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헤더배너
노동 없는 미래 용서에 대하여 친절한 금자씨 각본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조금 이상한 방식으로, 신이 지구에 오다"
모나드의 영역
쓰쓰이 야스타카 지음, 이규원 옮김 / 은행나무
장바구니 담기자세히 보기100자평 쓰기
소설은 강변 둔치에서 여성의 오른팔이 발견되며 시작된다. 사체 훼손 사건으로 수사가 진행되는데, 그 무렵 근처의 빵집에서 팔 모양의 바게트를 만들어 소란이 일어난다. 이 빵집의 단골손님인 유이노 미대 교수가 팔 바게트에 흥미를 보이고, 기묘한 언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자신을 '신 이상의 존재'라고 주장하며 예언 비슷한 발언을 반복하고 그 발언이 줄줄이 적중하게 되는데….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작가 쓰쓰이 야스타카가 아마도 자신의 마지막 장편소설이 될 거라고 말한 작품, <모나드의 영역>은 작가가 그간 천착해 온 주제들을 집결시킨 듯하다. 신체를 절단시킨 살인 사건이 있고, 미대 교수는 어느 날부터 이상한 얘기를 하더니 급기야 자신이 신이라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이 괴이한 진행은 언론과의 대형 인터뷰 형식으로 발전하고, 여기서 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세계론이 펼쳐진다. 유머라고 하기에는 좀 기묘한 구석이 있는 게 쓰쓰이 야스타카의 매력이긴 하지만, <모나드의 영역>은 스케일이 더 거대해졌다. 이 지구 또는 우주 전체가 농담으로 치환되려고 한다. 이것은 위기일까? 아니면 인류가 존재론적으로 드디어 정답을 찾은 것일까? 정답이 황망한 것이라면 받아들일 수는 있을 것인가? 쓰쓰이 야스타카는 이 모든 물음을 짧은 '엔터테인먼트 소설' 속에 집어넣었다. 이 소설이 자신의 최고작이라는 그의 자평은 어쩌면 진심이었는지도 모르겠다. - 소설 MD 최원호
추천사
유머러스한 ‘신’의 모습을 그려 독자의 시선을 인류와 세계의 성립으로 이끌어가는 이 소설은 고도의 신학, 철학론을 듬뿍 흘려 넣되 미스터리와 웃음, 눈물도 잊지 않는다. 희대의 엔터테이너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는 장편소설.

-산케이 신문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먹고사는 문제로부터의 해방"
노동 없는 미래
팀 던럽 지음, 엄성수 옮김 / 비즈니스맵
장바구니 담기자세히 보기100자평 쓰기
새해가 밝았다. 그리고 점점 빠르게, 노동 없는 미래가 밝아 오고 있다. 어둠도 밝아 올 수 있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미래는 어둡지 않다. 이 책이 이야기하는 바가 그렇다. 로봇에게 노동을 넘겨주는 상황은 인간다운 삶을 위해 무척이나 좋은 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일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게 된 걸까? 본래 개인적 생존의 문제였던 노동은 산업화를 거치며 인간 가치를 규정하는 일로 변화했다. 때문에 로봇이 생계를 위한 노동에서 우리를 해방시키는 긍정적 측면보다는 '할 일 없음'에서 비롯되는 인간성 상실의 측면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미 일은 부의 재분배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평생을 먹고살 만큼의 급여를 보장하지도 않는다. 이제 로봇은 그 생계 수단마저 위협한다. 절망하긴 이르다. 이 책은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면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일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보편적 기본소득의 도입은 중요한 선결 과제다. 저자는 기술 혁명을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일하지 않는 미래에 적응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급격한 변화에 걸맞게 생각을 크게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탈노동'의 미래 모습은 전적으로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어 하는지에 달려 있다. 이 책은 그 희망을 역설한다. - 경영 MD 홍성원
이 책의 첫 문장
우디 앨런(Woody Allen)이 스탠드업 코미디언(혼자 공연하는 코미디 - 역자 주)으로 일하던 시절에 즐겨 하던 농답이 있다.

이 책의 한 문장
그러나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노동으로부터의 자유보다는 일을 통한 자유라는 관점에서 생각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니 우리 대부분이 미래에는 일을 전혀 할 필요가 없게 된다는 사실에 환호하기는커녕, 기계가 우리 일을 대신 할 수 있게 된다는 걸 겁내고, 또 로봇들이 우리 일자리를 빼앗아갈 거라는 실존주의적 두려움을 갖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지금 아주 양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불완전한 인간이 완전한 용서에 이르는 길"
용서에 대하여
강남순 지음 / 동녘
장바구니 담기자세히 보기100자평 쓰기
인간은 불완전하기에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기 마련이다. 반성하며 용서를 구하고 이해하며 용서를 건네는 과정은 불완전한 인간이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런데 용서가 그만큼 익숙한 일인가 싶어 의아하다. 잘못을 뉘우치고 더 나은 삶을 향하며 문제와 화해하는 과정보다 책임을 묻고 보상을 하며 문제를 정리하는 과정이 자연스러운 세상에서, 과연 용서는 여전히 가능하며, 본래의 가치를 발현할 수 있는 걸까.

철학과 신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강남순 교수는 “죄는 미워하되 죄를 지은 사람은 사랑하라.”로 대변되는 용서의 상투성을 넘어, 과거의 나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반성을 통해 다른 나로 변화하는 가해자, 내부의 분노를 제거하고 가해자 속에서 선한 품성을 지닌 인간의 모습을 발견할 여지를 찾는 피해자를 상상하자고 제안한다. 이렇듯 용서란 불완전한 인간을 드러내는 데에 머무르지 않고 서로를 "잘못의 감옥"에서 구해내 새로운 세계를 향한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일이다. 이제 불완전한 인간이 완전한 용서에 이르는 긴 여정이 시작된다. 물론 당신도 이미 초대받았다. - 인문 MD 박태근
이 책의 첫 문장
의식하든 하지 않든, 우리는 다양한 양태의 용서와 직간접으로 얽힌 삶을 살아간다.

이 책의 한 문장
용서에는 두 가지 중요한 점이 있다. 하나는 ‘진실’이고 또 다른 하나는 ‘기억’이다. 용서에 있어서 우선적으로 용서하는 사람이 알고자 하는 것은 진실이다. 무엇이, 어떻게, 그리고 왜 일어났는가에 대한 한 점 왜곡 없는 진실은 무엇보다 중요한 용서의 밑거름이 되어준다. (중략) 그 다음 중요한 것은 기억이다. 흔히 많은 사람들이 망각을 용서라고 생각하는데, 진정한 용서는 망각이 아닌 분명한 기억이다. 일어난 사건을 분명히 기억할 때만이 사건과 연관한 용서의 의미가 더욱 분명하게 자리 잡는다.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이금자라는 하나의 선언"
친절한 금자씨 각본
박찬욱.정서경 지음 / 그책
장바구니 담기자세히 보기100자평 쓰기
봉준호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박쥐] 세 편을 '정서경 3부작'이라고 칭했다 한다. 의미있는 호칭이다. 이 세 편의 영화에서 여성 캐릭터들은 더 큰 역할과 다채로운 인격을 부여받았고, 결과적으로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장점은 파괴적일 만큼 앙상했던(그래서 인상적이기는 했지만) 영화 [올드보이]와 비교해 보면 쉽게 느낄 수 있다. 작품에 여러 겹의 결을 형성한 (주로 여성) 캐릭터들은 박찬욱의 영화에서 중요한 분기점을 탄생시켰고, 이러한 성향은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중이다.

이 흐름에서 탄생한 최초의 캐릭터, 금자씨 또는 이금자가 갖는 의미는 막대하다. 이금자의 캐릭터는 어떤 선언처럼 느껴진다. 이금자는 세상이 여성을 속박하기 위해 이용하는 성녀와 악녀의 이미지를 집어삼켜 역이용하고, 종내에는 그 모든 역할을 수행했음에도 구원에는 다다르지 못하고 현실이라는 림보-회색지대에 남는 인물이다. 관객이 기대하는 복수의 성녀(또는 악녀)라는 임무를 완수한 뒤에 당도한 곳이 상실로 가득한 현재라는 점에서, '-녀'였던 이금자는 거의 마지막 순간에야 세상이 여성에게 기대한 도그마를 벗어던지고 지상에 발을 내려놓는 것 같다. [베를린 천사의 시]처럼. 후반부의 파티 장면에서 천사가 지나갔다는 대사가 나올 때, 정말로 임무를 다한 타-천사는 지상으로 낙하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낙하의 충격이 박찬욱이라는 세계의 균형을 휘저어버릴 것이다.

이 각본집은 이러한 '이금자라는 선언'을 텍스트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영화의 최종 편집본에는 등장하지 않는 장면을 만나는 즐거움도 있지만, 무엇보다 화려한 색감을 자랑한 영화에 비해 거의 하드보일드 소설을 연상케 하는 건조한 텍스트로 이금자의 이야기를 다시 읽는 즐거움이 가장 크다. 각본집 속의 이금자는 더 조용하고 더 알 수 없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더 많은 이야기들이 태어날 것이다. 책을 읽어가는 독자의 마음 속에서 비로소 완성되는 이야기들이. - 예술 MD 최원호
이 책의 한 문장
몸을 떼는 금자, 케이크 상자를 내민다. 열어보는 제니. 두부 모양의 하얀 생크림 케이크. 금자 Be white....live white....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Like this.... 생크림처럼 하얗게 살라고.... - 161. 골목 (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