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나를 애태운 남자는 개그맨 김국진 씨다. 여러 차례 시간과 장소가 뒤엉켰지만, KBS 공개홀 출연자 대기실에서 어렵사리 만난 그는 이틀 밤을 새워서 얼굴이 엉망이라면서도 환하게 웃으며 반겨줬다. 한 달 이상을 섭외에 애태우던 내 마음이 눈 녹듯이 풀렸다. 그리고 실제로 만난 개그맨 김국진은 연예인이라기보다는 막내삼촌 같은 느낌이었다.
설기현 선수는 3주 이상의 끈질긴 섭외 끝에 경기가 끝난 후 운동장 주차장에서 잠깐 만날 수 있었다. 제대로 인사도 나눌 겨를 없이 이런 저런 집안 사정부터 학창 시절까지 좌르르 물어대는 나와는 대조적으로 설기현 선수는 너무나도 차분하게 답해줬다. 그의 말투는 마치 우리 아버지처럼 진한 강릉 사투리가 배어나 더 정감 있었다.
개인 휴대전화 대신 이메일로만 외부와 연락하신다는 최재천 교수님. 일단 이메일을 한 통 넣어봤다. “강원도의 일이라면 언제든 도와야지요. 그런데 제게 요즘 제일 없는 게 시간입니다. 언제까지 하셔야 하나요?” 최 교수님의 답장이었다. 그렇게 교수님의 화통함 덕분에 그 자리에서 인터뷰 날짜를 잡고 섭외 부담을 한결 덜 수 있었다.
머릿속에는 검사 출신의 고압적인 모습이 그려졌었는데 실제로 만난 김진태 의원은 인터뷰 내내 다리 한번 꼬아 앉지 않고 무릎을 쓱쓱 비비며 부끄러워 어쩔 줄 모르는 순박한 강원 사나이였다. 그리고 한 달 뒤 의원회관 입주 기념으로 나는 김 의원에게 자개 명함집을 선물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명함을 옮겨 담으며 천진하게 웃었다.
만나서 인터뷰를 진행하기까지 갖가지 사연으로 내 속을 태웠던 남자들은 막상 만나 보니 강원도라는 공통된 끈으로 연결되어 만남 내내 묘한 편안함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