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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저자 > 어린이/유아

이름:박형권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1년, 대한민국 부산

직업:시인

최근작
2023년 10월 <내 눈꺼풀에 소복한 먼지 쌓이리>

내 눈꺼풀에 소복한 먼지 쌓이리

자로 무엇을 재 본 적이 없는 게으름이 아프다 그래도 에어컨은 잘 돌아가고 있다 혼자 시원한 방에 자서 미안하다 2023년 구월

돼지 오월이

어떤 돼지들은 다른 멋진 농장으로 간다 하고, 또 어떤 돼지들은 신께 간다고 믿고 있죠. 글쎄요, 잘 모를 일입니다. 저는 우리의 주인공 오월이를 그 돼지들 중에서 찾아냈습니다. 오월이는 자신의 길을 가고자 트럭에서 뛰어내리려 합니다. 그러자 한 돼지가 말합니다. 행복은 언제나 돼지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 있다고요. 그러니 너도 그냥 우리와 같이 가자고요. 정말 그런 걸까요? 그때 어미 돼지가 말합니다. 가고 싶은 곳으로 가라고. 오월이는 혼자 트럭에서 뛰어내립니다. 그러고는 가까스로 자유를 얻습니다. 오월이에게 그토록 자유가 소중했던 까닭은 누군가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되돌아가야 하는 곳, 그곳이 곧 오월이의 이상향이었어요. 오월이가 꿈꾸었던 그곳으로 함께 가 볼까요? - 작가의 말 중에서

새로움에 보내는 헌시

새로움은 인간의 거대한 부피를 들어 올리는 가벼운 질량이다. 가볍다하여 새털 같지는 않다. 새로움과 새로움을 향한 끝없는 시도는 묵직한 쾌락을 가져온다. 예술 전반에서 새로움은 부단히 연구되고 또한 실천으로 이어진다. 이 시집은 개인적으로 내 다섯 번째 시집이다. 시에 심취한 시간은 그리 짧지만은 않다. 흩어져 있는 내 파편들을 한 곳으로 모아 새로움의 옷을 입혔다 2020 3월 - 프롤로그

우두커니

달빛도 숨기 좋은 잘피 헛간에서 그 계집애가 오므린 손을 펴 보일 때 나의 열 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보여주기 위하여 제법 오래 간직한 달빛, 열 살 때 도망친 나는 그 헛간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다만 나는 조개가 혀로 생의 밑바닥을 음미하며 스스로 정밀할 때, 그 정도는 되어야 바다를 사색한다 할 수 있을 때 소복하게 그 계집애를 떠올렸다 배는 오지 않고 계집애의 달빛이 흐르면 나의 조개밭 바지락조개들이 천천히 몸을 열어 몸을 가르쳐주지만 나는 객지 떠돌며 이미 알 건 다 알아버렸다

전당포는 항구다

새벽 다섯시에 면목역 공원에 가면 오백원짜리 커피를 사 마실 수 있다 밤새 화단에서 술병처럼 뒹군 평균기온과 평균강수량의 사나이들을 만날 수 있다 경기도 쪽의 마늘밭이나 과수원에 일 나가기 위해 나이나 체면 같은 것을 내던진 사람들이다 자기 몸보다 큰 배낭을 짊어지고 있는데 아마 변두리 인생의 간단치 않은 질량이 들어 있을 것이다 그들이 오백원짜리 커피로 정신을 가다듬는다 면목역 공원의 새벽에서는 그들이 평균이다 그들만큼 내가 무거워야 ‘미안하다, 당신들이 여기 있는 줄 몰랐다’ 하는 한 구절을 받아 적을 수 있다 내가 보지 못한 곳에 항상 있어온 당신들, 당신들이 뭐 하는 사람들인가 알고 싶어서 오늘 새벽 당신들 몫의 커피 한 잔을 축내고 돌아왔다 항상 당신들이 있는 것을 봄으로써 내가 있는 것을 안다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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