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7년 병자호란 패배와 1644년 명제국의 멸망. 하늘이 무너지고 인간의 도리마저 잃어버린 세상에서 조선은 어떻게 살아남았나. <아버지의 그림자>는 조선왕조의 국가정체성이라는 시각에서 이 문제에 접근한다. 조선의 국가정체성은, 곧 조선을 독점적으로 지배하던 양반 엘리트 지배층의 정체성과 불가분의 관계였음을 분석하고, 그런 정체성이 당대의 양반 지배 구조와 직결되어 있었음을 여러 측면에서 밝힌다. 또한 오랑캐에게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린 삼전도 항복의 후유증이 조선의 국가정체성을 뿌리째 흔들었다고 설명한다. 책 속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병자호란 이후 조선이 살아남아야 했던 ‘새로운 세계’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