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렇게 투쟁하는 거는요, 단순히 예산 얼마 더 따내기 위한 것만은 아니에요. 예산도 당연히 중요하죠. 그게 제대로 반영이 되어야 한국판 T4도 막아낼 수가 있으니까. 그러니 기재부가 독점하는 사회적 자원의 분배권도 우리들 손으로 조금씩 빼앗아 와야 하고. 그런데 돈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요. 그건 사람들이 아무리 비참하게 죽어도 딱히 슬퍼하지 않는 것들을 제대로 슬퍼하게끔 만들어내는 거예요. 그러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우리 존재가 잊히지 않게 만들어야죠. 기억하게 만들어야죠. 기억하게 만들려면 사회적 관계를 바꿔내야 하는 거고요.
순간, 박경석의 언성도 높아졌다. “선생님 자식이 당장 안 죽었으면 끝입니까? 이미 거기에서 다른 장애인은 학대를 당하고 죽었다고요. 자기 자식 아니면 그렇게 두들겨 맞고 죽어나가도 괜찮은 겁니까? 남 일이라고 그렇게 함부로 이야기하지 마세요. 그리고요, 당신들 자식이 지금 학대를 당한 게 안 밝혀졌다고 해서 시설 안에서 잘 살고 있다고 도대체 어떻게 확신을 하십니까? 이미 학대 정황이 여러 번 확인된 그런 시설에 당신 자식을 방치해두는 게 정말로 당신 자식에게 좋은 겁니까? 당신 자식은 장애가 있다고 해서 지역사회 나와서 꿈꾸며 살아갈 자격도 없는 겁니까?”
불과 3년 전, 그는 국회의원 후보가 될 뻔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끝내 거절했고, 결국 거리에 남았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그가 남은 자리에 더해졌다. 그들 중 상당수는 세련된 언어로 말을 할 줄도, 글도 읽을 줄도 모른다. 하다못해 집 밖을 나오는 게 익숙하지도 않고, 타인들과 관계를 맺는 것 자체가 어색하다. 그러나 이들은 이미 크게든 작게든 어떤 자부심을 박경석과 공유하고 있다. “내가 거리에 나와 동지들과 함께하면 세상이 바뀐다. 나는 절대로 무능력하고 쓸모없는 사람이 아니다.”
대상도서 포함 국내도서 2만 원 이상 구매 시 (마일리지 차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