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8일 : 92호

라인G1

이 책이 지금

"이제부터 우리는 한패야."

재미있는 소설이 많아 즐거운 봄입니다. <그 개와 혁명>으로 데뷔 4년 만에 2025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예소연의 신작 소설집이 출간되었습니다. 다른 집 아저씨였으면 쉽게 '손절'했을 사람이 하필 아버지라 벌어지는 곤혹스러움을 섬세하게 다룬 소설이었는데요. 신작에서도 썩 친해지고 싶진 않은 사람들, 불가피하게 함께 가야하는 사람들이 엮이며 벌어지는 사건들을 섬세하고 뭉클하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첫 작품 <추운 뺨에 더운 손>을 읽으며 엄마의 옛 친구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이 소설의 화자는 거짓말을 할 때마다 수치며 상황 묘사가 구체적으로 변하고, 나는 그럴 때마다 엄마가 거짓말을 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우리 엄마가 황금두꺼비를 가져갔다며 찾아온 옛 친구와 대화하며 (친구가 바라는 건 딱히 금덩어리를 돌려받는 것만은 아닙니다.) 내가 느끼는 곤혹스러움을 소설은 온도를 조절하며 잘 들여다봅니다. 저희 엄마는 그짓말하는 구체적인 재주가 없어 떼어먹힌 일이 많은 분인데요. 엄마 돈을 떼어먹고 간 친구 엄마를 중학교 때 학교 앞에서 마주쳤던 적이 있습니다. 이 소설을 읽으며 그 엄마를 뒀던 딸 마음은 또 어땠을까 생각하보게 되었습니다. 앞뒤를 뒤집어 생각하는 것. 쉽게 결정내릴 수 없는 장면을 두고 막막해지는 것. 소설을 읽으며 제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들입니다. + 더 보기

31쪽 : "같이 해결해야 할 일이 있지 않아?"
"우리 사이에 그런 건 애초부터 없었어. 엄마 일은 엄마일이고, 나는 물려받고 싶은 것만 물려받을 거야."

라인y1

작가는 지금 _3문 3답

Q : <정오의 총알>의 말하는 이들의 '학교를 그만두고 직장을 그만두고 운동을 그만두고' 컵을 계속 열심히 휘젓는 (<성묘객들은 밝은 옷을 입는다>) 태도가 내내 눈에 들어옵니다. '어떤 낱말이든 너무 꽉 붙들면 안 된다.'(<스노우사파이어>)는 한 줄이 반가운 건 이런 마음에 공감이 가기 때문일 듯합니다. 이수명의 시를 기다린 독자께, '세계의 ‘기분Stimmung’을 예민하게 느끼고 그에 영향을 받는'(해설) 시 읽는 이들에게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A : 안녕하세요. 4년 만에 ‘정오의 총알’이라는 제목으로 아홉 번째 시집을 내게 되었습니다. 같은 제목의 시가 시집에 수록되어 있어요. 이 시를 읽으시는 분들이 어떤 총알을 떠올리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목표물을 관통하거나 어딘가에 박혀버리는 총알이 아니라 허공을 솟아오르는, 그리고 허공을 떠도는 총알을 생각했습니다. 정오는 그것을 자각할 수 있을 정도로 명료한 시간대로 여겨집니다. 황사가 짙은 봄날이어도 말이에요. 이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표지도 황사의 색으로 구상해보았습니다. + 더 보기

라인y2

한국문학 MD는 지금 스마일

심금을 울리는 제목입니다. 2025년 기준 연간 종합독서율이 38.5%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하는데요. 업계 사람이라면 눈이 갈 만한 제목에 우선 책을 들어보았습니다. 문학 출판사 수습 편집자 '오이오'는 밀려드는 투고 원고를 읽지도 않고 거절 메일을 보내다 투고작가의 컴플레인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합니다. 친구의 조언을 얻어 인공지능 투고 원고 처리기를 개발한 후 오이오의 성공시대가 시작됩니다. 베스트셀러 가능성이 높은 원고만 골라내는 인공지능에 의지해 '아무도 읽지 않는' 나날을 보내던 편집부는 '섬니아'라는 이름을 단 인공지능의 습격에 큰 위기에 처합니다.

출판사 담당자께서 이 책을 소개해주셨을 때 그럼 독자는 남아있느냐?고 질문을 했습니다. '아무도 읽지 않는다'는 슬픈 말의 '아무도'가 어디까지 포함하는 것인지 범주가 궁금했습니다. 의외의 베스트셀러, 의외로 읽어보니 재밌었던 책 등 알고리즘 바깥에서 찾아냈던 난삽한 재미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소설을 쓰고 음악을 만드는 저자 김상원의 좌충우돌하는 SF 장편입니다.

라인y1

출판사는 지금 : 마음의숲

제주4.3 사건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저 역시 얼마 전까지는 그 이름만 알고 지나치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허영선 시인의 시집 《법 아닌 법 앞에서》 《우린 천둥의 밤을 지나온 자들이어서》를 준비하며 처음으로 그 시간을 제대로 마주했습니다. 너무 늦게 알았다는 사실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한 단어가 상처가 될까 허영선 시인은 마지막까지 문장을 고치고 또 고쳤습니다. 그래서 이 시집은 읽는 일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마주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법 아닌 법 앞에서》에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돌아가셔야 했던 분들이 70년 만에 무죄를 받는 순간이 담겨 있습니다. 시인은 그 법정을 빠짐없이 지키며 끝내 지워지지 않았던 이름들을 기록해 왔습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이지만 그들의 명예를 되돌리는 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 더 보기

라인y2

주제가 있는 한국소설

혹시 한국 좋아하세요? 야구는 어떠세요?
질문을 던지는 앤솔러지 시리즈입니다. 성해나와 인공지능, 김기태와 효율, 이미상과 금쪽이. 첨예한 의견 개진이 이루어지는 2026년의 한국사회를 돌아보게 하는 키워드로 읽는 한국소설 이야기입니다. 성해나, 김기태, 박연준, 박민정, 성혜령, 김경욱, 하성란, 윤성희, 정한아, 김유담, 김병운, 문지혁, 이미상, 송호근, 정용준, 정소현, 안톤 허, 권김현영, 정대건이 참여해 내 얘기처럼 뾰족한 소설로 한국사회의 단면을 그려냅니다.

김연수, 김종광, 김홍, 도재경, 서한용, 송지현, 심너울, 위수정, 임현, 한정현이 참여한 야구 앤솔로지 <혹시, 야구 좋아하세요?>도 출간되었습니다. 열 명의 작가가 각각 한 팀을 맡아 그 팀의 이야기를 소설화했습니다. 어제 내 팀이 졌어도 오늘 또 경기가 열리기에 야구팬의 하루는 금세 희망으로 가득찹니다.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팀이 이길까요? 기대하며 소설을 읽고 싶습니다.

라인G2
이번 편지 어떻게 보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