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26일 : 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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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지금

이번에는, 좋은 곳에서

비와 더위가 이어지는 여름입니다. 도무지 '좋은 곳'이라고 하기 힘든 이 세계에서, 지난 2주간 저는 여러 침울한 뉴스를 보며 슬픈 마음으로 젖어들곤 했습니다. 다들 두 주를 잘 보내셨을지요?

사랑스럽고 애틋한 상상력으로 소설을 빚은 <브로콜리 펀치>의 작가, 이유리의 연작소설을 생각하며 좋은 곳으로 떠났을 사람들을 생각했습니다. 누군가의 삶에선 스쳐 지나가는 택시기사였을, 우연히 태운 손님이었을, 길가의 고양이었을 한 존재에게도 자기 자신만의 고유한 삶이 있을 것이며, 그 삶이 멈추는 순간은 하나하나가 한 편의 소설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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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쪽 : 사실 자주 생각했습니다. 제가 두고 도망친 것들에 대해서요. 어머니의 임종을 지켜드렸다면, 죽인 이들의 시신을 옳게 장례 치러주고 죗값을 제대로 치렀다면, 그 친구의 사과를 받아주었다면. 그랬다면 스스로의 죽음에 이토록 무심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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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지금 _3문 3답

Q : '우리의 일상에 스미고 새겨진 항상적 재난'의 구체적인 얼굴이 선명했습니다. 첫 시집 <킬트, 그리고 퀼트>와 두번째 시집 <멀리 가는 느낌이 좋아> 사이의 근황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A : 의식하지 못했는데 시집을 묶고 보니 ‘슬픔’이라는 단어가 꽤 많이 나오더라고요. 저 개인으로선 첫 시집 이후에 소소하게 즐겁고 재미난 일도 많았어요. 하지만 세상을 돌아보면, 주변을 돌아보면 아픈 사람, 슬픈 사람, 고립된 사람, 힘든 사람도 많았고요. 그러한 시대감각을 가지고서 어느 누구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지냈던 것 같아요. 살던 집 근처의 다리가 무너지기도 하고 가까운 이들에게 슬픈 일이 일어나기도 했고요. 그런 일련의 경험으로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무너지기 쉽고 연약한가를 느꼈어요. 크고 작은 재난과 슬픔은 반복되고, 앞으로 어쩌면 더더욱 그럴 것이라는 예감 속에서, 반대로 시에서는 서로 연결되고 위로하며 살아가는 아름다움에 대해, 강인함에 대해 말하고 싶었어요. +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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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MD는 지금 스마일

최근 실업급여를 '시럽급여'로 비유한 사건이 크게 비판받았습니다. 권혜영의 첫 소설집 <사랑 파먹기>에 실린 첫 소설 <띠부띠부 랜덤 슬라이드>에는 180만 원씩, 여섯 달의 실업급여를 아껴쓰려는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그는 주로 누워서 생활합니다. 누워서 핸드폰을 보고, 유튜브를 보고, 아이돌 덕질을 합니다. 실업급여를 아껴 쓰려는 동기는 하나뿐입니다. "아껴 쓰자. 최대한 오래 누워 있고 싶으니까."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구직활동을 하고 교육을 받는 일이 그렇게 시럽처럼 달콤하지만은 않다는 걸, 소설 속 주인공이 알듯 우리도 압니다. 직립보행을 할 수 있는 인간인 우리가 왜 누워있는 걸 더 좋아하게 되었을까요? 서서 바라보기엔 너무 피로한 세상.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자유롭다는 점에서 케이팝을 사랑하는 일은 어쩌면 더 자유로운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웨이브스라는 가상의 아이돌 그룹을 둘러싼 여성들이 환상 안팎을 누비면서 '손수 만든 사랑을 파먹으며 시간을 견디기'를 실천하는 소설을 즐겁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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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는 지금 : 아침달

“시 읽기의 휴양지, 시 쓰기의 망명지”라는 캐치프레이즈로, 건강한 시의 생태를 위하는 마음을 담아 시작한 아침달 시집은 2018년 1번 유희경 시집부터 32번 김영미 시집 『투명이 우리를 가려준다는 믿음』까지 서른두 권의 세계를 선보였습니다. 등단자와 비등단자를 구별하지 않고, 오로지 시집 원고를 투명하게 검토하여 출간을 결정하는 큐레이터 제도를 도입해 한국 시의 새로운 대안이 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작지만 필요한 목소리를 세상에 송출하고, 우리가 지나고 있는 시절에 새로운 표정을 그려 넣어줄 책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만들고 있습니다. 아침달 시집과 더불어 다양한 산문집, 사진/그림 에세이, 앤솔러지 등 독자들과 함께 일상을 가꿀 수 있는 책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올 하반기에도 새 얼굴들의 첫 시집과, 앤솔러지, 황예지 사진작가의 산문집 출간을 예정 중입니다. +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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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지금

무더운 올 여름을 식혀줄 공포 스릴러 관련 소설책을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나온지는 오래된 책들이지만 (제목: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밤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두 번째 밤) 작가분들이 많으셔서.. 단편식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어 보기편하고 독특한 주제별로 각종 여러 공포물 장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상상과 허구로만 구성된 이야기들 보다는 실제 사회적인 문제나 일상에서 일어날수 있을 법한 이야기들도 수록이 되어 있어 은근히 흥미롭고 재미있으며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무서움?? 매력있고 즐겁게 봤던 작품으로 추천드려봅니다.
독자가 익명으로 보내주신 사연을 함께 읽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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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며 읽으며

지글지글 폭염과 보글보글 습도가 세계를 점령한 여름입니다. 저는 굴하지 않고 올 여름에도 열심히 산책하고 있습니다. 산책을 권하기 송구한 계절이지만, 산책하며 도보의 호흡으로 읽기 좋은 한국소설을 함께 놓아봅니다. 걷다 멈춰선 그 자리에서 책을 열어보는 건 어떨까요? 아늑한 골목길에서, 밤의 육교 위에서, 강물이 반짝이는 한강 공원에서 서로에게 집중하며 산책하고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적은 김서해의 소설이 새로 출간되었습니다. "그림자 개는 시간과 마음의 연결이 약해진 사람들에게 나타나 산책을 요구한다."는 박솔뫼의 문장을 떠올리며 겨울에 하는 산책을 그리워해보기도 좋은 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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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지 어떻게 보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