주워 와서 그 돌에 옷을 입혀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해요. 사랑한 돌에 ‘부사’라는 옷을 입혀서 마법 같은 변신 이야기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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