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지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작가) : 사는 게 어렵게 느껴질 때마다 에세이를 읽는다. 저마다 생을 어떻게 감당하고 있는지, 그럼에도 어떤 기쁨들을 찾아냈는지 보고 나면 오랜 낙담이 작은 용기로 바뀌는 기분이 들어서. 잘 산다는 게 대체 뭘까? 김혜원 작가는 그 복잡한 물음에 담담히 대답한다. 자신에 대한 더 많은 디테일을 가지고, 그저 스스로를 조금 더 자주 웃게 해주는 일이라고. 이를테면 일요일 오후 세 시, ‘무언가를 시작하긴 애매한데 그렇다고 하루를 포기하긴 아까운 시간.’ 그럴 때 굳이 몸을 일으켜 좋은 쪽으로 한 걸음 다가가는 사람이 잘 사는 사람일 것이다. 내 기분을 돌볼 줄 아는 사람. 내일 말고, 한 시간 뒤에 나아지려는 사람. 그는 그런 마음으로 ‘아무거나’ 대신 나에게 속하는 ‘좋음의 리스트’를 하나둘 늘려간다. 다행이다. 사는 게 어렵게 느껴질 때마다 펼쳐 읽고 싶은 에세이가 하나 더 생겨서.
난다 (『어쿠스틱 라이프』 작가) : ‘아무거나’는 인생 전체에 작용하는 중력이다. 조금만 생각을 방치하면 일상은 순식간에 아무거나 천지가 되어 바닥에 눌어붙곤 하니까. 김혜원 작가에게 아름답다는 것은 명확하다는 것과 동의어인 듯하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내가 무엇을 달다고 느끼고 무엇을 쓰다 느끼는지 분별해내는 명확함. 그는 일요일 오후 세 시에 집을 나설 수 있는 사람이다. 이미 반쯤은 월요일의 몸이 되어 길 건너 슈퍼에 갈 에너지도 아끼고 싶은 옹졸한 시간, 고속도로를 타고 다른 도시로 떠날 수 있는 용기는 분명 자신에 대해 부지런히 채집해온 데이터 덕분일 것이다. 유쾌하고 단단한 그의 글을 읽어 내려가며, 나 역시 일상에 방치된 아무거나의 영역들을 좀 더 또렷이 들여다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