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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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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힙합 듀오 ‘듀스’는 해체된 지 3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도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비록 그들을 현재 한 무대에서 볼 수 없지만 <여름 안에서> <나를 돌아봐> <우리는> <상처> <굴레를 벗어나> 등의 인기곡들이 아직도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故 김성재는 여전히 ‘연예인의 연예인’으로 불릴 정도로 그의 패션, 스타일 등에 대한 분석과 찬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어쩌면 그의 죽음이 대한민국 연예계 최대 미제사건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향수가 더 아련할지도 모른다. 이 책《마지막 노래를 들어줘》는 지난 그의 죽음에 대한 가장 최신의, 가장 방대한 기록을 담고 있다. 이 사건은 미제로 남았으므로, 범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26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러므로 이 책은 특정인을 향한 위협이나 경고, 협박이 아니다. 당시 그의 죽음을 충분히 애도하지 못했던, 그를 죽음에서 지켜내지 못했던 많은 사람들을 위한 메모리이며, 끝내 밝혀지지 않은 진실에 보다 가까이 가고자 하는 알권리를 가진 대중을 향한 작은 위로다. 프롤로그 : 실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논픽션조차 찾기 힘든 국내 현실에서 이 책의 출현은 여러모로 반가운 일이다. 김성재 변사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나 자신도, 이 책을 보고서야 당시 수사와 공판이?어떻게 진행됐는지 제대로 파악하게 됐다. 팩트와 스토리로 이뤄진 논픽션의 힘이다. 실화를 기반으로 작품활동을 해온 입장에서 이 책을 만화로 그리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을 느꼈다. 실화와 논픽션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강추한다. : 나는 이 책에서 글 쓰는 사람의 모범을 보았다. 저자는 질문한다. 새삼스럽게까지 느껴질 26년 전 일에 관해 그는 여전히 의문을 갖고 반문한다. 수사는 제대로 이뤄졌는지, 공판과정에 문제는 없었는지 끊임없이 묻는다. 저자는 또한 천착한다. 듀스의 열혈 팬으로서, 진실을 파헤치는 탐사기자로서 사실을 사실대로 밝히기 위해 몰두한다. 2년여 동안 방대한 사건기록과 관련자 인터뷰에 파묻혀 사건의 진상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가 조지 오웰을 좋아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 우리 헌법재판소는 ‘표현의 가치, 해악성 유무가 국가에 의하여 1차적으로 재단되어서는 아니되며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과 사상과 의견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져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 말은 사법부 스스로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 법치주의 또는 법의 지배는 사법부가 진실을 최종적으로 규정하여 정사(正史)를 쓸 권한을 독점한다는 뜻이 아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김성재 편이 불방된 것은 사법부의 판단을 언론이 견제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오만이 아니라면 설명될 수 없는 폭압적인 결정이었다. 이 책이 막힌 언로를 시원하게 뚫어주고 있다. 일관되게 중립적인 서술로 불방 결정의 부당성을 증명하고 있음은 물론 데뷔 이전부터 추적되어온 방대한 사실과 정보로, 이 책이 유일하게 저격하는 당시 저열한 수사 및 검시시스템에 대해 몰랐던 모든 사람들에게, 그리고 논란의 양쪽 모든 사람들에게, 법원이 거부했던 '김성재'라는 세상의 시민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21년 9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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