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가 빠지게 일했던 세월도
돌이켜보면 헛되어 보이는데,
햇볕을 쪼이면서 허송세월할 때
내 몸과 마음은 빛과 볕으로 가득 찬다.
나는 허송세월로 바쁘다."
삶의 어쩔 수 없는 비애와 아름다움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우리 시대의 문장가, 김훈. 그가 《연필로 쓰기》이후 5년 만에 독자들을 다시 한번 사로잡을 산문으로 돌아왔다. 생과 사의 경계를 헤매고 돌아온 경험담, 전쟁의 야만성을 생활 속의 유머로 승화해 낸 도구들에 얽힌 기억, 난세를 살면서도 누구보다 푸르게 빛났던 역사의 청춘들, 인간 정서의 밑바닥에 고인 온갖 냄새에 이르기까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고 치밀했던 그의 ‘허송세월’을 담은 46편의 글이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