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31일 : 85호

라인G1

이 책이 지금

제44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한국문학을 사랑하는 수신자 선생님들은 회신을 빠르게 하시는 편일지 궁금합니다. 메일함에 몇 개의 메일이 남아있는지로도 '나는 이런 사람이야'하고 자신을 소개할 수 있을 듯한데요, 저는 바로 답장이 가능한 메일이라면 가급적 빠르게 회신을 하는 기조로 메일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직 할 말이 남아있다는 감각, 답변이 미루어졌다는 감각을 도통 참질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대사회적인 강박을 한번 멈출 것을 제안하는 나하늘의 시집이 제 44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독립문예지 베개에 참여해 ‘파업 상태의 언어’와 ‘읽히지 않는 책’을 시라는 장르로 매개하는 작업을 지속해온 시인은 낭독으로만 존재하는 책 『Liebe』, 펼칠 수 없는 책 『은신술』등을 작업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답장할 수 없다는 말은 / 쉬이 용서받기 어려운데' 회신을 미룬 화자는 '내일 아팠던 터라'라고 이유를 적어둡니다. 이 시제에 머물러 머릿 속 시제와 실재하는 시간을 매칭하는 동안 시간이 갑니다. + 더 보기

49쪽 : 독서, 여행, 그리고 지속되는 누움은 죽음과 닮았다. 언젠가 너무 오래 누워 있었던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까. 나 정말 게으르지. 게으르단 생각은 안 해 봤는데. 1이 답했다. 그러면 정말 누워 있지. 누워 있기는 하지. 나는 벌을 받는 중인 것만 같다. 라는 생각에 한 주간 며칠 정도 영향 받았는지 묻는 문항. 그러니까 언니는 다 알고 있을까.
<사라지기 2>

라인y2

한국문학 MD는 지금 스마일

자기 자신, 혹은 자기 자신에서 비롯된 무언가에 대해 꾸준히 쓰는 작가 문지혁의 짧은 소설입니다. 열두 편의 소설이 시간을 달리며 한 작가의 '역사'를 소설적으로 스케치합니다.

여행자와 이민자 사이에 놓였던 작가 지망생, SF 단편소설로 데뷔해 더 많은 독자를 만나길 바라는 초심자 소설가,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자전적인 소설 <초급 한국어> 시리즈로 이름을 알린 후 후속작 <고급 한국어>를 출간한 근미래의 소설가까지. 한 작가의 여정이 중첩된 시점으로 겹쳐 흐릅니다. 박선엽의 일러스트는 이 소설의 날렵함에 멈출 시간을 더합니다. 순간, 추적, 미래로 분류된 소설의 흐름과 함께 시간을 추적하기 위해 소설 속으로 뛰어듭니다.

라인y1

출판사는 지금 : 재미공작소

'소스 리스트'는 2021년 1월에 시작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재미공작소의 오프라인 문학 프로젝트입니다. '소스 리스트'에서 호스트 작가는 자신의 첫 시집 혹은 첫 소설집 탄생에 영향을 준 영감의 원천 열두 가지를 소스 리스트라는 이름으로 소개합니다. 『소스 리스트』 는 작가들이 '소스 리스트'에서 소개했거나 준비했던 소스 리스트들을 원고로 묶은 것으로 이 책 『소스 리스트 Vol.4』는 시리즈의 네 번째 책입니다.

+ 더 보기

라인y2

나무와 소설

나무는 느리게 오래 틀림없이 살아남습니다. 눈이 쌓인 겨울나무의 풍경을 상상하며 삶과 죽음을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두 권의 소설을 함께 놓아보았습니다.

황석영의 <할매>는 북방 대륙의 개똥지빠귀 한 마리의 날개짓으로 금강 하구에 뿌리내려 이 땅과 연을 맺은 팽나무 '할매'의 600년을 통해 한반도라는 땅이 겪은 순환과 수난을 사유합니다. 승려 '몽각', 당골네 '고창댁', 순교자 '유분도', 동학농민군 '배경순'의 시간을 지나고 일제 강점기에 군산 비행장 활주로가 닦이고, 해방 후 미군기지가 확장하고,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조개가 말라죽는 동안 나무는 한 자리에 있습니다.

최진영의 소설 <단 한 사람>은 그의 '나무 친구'에게 건네던 말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열일곱 살부터 나에게는 나무 친구가 있었습니다. 첫 친구는 다른 가로수보다 줄기는 가늘고 키가 작았던 은행나무. 학교에 가려고 버스를 기다릴 때마다 그 나무 옆에 서서 마음으로 이야기를 건넸어요.'(작가의 말 중) 나무에게 이야기를 건네던 그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다 보고 있었을 나무의 긴 생애에 대해 떠올리게 되고, 단 한 사람만을 살리는 이 이야기를 생각해냈다고 합니다. 2025년에도 생존하느라 다들 노고가 많으셨지요. 살아있는 것들의 유한함을 받아들이며 충만하고 너그러운 새해를 보내시길 기원하며 책을 권해봅니다.

라인G2
이번 편지 어떻게 보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