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26일 : 24호
이번에는, 좋은 곳에서
비와 더위가 이어지는 여름입니다. 도무지 '좋은 곳'이라고 하기 힘든 이 세계에서, 지난 2주간 저는 여러 침울한 뉴스를 보며 슬픈 마음으로 젖어들곤 했습니다. 다들 두 주를 잘 보내셨을지요?
사랑스럽고 애틋한 상상력으로 소설을 빚은 <브로콜리 펀치>의 작가, 이유리의 연작소설을 생각하며 좋은 곳으로 떠났을 사람들을 생각했습니다. 누군가의 삶에선 스쳐 지나가는 택시기사였을, 우연히 태운 손님이었을, 길가의 고양이었을 한 존재에게도 자기 자신만의 고유한 삶이 있을 것이며, 그 삶이 멈추는 순간은 하나하나가 한 편의 소설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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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더위가 이어지는 여름입니다. 도무지 '좋은 곳'이라고 하기 힘든 이 세계에서, 지난 2주간 저는 여러 침울한 뉴스를 보며 슬픈 마음으로 젖어들곤 했습니다. 다들 두 주를 잘 보내셨을지요?
사랑스럽고 애틋한 상상력으로 소설을 빚은 <브로콜리 펀치>의 작가, 이유리의 연작소설을 생각하며 좋은 곳으로 떠났을 사람들을 생각했습니다. 누군가의 삶에선 스쳐 지나가는 택시기사였을, 우연히 태운 손님이었을, 길가의 고양이었을 한 존재에게도 자기 자신만의 고유한 삶이 있을 것이며, 그 삶이 멈추는 순간은 하나하나가 한 편의 소설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좋은 곳에 가라"(58쪽), "꼭 다시 만납시다. 이번에는, 좋은 곳에서." (118쪽) "그렇다면 여기서 이대로 끝나도 좋다, 라고 생각했다."(157쪽) "그저 바라는것은, 내가 떠난 뒤에도 그 애가 좋은 곳에 있기를."(205쪽) 소설은 그 고유한 삶 하나하나의 이야기에 적절한 빛을 비추어주며 좋은 곳으로 이야기를 보내줍니다. 그가 잘한 사람이거나 잘못한 사람이거나, 혹은 사람이거나 사람이 아니거나 각자에게 걸맞은 좋은 곳이 있으리라고 이 소설은 믿는 듯합니다. 그 믿음으로, 이 사랑스러운 소설이 바라보는 저 너머를 생각해 봅니다.
- 알라딘 한국소설/시/희곡 MD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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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쪽 : 사실 자주 생각했습니다. 제가 두고 도망친 것들에 대해서요. 어머니의 임종을 지켜드렸다면, 죽인 이들의 시신을 옳게 장례 치러주고 죗값을 제대로 치렀다면, 그 친구의 사과를 받아주었다면. 그랬다면 스스로의 죽음에 이토록 무심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Q :
'우리의 일상에 스미고 새겨진 항상적 재난'의 구체적인 얼굴이 선명했습니다. 첫 시집 <킬트, 그리고 퀼트>와 두번째 시집 <멀리 가는 느낌이 좋아> 사이의 근황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A :
의식하지 못했는데 시집을 묶고 보니 ‘슬픔’이라는 단어가 꽤 많이 나오더라고요. 저 개인으로선 첫 시집 이후에 소소하게 즐겁고 재미난 일도 많았어요. 하지만 세상을 돌아보면, 주변을 돌아보면 아픈 사람, 슬픈 사람, 고립된 사람, 힘든 사람도 많았고요. 그러한 시대감각을 가지고서 어느 누구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지냈던 것 같아요. 살던 집 근처의 다리가 무너지기도 하고 가까운 이들에게 슬픈 일이 일어나기도 했고요. 그런 일련의 경험으로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무너지기 쉽고 연약한가를 느꼈어요. 크고 작은 재난과 슬픔은 반복되고, 앞으로 어쩌면 더더욱 그럴 것이라는 예감 속에서, 반대로 시에서는 서로 연결되고 위로하며 살아가는 아름다움에 대해, 강인함에 대해 말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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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우리의 일상에 스미고 새겨진 항상적 재난'의 구체적인 얼굴이 선명했습니다. 첫 시집 <킬트, 그리고 퀼트>와 두번째 시집 <멀리 가는 느낌이 좋아> 사이의 근황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A :
의식하지 못했는데 시집을 묶고 보니 ‘슬픔’이라는 단어가 꽤 많이 나오더라고요. 저 개인으로선 첫 시집 이후에 소소하게 즐겁고 재미난 일도 많았어요. 하지만 세상을 돌아보면, 주변을 돌아보면 아픈 사람, 슬픈 사람, 고립된 사람, 힘든 사람도 많았고요. 그러한 시대감각을 가지고서 어느 누구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지냈던 것 같아요. 살던 집 근처의 다리가 무너지기도 하고 가까운 이들에게 슬픈 일이 일어나기도 했고요. 그런 일련의 경험으로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무너지기 쉽고 연약한가를 느꼈어요. 크고 작은 재난과 슬픔은 반복되고, 앞으로 어쩌면 더더욱 그럴 것이라는 예감 속에서, 반대로 시에서는 서로 연결되고 위로하며 살아가는 아름다움에 대해, 강인함에 대해 말하고 싶었어요.
Q :
<지속 가능한 이야기를 찾아서>라는 시의 '넘치는 강물과 흘러내리는 산사태에도 // 우리가 모두 살아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생각되는 밤이면'이라는 시가 근래의 일로 다른 맥락으로 읽혔습니다. 시인이 요즘 하고 있는 '걱정'이 궁금합니다.
A :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저녁엔 뭘 먹지’ 같은 사소한 고민을 하며 대체로 명랑하게 사는 편인데요, 지구가 점점 더 더워지면서 우리가 당연하게 먹고 입고 누리던 것들이 점점 더 당연하지 않은 시대가 오고 있는 듯해요. 올 여름만 해도 비가 엄청나게 많이 오고 지구 저편에서는 살인적인 폭염이 발생했다고 하니까요. 바로 다음 겨울이, 또 그 다음 여름이 어떨지는 예측하기 힘들기도 하고요. 그에 따라 우리의 생활도 조금씩 달라져 가겠지요. 지금 누리는 일상의 즐거움이 과연 10년 뒤, 20년 뒤에도 지속 가능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면에서 요즘의 고민은 ‘지속 가능한 삶’이란 무엇인지, ‘지속 가능한 글쓰기’란 무엇인지에 대한 것들이에요. 계속해서 나름의 답을 찾아 나가야겠죠.
Q :
세상이 이렇게 이상하다는 걸 알면서도 '좋다'고 말하는 아래 단락을 계속 읽어보게 됩니다. 함께 이 시를 읽으며 이 시기를 날 독자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세상은 계속 복잡하고 어지러울 거란다
그렇다고 세상이 아름답지 않은 것도 아니란다 (「넓어지는 세계」 부분)
삶을 사랑하기로 마음 먹은 사람처럼. (「멈추지 않는 것」 부분)
A :
어두운 뉴스가 많이 들려오는 시절이에요. 친구들을 만나도 저마다 나름의 고민과 어려움이 없는 친구는 없더라고요. 그럼에도 그 어려움을 터놓고 이야기하고 나눔으로서 한층 밝아지는 경험을 하곤 해요. 살아서 좋고, 함께여서 좋고, 웃다 보면 고민거리가 사소해지고, 그런 순간순간의 경험들이요. 누구에게나 지치고 힘든 순간이 오는데, 가까이에서 잡아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살아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곤 하니까요. 제 시도 때때로 누군가에게 그런 힘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고 사소한 일상을 나누며, 이런 때일수록 서로의 어려움을 돌아보며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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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실업급여를 '시럽급여'로 비유한 사건이 크게 비판받았습니다. 권혜영의 첫 소설집 <사랑 파먹기>에 실린 첫 소설 <띠부띠부 랜덤 슬라이드>에는 180만 원씩, 여섯 달의 실업급여를 아껴쓰려는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그는 주로 누워서 생활합니다. 누워서 핸드폰을 보고, 유튜브를 보고, 아이돌 덕질을 합니다. 실업급여를 아껴 쓰려는 동기는 하나뿐입니다. "아껴 쓰자. 최대한 오래 누워 있고 싶으니까."
“시 읽기의 휴양지, 시 쓰기의 망명지”라는 캐치프레이즈로, 건강한 시의 생태를 위하는 마음을 담아 시작한 아침달 시집은 2018년 1번 유희경 시집부터 32번 김영미 시집 『투명이 우리를 가려준다는 믿음』까지 서른두 권의 세계를 선보였습니다. 등단자와 비등단자를 구별하지 않고, 오로지 시집 원고를 투명하게 검토하여 출간을 결정하는 큐레이터 제도를 도입해 한국 시의 새로운 대안이 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구직활동을 하고 교육을 받는 일이 그렇게 시럽처럼 달콤하지만은 않다는 걸, 소설 속 주인공이 알듯 우리도 압니다. 직립보행을 할 수 있는 인간인 우리가 왜 누워있는 걸 더 좋아하게 되었을까요? 서서 바라보기엔 너무 피로한 세상.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자유롭다는 점에서 케이팝을 사랑하는 일은 어쩌면 더 자유로운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웨이브스라는 가상의 아이돌 그룹을 둘러싼 여성들이 환상 안팎을 누비면서 '손수 만든 사랑을 파먹으며 시간을 견디기'를 실천하는 소설을 즐겁게 읽었습니다.
출판사는 지금 : 아침달
작지만 필요한 목소리를 세상에 송출하고, 우리가 지나고 있는 시절에 새로운 표정을 그려 넣어줄 책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만들고 있습니다. 아침달 시집과 더불어 다양한 산문집, 사진/그림 에세이, 앤솔러지 등 독자들과 함께 일상을 가꿀 수 있는 책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올 하반기에도 새 얼굴들의 첫 시집과, 앤솔러지, 황예지 사진작가의 산문집 출간을 예정 중입니다. + 더 보기
“시 읽기의 휴양지, 시 쓰기의 망명지”라는 캐치프레이즈로, 건강한 시의 생태를 위하는 마음을 담아 시작한 아침달 시집은 2018년 1번 유희경 시집부터 32번 김영미 시집 『투명이 우리를 가려준다는 믿음』까지 서른두 권의 세계를 선보였습니다. 등단자와 비등단자를 구별하지 않고, 오로지 시집 원고를 투명하게 검토하여 출간을 결정하는 큐레이터 제도를 도입해 한국 시의 새로운 대안이 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작지만 필요한 목소리를 세상에 송출하고, 우리가 지나고 있는 시절에 새로운 표정을 그려 넣어줄 책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만들고 있습니다. 아침달 시집과 더불어 다양한 산문집, 사진/그림 에세이, 앤솔러지 등 독자들과 함께 일상을 가꿀 수 있는 책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올 하반기에도 새 얼굴들의 첫 시집과, 앤솔러지, 황예지 사진작가의 산문집 출간을 예정 중입니다.
달은 항상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어, 밤이 지나도록 자리에 남아 어렴풋이 보입니다. ‘아침달’은 사전에 없는 말이지만, 우리가 아침달이라 부르는 것은 늘 그 자리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제자리에서 문학과 독자의 자리를 이어준다는 마음으로 책을 짓고, 꾸리고, 만들고자 합니다.
‘아침달’이 시 읽는 삶의 작은 이유가 될 수 있도록 더 많은 시에게 귀를 기울일 예정입니다. 그리고 한 시절을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여러 장르의 책들까지. 때로는 밝고, 때로는 어두울지도 모르는 사유의 풍경 속에서 저희 아침달 책들이 묵묵히 머무르며 독자 여러분이 머무는 곳을 은은히 비추겠습니다.
- 아침달 출판사
아침달 블로그 http://blog.naver.com/achimdalbooks
아침달 인스타그램 http://instagram.com/achimdal.books
아침달 트위터 http://twitter.com/achimdalbooks
- 접기
무더운 올 여름을 식혀줄 공포 스릴러 관련 소설책을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나온지는 오래된 책들이지만 (제목: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밤과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두 번째 밤) 작가분들이 많으셔서.. 단편식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어 보기편하고 독특한 주제별로 각종 여러 공포물 장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상상과 허구로만 구성된 이야기들 보다는 실제 사회적인 문제나 일상에서 일어날수 있을 법한 이야기들도 수록이 되어 있어 은근히 흥미롭고 재미있으며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무서움?? 매력있고 즐겁게 봤던 작품으로 추천드려봅니다.
지글지글 폭염과 보글보글 습도가 세계를 점령한 여름입니다. 저는 굴하지 않고 올 여름에도 열심히 산책하고 있습니다. 산책을 권하기 송구한 계절이지만, 산책하며 도보의 호흡으로 읽기 좋은 한국소설을 함께 놓아봅니다. 걷다 멈춰선 그 자리에서 책을 열어보는 건 어떨까요? 아늑한 골목길에서, 밤의 육교 위에서, 강물이 반짝이는 한강 공원에서 서로에게 집중하며 산책하고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적은 김서해의 소설이 새로 출간되었습니다. "그림자 개는 시간과 마음의 연결이 약해진 사람들에게 나타나 산책을 요구한다."는 박솔뫼의 문장을 떠올리며 겨울에 하는 산책을 그리워해보기도 좋은 계절입니다.
독자가 익명으로 보내주신 사연을 함께 읽어봅니다.
산책하며 읽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