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고 서러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우리는 세상이 힘들어도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내려는 마음으로 버티고 살아갑니다. 때로는 그 마음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과거에 어떤 선택을 한 것인지, 그게 옳았는지 실수였는지 누구도 단정할 수 없습니다. 훗날 다음 세대가 그 선택에 의미를 부여해 줄 뿐입니다.
이 소설에서 분단과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인 주인공 한서진이 처한 상황은 우리 역사 속 비극의 단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친 삶과 시대의 아픔 속에 써 내려간 한 사람의 일대기이자 스러져간 모든 이름들의 연대기입니다.
무너지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지키려는 인간의 본능을 통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최고의 복수는 상대에게 똑같이 되갚아주려고 발버둥치는 게 아니라 제 삶의 가치를 굳건하게 지켜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내가 이렇게 당당하게 우뚝 설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또한 자식을 사랑하는 아비이자, 소설 한 편을 남기고 스러진 주인공의 삶으로 무엇이 사람다움인지 말하고 싶었습니다.
“절벽을 피할 수 없다면 건너는 법을 생각해야 합니다”
생각은 만능 재주꾼입니다. 변덕쟁이이자 보통 고집쟁이가 아닙니다. 행복도 마찬가지여서 도망가는 재주가 뛰어납니다. 그러나 내가 생각을 살짝 비틀면 행복은 다가옵니다.(중략)
물은 맛이 없어서 평생 마실 수 있고, 공기는 향기가 없어서 평생 마실 수 있습니다. 만약 물에 맛이 있다면 지겨울 테고 공기에서 향기가 난다면 진저리를 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정해진 평균수명이 있기에 살아 있는 동안 맛있고 향기 나게 살아야 합니다.
죽음이 우리를 기다리지만,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잘 살아가는 방법을 마음에 새기면 됩니다. 거듭 말하지만 잘 산다는 건 돈, 권력, 명예를 차지하는 게 아니라 사랑, 용서, 배려, 베풂을 끌어안고 세상의 주인답게, 재미있고 건강하게 사는 것입니다.
지금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기적을 일구었음을 결코 잊지 마세요. 살아 있음은 모든 생명의 존재를 증명하는 가치 있는 일입니다. 살아 있음은 가장 확실한 기적입니다.
발해를 잃어버린 역사라고 치부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그러나 발해는 결코 지난 역사, 잃어버린 역사일 수 없다. 발해는 동으로는 러시아 연해주와 동해, 서로는 요하와 발해만 일대, 북으로는 흑룡강을 넘어 몽골, 남으로는 평양과 주문진까지 광활한 만리대지를 누비던 우리의 광대무변하고 찬란한 역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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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지 않은, 운명적인 남녀의 인연과 사랑 얘기를 써보고 싶었습니다. 제 추억을 일부 꺼내고 상상을 한껏 보태서 말입니다. 벼락같고 피뢰침같이 단번에 감전되는 사랑이 근사한 건 줄 알았는데 그 순간을 영혼의 창고에 쟁여두기 위해서는 사랑의 온도가 100도가 아니라 36.5도라야 한다는 걸 이제야 겨우 알아차렸습니다. 남녀 간의 뜨거운 열정으로 시작한 관계도 결국은 휴머니즘으로 발전해야 그 아름다움이 지속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원고지를 닦달했습니다.
바람은 그물에 걸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소설을 쓰면서 ‘사랑과 용서로 짠 그물에는 바람도 걸린다’는 글을 책상 앞에 써 붙였습니다. 이 소설을 읽는 분들은 바람도 걸려드는 사랑의 그물을 짜보았으면 합니다.
남보다 높아지겠다고 발끝을 세우면 오래 버티기 힘들고, 남보다 앞서겠다고 큰 걸음으로 걸으면 금세 지쳐버린다는 걸 이제야 알았으니 이 또한 부끄러움입니다. 이제는 느리지만 당당한 걸음새로 걷고 싶습니다.
좀 어설프더라도 비겁하게 살지 말자는 다짐을 참 많이도 했습니다. 부끄럽더라도 솔직하고, 곤궁하더라도 차갑게 살지 말자는 다짐도 말입니다. 훨훨 자유롭게 세상살이를 하고 싶은데 그게 어디 뜻대로 되겠습니까마는, 한 세상 더불어 산 이 땅의 사람들에게 보탬이 된 자로 살기 위해 부지런을 떨겠습니다.
『인간시장』을 쓸 때만 해도 세월이 지나면 세상이 한결 좋아지고 밝아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세상은 더 교묘하게 비뚤어지고 잔혹해졌고, 비겁하고 약삭빠른 자와 음흉한 자들과 빼앗은 자들이 국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그래서 『인간시장』 후속편을 쓰려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시 그 시절 『인간시장』을 꺼내 세상을 건드려 이 땅이 사람냄새가 진동하고 빼앗긴 자와 잃은 자들이 살맛나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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