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28일 : 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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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지금

너무나 평화롭고..... 아름다워 보였다.

<우리[畜舍]의 환대>라는 소설로 2020년 제11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장희원의 첫 소설집이 출간되었습니다. '우리' 안의 한자 '축사'는 장희원이라는 소설 세계로 진입하는 열쇠로 보입니다. 이 소설은 동음이의어를 통해 독자가 가지고 있는 기대를, '우리의 환대'라는 말의 다정한 어감을 배반합니다. 모종의 사건으로 중산층 부부를 떠나 호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아들 영재는 흑인 노인(남자는 이 노인이 택시기사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과 변기 닦는 일을 하는 어린 여자애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이 '우리(축사)' 같은 집에서 아버지 재현은 "너무 좋아서 가슴이 두근거려, 아빠."라고 말하던 앳된 아들의 목소리가 멀어지는, '기괴하고 불편한 기분'(61쪽)을 느낍니다. + 더 보기

31쪽 : 다음에도 와라. 오늘처럼 너무 추울 때 말고 날 따뜻할 때. 재희와 나는 어둠 속에서 윤곽만 보이는 그를 향해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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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지금 _3문 3답

Q : 코니 윌리스의 작품과 함께 찍은 전자신문 인터뷰 사진을 재미있게 봤습니다. (인터뷰 보러 가기) 이번 작품 <크리스마스 인터내셔널>이 코니 윌리스의 오마주로 읽히길 원한다고 답하시기도 했는데요, 어떤 지점에서 그러한지 설명을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A : 그건 정말 거대한 희망사항입니다. 제가 가장 많이 신경을 쓴 부분은 여러 등장인물이 옥신각신하고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코니 윌리스처럼 시끌벅적하게 펼쳐내는 것이었습니다. 수다쟁이 소설을 써보고 싶었고 이 부분에서 코니 윌리스의 문체를 많이 참고했습니다. 인물 중에서는 동욱의 캐릭터를 도로시 L. 세이어즈의 피터 윔지 시리즈 속 '머빈 번터'와 코니 윌리스의 옥스퍼드 시간여행 시리즈 속 '핀치'로 이어지는 유능한 비서의 계보에 넣고 싶은 욕심이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SF라는 점에서 코니 윌리스를 떠올리시는 분들도 많을 텐데요, 이건 제가 의도해서 그렇게 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냥 코니 윌리스라는 대작가의 영향력이죠. 저의 이 모든 시도는 한참 부족하지만 그 가운데 어느 한 부분에서라도 코니 윌리스의 따뜻함과 경쾌함이 묻어난다면 정말 큰 영광일 것입니다. +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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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MD는 지금

2022년 크리스마스 조세희 작가의 타계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추모 인사는 여기에 남길 수 있습니다) '난쏘공'은 2009년, 2014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로도 출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많은 수험생처럼 저도 고등학생 때 '난쏘공'을 처음 읽었습니다.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불렀다."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부르는 악당은 죽여버려."로 이어지는 순간, 이 확장과 전환이 준 해방감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기름 때가 낀 아버지의 손톱이 부끄러운 게 아니라, 손 씻을 따뜻한 물조차 제공하지 않는 열악한 환경이 부끄러운 일이라는 걸 이 소설을 읽으며 알게 되었습니다.

2008년 '난쏘공' 출간 30주년 인터뷰에서 조세희 작가는 "그래서 미래 아이들이 여전히 이 책을 읽으며 눈물 지을지도 모른다는 거, 내 걱정은 그거야"라는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저 역시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라는 문장을 만나 눈물 짓는 그런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2023년을 맞으며 이 소설이 묘사하는 슬픔과 부끄러움이 더는 유효하지 않은 새해가 되길 바라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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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는 지금 : 호밀밭

부산에 자리한 호밀밭 출판사는 2008년에 설립되어 인문사회, 문화예술 분야의 책을 꾸준히 출간하였으며, 최근에는 온라인 문화 플랫폼을 시도하는 등 출판과 문화 영역에서 여러 도전을 해 오고 있습니다. ‘호밀밭’이라는 이름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요. 하나는 그 유명한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에 나오는 것처럼 ‘누구나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란 뜻입니다. 소외되고 낮은 곳에 있는 이들의 작은 목소리, 새로운 시각을 담고 있는 개성 있는 목소리, 부조리한 통념에 일갈하며 우리를 각성하게 하는 목소리, 묵묵히 오래도록 갈고닦은 생각이 담긴 깊은 목소리 등 다양한 목소리에 자리를 내주고자 하는 마음이 여기에 담겨 있지요. 두 번째 의미는 ‘호밀’과 관련됩니다. 땅의 지력이 다하면 호밀 같은 거친 작물을 심어 지력을 되살린다고 하는데요. 미력이나마 저희 출판사의 문화적 시도들을 통해 우리 사회가 더 건강하게 회복되기를 바라며 이름을 붙였답니다. +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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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솔러지로 만나면

한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엮은 앤솔러지 소설집을 근래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우주 최초 MBTI 소설집인 <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에는 정대건, 임현석, 서고운, 이유리, 이서수, 김화진 소설가가 참여했고 지역에서 활동중인 여성 작가 김지현, 오선영, 장희원, 황유미, 송유나가 '여성, 공포, 공간'을 테마로 한 <문밖에 누군가가>에 참여했습니다. 앤솔러지 소설집을 통해 좋아하게 될 소설가를 미리 만나는 것도 소설 읽기의 즐거움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소설을 즐겁게 읽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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