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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사랑 (특별판) 가을철 한정 구리킨톤 사건.. 일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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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 이야기의 기원"
여수의 사랑 (특별판)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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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소설 속, 외롭고 고단하고 예민한 사람들은 대체로 격렬한 감정을 내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큰 소리를 내지 않고 묵묵한 표정으로 도시를 떠돌며 자신의 고통을 과시하지 않는다. 다만 견딜 뿐이다. 아름답고 서정적인 문장으로 그려지는 현실적 풍경들을 지나다 보면, 소설이 묘사하는 감정들이 밀물처럼 목끝까지 차오른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등의 작품을 통해 많은 독자가 그의 소설과 공명한 바 있다. 1995년 발표한 작가의 이 첫 번째 소설집에 그의 소설이 묘사하는 외로움, 애틋함, 떠돎의 기원이 있다.

누군가의 노래에선 '아름다운 얘기가 있'었던 그곳, 여수. 서효인의 시에서는 '사랑하는 여자가 있는 도시'였던 그곳이 자흔과 정선에겐 떠나도 떠날 수 없는 곳, 끝내 찾아내더라도 도달할 수 없는 곳이 되고 만다. 한강의 소설 속 여수는 '녹슨 철선들이 상처 입은 목소리로 울부짖어대고 있는' 곳이다. "자흔의 무관심하고 지쳐 보이는 미소에서 드러나는 무수한 세월의 상흔"이 "오랫동안 무엇인가를 기다려온 사람들에게서 손쉽게 발견되는 표정"임을 알아챌 수 있는 독자라면, 한강의 이 애처로운 슬픔을 끝내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소설 MD 김효선
작가의 말
이 책을 처음 손에 쥐었을 때를 기억한다. 점심 무렵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가방에 넣고, 혼자 조용히 열어보려고 카페에 들어갔다. 하지만... 주문한 차가 나올 때까지, 유난히 햇빛이 밝던 그곳에서 한 시간 가까이 앉아 있다가 다시 거리로 나올 때까지, 결국 가방에서 책을 꺼내지 못했다.

그 마음을 잘 설명하지 못하겠다. 첫 책이라서. 그게 믿기지 않아서. 너무 기뻐서, 또는 두려워서. 스스로를 마주하는 것이. 또는 스스로와 결별하는 것이.

그렇게 오래 전에 이 책에서 걸어나왔다. 그러니까 거의 22년 동안 이 책으로부터 멀어져왔다. 내가 살아가는 한 앞으로도 더 멀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다. 희미한 실낱같은 것으로 여전히, 끈질기게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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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아주 아주 조금씩 바뀌어요"
가을철 한정 구리킨톤 사건 - 상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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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사람은 키워 쓰는 게 아니라는 얘기가 전해져 온다. 반면에 자신을 크게 바꾸어(그 바뀐 모습이 어쩌면 무의식적인 지향이었다고 하더라도) 새롭게 세상을 마주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종종 들려온다. 그런가 하면 속담이나 격언은 이쪽 저쪽 결론에 맞춰 다 만들어 놔서 어떤 사례에건 써먹을 말이 있다는 얘기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누가 바뀌고 반성하며 또 누구는 (어째서) 그렇지 못할까. 이 수수께끼 역시 요즘 애들 버르장머리 없다는 한탄만큼이나 오래되었다.

요네자와 호노부는 고전부 시리즈와 소시민 시리즈에서 일견 비슷한 캐릭터들을 등장시켰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거리를 둔 채 적당히 내 관심사만 챙기며 살아가려는 청소년들이다. 남에게 피해를 입지도 않고 피해를 끼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꽤 괜찮은 시민이 아닌가?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좋은 시민이지만, 좋은 친구라고는 할 수 없다. 아니 꼭 친구가 필요한가? 물론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하지만 자신만으로 살아가기가 어렵다고 느껴질 때, 타인을 만나고 이해하고 함께 손잡는 일은 이 두 시리즈의 친구들에게는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타고난 성격은 이 친구들을 일종의 사회적 진공 상태 속에서 살아가기를 권했지만, 자꾸만 맞부딪히는 세계는 이들에게 우정과 연대를 권하고 있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물론이다. 누군가에게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고전부 시리즈의 최신작에 이어 소시민 시리즈의 이번 신작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두 주인공은 순수하고 무고한 추리의 성역에 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고, 선택은 그 밖에서부터 다가오는 세계를 받아들이느냐 부정하느냐다. 비슷한 폐쇄성을 가진 주인공들을 이용한 수많은 작품들이 그 주인공들을 그대로 인정하고 고무했던 데 반해, 요네자와 호노부는 자신의 소설 속 인물들을 어떻게 세계를 향해 전진시킬까를 고민하는 듯하다. 이 폐쇄적인 '소시민' 추리 매니아 친구들은 이제 세계-시민과의 경계 근처를 맴돈다. 자신의 삶을 어떻게 다시 구성하고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갈 수 있는 지 고민하는 건 그 자체로도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시리즈를 읽는 모두가 함께 응원해주길 바란다.
- 소설 MD 최원호
이 책의 첫 문장
약속 시간까지 도서실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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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운 좋게 성공할 것인가?"
일의 언어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외 지음, 이종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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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출간되어 경영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킨 <혁신기업의 딜레마>에서 후발 업체의 혁신과 전세 역전, 그리고 선발 업체의 몰락을 '파괴적 혁신 이론'으로 설명해 냈던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크리스텐슨이 기업 성장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섰다. 언제까지 혁신을 행운의 산물로 여겨야 하냐는 것이다. (원제가 <행운과 경쟁하기>다.) 확신 없이 행운에 기대는 혁신은 성공과 실패 확률이 반반인 게임이며, 혁신에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는 말 그대로 사례일 뿐 근본적인 통찰은 제공하지 못해왔다. 이번 책에서 그는 기존의 통념을 깨부수는 새로운 혁신 이론을 선보인다. 그가 동료 및 제자들과 함께 20년 간 다듬은 '할 일 이론'이다.

'할 일'의 주체는 소비자다. 기업의 할 일은 혁신이다. 혁신에 성공하려면 소비자가 어떤 물건을 '고용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출근 시간에 밀크셰이크를 더 많이 파는 방법을 예로 들어 보자. 우리는 우선적으로 가격을 낮추거나, 새로운 맛을 추가하거나, 양을 늘리거나, 한층 걸쭉하게 하는 등의 개선 방안을 생각하게 되는데, 이것은 혁신이 아니다. 소비자의 '할 일'에 따르면 매장 앞쪽에 셀프 셰이크 기계를 놓는 것이 혁신이다. 물론 이것은 아침 시간에만 적용된다. 퇴근 이후의 소비자에겐 '저녁에 할 일'이 있고 또 다른 혁신이 필요하다. 소비자 행동 배후의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일, 즉 고객이 해주기를 바라는 일의 관점에서 혁신은 시작된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제목은 독자의 할 일에 부합하는가? 지금 이 소개글은 독자가 이 책을 고용하도록 쓰였는가? 자신할 수 없다. 하나 자신할 수 있는 건 이 책이 충분히 고용될 법한 훌륭한 경영서라는 점이다. 자, 면접은 끝났다. 고용주인 독자들의 선택을 기대해 본다. - 경영 MD 홍성원
이 책의 첫 문장
성공은 왜 그토록 지속하기 어려운가?

북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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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대를 한 몸으로 살아갈 때 벌어지는 일들"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1
주경철 지음 /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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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는 신대륙을 발견해 근대를 열어젖힌 인물로 꼽히지만 정작 자신이 어디를 탐험하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오늘날 역사는 그를 위인으로 치켜세우며, 당시 상식에 속하던 지구구형설을 그가 선구적으로 알아차린 사실로, 여전히 미신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합리적 판단을 내리는 이로 그리곤 한다. 정말일까? 이 책은 콜럼버스를 “기이한 중세적 종말론에 의지하면서 근대 세계로 나아가는 문호를 연 인물”이라 평한다. 발 딛고 선 세계와 새롭게 열리는 세계 사이가 너무 멀다 보니 한 인간에게서 나타나는 상반된 모습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대항해시대>의 주경철 교수가 이 시기 유럽인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성녀와 마녀의 세계에서 화형 당한 잔 다르크는 근대 왕조국가라는 새 시대를 여는 데 일조했고, 세계 제국을 건설하겠다는 중세의 꿈에서 벗어나지 못한 황제 카를 5세는, 끝내 꿈을 이루지 못했으나 근대 국가체제 형성에 공을 세웠다. 이처럼 “중세에서 근대의 별을 본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간이 역사를 만들고 역사가 인간을 만든다."는 사실을 삶으로 보여주었다. 그들이 당대를 살면서 오늘의 유럽을 만들었듯, 오늘을 사는 우리 역시 무언가를 만들고 있을 터,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니 그저 오늘을 흥미진진하게 살아갈 따름이다. - 역사 MD 박태근
이 책의 첫 문장
잔 다르크는 누구인가? 그녀는 역사상 가장 신비한 인물 중 하나다.

이 책의 한 문장
이 여덟 명의 인생 이야기만 보아도 유럽 근대 세계가 얼마나 복잡다기하며 활력 넘치는 곳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시대가 이들을 불러냈고, 다시 이들의 삶이 시대의 흐름을 가속화했다. 인간은 도도하게 흘러가는 역사의 물결 속에 떠내려가는 미물 같은 존재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 나약하고 고통 받고 어리석어 보이는 인간의 행동이 역사를 만들어간다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지난 세계에 살았던 스마트하고 몽매하고 열정적이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이 시대, 우리의 삶을 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